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김석진
11
「사장 김석진씨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이고, 동등한 위치에 선 저 또한 감히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이 회사에 입사시켜주신다면 경영 컨설턴트로서
사장 김석진씨에 대해 명쾌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2
안녕하세요. 사장 김석진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아, 네. 전 성이름이라고 합니다.
석진이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건넸다.
성이름이는 면접 때 당차게 말했던 것과 달리 어버버하며 다부진 손을 잡았다.
'작다.'
'그리고 따뜻해.'
사장님?
아, 미안합니다. 내일부터 출근하면 되고, 오늘은 업무에 대해 소개해드리죠.
13
그녀가 돌아가고 나서, 그날 밤 석진은 늦은 밤까지 회사에 남아 자리를 지켰다.
그녀에게 합격이란 승산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올곧았다. 자신과 다르게, 대나무같은 절개가.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자신에 대해 평가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오만방자하게 굴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석진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인생에서 손꼽힐만한 당황을 했다.
나를, '진짜'로 봐줄까?
14
출근시간까지 대략 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부지런한 그녀는 일찍이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회사 진짜 넓고, 깨끗하고.. 좋다.
아직까지도 어색한 오피스 정장.
목 부분에 정갈하게 리본이 매어있고, 와이셔츠는 완벽하리만큼 깨끗했다.
골반의 곡선미를 보여주는 치마는 검은색이었다.
검은 스타킹에, 3cm의 높지 않은 구두.
일찍 나오셨네요.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부지런하시네요.
이름씨야말로 부지런한걸요. 왔네요. 엘리베이터.
두 남녀가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다.
덜컹.
사장실은 15층에 위치한다.
아씨, 왜 이렇게 늦게 올라가는 것 같지. 이 공기 무거워. 무서워!
성이름이는 속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김석진의 기업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사장과 동등한 자격으로 들어오는 것.
그러나, 그래도 그녀가 느끼기엔 본인은 신입이었다. 사회 초년생이나 마찬가지.
성이름씨.
...
이름씨?
..네, 네?
헉.
가깝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 잘생겼다.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이었구나.
핏줄이 세워진 남자다운 손이 풀어진 리본을 매어주고 있었다.
속눈썹 엄청 길다. 나보다... 부러워.
다음에도 리본 풀어지면 좋겠네요.
...네?
15
성이름이는 지금, 아주, 매우,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다.
나 왜 지금 이러고 있을까. 언제부터였지. 대체 뭐하다가.
분명히... 어제는 처음으로 야근한 날이었다.
야근하는 나를 위해 사장님이 몸소 맛있는 도시락도 사다주셨다.
그리고.. 마저 업무를 봤고..
결재를 받기 위해 그의 방에 노크를 했다.
아무 소리가 없길래 들어가보니, 그는 의자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었다.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고 나서, 또 업무를 계속 했다.
그러다 너무 잠이 쏟아져 잠깐 엎드려 잔다는 게 오늘 아침에 일어난 건데...
문제는, 왜 지금 나는 사장님과 한 소파에서 같이 누워 있는가?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재밌게 봐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