Oh my k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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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동성연애에 대해 반감을 가진 분들이 보시기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너는 동성애자야. 누군가는 나를 동성애자라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양성애자라고 단정한다. 나는 당당히 말한다. 나는 레즈도, 바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성애자도 아니다. 음, 범성애자라고 설명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우려나.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랑 사귀는 사람이 남자이거나 여자일 뿐이다. 굳이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보다는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라는 이유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나에게 딱히 성정체성이란 건 없었다. 어쨌든 생물학적으론 여자이긴 하지만, 그냥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성별을 굳이 따지지 않았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나는 수많은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를 사귀고 또 성별에 상관없이 섹스를 했다. 애인을 사귈 때 '남자이기에', '여자이기에'라는 말은 나에게 무의미할 뿐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남자와 여자를 가릴 것 없이 두루두루 인기가 많았다. 물론 그건 친구로서도, 두근두근 설레는 감정으로서도 다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에게도 고백을 계속 받았었고 자신은 이성애자라고 박박 우기던 여자애들에게도 고백을 받은 적도 많았다. 나도 내가 왜 남녀를 안가리고 인기가 많은 지 잘모르겠다. 남녀를 내가 안가려서 그런가. 아무튼 중학교 때, 나는 첫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나이대답게 뜨뜨미지근한 사랑으로 끝이 났다. 아마도 그 다음은 여자친구를 사겼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뒤죽박죽으로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를 줄곧 사겨왔다. 한 번은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야, 너 레즈였어?] 나는 당당히 말했다. [아니] 내 대답을 들은 구남친은 흥분한 듯 소리치며 말했다. [너 지금 여자친구있다며! 너 설마 나 갖고 논 거야?] [널 갖고 논 건 아니였고, 너랑 헤어지고 애인이 생겼는데 그 애인이 여자일 뿐이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ㄹ...] 아마도 그때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어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야! 김탄소!!"
"오~ 박지민이 네 애인 김태형은 어디다 두고 왔냐?"
"아이씨 걔랑 나랑 엮지 말라고!"
"아아, 알았어. 근데 왜?'
"야 이 바보야. 오늘 신입생 환영회 하잖아. 너 늦으면 남준이 형이..."
"야! 진작에 말했어야지!"
나는 박지민의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아, 박지민은 같은 과 동기로 대학교에서 사귀게 된 친구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부랄친구 김태형 때문에 셋이서 다니게 된 것이다. 빤쓰만 입고 돌아다닐 때부터 친구였던 김태형과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붙게 되었고 김태형은 김태형 특유의 미친 친화력으로 단 하루만에 동기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오죽하면 별명이 김스치면인연이겠냐고. 아무튼 낯가림이 심한 박지민의 철벽아닌 철벽을 뚫어버린 김태형 덕분에 지금처럼 셋이 똘똘 뭉쳐다니게 되었다. 지금은 물론 우리 셋은 완벽한 친구지만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둘 다 나에게 고백을 한 전과가 있다는 점? 김태형은 고등학교 때, 박지민은 새내기 때 말이다. 둘 다 나에게 뻥 걷어차였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 클린한 친구상태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김탄소, 30초 지각"
"헉..허억... 아 선배! 쩨쩨하게 진짜..."
"뻥이고, 2분 빨리 왔네"
"아니 이런 건 15학번들 시키지 왜 우리가 나서서 진짜"
"걔네 하는 게 답답해서 그래. 그리고 너 새내기 때도 그랬거든?"
"쳇..."
김남준, 12학번이지만 군복무로 2년 휴학을 하고 와서 현재 나랑 같은 학년이다. 고로, 같은 전공수업을 듣는 단 말이지. 새내기 때는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복학한 이후로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친해졌다. 과방에서 많이 만나기도 했고, 또 김태형이랑 박지민이 따르는 형이라 어차피 이미 친해질 운명이었다. 3학년 과대를 맡고 있는 김남준 때문에 애석하게도 나만 고생할 뿐이다. 내가 김남준의 그 비싼 이어폰을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아무튼 노예계약아닌 노예계약 때문에 난 김남준이 이렇게 공적인 일을 할 때마다 불러가야 했다. 혀엉~ 김태형은 어딨어요? 박지민은 제 특유의 끼부리는 말투로 남준에게 물었다. 아니 쟤 진짜 끼부리는 건 타고났단 말이야.
"여~ 형님 왔다!"
"야 김태형! 나한테 김탄소 맡겨두고 먼저 가기냐?"
"아, 쟤 기다리려면 오래걸리잖아"
"치사한 새끼..."
"어? 김탄소, 너 왠일로 치마? 그것도 테니스 스커트? 누구한테 잘보이려고"
"닥쳐, 의리없는 새끼. 나랑 박지민 버리고 지 혼자 가고"
"설마 이 오빠한테 잘보이려고 치마입은 거야? 내가 테니스 스커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됐거든, 세리랑 낮에 데이트하면서 커플로 맞춘 거야"
세리? 걘 또 누구야. 김태형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같이 커다래졌다. 야, 걔 있잖아 저번에 학식 먹을 때 얘한테 음료수 바치던 여자애. 박지민은 김태형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며 말했다. 야 김탄소, 너 호석이형이 고백했을 땐 바로 차버리더니! 조잘조잘, 김태형이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시끄럽게 굴기 시작했다. 아, 몰라 난 지금 세리랑 사귀니깐 그렇게 알아. 내 말에 김태형은 혀를 끌끌 찼다. 나라고 모든 남자와 여자의 고백을 다 받아주는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내 눈 앞에 있는 김태형과 박지민도 내 구남친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었겠지. 나의 기준은 오로지 하나였다. 설레이느냐 설레이지 않느냐.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꽤 확고한 기준이었다.
이번에 사귄 여자친구는 타과 15학번이었다. 유난히 학식을 먹을 때마다 자주 눈이 마주치더니 어느 순간 내 자리 앞에 음료수를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새학기를 맞은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고백했다. 아무튼 그때 박력있게 내 앞에 음료수를 내려놓으며 나에게 말했었다. 탄소언니, 저랑 사겨요. 하필 그 날이 정호석이 나에게 고백한 날과 겹쳤지만 나는 정호석을 차고 그녀를 받아줬다. 왜냐고? 설렜으니깐. 호석오빠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겐 그는 남준오빠의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녀랑 사귄지도 몇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오래갈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 또 설렜다.
"탄소야 애들 인원체크 좀!"
"아, 부과대오빠 놔두고 왜 자꾸 저 시켜요!"
"부과대 놈이 여친한테 차여서 오늘 못오겠단다"
"....아씨"
하나 둘씩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테이블은 어느새 신입생들로 바글바글했다. 에휴, 상큼하다 상큼해. 공대라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남자가 훨씬 많았다. 그건 신입생들도 피해갈 수 없는 공대의 숙명이었다. 이제 인원은 한 명 빼고 어느 정도 온 것 같고. 그럼 이제부터 먹일 시간인가. 김남준과 아이컨택 후에 비어있는 신입생 옆자리에 앉았다. 본격적으로 김남준의 주도하에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고 긴 시간 동안의 신입생들 자기소개 후에 드디어 술파티가 시작되었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들을 어떻게 보낼까. 보니깐 이미 김태형이랑 박지민은 신나서 신입생들 술을 먹이고 있었다. 아무튼 저럴 땐 엄청 적극적이라니깐. 자자, 우리 새내기들 한 잔 마시고 시작하자? 우리 테이블에 앉은 신입생들에게 한 잔씩 돌리고 유치한 구호와 함께 잔을 맞췄다.
"후배님?"
"ㅇ,예?"
"후배님은 이름이 뭐에요?"
"아.. 전 박상훈입니다!"
"박상훈..."
"네!"
"상훈아"
"네?"
"누가 꺾어마시래"
한참 새내기들을 먹이고 있을 때,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아까 한 명 빈 게 쟤였네. 언뜻 보기에 낯선 얼굴, 그리고 톡톡 터지는 상큼함이 그가 새내기라는 것을 알려줬다. 김남준은 어디있는 거야. 불쌍한 신입생은 입구에 서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저 불쌍한 새내기를 구원해줄 수밖에. 나는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명단을 들고 그 파릇파릇한 신입생에게 걸어갔다. 명단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체크표시가 안된 이름을 찾았다. 아, 여깄다. 전정국.
"전정국 맞죠?"
"아, 네. 죄송해요. 좀 늦었습니다"
"괜찮아요~ 저기 테이블에 빈자리 보이죠? 거기로 앉으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테이블 쪽으로 이동하는 이 새내기 덕분에 한껏 가까워진 거리에서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워, 시발
존나 잘생겼어.
ㅡㅡㅡㅡ
안녕하세요!
네, 여우신부와는 글 스타일도 완전 다르죠?
아마도 오마꾹은 단편으로 5화? 정도에 끝낼 생각이에요!
참고로 느리게 굴러갑니다!
나중에 오마꾹 암호닉을 따로 받을 생각이에요~
지금은 암호닉을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