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왜, 내가 말했었잖아, 사귀는 여자 있었다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윌 쳐다보았다. 무엇을 크게 하지 않았음에도 숨이 막혀와 답답했다. 꿈이야, 괜찮아, 꿈이야.
괜찮아…
덜덜 몸이 떨리고 그의 생생한 표정이 떠올라 두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그를 사랑하면 모든것이 다 되리라 생각했다. 그를 사랑해서 그만 바라보며, 그의 시댁부모님들께 잘하면, 그를 내조하면, 그가 편히 생활 할 수 있도록 해주면, 그의 뒷바라지를 다 해주면,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나와 결혼하기 전 여자와 끝내고 나에게 집중해 줄거라 생각했었는데 내 착각이고 오만이였다.
그는 여전히 전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를 사랑하면 다 될 줄 아는데 아니였다.
"하, 바보같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쪽으로 걸어갔다. 아직 새벽…. 해는 언제 뜨는 걸까, 어두운 밤이 싫다. 그와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의 그 악몽이 떠올랐다.
그가 나쁜건 아니다. 언제나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있고싶어하니까…
그는 방 한개를 잡았지만,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짐을 다 정리해도, 분위기 있게 차려낸 음식을 준비해도, 씻고 나와도, 침대 위에서 쪼그려 한참동안 기다려도, 티비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쏟아내는 영화를 봐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악몽을 꾸었다.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넌 아니야'
'니가 내 옆이 아닌데.'
'넌 여기에 있으면 안돼.'
'말했잖아, 널 좋아하는 그 감정 한 조각도 없어.'
'울지마, 진짜… 하,'
멍하니 서울의 정경은 새벽이 되어도 반짝반짝. 주먹을 꽉 쥐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와 커플룩을 맞추었지만 그의 것은 옷장에 있다.
반짝반짝,
그렇게 빛나는 미래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미래엔 내가 아닌 그 여자가 존재했다.
어찌보면, 내가 나쁜 사람이다.
그 여자와 그의 사랑을 방해 한 것은 나일 테니까.
한참을 그의 서재에서 머뭇거리다가 똑똑- 두드렸다.
"성용씨, 아침이에요…."
앞치마를 쥐었다 놨다 하며, 가만히 그가 '어.' 라고 대답해주길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조용하기만 한 서재. 혹, 아직 못일어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지만 벌써 갔겠지 하고 생각하며 금새 손을 뒤로 감추고는 물러났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누가 발을 들여 놓는 걸 싫어한다.
그것이 나라면 더더욱.
한참동안 방에서부터 풍겨나오는 그의 체취에 가만히 있는데, 눈 앞에 벌컥, 문이 열이고 그의 발이 보였다.
주춤, 놀라 몇걸음 뒤로 물러나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 저기, 먼저 나가신 줄 알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가만히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입 안살을 깨물고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저, 괜한 앞치마를 세게 움켜쥐었다.
"시간 되시면… 아침밥은 드시고…"
그러면서도 내 눈이 살짝 열려있는 서재로 갔다.
그 여자가 챙겨준 물건들이 간간히 보였다.
아…
괜히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오는 듯 했다.
"시간 없어, 오늘은 먼저 자, 어제처럼 기다리지 말고."
그가 문을 닫고, 그의 향도 끊기고, 그가 내 앞으로 지나갔다. 오늘도 차게 식어버릴 아침상.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오늘 안들어 오시나요…?"
그가 걷다가 말고 다시 걸으며 '어.' 라고 대답해 주었다.
왜요…?
그분, 만나러 가는 날 이에요…?
나는 참 나쁘죠.
그 분은 제게 죄책감을 갖는데 나는 자꾸만 그 분이 미워요.
당신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그 여자가 밉고, 부럽고, 짜증나고, 화나고…
쾅-! 하고 문이 닫히고 나는 그의 서재에 등을 기대고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혹시 그가 밖에서 내 울음소리를 들어 짜증나 버릴까, 소리 죽여서 어깨를 들썩였다.
차라리 그 여자가 나쁘기라도 했더라면….
넓다란 집 청소를 다 끝내자 전화가 왔다.
"예, 여보세요?"
'아가니? 나다.'
덜컥 벌써부터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예, 어머니."
'이번에도 아직이니?'
아…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온 대답은 그것 뿐이였다. 그리고 내 반응에 대한 어머니의 대답은 쯧쯧, 혀 차는 소리. 찔먹찔먹 어머니의 혀 차는 소리에 맞추어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네 몸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니? 왜 아직도 애가 안들어서? 응?'
"죄송합니다, 어머니. 병원에 한번 가볼게요…."
'쯧- 되었다. 이번에 보약한번 지어 보낼테니 우리 성용이나 먹이거라. 끊는다.'
"예, 어머니 몸 조리 잘하시고…!!…끊겼네…."
하─ 길게 한숨을 내쉬고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사실상 그와 한번도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나도 보고싶었다. 나와 그의 아기를. 하지만, 그는 거부했고, 진절이가 나도록 싫어했으며, 제발 이러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결혼 초기엔, 오만했던 내가 그의 앞에서 씻고 나와 거실에 책을 보고 잇는 그의 앞에 서서 가운만 걸친 체, 가운을 벗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본 체 일어나며
"아무 반응도 없어, 근데도 널 안으라고?"
가운을 다시 입혀주며
"다신 이런짓 하지마, 알았어?"
라고, 단단히 경고를 먹었었다.
그 뒤로, 다음부터 그에게 요구는 물론, 아무말도 없이 한달이 지나간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아무말도 드릴 수가 없었다. 아기…
내 배에 손을 올려 보았다. 가질 수 있을까… 내 배가 불러보긴 할까… 한참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한참동안, 반짝반짝 빛났던 미래에 한 조각을 생각해 보았다.
예
짝사랑하는 여주입니다
성용이가 마음은 naver 안열리는건 아니겠져?
....헣헣..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그럼이제 기숙사로
ㅃㅛ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