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시계가 11시 59분에서 12시로 바뀌었다. 5월의 마지막 날은 OO의 생일이었다. 12시에 보내면 너무 기다린 티가 날 것 같아서. 한 시간만 있다 보내자, 한 시간 더 있다 보내자 한 것이 벌써 11시였다. 그것도 밤 11시. 원우는 어이가 없어 픽, 웃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번이고 생각하고, 다시 또 몇 번을 곱씹어야만 적성에 풀렸다. 11시가 넘어서도 할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 11시 50분. 생일을 10분 남겨두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사실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 말고도 더 예쁘고 좋은 말을, 원우의 진심을, 그러니까 7년째 너를 좋아하고 있어-라는 말을 하고 싶은 욕구를 다섯 글자에 꾹꾹 눌러 담아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졌다. 스물다섯의 원우는 아직도 열여덟 사춘기 소년이었다. 원우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그날을 떠올렸다. 원우가 그녀에게 반했던 날. 지난 7년간 한번도 잊어 본 적 없던 그날을.
8년이라는 시간은 上
원우는 그 전날까지도 문학을 제일 싫어했다. 수학이 싫어서 문과에 왔지만 차라리 답이 명확히 떨어지는 수학이 더 낫다고 느꼈다. 3교시 문학 시간이었다. 창가로 햇살이 들어오고 봄바람도 불었다. 봄 바람이 나른했다. 문학은 초임이었다. 이 학교의 선생 답지 않게 젊었고, 직업정신이 투철했으며, 뭐든지 열심히 했다.
"자, 맨 뒷사람까지 다 받았지?"
원우는 문학이 쓸 데없이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시는 교과서나 모의고사에 나오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굳이 프린트까지 나눠주며 풀이에 힘쓰다니.
"7반에서 제일 예쁜 학생이 읽어보자 "
모두가 문학의 어이없는 말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일어섰다.
"선생님 그냥 저라고 하시지. 제가 제일 예쁘니까 제가 읽겠습니다."
OO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어려있었다. 반전체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김춘수 꽃"
제목을 시작으로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너무 유명한 시지? 김춘수 시인의 꽃. 아마 이 시를 좋아하는 여학생도 있을거야 "
수업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OO의 까맣고 긴 머리가 봄바람에 날렸다. 원우는 OO의 목소리가 참 간질간질하다고 생각했다. 예쁘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원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첫눈에 반했음을.
원우는 문학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문학선생님이 OO에게 계속해서 시 낭독을 맡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또박또박한 발음이 좋았고, 깨끗한 목소리가 좋았다. 봄바람에 날리는 OO의 머리칼도, 문학선생님이 나눠 준 시도 좋았다. 시덥지 않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시들이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원우의 책상위에는 학생진로희망 조사서가 놓여있었다. 희망진로와 희망학과를 적는 종이.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 작년에는 광고홍보학과와 마케터라고 적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다. 비워둘 순 없어 올해도 그렇게 써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문학하는 남자가 좀 멋진 것 같아"
OO의 목소리였다. 원우는 펜을 들어 빈칸에 희망진로에 국어교사, 희망학과에는 국어교육학과를 써넣었다. 거침없는 손길이었다.
원우는 문예부에 가입했다. 직접 문예부 담당 선생님까지 찾아가서까지 부탁드렸다. 다행히 담당선생님께서는 흔쾌히 받아주셨다. 문예부학생들은 시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문예부장의 히스테리도, 버릇 없는 후배들도 귀엽게 넘길 수 있었다.남보다 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원우는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야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고 물었다. 원우는 시를 쓰고 싶었다. 짧은 글 속에 알맹이가 정확한, 그녀의 모든것을 담아 낼 수 있는 예쁜 시를. 원우에게는 저도 몰랐던 감각이 있었다. 물론 노력을 수반한 재능이었지만.
운명이었다. 그녀와 짝이 된 것은.
저 뒷자리에서 OO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게 더 좋았다.
OO는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플로럴계열의 향수를. 봄 바람이 불면 향기가 원우의 코 끝을 스쳤다. 원우는 그 이름 모를 향수를 OO의 향이라고 기억했다. OO는 클래식을 전공했다. 아침이면 악보가 담긴 파일을 들고 음악실로 향했고, 음악선생님을 대신해 학교행사에서 지휘를 맡기도 했다. 자습시간에는 수학이나 비문학 문제를 푸는 대신 화성학을 공부했고, 오선지 악보에 높은음자리표를 그렸다. 그러면 원우는 옆에서 펜을 들고 시를 썼다. 시를 쓸 때 시선은 항상 OO를 향해 있었다.
원우가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부터, 아니 어쩌면, 그 문학 시간부터 OO는 원우의 뮤즈였다.
안녕하세요 체리입니다. 딸기우유상들 주말 잘 보내고 계세요?
오늘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전원우 문학 선생님 번외를 들고 왔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상 중 하 세편이 될지 상 하 두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써 볼게요!
원우번외가 끝나면 이무일 15화가 올라옵니다!
민규글은 이무일만큼 안 좋아해주셔서..........숨고 싶은 체리..............
제가 좋아하니까 괜찮아여!
내 딸기우유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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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당분간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