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머신 이석민 X 진지충 김세봉 6
W. 도래호
안녕. 세봉이야.
이석민이랑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아무렇지 않게 지낸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냥저냥 잘 지내고있어.
사실 이석민이 백번천번 양보하고 날 생각해준 덕에 이만큼 지낼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요즘 뭐냐 김세봉?"
"뭐가?"
"이석민이랑 무슨 일 있었어?"
"어?"
"너 어째 이석민 피하는 눈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이석민만의 노력임을 이렇게 또 깨닫게 돼.
이석민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왠일인지 가만히 있던 김민규가 뒤돌아 앉더니 의미심장하게 말을 붙이는거야.
이석민, 이름 석자에 심장이 철렁해서 정말 어쩌지 싶었어.
김민규가 좀 멍청하게 보이긴 해도, 눈치는 진짜 빠르다니까.
이석민도 없는데, 내가 여기서 멋대로 뭐라고 말하지 싶어 김민규의 시선을 피해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김민규, 넌 진짜 개소리도 놀랍게 한다;"
"뭐야. 언제 왔냐."
"김세봉이 아침마다 내 눈 마주치면서 얼마나 살벌하게 고백 거절하는지 아냐?"
"싸이코새끼. 김세봉 좀 그만 괴롭혀라;"
그러면 또 어느 틈에 나타난건지, 이석민이 내 앞에 나타나.
그리고 내가 곤란해지지 않게 김민규 관심을 다 뺏어가서 나를 안심시켜.
가만히 안도하는 나를 힐끗 보던 이석민이 다시 김민규랑 얘기를 하더라고.
참 속도 좋지.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 맞다. 전원우가 주말에 놀자던데. 권순영도 온대."
"오늘이 금요일 아니냐?"
"응. 김세봉 너도 와라. 권순영이 너 보고싶다고 난리임."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김민규를 바라보다 할 말을 잃은 이석민이 고개를 위로 젖힐 때였어.
급작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김민규가 만남의 장을 확장시키더라고.
그 말에 놀란건지 이석민이 김민규를 붙잡고 급하게 말을 붙였어.
"권순영은 왜? 걔는 갑자기…!"
"아, 니가 김세봉이 예쁘녜 어쩌녜, 이빨 겁나 털었잖아. 걔 지금 기대 이빠이 하고 있음. 불쌍한 새끼;"
김민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석민을 돌아봤어.
마주친 시선에 이석민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더라고.
더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책상 속에서 교과서를 꺼내려는데,
김민규가 확답을 얻으려는지 나를 붙잡더라고.
"알았지? 내일 2시에 맥날 앞으로 나와."
"…나 아마 약속이,"
"없는거 아니까, 나와라."
응. 결국 끌려나가게 됐어.
이번만큼은 이석민도 어쩌지 못하는건지 더이상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
그나저나 전원우라니…, 그날 이후로 어쩐지 좀 껄끄러워져서 피하고 있거든.
좋아하는 건 둘째치고, 이석민이 있으니까 그냥 마음이 쓰여.
소란스러웠던 쉬는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시작됐어.
근데 아까부터 옆에서 계속 내 눈치를 보는 이석민이 신경쓰이는거야.
일부러 시선 안주려고 수업에 집중하고있는데, 이석민 쪽에서 쪽지가 하나 툭하니 날아왔어.
-내일 진짜 갈거야? 불편하면 안가도 돼. 내가 말 잘 해둘게.-
쪽지 내용을 보아하니, 쉬는시간에 했던 얘기 때문에 어지간히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더라.
내용을 확인하고 이석민 쪽으로 휙 돌아봤어.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건지, 나를 바라보려고 하는건지 애매한 자세로 수업을 듣고있던 이석민이
내 시선이 닿기 무섭게 나를 바라보는거야.
쪽지를 한번 힐끔 보더니 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만 펜을 들었어.
-괜찮으니까. 같이 가.-
그렇게 전달 된 쪽지를 받은 이석민의 표정은, 뭐랄까 되게 애매했던 거 같아.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빠하는 것도 아니였어.
평소 이석민한테서는 보기 힘들었던? 그런 표정이었어.
내 답장을 끝으로 이석민한테서 더이상 쪽지가 오지는 않았어.
내가 이석민이랑 무려 13년 동안 친구를 하고있지만,
이석민이랑 단 둘이는 놀아도 다른 친구들이랑 무리를 지어서 논적은 단 한 번도 없어.
각자의 친구들이 있었고, 친구가 겹친적이 없었던 것도 있고
딱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여지껏 그래왔었어.
그래서 내일의 만남이 난 어쩐지 좀 궁금했던게 컸던 것 같아.
물론 불편한 건 불편하더라도 말이야.
집에 가는 길, 집에 가서 밀린 드라마나 봐야겠다 싶어서
조금 들뜬 마음으로 발걸음하고 있는데,
어쩐지 이석민 걸음이 뒤쳐지는 거 같은거야. 그래서 얘가 뭐하나 싶어서 뒤를 돌아봤어.
??? 뭐지, 나랑 시선이 딱 마주쳤는데 이석민이 눈을 피해.
순간 당황해서 이석민 앞으로 성큼 다가가니까, 얘가 뒤로 슬쩍 물러나는거야.
이게 지금 뭐하자는거지?
"너 뭐하냐?"
"…내일 진짜 가?"
"간다니까? 지금 그거 때문에 이러는거야?"
내 물음에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인상을 쓰면서 이석민이 머리를 쥐어뜯더라고.
아니, 뭐가 문젠거야. 너 곤란해질까봐 가겠다고 한건데, 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이석민 하는 짓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슬금슬금 또 내 눈치를 보는거야.
"뭐 때문에 이러는데? 무슨 문제있어?"
"나, 안불편해?"
재촉하는 내 목소리에 이석민이 딱 그렇게 말하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싶더라.
안불편하냐니, 뭐가 불편하다는거야.
"뭐가 불편한데?"
"그니까, 내가 있으면… 네가 원우랑,"
"아, 알겠어. 그만 말해."
딱 거기까지해서, 왜 아까부터 이석민의 시선이 뭐마려운 강아지처럼 나를 쫓았는지 이해가 갔어.
난 누구 걱정이 되서 가겠다고 하고 있는데, 얘는 지금 뭘 걱정하고 있는거야.
답답한 마음에 그만 인상을 쓰고있는데, 내 얼굴로 큼지막한 손이 가까이 오는거야.
"인상쓰지마. 내가 미안해."
내 미간 사이를 꾹꾹 누르며 이석민이 사과하는데,
얘가 뭐가 미안해서 나한테 사과하는지도 모르겠고 난 왜 얘한테 미안한 존재인건가 싶더라고.
그냥 마음이 복잡해져서 이석민한테서 뒤돌아서 앞으로 쭉 걸어갔어.
등 뒤로 자석처럼 따라 붙는 이석민은 그냥 무시했어.
"내일 같이 가자.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너무 예쁘게 입고 나오지말고."
"……."
"좋아해. 세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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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인데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