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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梅花)







"날이 춥습니다."



하엽이는 반란의 중심에 서있는 제 아버지의 미래를 모를 만큼 미련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몰래 사라지는 노비들의 도망침을 눈감아 줄 정도였다. 답지 않게 어진 게 그녀의 탓일까. 나서지 못하는 시대에서 앞길을 바라보는 그녀의 안목은 이미 그녀의 끝을 향해 있었다. 반역자인 아버지의 밑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하나,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현명함과 더불어 백성들에게 칭송받는 왕 때문에 먹고 살기가 곤란해진 신하들은 하나같이 왕을 깎아 내리려 하다 욕심을 부렸고, 하엽이의 아비도 다를 바가 없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매화(梅花) | 인스티즈


"무슨, 근심 있으십니까?"



윤기는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였다. 맑은 미소가 하엽이의 감정을 내리쳤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잃게 되겠지. 하엽이는 밤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허나 윤기는 하염없이 달만 바라보고 있는 아씨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무서울지 알면서 저렇게 담담한 건지 하루가 다르게 애가 탔다. 어느 순간에 의금부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하엽이는 도리어 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하루 종일 본가에 자리했다. 이미 다른 家들은 도망가기에 바빴고 윤기 또한 채비를 해놓은 상태였으나 아씨는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찻잔이 식은 지도 오래되었다.




"아버지가 오늘 보시자고 하는구나."

"……."

"분명 먼저 몸을 피하라고 명하시겠지. 그럼 난 결국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되겠구나."

"……."




그럴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아씨. 윤기는 조용히 읊조렸다. 차라리 자신을 도망치게 해달라고 아씨가 부탁해준다면, 하고 윤기는 간절히 바랬다. 아씨를 향한 마음을 접기도 전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윤기는 차라리 아씨와 함께 도망가고 싶었다. 구하고 싶은 여자였다. 허나 아씨는 제 자신을 구해달라고하지도, 도망치게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죽음을 기다리며 윤기를 천천히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나,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은 똑같겠지. 내 죽음이 보잘 것 없어도 괜찮다"

"……."

"어차피 떠돌 생에, 무엇을 바라겠느냐"

"제가 곁에 있어드리겠습니다. 보잘 것 없다니요, 아씨가 보잘 것 없다니요."

"……."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겠습니다.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엽이의 고개가 살짝 저어졌다. 윤기는 절망스러웠다. 제발, 자신에게 같이 도망치자고 말해준다면. 한 마디만 해준다면 아씨를 데리고 당장이라도 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날 이후로 생기가 사라졌던 하엽이에게 윤기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사라지려 하던 아씨가 진정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매화(梅花) | 인스티즈


"애초에 원하는 것이 없는 삶이다."

"아직 제겐, 제겐 남아있습니다"

"……."

"저를 위해서라도 살아주시면 안됩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정 마지막으로 내뱉는 윤기의 진심이었다. 윤기의 표정엔 진심이 서려있었다.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웃질 않으셨습니다. 아씨의 탓이 아닌 건 다 알고 계시지요. 그 누구도 아씨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아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



어차피 끝이 있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윤기는 고개를 떨어트렸다. 반란의 주동자였던 '명서家'의 아들이 처형을 당했던 당시, 하엽과 혼인 약속이 되어있던 사내는 하엽이의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치렀다. 아무리 부당함을 고해도 모른 체 하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반하던 하엽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어떤 아버지라도 제 자식이 죽는 것을 원할 리 없었다. 그 날 이후로 하엽이는 거의 죽은 사람처럼 생을 살았다. 곁에 남아있는 윤기는 하루가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는 하엽을 붙잡으려 애를 썼다. 지나가던 꽃조차 쉽게 지나치지 못했던, 어려운 사람은 꼭 도와야 성이 찼던 하엽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도리어 자신의 죄를 고하려 밖을 나갔다 화만 뒤집어쓰고 본가에 갇힌 하엽이만 존재할 뿐이었다. 하엽이의 아버지에게 하엽을 데리고 도망가라는 명을 받았던 밤이었다.



'혼자 가거라. 난 가지 않을 것이다.'

'아씨. 대감님의 명,'

'네겐 하나뿐인 어머니가 있지 않으시냐. 내겐 아무도 없다.'

'…….'

'나중에, 만약 나중에라도 여기에 오게 된다면.'

'…….'

'나를 그 사람 곁에 묻어주면 안되겠느냐? 내 마지막 부탁이다.'

'…….'




윤기는 그날 밤 이후로 하엽이에게 본가를 떠나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하엽을 두고 가는 일은 절대 없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매화(梅花) | 인스티즈



"아씨, 도망치셔야 합니다. 바깥 소리가 예사치 않사옵니다."

"……."



초조하게 하엽을 바라보는 윤기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있다간, 정말로 제 눈앞에서 사라질 아씨였다. 윤기는 주먹을 곧게 쥐었다. 가만히 앉아있던 하엽을 들어 어깨로 받친 윤기는 그대로 뒷문으로 향했다. 이미 대문에 의금부가 들이 닥친 상황이었다. 하엽이는 어서 내리라며 소리쳤지만 윤기는 거역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아씨가 사라지는 것은 볼 수 없었다.



"제겐 어머니만 있는 게 아니옵니다. 아씨도 계십니다."

"……."

"아씨에겐 아무도 없을지라도, 제겐 아씨가 계십니다."

"……."

"부디 살아주십시오.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윤기의 거친 숨소리가 하엽을 잠식시켰다. 그 후로 하엽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윤기의 간절한 진심이 닿아서일까. 산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하엽을 내려놓은 윤기는 눈물로 이미 점철되어있는 하엽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윤기는 가만히 하엽이의 눈물을 쓸어내렸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셔야합니다. 쭉 가시면 아씨를 기다리고 있는 사내들이 있을 것이옵니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친구이니, 아씨를 해칠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같이 가야한다. 왜 혼자 가는 것이냐"

"전 여기서 조금 있다 가겠습니다. 먼저 올라가시면 따라 올라가겠습니다. 어서 가셔야 합니다. 어서요."

"……."

"아씨. 어서 가세요. 산 속에 있는 게 곧 알려질 겁니다."

"안 된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매화(梅花) | 인스티즈


"무서우신 겝니까?"



어서 가세요. 윤기는 하엽이의 등을 살짝 밀었다. 하엽이는 갈 수 없다는 듯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윤기 또한 마찬가지 였다. 절대 아씨를 이곳에 두면 안되었다. 곧 의금부 병사들이 들이닥칠 것이었다. 빨리 아씨를 보내고 최대한, 최대한 아씨에게 병사들이 도착하지 않게 이곳을 막아야 했다.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겐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씨도 계시다는 걸. 꼭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따라가겠습니다."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곧 병사들이 올 텐데 네가 여기 있으려는 거 아니냐! 네가 어찌 버티겠느냐. 나도 곧 따라잡히고 말 것이다. 같이 가자. 같이 가서, 싸워도 되지 않느냐"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저도 바로 갈 것입니다. 이래봬도 저,"

"……."

"아씨 지킬 수 있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윤기는 조심스레 새끼손가락을 하엽이의 눈앞으로 건넸다. 이미 눈물로 흥건한 하엽이의 눈동자엔 윤기의 새하얀 새끼손가락이 보였으나, 차마 약속을 해버리면 정말 윤기가 오지 않을까봐 두려워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윤기는 반대 손으로 하엽이의 손을 붙잡아 제 새끼손가락과 연결시켰다. 어서 가시지요. 결국 하엽이는 발을 움직였다. 앞을 향하고 있지만 고개는 윤기를 향해 있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매화(梅花) | 인스티즈


"그러다 넘어지시옵니다."




결국 앞만 보며 달리고 있는 하엽이의 뒷모습을, 윤기는 한없이 바라보았다. 이게 제 자리입니다. 애초에 아씨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나중에라도 이곳에 찾아오신다면

저를 아씨 뒤에 묻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제 마지막.

진짜 마지막 부탁입니다.

.


.




이 후 산 속 입구 느닷없이 서 있는 큰 매화나무에 하루 내내 나무 곁에 서서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 들려오는 소식은 많지만, 그 여자는 그 나무를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곳을 떠나지도 못한다고 하여 사람들은 그 여인을 매화라고 부른다고 한다. 






-

와...드디어 말도 안되는 제 글이 끝이 났네요,

듣고 계시는 비지엠도 제목이 매화에요! (뻘)

순애보이면서도, 윤기만의 매력을 나타내고 싶었는데 뭐 이건....그냥...글이네요..

사실 글을 쓴 이유는 신알신을 보니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알신을 하셨더라구요! 제 주제에! 몇 분 안되는, 손에 꼽히는 분들에게 

제 글을 선물해요. 비록 퀄리티가 너무나도 낮지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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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아련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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