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나는 뻐근거리는 목을 움직이며 골목을 터덜터덜 걸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플랭카드로 수능기원, 등등의 문구들이 보이자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커피의 단내가 났다.
"이제 오냐?"
어,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쟤는… 나는 가로등 밖으로 실루엣만 간간히 보이는 사람을 보려고 눈살을 찌푸렸다.
"거, 공부 되게 열심히 하네. 그러다가 너 머리 빠진다?"
남의 집 담에 기대고 있었던 터인지, 읏차 하고 등을 터는 소리와 함께, 가로등 아래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애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코가 빨간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 처럼 보이는,
"아저씨?"
놀라서 쳐다보자, 옆집 아저씨는 두꺼운 외투 주머니는 뒤적거리더니 에이씨- 라고 작게 말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초코우유를 내밀었다.
"원래 따듯했었는데- 그냥 먹어라. 이거랑."
나는 눈을 깜빡이며, 캔으로 된 우유를 받고, 끝도없이 주머니에서 쏟아져 나오는 초콜릿과, 엿을 받았다.
"내일 아침에 못 줄 거 같아서야 임마. 열심히 해."
툭- 하고 머리위로 올려진 커다랗고 차가운 아저씨의 손.
"너 맨날 나한테 공부 잘한다고 자랑했잖아."
"그거 뻥인데…"
나와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골목을 걷고 있었고, 내 손 안에 있는 아저씨가 준 초콜릿이 부스럭 거리고 있었다.
"어쨋든, 잘 보라고. 수능 끝나고 대리고 갈게."
아저씨가 왜요? 란 식으로 올려다보자, 아저씨는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튀기며 씨익 웃었다.
"네 어머니의 부탁이다."
아저씨가 준 초콜릿은 여전히 부스럭 거리고 있었고, 나는 아저씨가 튀긴 이마를 문지르며 아저씰 노려보았다.
"힘내라, 꼬맹아."
어느세 나는 집으로 도착했고, 아저씬 한번 더 내 머릴 헝클어 뜨리며 걸어갔고, 아저씨가 준 초콜릿은 부스럭 거리지 않았다.
[이대훈]
"누나, 누나는 잘 할거야." 나는 영어 단어장을 쳐다보다가 대훈이를 쳐다보았다. 그런 대훈이는 날 한참동안 쳐다보더니 날 꽉 끌어안았다. 눈을 깜빡이며, 갑작스럽게 안아온 대훈이의 몸 무게에 설핏, 몸이 흔들렸다. 하지만 등에 멀지않은 벽에 닿았다. "대훈아…" 조심스럽게 단어장을 쥔 손으로 대훈이의 등을 도닥이자, 대훈이는 그제서야 몸을 떼고선 날 쳐다보았다. 슬쩍, 얼굴에 닿는 대훈이의 손길. 계속해서 영어단어 외우고 있던 모습만 보고있어 할게 없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이 따듯하기만 했다. "살 많이 빠졌네." 살 찐 줄 알았는데. "누나 대학 가서, 다른 남자들 안돼. 대학 가서도 나랑 헤어지면 안돼, 알겠지?" 나는 그런 대훈이를 쳐다보며 살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대훈이는 한참동안 날 다시 쳐다보더니 날 다시 꽉 끌어안았다. 따듯하고, 듬직하고, 커다란 대훈이는 내 등을 끌어안았다. 대훈이의 특유 향기에 눈을감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누나는 별 탈 없이 잘 할 수 있어요."
사랑하는 고 삼 독자 여러분 수능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