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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11시 11분, 저는 조슈아입니다.

 

 

 

 

 

 

 

 

 

 

 

 

 

[세븐틴/원우] 11:11 | 인스티즈

 

 

슈디 축하해주세요. 오늘은 저랑 원우가 만난지 6년째 되는 날이에요. 음... 6주년이라 그런지 아니면 수능이 다가와서 그런지 원우랑 제가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네요. 그날은 정확히 수능을 일주일 앞둔 목요일이었어요. 저는 그날 마지막 남은 대학교에서 어림도 없는 예비번호를 받았어요. 친구들은 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떡하니 붙어서 승승장구 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싶고, 그동안 열심히 안한것도 아니고 면접도 그럭저럭 잘 본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는지. 비참했죠. 답답하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집에 들어갈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동네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집 앞 놀이터에 쪼그려 앉았어요. 치마 뒷자락이 땅에 닿는것도 모르고 앉아있는데, 누가 놀이터로 들어오는거에요. 원우였어요. 원우는 교복을 입은채로 담배를 물었어요.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저랑 눈이 마주쳤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눈물이 나는거에요. 비록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담배를 물고 있는 불량한 모습이었지만, 눈동자를 보는데 마음이 편해졌거든요.

 

 

 

 

 

 

 

 

합격자 명단에 귀하의 이름이 없다는 문구를 보고도, 같은 대학을 붙은 친구를 보고도, 수많은 위로를 받고도 눈물은 꾹 참고 있었는데 이상하죠. 처음 보는 원우를 보고 눈물을 다 흘리고. 안쪽팔렸냐구요?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흑역사죠. 근데 그 당시에는 그게 문제였어요? 대학에 떨어졌는데. 지금까지도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날이 없어요. 코끝이 시큰거리고 앞이 흐려졌어요. 끅끅거리면서 우는데 원우가 당황했는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 제 옆으로 와서 같이 쪼그려 앉는거에요. 우리 원우가 천성은 참 착해요. 그리고 제가 그칠때까지 그냥 옆에 앉아있었어요. 진이 다 빠지고 지쳐서 그 나른함에 숨을 쌕쌕쉬고 있는데, 원우가 다울었어요? 하면서 손수건을 건네줬어요. 요즘 손수건 들고 다니는 학생들 잘 없잖아요. 참 특이하다 생각했죠. 처음보는 사인데도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원우는 저보다 한살 어린 친구였어요. 그 때 원우는 가정사에, 진로에 대한 고민에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대요. 그 날도 답답함에 놀이터에서 담배나 피워야지 하고 나왔는데 저를 만난거죠. 아주 그냥 일진이었어요 우리 원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저는 재수를 했고, 대학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면서 회의감도 들고 우울하기도 했지만 원우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 원우와 같은 학교에 들어갔어요. 저는 원우를 만난게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하늘이 주신 선물. 슈디, 원우 자랑을 좀 하자면요, 원우는 정말 정말 잘생겼어요. 한쪽에는 쌍커풀이 있고 한쪽은 없는데 그게 또 매력이에요. 사실 안웃고 있으면 조금 무서운데 원우는 웃는게 참 예뻐요. 키도 크고 매너도 좋아요. 항상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원우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보니 주변에서는 한살이긴 해도 어린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냐고 가끔 묻곤 하는데요, 원우는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생각도 깊고 오히려 제가 더 애 같을 때가 많아요. 항상 저를 배려해주고 사랑 받는 기분 느끼게 해주는 원우에게 너무 고마워요.

 

 

 

 

 

 

 

 

처음 대학에 입학하고는 여느 새내기처럼 과 생활에, 엠티, 오티에 적응한다고 눈 뜰새 없이 바빴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원우와 사이가 멀어질 법도 했지만 저희는 그럴수록 서로를 더 소중히 여겼어요. 봄에는 도시락을 싸서 꽃놀이를 다녀왔고, 여름에는 계곡이나 바다로 피서를, 가을에는 단풍을 보러가고 저나 원우는 추운걸 싫어해서 겨울에는 원우 자취방에서 하루종일 붙어서 영화보고, 책 읽고 귤 까먹고 그렇게 지냈어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원우는 입대를 했어요. 기다렸죠, 면회도 가고 다른 커플들이 하는 건 다 해 본 것 같아요. 선임들 후임들 먹을 과자도 보내고 기념일도 챙기고. 원우가 휴가나오면 칠석에 한번 보는 견우와 직녀 마냥, 주어진 시간을 정말 아껴 쓰기도 했어요. 군대 기다려주면 바보다, 제대하면 차인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원우는 제대하고 더 저를 아껴줬어요. 남들이 말하는 꽃신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서 신겨줬구요. 정말 로맨틱하죠?

 

 

 

 

 

 

 

 

 

그런데요 슈디, 저희는 오늘 6년간의 만남에 마침표를 찍었어요. 오늘은 마지막 데이트였어요. 그냥 평소처럼 만나서 팔짱을 끼고,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원우가 갑자기 구두를 주는거에요. 연인 사이에 구두 선물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요. 그런데 모르는 척 했어요. 애써 밝은 척, 그냥 평범한 선물인 척. " 원우야 너무 예뻐. 오늘 무슨 날이야? " 하면서 구두를 바꿔신었어요. 원우는 할말이 있는 듯, 입을 떼려다가 말았죠. 그렇게 카페에서 나와서 평소처럼 밥을 먹고, 번화가를 거닐며 구경했어요. 아무렇지 않은척 하면서요. 해가 지고, 공원에 앉아 있는데 어색한 침묵만이 돌아요. 이제 원우가 무슨 말을 할지 아니까 눈물이 절로 나는데, 그때서야 발이 너무 아픈거에요. 여성분들은 다 아실거에요. 새 구두 신으면 발 뒷꿈치가 다 까지고, 발에 물집 잡히고 진짜 아프잖아요. 그것도 모르고 하루종일 새 구두를 신고 있었던거에요. 미련하게. 그걸 또 봤나봐요, 원우가. 갑자기 한숨을 쉬면서 어디론가 뛰어가요. 밴드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왔나봐요.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발에 밴드를 붙여주는데, 왜 마지막까지 그렇게 다정한건지. 미워 할수 있게 모진 말이라도 뱉어주지. 또 자기 없어도 밥 잘먹고 다니라는 둥, 울지말라면서 눈물도 닦아주고, 더 좋은 사람 만나 누나. 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낯설어 보이던지. 항상 연하라는 것에 콤플렉스가 있었는지 원우는 항상 저를 OO야 라고 불렀거든요.

 

 

 

 

 

 

 

 

 

 사실 원우가 변한것도, 서로가  많이 지친것도 알고 있었어요. 모른척하고 싶었나봐요. 6년이면 오래 만났죠. 저는 실증을 쉽게 내는 사람인데, 원우를 만나는 6년동안은 한번도 실증이 난적이 없어요. 신기하죠.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6년간 원우는 제 전부였는데. 하루만에 잊을 순 없겠죠. 천천히 잊어가다가, 가끔 원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오는날도 있을거에요. 몇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우겠죠. 마음같아선 원우가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후회하고 있다면, 미안해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언제나 괜찮으니 꼭 돌아와달라고 그렇게 전해주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네요 헷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는 현생에 너무 치였네요ㅠㅠ

날이 춥습니다 옷 따뜻하게 챙겨입으세요.

 

 

 

이무일 텍파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여러분 기억에서 잊혀질때 쯤 메일링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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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엉엉 아 진짜 넘 슬픈거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 사귀고 있다 이런 스토리 생각 하고 있었는데 뒷통수 맞은 느낌..? 그래도 자까님 글 넘나 좋은것...♥ 저도 현생에 계속 치이고 있습니다.. 좀 있으면 기말..ㅋㅋㅋ 울어야겠어요.. 심지어 감기도 걸려서 넘나 힘든 현생...( 운다 ) 잘 보고갈깨요..!
7년 전
독자2
잠만보입니다:) 너무나 힐링되는 슬프지만 따뜻한 글입니다!! 늘 감사해요:)
7년 전
독자3
뭐예요 작가니무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봬서 너무 반갑고, 글도 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요ㅠㅠㅠㅠㅠㅠㅠ 끝까지 다정하고 어찌보면 정말 아름다운 이별이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네요...ㅠㅠㅠ(녹차마루임당
7년 전
독자4
11020719에오 ,, 진짜 정말 오랜만인거 같아요 넘 반가워요오오 갹 보고싶엇단말이에오 >_< ..!!! 진짜 원우는 끝까지 다정하네오 막 마지막에 나쁘게대하기라도 하면 좀 덜 마음이 상할 아니야 그냥 원우랑헤어지는건 다 슬퍼 엉엉엉 ... 잘 읽구가유 ... 사랑해오 작가릠 .. ❤️❤️❤️❤️
7년 전
독자5
ㅠㅠㅠㅠ 오랜만이네요 ㅠㅠ 원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했네요 ㅠㅠ 울때 옆에 앉아서 기다려주고 헤어질때도 좋은 말만 하고 ㅠㅠ
7년 전
독자6
민세입니다! 으어ㅠㅠㅠㅠㅠㅠㅠ 눈물날 것 같아요... 저렇게 다정하고 멋진 남자가... 정말 마지막까지 멋있네요ㅠㅠㅠㅠㅠ 이렇게 감성적인 좋은 글 함상 감사드려요♡
7년 전
독자7
류다입니다! 이런ㅜㅜㅜㅜㅜ 이런 다정한 남자... 첫만남에서는 다정한게 좋았는데 마지막까지 다정하면 매정해지지 못하잖아 원우야 ㅜㅅㅜ..... 우리 원우 최강 다정 보스라서 못 미워해 내가 어떻게 감히...ㅜㅅㅜ 너무 찌통입니다...★
7년 전
독자8
아이고ㅜㅜㅜㅜㅜㅜㅜ다정한데 너무 마음 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아 진짜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9
늘부예요 헐 마지막 만남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 돼요... 잘 만나고 있었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오래 만나서 그런 건가요... 군대 다녀온 거 빼도 4년은 족히 됐을 테니까...
7년 전
독자10
헙....ㅠㅠㅠㅠㅠ설레면서 읽고잇엇능데...ㅠㅠㅠ이별이라니...ㅠㅠㅠ
7년 전
독자11
안돼 너누야ㅠㅠㅠㅠㅠㅠ 헤어지지마 안돼 ㅜㅜㅜㅜㅜ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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