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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 DEMON 조각 | 인스티즈

 

 

 

 

 

 

 

 

 

 

 

 

 

 

 

 

자살. 자살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목을 메달거나,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알약을 다량으로 복용하거나. 대부분은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손목을 긋지만, 그 밖에도 자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 이래로 OECD 회원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1년 연속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좆같기도 하고. 인생의 쓴맛을 깨달은 사람들의 최선의 선택이었겠지. 사실 난 그 최선의 선택을 응원하는 편이다. 잠깐의 고통이 두렵다고 아직도 수십 년이나 남은 삶의 고통을 버티기엔 내 몸뚱아리는 너무 메말랐으니까. 게다가 자살을 시도할 때의 그 짜릿함이란 슈팅스타에 들어있는 톡톡 튀는 과자의 맛과 같달까. 아이스크림을 녹이고 과자만 한꺼번에 모아뒀다 씹을 때의 목에서 톡톡 튀고 달달한 그 맛. 꽤나 부허한 상념에 빠질 때면 입가엔 웃음꽃이 피어있다. 

 

 

 

 

 

손목을 긋는 방법을 선택한 사람은 대충 그을게 아니라 깊숙이 찔러 넣어서 동맥을 끊어야 돼. 정맥만 끊으면 과다출혈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해서 손목을 그은 게 헛수고가 되거든.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욕조에 물 받아서 손목 긋고 들어가 있으면 응고작용도 막을 수 있어서 더 좋아.  

 

 

 

 

 

 

찰랑이는 물이 따뜻하다. 이번엔 성공할 수도 있잖아,라는 일말의 희망에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향초까지 준비해뒀다. 고작 향초였지만. 손목이 따갑긴 하지만 몸이 노곤하고 피워뒀던 향초의 복숭아 향이 기분을 둥둥 띄워주었다. 이번에는 가장 추하지 않게 죽는 방법이라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 평소에는 얼굴에 신경도 쓰지 않는 나지만 추하지 않게 죽는다는데 싫을 리 없지 않은가. 일말의 희망이 정말로 이뤄진 건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그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손목 긋기는 너무 흔한 방법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나. 주체할 수 없는 기쁨과 황홀감이 입꼬리를 스윽 끌어올렸고, 발끝을 오므렸다. 흐려지는 의식에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 지금 딱 음악 필요한데. 마지막 순간에 좋아했던 곡을 못 듣는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어찌 되든 좋았다. 이제부터 세상에서도, 나에게서도 그리고 악마에게서도 자유구나. 그렇게 바랬고 원했던 순간을 쉽게 이뤄낸다는 게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허파에서부터 웃음이 세어 나왔다. 죽으려고만 하면 어디 있든 나타나더니 머리카락 한 올 안 보이네. 빨갛게 물드는 하얀 원피스를 보며 씁쓸한 미소가 잠시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끝자락에 다다른 이 영롱한 의식을 즐긴다. 

 

 

 

 

 

 

 

 

 

 

 

"흐음- 드디어 죽는걸 포기하고 유혹을 택한건가? " 

 

 

 

 

 

 

 

 

 

 

수개월간 지독히도 많이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가 적막만이 가득 차있던 고요함을 깨고 나의 귓가로 스며들었다. 여전히 기척도 없이 나타나네. 막바지에 다다랐었던 의식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했다.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보면 눈앞엔 잔물결이 일렁이고 있었고, 나의 목울대도 마찬가지로 일렁였다. 따뜻한 물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김 때문에 습해진 욕실 안 공기는 눅눅했고, 촉촉했던 피부에선 데구르르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고개를 조금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니 역시나, 그가 있었다. 언뜻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뒤로 곧게 뻗은 아름다운 자태의 검은 날개는 그가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욕실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그의 날개에서 검은 깃털이 흩날렸다. 존재자체가 위압감이 넘쳐 조금 더 부풀어오르면 터질 듯한 긴장감이 뒷목을 억눌러왔다. 

 

 

 

 

 

 

 

[방탄소년단/박지민] DEMON 조각 | 인스티즈

"꽤나 자극적이네. 이런 모습은 나도 참기 어려운데 말이야." 

"헛소리" 

 

 

 

 

 

 

미간을 찌푸리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은 말이 기분나쁠법도 한데 여전히 여유러운 미소가 둥둥 떠다닌다. 언제나 나의 차가운 대답을 책을 넘기듯 가볍게 지나쳤다. 칠흑같이 어둡고 깊은 박지민의 눈은 언제 어디서든 나를 향해 있었고,가만히 그 눈을 마주하고 있자 하면 블랙홀 같은 그의 눈으로 빨려 들어 갈 것만 같아 먼저 피해버리곤 했다. 원래 악마는 인간을 유혹한다잖아. 속아넘어가면 안 돼. 머릿속으로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속삭이면, 알면서도 속아넘어가는 것도 매력적이잖아. 끌리지 않아? 하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항상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유혹, 귓가를 간지럽히는 악마의 아찔한 유혹에 넘어가버렸다. 찰박찰박, 욕조에서 흐른 물을 밟고 나와의 거리를 좁혀 왔다. 그와 나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무거운 공기는 나를 더욱 짓눌러왔다. 박지민은 쭈구려앉아 욕조 안에 담가둔 나의 손목을 잡아올렸다. 물에 젖은 맨살이 공기를 만나 차게 식었다. 박지민은 흐르는 피를 흘겨보다 나와 눈을 맞춘 채 고개를 숙여 엉망이 돼버린 나의 손목에 입을 맞추고 혀를 내밀어 핥아 올린다. 순간의 통증에 잠시 움찔했지만 그의 아찔한 행동에 눈을 떼진 않았다. 흐렸던 의식은 더욱 짙어져갔다. 

 

 

 

 

 

 

[방탄소년단/박지민] DEMON 조각 | 인스티즈

"깜짝 이벤트는 마음에 들지만 그래봤자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둬." 

"...." 

"쓸데없는 짓 해봤자 헛수고라고." 

 

 

 

 

 

 

 

 

두리뭉실한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고, 주변의 공기가 차게 식었다. 공기가 식어감에 따라 물에 담겨있는 나의 몸도 식어가기 시작했다. 추위에 덜덜 떨리는 나의 몸을 눈치챘는지 그는 내 뒤로 손을 뻗어 뜨거운 물을 튼다. 욕실 안은 다시 뭉게뭉게 김이 피어올랐다. 욕조에 기대 젖히고 있었던 얼굴 위로 물줄기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통에 눈을 감았다. 허무감에서 솟아오르는 좌절과 절망은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잡혀있던 손목에 허전함이 느껴져 눈을 뜨려 했으나 볼을 감싸오는 손길에 그만두었다. 새하얀 피부 때문에 차가워 보이는 것과 다르게 손은 따뜻했고 눈가부터 입술까지 손가락으로 쓸어오는 손길은 세심했다. 계속해서 입가를 맴도는 손길이 어느덧 멈췄다. 입술 위로 따뜻한 온기와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졌고 감고 있던 두 눈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는 가만히 나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 같았지만 거부할만한 힘이 몸에 남아있지도 않았고,어짜피 그럴 의사도 없었다. 무미건조한 나의 반응에 고개를 기울이며 혀로 나의 아랫입술을 눌러왔다. 약간의 열린 틈으로 따뜻하고 뭉툭한 혀가 밀려 들어와 이곳저곳을 쓸어댔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이 입안으로 들어와 침과 함께 흘러내렸다. 자신의 존재를 머리에 깊숙이 박아놓는 듯 나의 혀를 진득하게 빨아올리고 감싸 안는 듯 치열을 훑었다. 끈적끈적 해진 공기가 욕실 안에 열기를 더욱 후끈하게 만들었다. 숨이 벅차 얼굴을 뒤로 물리면 마지막까지도 아랫입술을 흡입하듯 빨고는 놓아주었다. 삼키지 못한 침으로 인해 번들거리는 입술을 넉놓고 쳐다보며 가쁜 숨을 내쉬다 그의 눈으로 시선을 올렸다. 같이 물줄기를 맞고 있던 통에 그의 머리도 물에 젖어 머리카락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귓가가 멍하고 볼이 후끈후끈한 것이 아무래도 잘못하면 까무룩 정신줄을 놓아버릴 것 같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악마에게 넘어가 버렸네. 언제나처럼 현혹되어 버렸다. 이제 별로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입가의 있던 그의 새끼손가락을 핥으며 샐쭉 웃는 것을 끝으로 입술이 다시 먹혀 들어갔다.  

 

 

 

 

 

[방탄소년단/박지민] DEMON 조각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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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5.114
? 여기에 왜 댓글이 없는거죠? 저이런분위기의 글 완전 좋아합니다ㅠㅠㅠ!!!! 작가님 취적 탕탕.ㅠㅠㅠㅠㅠ♥ 감사해여ㅠㅠㅠ♥ 짐니가 악마라는거에서 1차취적 유혹이라는 소재에서 2차취적 아 좋아요 작가님. 으흫 앞으로도 계속 계속 와주세요 올리신 조각글 이미 다봣쥬~ㅋㅋㅋㅋ 다음번에 또 뵐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럼 다음번에 뵐게용!!♥ 작가님 글써주셔서 감사해뇨♥
7년 전
독자2
분위기가 너무 이뻐요 ㅠㅠ
7년 전
독자3
분위기가 넘나 매료되게 만들어요.... 꺄아아앙 넘나 취적인 분위기에오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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