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 덕후 안재효
태일아! 이거 좀 먹어 봐! 아, 태일아! 이거 진짜 맛있어! 태일아! 춥지? 이거 입어! 태일아! 오늘 참 예쁘다! 태일아! 태일아! 태일아! 이태일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는, 저 돌대가리에는 이태일로 가득 차있다는, 이태일이 이 세상에 전부라는, 그리고.
"왜…왜 먹지를 못하니…."
현재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인기가수 이태일의 고화질 사진을 보고 눈물을 가득 쏟아내는, 여기 병신같은 안재효가 있다. 안재효라면 웬만한 이태일 팬들은, 아니 다른 팬덤들도 다 안다는, 그만큼 잘생겼기로도 유명한 남팬이다. 오늘도 재효는 초록색 검색창에 「이태일 사진」을 쳤고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아낸다. 흡…흡…! 너무… 너무 귀엽잖아…! 입을 틀어막고 끅끅대던 재효는 흥분되는 마음을 힙겹게 부여잡고는 찬찬히 노래를 부르는 이태일 춤을 추는 이태일 밥을 먹는 이태일 옷을 갈아입는 이태일 웃는 이태일 화난 이태일 우는 이태일 모든 이태일의 세세한 모습 그대로를 진지하게 스캔한다. 이, 이런 마성의 남자…. 도저히 출구를 찾아볼 수가 없잖아…! 너란 병실에서 퇴원하지 못했어…. 재효는 겨우겨우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눈가에 글썽한다. 태일아. 내일 나는 너를 보러 갈 거야…. 팬 싸인회로 간다고…!
* * * *
재효는 아침 일찍 태일을 위해 정성스레 만든 케이크를 싸들고 팬 싸인회를 한다는 곳으로 향했다. 「날귤처럼까줘태일아」라는 플랜카드를 꼬옥 안은 채로 버스에 올라탄 재효는 버스 안에 자신과 똑같이 플랜카드를 든 채로 수다를 떨고 있는 소녀들을 발견한다. 와, 미친…. 경쟁자가 너무 많아. 태일이는 내껀데.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그대로 버스 안을 대강 훑으며 빈자리에 앉으니 분명 이태일 팬이라고 추정되는 여자 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어! 안재효다! 잘생겼다! 어! 나 쟤 아는데! 재효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가 간다….
"어!"
태일이 재효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또 왔네? 태일의 말에 재효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정성스레 만든 케이크를 태일에게 건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 안다는 듯 재효라는 이름을 크게 적어주며 싸인을 해주었고 재효는 싸인을 하는 태일의 야무진 손을 보고 다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웁웁거리는 재효의 행동에 태일은 한 번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봐주고는 이내 웃으며 손을 앙증맞게 재효 앞에 내민다. 깍지를 끼자는 소리였다. 재효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태일와 깍지를 꼈고 한참을 깍지를 끼던 손을 재효가 먼저 풀더니.
"구애 구애!"
라고 소리치며 격정의 애정요구의 몸짓을 태일의 앞에 선보였고 태일은 그런 재효의 빵 터져 마구 박수를 쳐댄다. 동작이 격렬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말에 재효는 더욱 격렬하게 추었고 점점 커지는 재효의 몸짓에 태일은 점점 걱정되는 듯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재효를 제지했다. 헉…헉… 어때. 태일아? 내 마음… 느껴져…? 재효가 땀을 닦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태일과 눈이 마주쳤다.
응앜!!!!!!!!!!!!!!!!!!!!!!!!!!!!!!!망햇땋!!!!!!!!!!!!!!!!!!!!!!!!!!!!!!!!! 태일이가 나를 공포스럽게 보고있엉!!!!!!!!!!!!!!!!!!!!!!!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