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 덕후 안재효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가 버릇처럼 컴퓨터를 켜는 재효였다. 하…. 이제 태일이 얼굴을 어떻게 봐…. 아까 팬 싸인회때 자신을 바라보던 태일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생각나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어 보이는 재효. 느리게 손을 움직여 익숙하게 초록 사이트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검색창에 「태일.swf」을 치며 또 태일앓이를 하려는데 심히 눈에 거슬리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설마…. 저… 저 검색어에 뜬 안재효랑 구애춤이랑 남팬이랑… 나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효는 조심스레 마우스를 클릭했고 이내 엄청난 속도로 뜨는 블로그 게시물에 재효는 물거품을 물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 태일 남팬 안재효 구애춤 췄음ㅋㅋㅋㅋㅋ」이라는 게시물과 함께 구애춤을 추고 있는 재효와 그 모습을 당혹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태일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었으며…. 그 동시에 재효의 흑역사가 담긴 미니홈피 캡쳐와 과거 사진은 물론 재효가 예전에 태일 트위터에 보냈던 멘션까지…. 모조리 올려진 채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이럴…순 없어…."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한다…. 후우…. 나 그 유명한 강심장 안재효잖아…? 응…?
침착하자. 침착해. 재효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검색창에 「이태일 사진」을 쳤고 이내 쭈루룩 뜨는 게시물에 다시 흐뭇하게 웃으며 사진을 감상했다. 역시 너무 예뻐! 내가 진짜 얘를 어떡해야 좋을까….
으앙…, 너무 귀여워…!
아, 웃는 거 왜 이렇게 예뻐…! 역시 이태일 넌 내 꺼라니깐…?
재효는 점점 이태일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빨려 들어갔고 시간은 점점 흘러 저녁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즈음에야 재효는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기지개를 한 번 폈다. 태일이 앓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재효는 하하하 웃으며 창을 끄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이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보고 행동을 멈추고야 만다. 아직까지 내가 떠있어…. 재효는 공포감에 몸을 부르르 떴다. 아까는 뜨지 않았던 새로운 검색어가 하나 떠 있었다. 「이태일 남팬 과사」
!!!!!!!!!!!!!!!!!!!!!!!!!!!!!앙대!!!!!!!!!!!!!!!!!!!나의 과사들잌!!!!!!!!!!!어얽!!!!!!!!하앜!!!!!!!!!!!!!!!!!!
재효는 몸부림을 치며 모니터 화면을 꺼버렸고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안재효, 내 인생은 이제 끝이야…. 그 놈의 구애춤…! 내가 왜 그런 병신같은 춤을 췄을까. 내가 왜…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췄을까…. 조금만 자제했다면…. 조금만 자제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텐데…!
* * 태일 * *
안재효. 당연히 안다. 꽤 유명한 남팬이니까. 가끔 트위터에 멘션이 오는 걸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이렇게 문자를 보내~' 라는 멘션이 수두룩하고 점심때 피자를 먹었다는 둥 친구랑 노래방을 갔다는 둥 신 나게 나한테 멘션을 보내는 그게 그냥 존나게 웃긴 거다. 오늘 구애의 춤은 그냥 절정이었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춤을 추는 재효을 보려니 몸이 근질거려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도 따라 구애춤을 춰야만 할 것 같은 그런 포스였다. 하지만 난 그런 재효의 마음을 받을 수가 없다. 왜냐고?
난 무성애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