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머신 이석민 X 진지충 김세봉 ##5
W. 도래호
안녕. 세봉이야.
음, 지금은 평소랑 다를 것 없이 수업을 듣고있는 중이야.
평소랑 다른 점을 꼽자면,
점심을 먹고난 후지만 이상할 정도로 잠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랑
내 옆에 이석민이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고있다는 점?
"오늘이 5일이니까, 5번 일어나서 이부분 읽어보자."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그냥 멍하니 허공을 바라만 보고있는데
갑자기 김민규가 뒤를 돌아보는거야.
그 움직임 때문에 순간 정신이 들면서 내가 5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어, 선생님 이 부분 제가 읽으면 안됩니까?"
"넌 갑자기 뭐야?"
"제가 이 구절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옆에서 이석민이 팔을 번쩍 들더니 뜬금없이 자기가 읽겠다고 하는거야.
당황해서 앞에 계시는 선생님이랑 이석민이랑 번갈아 쳐다보는데,
선생님이 나를 힐끔 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석민한테 읽어보라고 하더라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네! 하면서 이석민이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또박또박 읽었어.
이석민 목소리가 반 전체에 울리는데,
아까 점심시간에 이석민이 했던 말이 다시 생각이 나는거야.
'원우 주면, 네가 마실게 없잖아.'
이석민은 딱 저렇게 말하고 나를 지나쳐갔어.
정신 차리고 나니까, 예비종 쳐서 어찌어찌 교실에 오기는 했는데,
이석민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피어나는 감정이 뭐라고 형용이 안됐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이석민 얼굴을 쳐다보지를 못하겠더라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그냥 계속 이석민을 피해다녔던 거 같아.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척을 하거나
다른 반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거나
화장실에 간다거나
최대한 이석민이랑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어.
그러고나니까 벌써 종례시간이더라고.
"놀지만 말고, 슬슬 시험 준비들 하고. 아, 석민이는 끝나고 선생님 따라 와. 이상."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생님께서 이석민을 따로 부르셔서
하교까지 이석민을 피할 수 있게 됐어.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시고, 기다렸다는 듯이 소란스러워진 교실을 재빨리 벗어났어.
뒤에서 김민규랑 부승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했어.
집으로 곧장 가면 이석민이 찾아올 거 같아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어디갈지 궁리를 하고 있는데,
"어? 김세봉."
"…아, 어. 안녕."
전원우가 내 옆에 서더니 나를 아는척 하더라고.
맨날 멀리서만 봐도 좋아했던 얼굴이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괜히 이석민 얼굴이 떠올라서 맘이 안좋았어.
"이석민은 어디가고, 너 혼자 있어?"
"선생님이 부르셔ㅅ,"
"김세봉!!!!"
이석민을 찾는 물음에 영혼 없이 대답해주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는거야.
나랑 전원우랑 둘 다 놀라서 그 쪽을 쳐다보는데,
이석민이 엄청 열심히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어.
"왜, 먼저, 가. 좀, 기다려 주지."
"…어, 미안. 오래 걸리는 줄 알고,"
"난 또 김세봉 혼자 있어서 무슨 일 있는지 알았네. 잘가라."
뛰어온 이석민은 딱 내 앞에 서서 숨을 골랐고,
난 그냥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떨결에 사과를 하고 있는데
마침 버스가 오더니 전원우가 그렇게 가버리는거야.
내가 타고 갈 버스는 아직 좀 남았는데, 이석민이랑 그렇게 둘이 남겨지니까
진짜 엄청 어색했어.
"어디 갈거야?"
"어디를, 가냐니?"
"집 안가려고 했잖아."
"……."
이석민은 여전히 다정했어.
나는 시선 피하기 급급해서, 고개 숙이고 신발 앞코만 보고있는데
계속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져서 더 고개를 숙였던 거 같아.
"안찾아 갈테니까, 집에 가자. 응?"
"…응."
버스에서 부터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이석민은 나보다 조금 뒤에서 걸었어.
아마도 내가 불편해하는 거 알고 그런거겠지.
집까지 걸어가는 내내 그냥 이석민한테 너무너무 미안했어.
그렇게까지 나를 위해주는 거를 다 알겠는데,
난 계속 모르는 척 했잖아.
집 앞에 도착해서 걸음을 딱 멈추니까,
뒤에서 따라오던 이석민도 따라서 멈추는거야.
그래도 얼굴은 보고 인사해야겠다 싶어서 뒤를 도니까,
"왜 이제 봐."
이석민이 투정부리 듯이 말하는거야.
난 아직도 미안해서 그냥 아무말도 못하고, 이석민 눈도 못보고 엄한데 보고있었어.
한발자국 내 앞으로 다가온 이석민이 장난스럽게 내 시선 맞추면서 그러더라.
"내일도 오늘 아침처럼 고백할건데,"
"야…,"
"내일도 오늘 아침처럼 나 까야돼?"
"……."
"그래야 모레 다시 고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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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와서 죄송합니다ㅜㅜ
오글거리는 석미니 보고가세여!!!
고백머신 이석민 X 진지충 김세봉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