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이 조금씩 남자의 목에 파고들어간다
하지만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순순한,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까지한다
"뭐야 왜 멈춰"
"........."
"남자가 칼을 한번 뽑았으면 제대로 그어는봐야지"
"............."
"아...미안 너 나한테 깔렸었지 몇달 못봤다고 그새 까먹고있었...윽"
"까불지마"
칼날이 좀더 깊게 그어졌다
하지만 역시 조금못가서 머뭇거린다
칼을 쥐고있는 남자는 애꿎은 칼집만 다잡을뿐이었다
"성규야"
"내 얘기부터 들어 "
"말해"
"너 지금까지 살면서"
"어"
"단 한순간이라도 후회....한적있냐?"
"뭐? 너 진짜 골때린다 이 상황에서 물어본다는게 겨우 그거냐?"
"말돌리지말고 대답해"
"병신같은새끼, 여전하구나"
"씨발 대답하라고!!!"
"없다 됐냐?"
"없다고? 단 한순간도?"
"그래 없어 단 한순간도 후회한적따위 없다"
그래 넌 후회한 적이 단한순간이라도 없구나
이상황에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정도로 확실하게.
뭐야 그럼 나만 병신찌질이 같잖아
나는 엄청많다고
니가 나 때릴때마다
니가 나 가둬놀때마다
니가 나 싫다는데도 강제로 할때마다
왜 저항한번 못해봤는지 후회돼
아니 사실 너네집에 처음 갔던 그 날을 후회해
너한테 고백했던 그 날을 후회해
아니.... 널 만난 그 자체를 저주해
뭐야 따지고 보니까 한번도 후회안하고 산 날이 없네
진짜 거지같다
"우현아"
"왜"
"나 지금까지 평생 후회하면서 살아온거 알아?"
"그랬냐"
"어 그래서 이제 후회없이 살아보려고"
"그래?"
"응 오늘이 그 첫번째 날이 될것같아"
남자의 얼굴에 약간의 웃음기가 흘렀다
"성규야"
"응?"
"행복해"
"응"
"죽을때까지"
"응..."
"미안하진않아 난 내 삶에 후회없다니까?"
"미친"
"근데"
"뭐"
"사랑했다고"
"......."
"아니다.. 사랑한다"
"...........개새끼...."
"사랑해 김성규"
"..........나도.... 나도 사랑해 남우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어졌다
남자는 칼을 버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처음으로 한 후회없는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