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BITE
반인반수 늑대 윤기 X 그런 윤기의 반려 U
written SOW.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만 있을거에요? 남자의 말에 얇은 슬립차림으로 서서히 침대에서 일어난 여주가 씨익 웃었다. 지금, 일어나려고요.
남자는 못 말린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선배, 나도 남잔데 그런 차림으로 있으면 좀 곤란해요.
남자의 말에 주섬주섬 몸 위로 가운을 걸친 여주가 옷가지와 속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남자는 그제서야 여자에게서 눈을 떼 방을 둘러보았다.
상황적으로 아마 여자는 전날 밤 이곳에서 어떤 남자와 뒹군 것이 틀림없었다. 고작 대학 선배인데도 자신이 이렇게 여자를 신경쓰는 이유는 뭘까.
아, 반려라서? 문득 떠오르는 잔인한 현실에 남자, 아니 윤기는 눈을 감았다. 빌어먹을 운명은, 자신과 김여주를 엮어놓았다.
윤기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새내기였고, 여주는 윤기보다 2학년 선배였다. 윤기는 1학년, 여주는 3학년.
꽤나 차이가 나는 학년에도 불구하고 여주와 윤기는 겹치는 강의가 많았다. 처음엔 윤기 자신도 의아했으나 붙임성있게 다가오는 여주를 보며 그 생각을 곧 지우곤
경계를 했었다. 본래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게 바로 '반인반수'였다. 아직 그들의 존재는 널리 퍼지지 않았으며, 국가에서도 몇 기밀단체에서만 알고 있는 존재였다.
어떻게, 어떤 원리로 태어났는지는 윤기 자신도 모른다. 그저 자신은 혼현, 동물의 모습으로 변하면 늑대가 되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형이 그랬듯
언젠가는 자신도 반려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한 번 반려가 되고 나면 그 때는 절대 미룰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신중해야하는 반려의 자리에 윤기는 여주와
맺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말이다.
윤기는 물론이고, 여주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옛적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 반려란 원래 이런 것인가.
너무 어렸을 때 반려를 정한 나머지 윤기는 다른 여자들과의 교류를 전혀 하지 못했다. 할 수 조차도 없었다. 윤기 자신부터 거부감이 들었으니.
그렇게 여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설렘을 커녕 아무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윤기의 심장을 유일하게 뛰게 했던 건 바로 여주였다.
처음이야 경계했지만 여주의 눈을 마주하고 느끼는 설렘은 윤기에겐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을 뭐라고 형용해야할지 모르던 찰라,
지민이 하는 연애가, 지민이 느끼는 감정이 모두 자신과 같음을 깨닫고 윤기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 윤기야, 누나 머리 말려줘."
"‥ 머리 정도는 혼자 말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말려준다고요."
자연스럽게 화장대 두번째 서랍에서 드라이기를 꺼낸 윤기가 침대 끝에 걸쳐 앉은 여주를 바닥에 앉히곤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짙은 장미향이 너무 아찔해서 이성을 잃고 혼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같음에 윤기는 숨을 참았다. 머리 말려주는 것 조차도 이렇게 힘든데, 손을 잡으면 어쩌지.
입을 맞추면? 아, 상상만으로도 너무 황홀했다. 윤기는 입가에 자신의 감정과는 다르게 추를 달고는 입꼬리를 죽죽 내려 웃지 않았다.
자신이 여주에게 감정을 보인다는 것은 왠지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여주는 항상 제게 여유로운데, 자신은 항상 여주에게 여유가 없었다.
"왜 항상 이 향으로만 사요?"
"음, 이게 가장 비슷하다고 해서."
"네?"
"늑대의 페로몬하고 비슷하다고 하더라, 이 향이."
그저 소문이었다. 소문도 아니고, 미신. 실제 늑대의 페로몬은 짙은 장미 향 따윈 나지 않는다. 근데 뭐, 나한테 통하는 거로 봐선 늑대 반인반수한테는 통하나보네.
그래서 이걸로만 씻는거에요? 윤기가 입가에 결국 잔잔하게 미소를 걸치고 물었다. 그에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여주가 대답했다. 너랑, 같은 향 나면 너 좋아할 거 같아서.
"왜 선배는 나랑 사귀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난 원래 안 사겨. 안 사귈꺼야. 너랑도, 다른 사람이랑도."
"결혼은, 안할 거에요?"
" ‥ 안하면 뭐, 네가 데려가겠지. 아니야?"
언제나 자신은 여주에게 야금야금 먹히고 있다. 지금도 여주는 답을 알면서 물은 것이 뻔하다. 자신의 감정을 알고서도 저렇게 사람 마음을 가지도 노는 말을 하는 건
오직 여주만이 가능하리라. 그녀 특유의 분위기나, 어투, 몸짓, 손짓 모두가 윤기를 미치게 했다. 반려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 않았을까.
"외출하려고요?"
"응, 김태형이 좀 보자네."
"왜, 요."
김태형이라면 어젯밤 침대에서 뒹군 흔적을 남긴 용의자에 가장 주력한 인물이다. 요새 부쩍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그는 잘생겼으니까. 당연히 여주가 흑심을 품을 만도 했
다. 윤기는 늘어진 테이프마냥 뚝뚝 끊어지는 제말을 이으려 애써야했다. 아무리 자유롭게 여주를 풀어준다하더라도 제 반려가 다른 남자와 나뒹구는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몰라, 너도 갈래?"
" ‥ 난 일이 있어서."
"아 그래, 그럼 먼저 나가. 나 화장하고 나가려면 오래걸릴거야."
"기다렸다가 같이 나가요. 나 어차피 할 일 없어."
윤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주가 짓는 표정을 해석하자면 이러했다. 할 일이 없는데 왜 나랑 같이 김태형 만나러 안가?
윤기는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그를 보고, 가만히 있을거라 생각하느냐고. 여주는 윤기를 슬쩍 흘겨보곤 화장대에 앉아 스킨을 톡톡 발랐다.
상쾌하게 퍼지는 허브향에 기분이 좋은 듯 씨익 웃어보인 여주가 손에 한가득 스킨을 붓더니 윤기의 얼굴에도 마구 비볐다.
"너 또 아무것도 안 바르고 그냥 나왔지? 피부 푸석한 것 봐."
"안 발라도 괜찮은데요. 그리고 이건 너무 과하게 바른 것 같은데."
얼마나 발랐는지 얼굴에 광이 났다.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어 제끼던 여주가 윤기의 얼굴에 손을 대고 두들겼다. 그래, 빨리 흡수되게 도와줄게!
완전 애네 애야. 윤기는 헛웃음을 쳤다. 누가, 누구보고 애라는 거야.
그것보다, 자신과 여주의 사이가 지나치게 가까웠다. 아, 좀 많이 가깝지 않나. 눈을 돌리면 여주의 눈에,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여주의 입술에. 윤기는 제 입술을 묻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힘들었다 진짜.
"윤기야, 너 화장 한 번 해볼래?"
"싫은데요."
"아, 그러지말고 한 번만! 진짜 멋있게 해줄게. 나 코디 일 했던거 알지?"
화학과 주제에 화장은 발군의 실력이었던지라 여주는 방학마다 알바를 하곤 했다. 윤기를 만나기 직전엔 연예인 메이크업 담당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남자'연예인.
"아, 진짜 싫은ㄷ ‥!"
"입 다물고 있어. 누나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원래 메이크업이 이렇게 가깝게 진행되는거였나. 그럼 그 남자연예인들 좀 보러가야할 것 같은데.
코앞에서 펜같은 걸 들고 열심히 눈에 칠하는 여주를 실눈으로 쳐다본 윤기가 혀로 입술을 한 번 쓸었다. 어느 한 곳으로 피가 쏠리는 기분에
자꾸 목이 바싹 말랐다. 물을 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물은 별로고.
눈이 탁하게 번진 윤기가 여주의 목을 잡고 입을 맞췄다. 뭐, 난 참을 건 다 참았어요.
고르게 난 치열을 한 번 훑곤 매끄럽게 혀를 감아 올린 윤기가 마지막으로 여주의 입술을 쪽 소리나게 부딪힌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에 바르는 건 안해도 되겠네요. 그쵸?
"윤기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본 윤기는 밤이 길어갈 것을 직감했다. 아, 오늘은 외박해야겠구나.
김태형 오늘 바람맞았네.
오늘 집에 가지마, 윤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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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누나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 오늘 따라 연하 윤기가 보고 싶더라구요. 완전 짧은 글에 15P나 해서 죄송합니다요...
엄청나게 허접한 글이네여 그냥 가법게 올린 글이니까 즐겁게 봐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