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written SOW.
자그마한 새가 소리쳤다. 그가 돌아왔노라고. 숲 전체에 울려퍼지고 나서야 새들은 바삐 움직였다. 잡히면, 죽는다.
잡히지 않아도, 죽을껄.
나뭇잎 한 장 마저도 불태워버린 악마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숲에서 아이를 발견했다. 수많은 희생을 낳고서야 낳아진 아이.
드디어, 내게로 와주었구나.
나의 아이야.
13. 전직 마왕이 인간계에서 하는 것
남준은 꽃집 주인이다. 오로지 남준의 '그녀'의 뜻이었다. 남준이 악마였고, 마왕이었다 하더라도 제 여인에겐 꼼짝 못하는 한 사내였다.
'그녀'를 위해 마왕 자리도 내팽겨치고, 不死불사의 몸도 버렸다. 악마들과도 모조리 연을 끊었는데, 그가 연을 끊지 않은 딱 한 명의 악마가 있었다.
그게 바로 태형이었다. 태어났다? 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남준의 기억이 닿는 시점으로부터 태형은 언제나 함께 였다. 친형제 같은 사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그런 태형에게 '아이'가 생겼을 때, 마치 조카가 생긴 것 같아 제 일 처럼 기뻐했던 남준 이었다. 그런데 지금, 뭐? 여주가 인간계에 있어?
게다가 김태형은 마법진 리미트 걸렸고?
왠만하면 리미트에 잘 걸리지 않는 태형이 이번엔 어지간히 흥분한 것 같다. 천하의 김태형이 마법진을 실패하는 일이 생길 줄이야.
마왕이었던 자신보다 마력 다루는 일에 능숙했던 태형이었다. 마왕자리를 두고 다툰건 태형의 가문과 남준의 가문이었다. 태형과 남준은 정작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그런데 쟁쟁한 가문끼리 붙었음에도 남준 자신이 마왕이 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태형의 사춘기 때문이었다. 태형이 1000살, 자신이 약 1230살
정도 되었을 때. 태형의 사춘기 덕에 전체 악마 수의 20%가 소멸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에 악마들은 태형을 져버렸다. 져버렸다기 보단, 저런 악마가
제 주군이 되면 자신들의 목숨은 남아 나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남준이 현재 마왕이라면, 당장이라도 인간계를 뒤져 여주를 제 앞으로 데려다 놓겠지만 ‥ 안타깝게도 지금은 손에 카네이션을 들고 어버이 행사를
준비 중인 꽃 향기만 풍기는 남자였다. 자신이 어떻게 여주를 찾을 수 있을까. 여주가 부산에 떨어졌을지, 대구에 떨어졌을지, 아니면 바다 한 가운데
무인도에 떨어졌을지도 모르는데. 현재 남준이 있는 곳은 서울의 중심, 강남이었다. 강남에서 꽃집을 운영한다고 하면 다들 돈이 얼마나 많으면 ‥! 이라고
생각하던데, 당연히 전직 마왕이었는데 내가 보석을 그냥 두고 왔을 리가.
- 남준아, 누나 미용실에 이상한 손님이 왔어!
"에?"
-내가 지금 컷팅 하려고 했는데! 머리카락이 막 움직, 아악!
"누나, 침착해요. 내가 금방 갈게요."
머리카락? 움직여? 그건 악마나 천사들의 방어 기질 중 하나 ‥ 아, shit. 설마, 여주는 아니겠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우리 여주가 거기 있을 리가.
하필, 내 아내의 미용실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남준과 여러분을 위해, 잠시 3시간 전의 여주에게로 가보자.
14. 남장이 하고 싶은 아이.
벌써 2주 째, 여주는 참을 수 없는 무료함에 홀로 치를 떨었다. 드라마는 웬만한 건 다 섭렵했고, 심지어 윤기에게 부탁해서 선물 받은 로맨스 소설들은
모조리 읽어 제 머리 속에 거의 저장된 상태였다. 근데 하필, 여주가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 남장 소설만 아니었어도. 3시간 후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여주는 거울 속 제 머리를 이리 저리 훑어보더니 어딘가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윤기가 사다 준 니트 원피스에 몸을 구겨 넣었다.
으, 별로 춥지도 않은데 이런 걸 왜 입어야 하는 거야. 여자와 살아보지도 않은 윤기가 여자의 옷을 잘 고를 리 없다. 그저 제 취향대로 백화점에서
쓸어 왔을 뿐. 그 많은 원피스들 중에 여주의 눈에 띄는 게 니트 원피스 였을 뿐이고, 윤기는 영문도 모른 채 간지러운 귀를 긁어야만 했다.
밖으로 나온 여주는 막막해졌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건 항상 태형이나, 집사, 또는 간간히 정국이었는데 현재 모두 마계에 있었고, 자신은
인간계에 있었다. 당장 머리를 자르고 싶은 마음에 여주는 자신이 자를까도 생각해봤으나 가볍게 포기했다. 제 몸에 뾰족한 걸 대는 건 싫었다.
한숨을 쉬며 정처 없이 거리를 걷던 여주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저기요! 저기요!
남자는 친절하게 알려줬다. 제가 갔던 곳은 남자 전용 미용실이긴 한데, 그래도 가실 거에요? 그의 의문스러움에 여주는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길을 나섰다. 전투 하러 가는 용맹한 전사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남자는 풋하고 웃었다. 요즘 특이한 사람 참 많다니까.
*
남자가 알려준 미용실에 거침 없이 들어선 여주가 말했다. 모히칸 스타일로 잘라주세요! 아닌가, 몰디브 스타일이었나. 어쨌든! 그거 비스무리한 걸로 잘라주세요!
복작복작했던 미용실에 정적이 일었다. 저 여자애가 방금 뭐라고 한거지? 남준의 '그녀', 그러니까 미용실의 주인은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요? 후회 안하세요? 네!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아, 10분, 아니 15분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15분도 더 지나고 30분 후, 미용실 의자에 앉은 여주는 앞으로 채 1시간도 안 되어 바뀔 제 머리 모양에 잔뜩 기대 중이었다.
그래, 내가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해서 남고에 들어 가는거야! 이왕이면 윤기가 있는 남고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 아니야, 소설에선 그 학교가 기숙사제 였는데.
홀로 소설 한 편을 쓰고 있는 여주 뒤로 긴장한 표정의 '그녀'가 섰다. 자를, 게요! 가위를 든 '그녀'가 여주의 머리에 가위를 가져다 대자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목을 휘감았다. 헐? 마침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다른 손님이 있었다면 이미 카메라를 키고 페북에 올릴 준비를 했을 것이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머리카락으로 감긴 손목에 핏방울이 맺혔다. 머리카락이 살점을 파고 들고 있었다. 아파죽겠네, 이거 어떡하지?
하지만 남준의 '그녀'가 누구인가, 남준의 마음을 앗아간 여자가 아니던가. 전직 마왕의 여인 답게 '그녀'는 아주 빠르게 대처했다. 남준의 머리카락도
악마 시절엔 자주 이랬으므로, 남준에게 도움을 청할 작정이었다. 근데, 이 여자가 ‥악마라고? 아닌데, 악마랑 천사는 금발밖에 없다고 했는데.
남준에게 전화를 건 '그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혹여 여주가 들을까 소곤소곤 얘기하긴 했지만, 어차피 여주는 듣지도 않았다. 소설 속 여주인공에
빙의 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전화를 끝마친 '그녀'가 자신보다 더 놀란 표정의 여주를 발견했다. 아, 아니! 왜 그렇게 놀라ㅅ ‥.
"머리 자르기 싫어지신거에여 ‥? 그래요, 제 주제에 무슨 호화를 누리겠다고 남장을 하겠어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손님 머리카락이 지금 ‥."
"알아요, 머리 잘라도 못생길 거 같아서 망설이고 있는 거죠, 지금?"
"아니 ‥!"
답답해서 죽기 직전인 '그녀'를 구해 줄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났다. 남준이었다. "어! 삼촌! " 여주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남준을 바라봤다.
말도 안돼. 삼촌이 왜 여기에 있어!
"삼촌?"
"역시, 여주 네가 맞았구나."
"남준아, 너 동생 없잖ㅇ ‥."
"태형이 아가."
"헐. 걔가 얘야?"
남준에게 얼핏 들은 악마의 얘기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숲 하나를 태우고, 아이를 얻었다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반가워 하는 여주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목에 더 단단히 감겼다. 어? 내 머리카락이 왜 이러지. 당황한 여주가 허둥지둥, 제 몸을 가누지 못하자 남준이
여주의 눈을 마주하며 나긋 하게 말했다.
"여주야, 숨 들이쉬어봐."
" ‥."
"나 따라해봐, ‘ dénouer ’"
"‥어! 풀렸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풀린 것으로 보아 상황이 해결된 듯 싶었다. 여주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언제나 태형이 잘라줘서
인간이랑 다르다는 걸 까먹었었나 봐요. 근데, 삼촌의 ‥ 신부님?
여주의 귀여운 말에 꺄르르 웃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남준이 코를 단단히 꿰었죠. 그에 머쓱한 웃음을 짓던 남준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야, 여주 너! 인간계로 떨어진 거 라면서? 너 지금 김태형이 널 얼마나 찾는 줄은 알아? 원래 정국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데 김태형 걔가
좌표를 잘못 찍어서 정국이는 시공간에 갇혔었대.
"아, 그래?"
"아, 그래? 라니. 넌 위기 의식도 없냐? 자칫하면 너도 시공간에 있을 뻔 했잖아."
"결론적으로, 난 안 그랬잖아. 그럼 됐지."
변했네, 변했어 우리 여주. 고마워! 좋은 뜻 아니거든. 남준이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손목 상처를 이따가 와서 치료해줄게 누나.
나 지금 좀 바쁘다. 얘 빨리 어떻게든 처리 해야 해. 응 괜찮아. 빨리 가봐.
삼촌이야말로 변했네! 음흉하게 웃은 여주가 눈썹을 움직였다. 우리 조카님 능글 맞아진 것 봐. 네 나이가 올해 몇 살이지?
"십팔, 살."
"그래, 삼촌한테 욕하는 건 아니고?"
"‥ 그럴 리가."
신속히 제 꽃집으로 여주를 데려온 남준이 카운터 밑 작은 트랩 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어, 나 김남준인데. 여주 찾았어.
15. 자책한다, 악마는.
"씨발! 아, 그 때 흥분하는 게 아니었어."
"어쩔 수 없는 상황 이셨잖습니까. 여주님도 이해 할 겁니다."
"아, 울고 있으면 어떡해. 인간계 처음일 애를 전정국 얹혀서 보내지는 못할 망정 혼자 보내다니."
"여주님이 어디 가서 우실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잘 지내실 겁니다."
태형은 남준의 피드백을 받고 절망했다. 인간계가 워낙 넓어서,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것. 그래도 가문의 도움은 죽어도 받기 싫었다.
그렇다고 지민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지민은 가문의 직계 후계자인데다 만약 개인적인 일로 인간계에 관한 일을 요구한다면 아마
파문 당할지도 몰랐다. 워낙 엄격하기로 유명한 가문이라서.
태형은 한참이나 자신을 자책했다. 아, 그냥 보내달랠 때 보내줄 걸. 전정국이랑 같이 ‥ 는 좀 그렇고 박지민하고 같이 보내서.
너무 예뻐서 막 납치해가고 그러면 어떡하지. 태형의 머릿 속에선 벌써 범죄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주연 여주, 조연 태형. 남주인공이 되려면 일단 옆에 있어야 하는데, 태형은 아주, 멀리, 떨어진 마계에 있었다. 누구 도움을 받아서라도 가야할 것 같은데
"그래 임마. 그리고 여주가 어디 가서 당하고 살 인물은 아니지 않냐."
"네가 뭘 몰라서 그래. 걔가 똑 부러져 보여도 추악한 인간들한테 다 당할 수도 있다니까?"
저 팔불출. 지민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세 남자가 모여 여주가 과연 인간계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벌써 2주가 지났고, 태형의 리미트가 깨지려면 아직 보름이나 남았다. 남준이 여주를 먼저 찾기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럴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한국이 그리 넓은 땅은 아니라지만, 워낙 인구밀도가 높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벼랑 끝을 치는 기분에 태형의 뿔이 솟아났다.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어떻게 여주를 인간계로 보낸건지. 그 때의 저를 만난다면 반 죽여놓을지도 몰랐다.
그 때 였다. 집사가 긴장 된 얼굴로 전화기를 가져온 것은.
"태형님, 남준님에게 온 연락입니다. 받을까요?"
"당연한걸 물어. 빨리 넘겨."
전화를 넘겨받은 태형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뭐? 여주랑 같이 있다고? 세 번이나 똑같은 말을 한 탓에 남준은 세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해줘야겠다.
누나네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려고 했더라. 누나 손목에 머리카락이 감겨서 여주구나, 했지.
남준의 누나라면 '남준의 그녀' 일 것이고. 여주가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김여주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행운의 여신이 악마의 아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건가. 왜 얘한테는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여주 바꿔봐."
"안돼. 이거 나만 통화 가능해."
"아오, 씨발. 좀 바꿔! 요즘 좋은거도 많이 나왔는데."
"넌 왜 여전히 다혈질이냐. 여주랑 같이 살면서 성격 죽은 줄 알았는데."
"지금 그 여주 때문에 성격 다시 살아나는 중 이니까. 빨리 말해봐. 2주 동안 뭐했대?"
" ‥."
"왜 말이 없어? 불안하게."
" ‥ 남의 집에서 신세 졌대."
"? 누구,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어떤 ‥ 남자애."
수화기 너머에서 정적이 흘렀다. 남준은 제 앞에서 베이비 슈를 맛있게 먹고 있는 여주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조카야, 너 죽었다.
16. 인간은, 깨닫는다.
집에 돌아온 윤기는 제 인생을 통틀어 역대급으로 당황했다. 어디 갔어 얘.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불안감에 윤기는 현관에 가방을 내팽개치고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멀리는 안 갔을 텐데.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사라질 리 없을 텐데. 손이 떨리고, 몸이 떨렸다. 따뜻한 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윤기의 몸엔 땀이 비 오듯 내렸다. 살면서 마라톤을 해도 이렇게 열심히 뛰진 않을 것이다. 근데 내가, 지금 왜 뛰는 거지.
여주의 얼굴이 일렁였다. 윤기의 심장도 일렁였다. 아, 설마 ‥ 내가.
"좋아하나."
*
심장이 달려서 뛰는 건지, 아니면 제 감정을 깨달아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윤기의 심장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터지기 직전에 여주를 찾아서. 왜 여주가 꽃집 남자와 하하호호 떠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떠나지는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 한 것을 겨우 지탱한 윤기가 꽃집 문을 벌컥 열어 여주의 손목을 끌었다.
"가자, 집에."
"어, 안돼. 나 기다려야 한다고 그랬어 삼촌이."
"삼촌?"
"응, 우리 삼촌이야."
삼촌이라기엔 너무 젊은데. 뭐, 젊을 수도 있는데 뭐랄까. 자신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위험하다고.
남준은 갑자기 쳐들어와선 여주의 손목을 끄는 남학생에 머릿 속으로 퍼즐을 맞추었다. 아, 얘가 그 사람이구나. 여주가 신세졌다는 사람.
"일단, 고마워요. 우리 여주가 신세 많이 졌죠."
"아, 신세야 당연히 많이 졌죠."
"‥."
"그래서 갚아야 할 게 아직도 많은데, 데려가도 괜찮죠?"
"야, 윤기야!"
"가자. 너 때문에 뛰어서 땀 범벅이야."
"왜? 왜 뛰었는데?"
"좀 조용히 하고 가자."
남준은 꽃집 문을 열고 나가는 남녀를 멍 때리며 쳐다보았다. 아, 이게 눈 뜨고 코 베이는 거구나. 우리 여주를 처음 본 남자에게 뺏기다니.
이거 좀 자존심 상하는데. 근데 신세를 많이 졌다는데 막무가내로 다시 데려올 수는 없고. 그리고 이미 내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고.
"이럴 땐 단순한 놈을 부려먹는게 최고지."
17. 악마가 계약한다는 것은.
-이게 끝이다. 내가 너한테 할 말은.
" ‥ 그 새끼 뭔데."
-뭐 떠오르는 거 없냐?
"존나 빡친다는거."
-난 뭔가 좀 떠오르는데. 네가 인간계에 올 방법.
" ‥ 형, 내가 많이 애정해."
-새끼, 죽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안하네.
"우리 사이에 사랑은 무슨. 빨리 불어, 형의 대단한 머리로 생각해낸 방법."
남준은 얕게 웃으며 태형에게 말했다. 넌 왜 마왕하고 계약할 생각을 안하냐. 마왕이랑 계약하면 직통으로 인간계에 보내 줄 텐데.
내가 그 병신이랑 계약을 왜 하는데. 태형의 반항적인 태도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남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네가 자존심 세울 때야?"
"아, 어떻게 계약해야 하는데."
-일단, 내가 불러주는거 적어. 그리고 가서 또박또박 얘기 해. 걔가 제시하는 조건은 왠만하면 다 들어줘.
비위 맞춰주는 거, 그거 죽어도 싫을 거 잘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여주 곧 넘어갈 것 같다.
"지랄 하지마. 내가 교육 잘 시켜놨어."
-교육이 아니라 세뇌겠지. 어쨌든 내가 불러준 대로만 말해. 그럼, 행운을 빈다 브라더.
요구할 사항은 이미 남준의 도움을 받아 다 적었다. 그 종이를 들고 마차에 올라 탄 태형이 착잡한 표정으로 명령했다. 출발해, 센트럴으로.
마차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빠른 속도로 전진하던 태형의 마차가 부드럽게 마왕의 성으로 도착했다. 태형이 올 줄 알았다는 듯,
매끄럽게 열리는 성문에 태형이 코웃음을 쳤다. 아, 내가 이래서 여기 오기 싫어하는 건데. 지가 다 아는 것 처럼 행동한단 말이야.
"오, 태형 대공이 나를 친히 만나러 와주시고. 이거 영광인데."
"다 알잖아 ‥ 요."
"그래, 인간계로 가는 마법진을 열어달라. 이거지?"
" ‥."
"이미 김남준하고 얘기한 건 들었고. 내 조건은 하나야."
"뭔데 ‥ 요."
"그 '-요'자 좀 집어 치우지. 언제부터 그렇게 존댓말을 성실히 쓰셨다고."
"그래, 빨리 쳐 말해."
"인간계에 보내주는 대신, 3일 동안 대공은 인간이 되어야 하오."
" ‥ 쿠데타를 바라는 건가."
진지하게 묻는 태형에 마왕이 덩달아 웃음기를 지웠다. 진짠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긴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빨리 마법진이나 열어." 주머니에서 포션 하나를 꺼낸 마왕이 태형에게 그걸 먹였다. "이걸로, 우리 계약은 된겁니다. 대공."
태형이 먹은 포션에서 마법진이 열렸다. 태형은 제 몸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덩달아 느껴지는 신체의 변화에 토기를 참았다.
아, 이래서 인간은 좆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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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 잼. 오늘은 5개나 썼어여. 칭찬점 히히히힣ㅎ 근데 오늘 좀 애매하게 끊었네여. 내일 또 찾아올게여 ^^ 그러니까 암호닉 정리는 다음 편에 올리는 걸루 ~
죄송해여 사실 지금 너무 배고파서 정신 ㄴㄴ... '3'
초록글, 많은 관심 & 사랑 감사합니다. 댓글 진짜 하나하나 다 읽고 있어요.
비회원분들 걱정하시마세여 다 챙겨보니깐여. 하루에 5번 이상 댓글 봐여...
그러니까 댓글 남겨달라구여.... 내 삶의 낙이니깐여......
나 포인트 5P 올려두 되여...? 싫다고 하면 다음 화 부턴 15P로 내릴ㄹ게여...
죄송해여... 포인트에 집착해서.....
아, 저 투표할거 있는데 이거 하나만 해쥬세여 (길어져서 ㅈㅅ ♬)
1. 악마와 아이의 일상을 빨리 끝내고 디마보랑 연애의 온도를 빨리 완결해라...!
2. 특별히 기다려 줄 ㅌㅔ니 악마와 아이의 일상 좀 더 끌어쥬라쥬!
참고로 전 악마와 아이의 일상을 지금이라도 완결할 준비가 되 있습니다.
독자님들이 원하신다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