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
(부제:뇌의 화학작용)
w. 체리상
00
내과 닥터인 아버지와 통계학과 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그냥 존나 이과생이었다. 엄마는 곰세마리보다 구구단을 더 먼저 가르쳤고 다른 아빠들이 이건 강아지야 멍멍! 할때 우리아빠는 이건 창자야! 이건 십이지장! 이라며 장기를 먼저 가르쳤다. 그 결과 여학생들이 아이돌을 보며 열광할때 나는 로피탈의 증명에 열광했고 화장품을 하나 둘 모을때 나는 화장품의 성분을 분석했다. 또 나는 어떤 결과가 나타나려면 수학적 정의나 과학적 증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고, 또래의 사춘기 여고생 답지 않게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섰다. 물리에 두근 거렸고 아인슈타인에 관능미를 느끼던 나였다.
01
나에게 사랑이란 뇌의 화학작용일뿐이었다.
그래. 그런줄알았다. 그리고 내 인생을 뒤집어 놓을 사건이 있었다. 모든 일의 화근이었다.
5월은 학교 행사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축제 내일은 체육대회.
모레는 소풍. 일정 누가 짰냐 최고얌! 서술상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덧붙이지만 나는 수학 과학 만큼이나 노는것도 좋아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솔직히 말하면 축제보다는 미적분이 재밌긴하다. 왜냐면 우리학교 축제는 존나 노잼이라서. 애들이 놀줄을 몰라요.
"석민씨 권순영 외 10명의 친구들이 단체무대를 준비했다는데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죠 제가 또 성수고 소식통 이석민 아니겠어요? 승관씨 이번 무대 제가 장담하건데 학교를 뒤집어 놓을 수 있을거 같아요"
"너무 궁금해요! 우리 빨리 볼까요? 권순영 외 10명의 친구들이 준비한 이게 무슨 일이야ㅡ"
"뭐야 저건.." 이라며 보기 시작했던 권순영외 10명의 친구들의 이게 무슨 일이야는 몰래 챙겨 온 블랙라벨에서 내 눈을 떼놓기에 충분했다.
10명의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끝날때까지 나는 권순영만 보고 있었다.
"정한아"
"..?"
"나 사랑에 빠진것같아"
열여덟, 뇌의 화학작용이 삼각함수보다 짜릿함을 느꼈다.
02.
내게 이상형을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피타고라스라 답했다.
내 첫사랑은 대학교에서 만난 공대오빠일것이라고 확신했고 결혼도 이과생과 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랬던 내가 권순영의 춤추는 모습에 반하다니 정말 '이게 무슨 일이야' 다.
나만 몰랐던 권순영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했다.
문과라서 몰랐던거야. 애써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순영아... 왜 내가 널 이제 안걸까.
너는 왜 문과니. 아니, 나는 왜 이과일까 이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란 말인가.
03.
나 진짜 사랑에 빠진게 맞는 것 같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면.
이과 과목이라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기벡시간이었다.
"OOO! 자꾸 딴 생각할래? 평소에 안그러더니 오늘 어디아파?"
내가.. 내가 딴 생각을 하다니 놀라서 쳐다본 교과서에는 온통 권순영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야자시간에는 삽자루 정승제 신승범 삼중택일이던 내가 세시간동안 축제 동영상만 쳐다보고 있었다.
순영아 너는 어떻게 이름도 권순영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황금비율이 이름에도 적용된다면 네 이름은 황금비율일테야
순영아!!!!!!!!
04.
윤정한은 나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
"맞아 미쳤어 권순영한테."
윤정한은 식판을 버리고 최승철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되겠어 나 가서 좋아한다고 할래"
"야 생각을 좀 하고 살아. 애가 이과라서 그런가 알지도 못하는 애가 다짜고짜 좋다고 고백하면 도망안가는게 이상하다. "
"리슨 오빠 말 잘 들어봐. 권순영은 널 몰라.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맞아! 알게 해야지"
"자고로 남자라는 동물은 시각적인 것에 약한법."
순서대로 윤정한 최한솔 홍지수가 말했다.
"시각적인거에 약하면 뭐? 벗고 다니라고?"
"환장하겠네... 아니. 눈에 많이 띌수록 좋다고"
인생에서 연애라는 장르를 접해보지 못한 내가 안타까웠던 홍지수 윤정한 최한솔(이하 홍윤솔)은 매점에서 나를 앉혀두고 연애학 개론 수업에 바빴다.
물론 계산은 내가.
아 진짜 권순영 최고야 꼭 OO가꺼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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