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김남준
6
사람을 납치하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은 미쳐 죽을까.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겠지. 아니면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아양을 떨까. 아님 미친 정도를 뛰어넘어 나를 사랑하려 할까. 그렇지만 역시 사람은 자기 보존의 본능이 강하니까 자유를 잃고 싶진 않을거야. 내가 그 사람을 관찰하는 것은 재밌는 일일까, 생각보다 지루한 일일까. 따분한 일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재미없었으니까. 이리저리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머리가 너무 아프다. 역시 그냥 가둬서,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방 안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없애버리는 거야. 그리고 밥은 하루 세끼, 원한다면 간식도 줘야지. 매일 울면 어떡하지. 울다가 쓰러지면 눈가가 붉어지겠지. 하지만 그 모습조차 예쁠거야. 혹시나 나를 사랑해준다면 결혼해야겠지. 결혼을 하면, 아이는 둘을 낳아서 외롭지 않게 해줘야지. 웨딩 드레스를 입으면 난 그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을지도 몰라.
7
김남준은 어릴 적부터 김석진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고, 점점 무뎌지게 되었다.
김석진이 가진 악(惡)을 무신경하게 받아들였고, 단지 본인은 '저러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지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김남준에게 악(惡)이 생겼다.
8
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조심스럽게, 가져야 돼.
9
으.
악몽을 꿨다. 이상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남준은 식은 땀을 닦고 거실로 나갔다.
아직도 업무를 보고 있는 건가, 그녀가 보인다.
아, 잠이 들었군. 집에 안 가도 되는 걸까?
조심스럽게 다가가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구경했다.
「내, ..... 어, ... 그... 자.」
갑자기, 악몽 속에 장면이 떠오른다. 머릿 속은 엉망 진창이 되어버리고, 귓 속으로 노이즈가 흘러들어온다.
잠에 빠진 그녀. 저 하얀 목덜미를 손에 쥐고, 그 다음에...
남준씨?
...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아... 아니에요.
땀을 흘리시는데.. 병원에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괜..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전 이만 가볼게요. 사장님이 지금 주무셔서, 갔다고 전해주세요.
늦었는데, 데려드릴까요. 아님 기사라도..
괜찮아요. 부모님이 마중 나오신다고 하셨어요. 안녕히 계세요.
환상이었다.
그녀가 간 자리의 덩그라니 남겨져 있는 남준은 머리를 짚었다.
이상해. 내가 왜 이러지.
그녀가 자는 것도, 이상한 악몽이 생각난 것도 환상...
10
마구잡이로 일을 했다. 수학, 과학, 언어 가리지 않고 모든 의뢰를 받는 즉시 족족 처리했다.
역시, 너무 일을 안해서 그런가 이상한 꿈을 꾼 거였어.
남준은 어째서인지 안심했다.
띵동.
누구지?
성이름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사업 계획서를 탁자에 놓고 간 것 같아서... ...
또 다시 머리가 이상한 것들로 가득찬다.
나는, 어떡하지.
성이름씨.
나는, 당신을 보면, 나쁘게 변해버려요.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남준이 생일 기념 올렸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