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밤 열한시입니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태풍이 불었어요. 사건사고도 많고, 많이 당황스러웠을텐데 건강은 괜찮으신지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그런 마음에서 오늘은 밝은 분위기보단, 평소 열한시분들이 좋아하는? 네, 살짝 무거운 분위기로 갈 것 같아요. 마침 오늘 온 사연도 조금은 무언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연입니다."
"익명으로 보내주셨어요, 학생이신지 시험에 대한 글이네요. 저도 시험을 보던게 엊그제 같은데..네, 거짓말은 그만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민DJ님, 저는 얼마전 시험을 치룬 학생입니다. 어느 학생이나 다를 바 없겠지만, 저는 유독 이번 시험이 많이 떨리고, 불안했습니다.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걱정이 되고, 웬만큼 공부를 했다고 여기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목표를 세웠다가, 잃었다가, 찾았다가 다시 무너지는. 심지어 시험 당일날은 스스로가 너무 떨려서 무슨 정신으로 시험을 본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험, 그리고 결과로 스스로가 증명되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도태될까 혹은 조금이라도 못나보일까 스스로가 두려운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기더라도 그 여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불안함으로 가득 채워버려 시간이 흐를 수록 두렵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두렵고 떨리는게 저만 그런건지, 아니면 무슨 방법이 있는건지. 답답한 마음에 사연을 보냅니다, 라고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마지막엔 위로가 될 수 있는 노래도 신청해주셨네요."
"시험, 그리고 결과. 특히 우리 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높게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죠. 물론 과정을 보는 것도 있지만 운좋게 기회가 주어지거나, 이미 결과를 드높게 보인 사람에게 주어지는, 조금은 모순적인 사회죠. 어쩌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취직, 그리고 그 후까지 저희는 끊임없이 시험을 보고,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하루하루 아등바등 사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여유를 가져봤자 현실은, 일단 내 주변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그러한 생각은 잘못된게 아닙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이 열과 성을 다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 자존감을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그 반대도 있겠죠. 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대체 얼마만큼 더 열심히 해야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걸까. 내게 그런 시간이 오기는 할까. 물론 저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이 없으신 분은 거의 없을꺼라 생각해요. 일단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보다 더 나은, 더 행복한 상태로 만들고 싶은 본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도, 이번 사연을 보낸 열한시는 그 시험이 앞으로 닥칠 미래에 중요한 한 부분일거라 생각하실 것 같아요. 잘해야 하고, 실수 해서는 안될. 책에서나 어디 구절에서나 사람에게 실수를 해보아라, 도전하고 실패해보아라 하지만 우리들은 그 실수와 실패를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막상 넘어지면 어떻게 일어서야 할지, 왜 주변에 손잡아주는 사람들은 없고 다 나를 앞서 달려나가는건지, 알고 있는게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이번 시험도 그랬겠죠 우리 열한시는? 실수해선 안되고, 넘어지더라도 무릎을 털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그렇게 일어나야 했던, 그랬던 시험이었겠죠?"
"그렇게나 떨었던, 누군가에게 위로를 얻고 싶었던 그 순간. 그런 말이 있잖아요, 순간이 모여서 삶이된다. 저는, 그 떨리고 불안한 순간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내내 평화스러울 수 없어요. 그 불안함이 당장 나에게 시련을 주고, 장기적으로 봐도 희망을 주지 않아도,그러한 순간을 겪으면서 스스로 깨닫는 것 같아요.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건없고,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은. 삶이란 그런 거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는. 물론 끝없는 좌절은 비극을 줄거에요.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고, 사랑을 만들 수 있어요. 외로움에도 사랑이 있듯이, 사람은 어떤 상태이건 어떻게든 무언가를 이겨낼 힘이 있고, 아등바등 살아갈 수 있죠. 저는, 그걸 이겨냈다고 깨달은 순간 멍해지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보단 그저 멍한, 그러다가 무언가 스며들듯이 나를 적시죠. 내가 그런 상황들을 이겨내고, 그러한 순간들을 스쳐지나가 또 다른 곳에 다다랐구나. 성장했구나."
"아, 오늘은 평소보다 말이 긴가요(웃음). 작가님이 슬슬 눈치를 주고 계세요. 결국 제가 하고싶은 말은,
수고했어요. 어떤 결과이던 당신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거에요. 그 결과가 어느새 당신을 결론짓더라도 스스로 알 수 있을거에요. 저 결과들이 나 스스로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아, 마지막으로 위로되는 노래 추천해달라고 하셨죠? 열한시? 음, 뭐가 좋을까요. 어떤 노래가 과연 열한시의 마음을 터놓게 할까요.
추상적일지도 모르지만, 종현의 하루의 끝. 제목부터 포근한 느낌이에요.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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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댓글로 애플릭님이 조그맣게 달아준 글로 살짝 각색을 해서 써봤는데 횡설수설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슬프네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제 글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굉장한 고마움이 있어요, 뿐만 아니라 제 글은 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죠.
저렇게 생각하자, 이겨내자, 살아내자.
제 글에 위로를 받았다며 한웅큼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보면 너무 고마워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길게 생각이 남지 않아도, 순간순간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큼 기쁜게 없을 것 같아요.
따뜻하게 읽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