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주장 전정국 X 교대생 너탄
W. 교생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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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귀는거야?"
"어.. 음..."
아마도?, 그 말을 끝으로 강의실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내려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려니 여간 힘든일이 아닐 수 없다. 흐흐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들썩거리는 날 가만히 바라보던 태형이가 한숨을 쉬고는 내 뒷통수를 때렸다. 생각보다 큰 아픔에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파, 이자식아. 맞은 곳을 붙잡고 옆에 앉은 김태형을 바라봤다.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아, 뭐.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건데.
맞은 곳이 아파서 문지르면 세게 안때렸다고 말하는 입과 달리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렇게 잘해줄거면 애초에 때리지를 말던가. 괘씸한 마음에 태형의 팔을 툭 쳐내고는 다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생각보다 너무 세게 박아서 소리가 꽤나 컸던게 문제이긴 했다. 아 진짜 아프다. 나도 모르게 아프다는 말이 튀어나왔고 내 목소리를 들은 김태형은 큰 소리로 웃더니 자기도 책상 위로 머리를 얹는다.
큰 손을 내 머리에 얹더니 내 머리를 돌려 자신을 보고 만든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김태형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솔직히 더럽게 잘생겼네. 뉘 집 아들인지 몰라. 아무말없이 쳐다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통을 가만히 받기만 했다. 좋냐. 김태형이 한마디를 던졌다. 좋냐는 한마디에 정국이가 생각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웃음이 세어나왔다. 간지러운 웃음이 조금씩 세어나오더니 결국 '좋아'라는 대답을 하자마자 터져버렸다.
정국아, 어쩌지. 지금도 니가 막 보고싶다.
"야, 섭섭하다"
"왜 섭섭해"
"너 정정국인지, 전정국인지 하는 애 만난다고 나 무시할 거잖아"
"누가 그래"
지금 너님의 주둥이는 찢어지기 일보직전이신데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입술을 잡아당기는 김태형이다.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고서 손을 찰싹 때렸다. 조금 미안했는지 살며시 손을 내려놓는 태형이다. 곧바로 나를 쳐다보더니 세상 무너지는 표정을 한다. 내가 다시 섭섭하냐고 물어보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를 흔들며 무섭다고 대답한다. 친구도 많은 애가 왜 이래. 너는 다르지. 그렇게 말하면서 귀가 간지러웠는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빈다. 아, 제발. 태형아.
내가 살짝 눈썹을 찡긋거리면 미안하다고 짧게 사과하고는 귀에서 손가락을 떼어낸다. 그래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다. 김태형 처음에는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나한테 하는 행동보면 꽤 마음에 든단 말이야. 괜히 장난치고 싶은 마음에 검지 손가락으로 태형이의 코를 꾹꾹 눌렀다. 간지럽다고 말하면서도 재미있는지 실실 웃는 김태형이다. 이자식 콧대 장난 아니네. 그치? 내가 좀 한 콧대해. 김태형의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고 너도 날 보고는 웃기 시작힌다. 너가 친구라서 참 좋아.
한참을 서로를 보며 웃다가 계속 머리를 책상에 붙이고 있자니 목이 저려서 허리를 폈다. 내가 허리를 피자 따라서 허리를 피는 태형이다. 올라오는 태형이를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역시 남자긴 남자인지라 앉아있어도 차이가 났다. 정국이도 같이 앉으면 김태형만 할려나. 멀뚱히 김태형을 쳐다보면 왜 자꾸 쳐다보냐며 손으로 얼굴을 할퀸다. 아, 김태형 짜증나. 너 좋다는거 취소야.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요?"
"나도 때려주려고 했는데 교수님 들어와서 못했지, 뭐"
"손톱에 얼굴 긁히거나 그런건 아니고?"
"아마 안그럴걸?"
보자보자
보긴 뭘 봐. 안다쳤다니까
내 눈으로 확인 안하면 못믿겠으니까 그렇죠
태형이와 강의실에서 했던 이야기를 정국이에게 말해줬다. 별 재미있는 내용도 아닌데 실실 웃으며 나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질 못한다. 일부로 부끄러운 티를 안내려고 더 크게 말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됐냐고 물어오는 정국이에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이상하게 정국이와 사귀게 된 이후부터 전보다 더 눈을 못마주치겠다. 음, 그러니까. 이런데는 영 익숙치 않아서 사귄다고 하니까 적응이 안된다.
그렇게 대답해주고나서 음료수를 한 입 마시면 다친데는 없냐고 다정하게 물어온다. 그 목소리가 또 좋아서 괜시리 세어나오는 웃음이다. 최대한 웃음을 참으며 대답을 하면 갑자기 내 얼굴을 감싸쥐는 정국이의 손이다. 너무 놀라서 들고있던 음료수를 떨어트릴 뻔했다.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정국이에게 안다쳤다고 말히고선 얼굴을 내빼려고 했다. 그런 내 행동을 알아챈 정국이는 내 얼굴을 탁 잡아버린다.
자기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믿겠다는 식으로 말하고는 다시 내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는 정국이다. 그게 이상하게도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시선을 내리깔았다. 한참을 살펴보던 정국이가 내 얼굴을 들게 만들더니 나와 눈을 맞춘다. 갑자기 마주친 눈에 놀란 것도 잠시 멍청히 정국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창피했던 마음은 다 어디로 도망간 건지 바라보는 내내 가슴이 설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오래오래 보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너를 만났던 지난 날들도, 너를 만나는 지금 1분 1초도, 너를 만날 앞으로의 날들도. 내 눈에, 내 머리에 간직하고 싶었다. 한참을 쳐다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어버렸다. 열여덟답게 해맑에 웃는 너를 보니 나도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 갑자기 학교 가고싶다. 맞다, 정국이 축구부라고 했지. 해맑게 웃다가 말없이 정국이를 쳐다봤다. 그런 나를 확인한 정국이는 어깨를 살짝 으쓱댄다.
정국이가 시합하는 모습이 보고싶어졌다. 너가 연습하는 모습은 참, 그러니까 멋있었다. 한 번 밖에 못봤지만 너는 분명 잘할 것 같았다. 아니, 잘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는 잘한다고. 너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은데 갑자기 복잡해지는 머리다. 교수님 강의 들을때는 잘만 정리되던데 왜 전정국 앞에서면 아무것도 정리가 안되는거야. 한참을 혼자 고민하다가 내 손을 정국이의 손에 포개었다. 포개진 손을 한 번 쳐다본 정국이는 눈썹을 한 번 찡긋거렸고 내가 먼저 입을 떼었다.
"정국아, 학교 가자"
"학교요? 우리학교는 왜 가고싶은데요?"
"너 경기하는 거 보고싶어"
좋아요, 근데 나 뛰는거보면 반할텐데
또 반해?
반하는데 횟수가 있어?
좋으면 반하는 거지, 뭐. 가요, 한참을 고민하다 내뱉은 말은 학교에 가자는 말이었다. 내 입으로 너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싶어라는 말은 죽어도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학교에 가고싶다는 내 말을 단 번에 알아들은 정국이는 내 볼살을 쭉쭉 잡아당기며 자기 학교에는 왜 가고싶냐고 묻는다. 저번에 못본 남준쌤도 떠오르고 너를 나에게 맡긴 무책임한 석진쌤도 떠올랐지만 축구하는 너의 모습이 가장 궁금했다. 딱히 둘러댈 말이 떠오르지 결국엔 사실대로 니가 축구하는게 보고싶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아저씨같은 말투를 툭툭 내뱉는 정국이다. 그게 또 귀여워서 대꾸해주면 훅 들어온다.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면 자기 이마를 내 이마에 한 번 쿵하고 대고는 가자며 내 손을 꼭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일어나는 정국이 덕분에 급하게 음료수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카페를 나왔다. 유리잔 안에서 찰랑찰랑 흔들리는 음료수가 눈에 들어왔다. 꼭 잡은 채 살짝씩 흔들리는 손도 눈에 들어왔다.
흔들리는 모든 것이 내 마음처럼 보였다. 내가 진짜 넘어가도 너한테 넘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꾸만 터져나오는 웃음에 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따뜻했다. 맞잡은 두 손사이에는 땀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지만 우리 둘 중 그 누구도 손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땀이 나도 좋으니 이 손만큼은 오래오래 잡고싶다는 뜻인 것 같다.
"와... 대박이다"
"전정국 물 만났네, 물 만났어. 마실래?"
"아, 감사합니다"
정국이 잘 뛰지?
그러네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쟤네팀 경기 나가면 다 우승이야
운동이랑 담을 쌓은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나 고딩때도 저렇게는 안뛰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내 옆자리에 털썩 앉으시는 석진쌤이다. 석진쌤에게 받은 음료수를 만지작 거렸다. 이따가 경기끝나면 정국이 줘야겠다. 축구하는데에 정신이 팔린 정국이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이 학교 축구부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분명 시험 마지막 날이라서 아이들이 없을 거라고 했을텐데 축구부 연습을 보겠다고 놀러가지 않은 아이들이 이리 많을 줄이야.
정국이가 연습하러 온다는 말에 모인 아이들도 많았다. 버스타면서 연습하는 날이었는데 어떻게 나에게 왔냐고 물으면 날 보려고 땡땡쳤다는 정국이의 대답에 기쁘면서도 속이 많이 상했다. 그만큼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좋긴한데 땡땡이 쳤다는 사실이 좋지 않았다. 이마를 아프지 않게 때리며 다음부터는 땡땡이 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다. 내가 정국이를 무섭게 만들 수는 없었을테지만 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미안하다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정국이었다.
정국오빠. 정국아. 전정국. 사방에서 정국이를 부르는 여자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정국이는 생각이상으로 인기가 많았다. 하긴 저 얼굴에 인기 없는게 이상하지. 턱을 괴고 정국이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요리조리 날렵게 움직이면서 눈깜짝할 새에 골을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벌렸다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골을 넣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정국이었다. 내가 여기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단 번에 나를 찾아냈다.
나를 보고는 입모양으로 '나 멋있지?'라고 말한다. 그게 또 귀여우면서도 정말로 멋있어서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런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가는 정국이다. 주변에는 정국이가 자기를 향해 웃었다, 인사했다며 웅성거렸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국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바빴다.
"하여간 축구부 인기는 여전하네요"
"뭐, 정국이가 졸업하지 않는 이상 내년까지는 쭉 이럴 것 같은데요?"
"야, 김탄소. 너는 오랜만에 쌤보는데 인사도 안하냐?"
"에..?예..."
석진쌤, 얘가 나 무시하는 거 맞지?
냅둬요. 눈에 담기도 바쁠때지, 뭐
뭘 눈에 담아?
어디서 나타난 건지 석진쌤 옆에 앉는 남준쌤이었다. 내가 정국이를 보는데에 정신이 팔려있으면 인사도 안하냐며 서운한 티를 팍팍내신다. 그런 남준쌤을 차마 쳐다볼 수 없어서 대충 대답을 했다. 어이가 없으셨는지 석진쌤을 붙잡고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냐 물었고 석진쌤은 나를 쳐다보며 좋을때라는 식으로 말하며 웃어보인다. 석진쌤의 말을 이해 못하던 남준은 쌤은 석진쌤이 정국이를 가르키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김탄소, 너 전정국..."
남준쌤이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내 팔을 건드는 순간 정국이가 또다시 골을 넣었다.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했고 그와 동시에 석진쌤과 남준쌤은 멍청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에게 인사하는 정국이에게 인사하고 고개를 돌리면 나를 쳐다보던 선생님들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굉장히 음흉하게 보는 남준쌤 덕분에 헛기침을 하며 몸을 푸는 척했다. 아, 왜 걸려도 남준쌤이야.
천천히 자리에 앉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것저것 물어오는 남준쌤이다. 언제부터 사귄거야? 손은 잡았니? 너 쟤랑 4살차인데 괜찮겠어? 하긴 석진쌤도 한참 어린애랑 연애하는데 뭐가 문제겠니. 석진쌤하고 자리는 언제 바꾸신 건지 아예 옆자리에 앉아서는 이야기 꽃을 피우셨다. 창피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웃기만하면 부끄러워하는 거냐며 웃어대는 남준쌤이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다 석진쌤과 눈이 마주쳤다.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내가 힘들어하는게 재미있는지 입모양으로 '싫어'라고 대답하고는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믿었던 석진쌤마저 남준쌤 편으로 돌아서서는 합세해서 이것저것 물어온다. 어떻게든 내 질문을 회피하려고 어물쩡하게 대답도 해봤지만 놓아줄 생각이 없는 남준쌤은 집요하게 물어왔다. 남준쌤, 나한테 왜 이래요 정말.
때마침 경기가 끝났는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여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장쪽으로 이동했다. 나도 정국이에게 가려고 음료수를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미 많은 여학생들에게 둘러쌓여있는 정국이었다. 어, 안되는데. 정국이 바로 옆에 있는 여자애가 정국이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정국이가 손으로 살짝씩 내치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목이며 팔이며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다. 저거 뭐야.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장이라도 정국이의 옆으로 뛰어가 저 여자애의 머리채를 잡아댕기고 수건으로 때리고 싶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교복입은 아이들, 유니폼입은 정국이를 보자니 참 고등학생 같았다. 멍청히 쳐다보고있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내 팔을 흔드는 남준쌤이었다. 정신차리 옆을 쳐다보면 정국이에게 안 가고 뭐햐고 부추기신다. 억지로 등떠밀려 천천히 정국이에게 다가갔다.
계속 걷다보니 여학생 무리앞까지 왔다. 그 중에서도 홀로 우뚝 솟아나 있는 정국이었다. 새삼 정국이가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차마 부르지 못해 바라만 보고있었다. 주위를 둘리번거리던 정국이가 나를 발견했고 눈이 마주치자 여자애들을 뿌리치고는 성큼성큼 내 앞으로 걸어나온다. 내 앞에 선 정국이었고 우리 둘을 쳐다보는 아이들이었다. 갑작스런 시선들에 어쩔 줄 몰라서 고개를 푹 숙였다. 창피하다.
"나 경기하는 거 어땠어?"
"어, 멋있더라. 잘할 줄은 알았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내 대답이 궁금했는지 꽤나 진지하게 물어오는 정국이었고 힐끔 쳐다보며 정국이에게 멋있다고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정국이는 생각 이상으로 멋있었고, 멋있었고 또 멋있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옅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괜히 뿌듯해서 고개를 숙인채로 웃어버렸다. 이내 머리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고개를 들면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정국이다.
깜짝 놀라서 쳐다만보면 수고했다고 말하고는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그 순간 웅성대는 주변 아이들이었고 창피한 마음에 아무말없이 정국이의 빈 손에 석진쌤에게 받은 음료수를 쥐어줬다. 이게 뭐냐고 물어오는 정국이었다. 보면 모르나 음료수인데. 음료수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정국이의 팔을 잡아 머리 위에 얹어진 정국이의 손을 내렸다. 그리고나서 손을 떼어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손을 꽉 잡는 정국이다. 창피하다고 손을 빼내려고 하면 뭐하러 창피해하냐며 더 세게 내 손을 잡아온다.
"창피할 것 없어요. 우리가 좋아서 사귀는 건데"
"그래도 조금"
"내가 창피해?
"아니, 전혀. 그냥 내가 창피해서"
누나가 왜 창피해?
내가 너보다 4살이나 많잖아
그게 뭔 대수라고
내 대답에 약간 속이 상했는지 약간 우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정국이었다. 미안해서 나도 힐끔 쳐다만 보면 창피할 것 없다면서 입을 삐죽이는 정국이다. 내가 나이 때문에 창피하다고 하면 그게 정국이에게는 웃기게 들렸는지 살짝 웃으며 그게 뭐냐고 말한다. 너는 어리니까 상관없겠지만 나이 많은 내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 밖에 없거든. 웃어대는 정국이가 약간 얄미워보여서 손을 빼내고는 뒤돌아서 먼저 석진쌤, 남준쌤과 있었던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내 태도에 당황한 정국이가 축구부원인 아이들에게 대충 인사를 건네고는 나에게 뛰어온다.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삐쳤냐고 물어왔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내 보폭에 맞춰 걷는 정국이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설레서 계속 땅만 쳐다보며 걸었다. 자리에 와보니 두 분은 안계셨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나에게 먼저 가신 것 같다고 말하는 정국이었다. 그런 정국이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정국이는 예쁘게 웃어보였다. 분명 아까 너의 웃음이 얄밉다고 생각했는지 어째서 지금은 너무 예쁘다고 느껴질까. 내가 먼저 정국이를 꽉 끌어안았다. 아직도 너랑 사귄다는 현실이 거짓말 같았다. 거짓말. 이렇게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내가 너랑 하루하루를 같이 보내고 있는게 사실일리가 없잖아. 나를 꽉 껴안은 정국이가 어깨에 얼굴을 얹고는 옅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나를 떼어내고는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쁜 짓을 해?"
"예쁜 짓은 무슨"
"막 웃고 안아주고 이러는데 내가 안좋아할 수 있어?"
나 좋아 죽어요, 누나
그렇게 말하고는 내 이마에 살며시 너의 이마를 맞대온다. 아까 그 아이들은 다 집으로 돌아간건지 아무도 없는 이곳이 더 넓게 느껴졌다. 콧잔등이 닿았고 서로 웃음이 터졌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꽉 껴안았다. 꽤나 큰 키를 가진 너때문에 까치발을 들어야 너의 목에 내 팔을 둘을 수 있었다. 너의 몸에선 달달한 향이 났다. 너에게서만 나는 특유의 향이었다.
정국아, 나는 너가 참 좋아. 정말로 너가 너무 좋아.
어떤 말로 너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를만큼
니가 좋아, 정국아
교생쌤 |
안녕하세요, 교생쌤입니다:) 크으, 제가 어제 공연을 끝내고 왔습니다(짝짝) 며칠 뒤면 방학도 끝나겠네요. 저는 아직 공부를 제대로 다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방학이 끝나다니! 성적은 어찌하면 좋을지..ㅠㅠ 저녁에는 새작품 전체적인 구상을 다시 해보려 합니다. 비장하게 예고까지 해놓고 1화부터 내용이 재미없으면 안되잖아요(진지) 맞다. 암호닉은 저번에 댓글 다시 분만 넣었어요! 혹시나 재신청하시거나 그냥 신청하고 싶으신 분들은 댓글로 ex[교생쌤] 이런식으로 신청해주세요! 그럼 지금까지 교생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