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너징과 EXO의 콩알탄썰 +41
부제 :: 경수 이야기 였던가..
BGM :: 316 - 망향
네가 쓴 편지 잘 받았어.
옷만 챙기려고 집에 들렀던건데,
대문 앞에다가 그렇게 딱 붙여놔서 경고장인 줄 알았잖아.
네가 쓴 편지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리고 고마워. 힘이 많이 됐어.
벌써 학교를 나가지 않은지도 10일이 넘어간다.
좀만 더 있으면 2주정도 되려나, 나 유급당하는거 아니야?
다들 잘 있는거지? 보고싶다.
그 날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누나가 많이 보고싶은 날이었어.
"나 머리 잘랐는데, 괜찮아? "
"나야 뭐 항상 잘생겼지."
"미안."
"그나저나, 거기선 별 일 없어?"
오랜만에 누나에게로 향해, 헌화 한 후 누나의 사진 앞에 섰다.
평소 잘 웃지 않던 누나가 잘 웃게면서, 그를 기념하기 위해 찍어뒀던 사진이.
이렇게 마지막 사진이 되어 내 앞에 존재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안타까운 생각을 잇기보단,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나혼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참을 혼자 이야기하다가, 많은 시간이 흘러 돌아가려고 했던 때였다.
가방이 잘 잠기지 않아, 한참을 서서 잠금장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때.
"잘 있었니."
누나의 사진 앞에 누군가 서서,
누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누나는 여중에, 여고를 나와 남자인 친구는 커녕
아는 남자라곤 하나 없는 사람이었다.
고개를 막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는데, 다시 한마디가 더 들려왔다.
"많이... 미안하다."
"이렇게 되기를 바랬던 건 아니었어."
그리고 바로 직감했다.
저 남자는,
우리 누나의 뱃속에서 생명을 틔우던 아이의
아버지다.
죽여버려야해.
책임도 지지 못했으면서 더러운 입으로 사랑을 논하고 있는 저새끼의 입을 잘라버려야해.
"이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어."
손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그자리에서,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누나의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경찰은 내게 누나의 일기장을 건네주었다.
누나가 홀몸이 아니었다는 것과, 누나가 사랑한 사람이 누나를 버렸다는 사실과 함께.
그리고 그 상대방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그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다.
모든 사실이 나에게 절망만을 안겨줬다.
세상이 밉고, 사람이 밉고, 닿을 수 없는 누나가 미웠다.
그리고 내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사는 곳, 먹는 것, 하는 일.
다 하나하나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 남자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던 건, 그를 세상에서 없애기 위함이었다.
누나가 바라던, 바라지 않던.
그는 이미 세상에서 두 생명을 떠나게 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될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해오던 일을 포기하더라도.
누나가 다니던 사립여자고등학교의 선생님
35살
기혼
자녀
6세의 여자아이
그러던 어느날,
그는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끝마친 후에 밤늦게 집 앞에 자리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가까이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아빠!"
복잡한 마음에 한참을 떠돌다가 네가 보고싶어 전화기를 들어.
오랜만에 켜보는 휴대전화 안에는 다양한 문자메세지들이 존재했다.
박찬열 욕좀 줄여라.
제일 위에 보이는 네 이름. 그리고 너의 문자메세지. 보고싶다.
나도 그래. 그래서 건 전화였다.
"지금, 어디야?"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그의 학교로 찾아갔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 사람을 마주한 후, 나는 말을 아끼며 일기장을 건넸다.
그는 나를 조용히 상담실로 안내했다.
스토리는 뻔했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환경을 요구하는 아내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누나가 빛처럼 나타났다.
수십번 부정하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쌍방향이라는걸 안 순간부터, 그 둘의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임신을 밝히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어. 내가 너무 꿈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현실을 잊고 살았던거야.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애는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나는 내 생각만 했어.
나는 나약했어.
미안하다.
너무나 예상과 같은 내용이라, 아무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조용히 일기장을 두고 상담실을 빠져나왔다.
그게 그 사람에게 가장 괴로울 형벌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상담실을 나와 오랜만에 집으로 향했다.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하진 못했어. 용서하기에 그는 너무나도 많은 죄를 저질렀거든.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 사람의 아이에게 인생의 주축을 잃는 아픔을 선물하고 싶지 않았어.
그 선물은 너무나도, 아이에게 큰 도통일 테니까.
내가. 잘한걸까?
보고싶다.
"도경수!"
"도경수 문열어!"
"너 집에 있는거 다 알아!"
"문 열라고!"
"문! 열어!"
경수는 지금 여기 있어.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편지를 읽자마자 경수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고,
그렇게 생각 없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열어!"
"도경수 문열어!"
"경수야!"
바람이 불며, 손이 아려오기 시작했지만.
부름을 멈출 수 없었다.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소리를 지르고
그도 들리지 않을까 싶어 문을 두드리면서도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너는 혼자,
그동안 무슨 생각을 했니.
"아가씨! 피나요!"
큰 소리에 짜증이 났던 옆집에서 문을열고 내게 외쳐왔다.
피가 나는구나.
그러면서도 두드리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주먹끝은 찢어져 그 사이로 빨간 피가 맺히고 있었다.
"너 미쳤어?"
경수는 바로 내 손목을 잡고 화장실에 들어가,
수도꼭지의 잠금장치를 풀곤 흘러내리는 물에 내 손을 갖다댄다.
그제야 다가오는 쓰라림에 살짝 뒤로 몸을 내빼자.
다시 바로 몸을 고정시키곤 물의 수압을 조심히 낮춰준다.
"사람이 포기할줄도 알아야지."
"경수야."
"지금 너 손에서 피나는거 안보여? 내가 없었으면, 어쩌려고?"
"...경수야."
"왜 이렇게 미련해. 목소리 다 쉰거 안느껴져? 바보야?"
"......경수야.."
"어쩌려고........"
다리에 힘이 풀린건지, 주저않는 경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자,
내 손에서 흐르는 물과 섞인 피가 경수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흠칫하며 흘러내린 물방울을 닦아내며, 함께 울음을 토해내.
수도꼭지에서도 물이 흘러내리고,
그의 눈에서도.
내 눈에서도.
그동안의 아픔을 씻어내는듯한 눈물이 흘러내려.
조용히.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갠 경수는.
조용히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기 시작하다.
"나쁜짓.."
"응."
"나쁜짓 한번만......."
조용히 입을 연 그와 두 눈을 마주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경수를 위해 두 눈을 감고,
그와 함께 한
첫
입맞춤
물은 여전히 흘러와.
수도꼭지에서도,
내 눈에서도.
그의 눈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