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삐야. "
" 가지 말라고, 나 잡아주면 안 돼? "
" 아니, 가야 돼. "
" 성이름. "
" 나중에 왜 잡았냐고 나 원망하는 소리 듣기 싫어. 그러니까 가. "
일부로 못된 말만 늘어놓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보내기 싫을 것 같아서. 사실은, 정말로 붙잡고만 싶다. 거기가 아니면 안 된대? 여기서 가르쳐주면 안 되는 거래? 물어보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붙잡고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이래버리면 어떻게 해. 한 사람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길게 보면 나한테도, 지민이한테도 좋은 일이고. 그래서 보내야만 했다.
지민이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자기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모르냐고 되물어왔다. 어쩌면, 다시 만난 후 첫 번째로 싸우는 날이 오늘이 될지도 모르겠다. 호석 오빠도 자리를 비운 지금, 나쁜 사람 역할은 내가 해야겠지.
" 너를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
" 그럼? 뭔데. "
" 내 마음 편해지고 싶어서. "
" 야, "
" 내가 너 여기에 붙잡아두면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아? "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입을 뗐다.
" 우리 겨우 고등학생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학교 애들도 우리한테 그렇게 좋은 감정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고, 여러모로 학교생활이 쉽지 않을걸? "
" 너만 있으면 괜찮다니까? "
" 내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걸 두고만 보느니 그냥 차라리 네가 가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 "
" 정말 내가 갔으면 좋겠어? "
" 응. "
" ..가면, 최소 3년이야. "
울먹이는 목소리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3년은 또 이렇게 헤어져서 있어야 한다. 솔직히 정말 너무하다. 3년을 헤어져있다가 겨우 만났는데 또 헤어져 3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견우와 직녀도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만났다. 아직 우리는 이런 시련을 견디기에 너무나 어리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괜찮을 거다. 버티기 힘들 거란 걸 알면서도 내 입은 또 거짓말을 뱉었다.
" 우리 3년 동안 헤어졌었잖아. 또 3년 기다리는 것쯤이야 난 괜찮아. "
" 이삐야. "
" 그러니까, 다녀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
" ...그래. "
" 나 보고 싶으면 내가 그려준 그림 잘 보고. "
" 응. "
" 연락 자주자주하고. "
" 응. "
" 울지 말고, 아프지 말고, 다치지도 말고. "
" 알겠어. "
" 그리고, 다녀오면 정말 이젠 어디 가지 말고 나랑만 있는 거다. 알겠지? 약속해. 새끼손가락 걸고, 도장도 찍어. "
새끼손가락 꼬옥 걸고, 도장까지 쾅 찍었다. 지금 이 자리엔 없지만, 호석 오빠가 훗날 이 약속의 증인이 되어주겠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나는 나대로 학교에서 열심히 할 거고 지민이도 그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올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거고. 그러다 보면 시간은 또 금방 흘러갈 것이다. 그 후에는 정말 늘 행복한 날만 있기를, 온 마음을 다해 바랄 뿐이다.
"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그러니까. "
" 응? "
" 그때까지는 너랑 데이트 엄청 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거 리스트도 적어놨단 말이야. 이삐랑 함께하는 인생 계획! "
아니, 리스트는 또 뭐야. 그건 또 언제 적어놨을까.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왔지만 정말 가끔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꺼내어 펴더니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귀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 첫 번째, 이삐한테 춤 보여주기. 이건 했고! "
" ...... "
" 두 번째, 같이 맛있는 거 먹기. 이것도 했고! "
" ...... "
" 세 번째, 같이 사진 찍기. 이것도 했고... "
" 뭐 많이 했네 벌써? "
" 네 번째, 같이 놀이동산 가기! 이건 아직 안 했고. "
" 시험 끝나면 가자. "
" 다섯 번째, 손 잡아 보기. 이것도 했네? "
" 뽀뽀도 해봤는데 뭘. "
" 여섯 번째, 더 많이 좋아해 주기. "
" 사랑해주기는 싫어? "
" 아니? 그럼 바꿀래. 사랑해주기로. "
" 나도. "
마지막은.. 한참을 뜸을 들이다 입을 떼는 지민이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입이 씰룩이는 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말을 하려는 모양인데.
" 이삐 닮은 딸이랑 나 닮은 아들 낳아서 행복하게 살기. 이것도 아직 안 해봤네? "
" 지민아, "
" 왜? "
" 혹시 맞고 싶어? "
훈훈하게 마무리했으면 좀 좋아. 벌써부터 미래 자녀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 열일곱짜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른손에 호오 입김을 불은 후에 지민이의 티셔츠를 살짝 들어 올렸다. 이삐야 왜 그래.. 떨려오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드러난 지민이의 맨 등짝에 그대로 내 오른손을 갖다 댔다. 찰싹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아프다며 비명을 질러대는 박지민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었다.
" 아파. 진짜 아파! "
" 아프라고 때린 거야. "
" 너무해. "
" 뭔 벌써부터 이런 계획을 세워? "
" 그냥 희망사항이지 뭘 계획이야.. 그렇지? "
" 네 입으로 계획이라고 아까 말했거든. "
" ...... "
" 호석 오빠한테 확 말해버릴 거야. "
놀이동산 놀러 가는 거 말인데.. 에버랜드가 좋아, 롯데월드가 좋아? 할 말이 없으니까 급하게 말을 돌리는 지민이의 볼을 한번 더 꼬집어줬다. 이그,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알겠으니까, 에버랜드도 가고 롯데월드도 가자. 그리고 뭐 나중에 결혼하면 네 소원대로 딸 하나 아들 하나 낳고 살지 뭐. 나도 좋으니까.
" 진짜지? 너 약속한 거다. "
" 도장 한번 더 찍어줘? "
" 응. "
" 손 줘. "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지, 아들을 키우는 건지. 그래도 행복하니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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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죠....? 헿... 변명 같지만 좀 바빴어요!! 솔직히 갈수록 뭔가 이상해지는 글 같지만 ㅜㅜㅜㅜㅜ분위기가 뭐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담!!!!!!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해용,,,,,,,,,,,,,,,,,증말 싸랑한데이,,,,,,,,,,,,,,,,,,,!!!!!!!!!!!!!!!!! 끝까지 봐주실 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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