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정국에 뷔 예보
정국이 또다시 윤기를 찾았다. 그 공간은 조용했고, 어두웠으며, 침울했다. 금방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분위기였다. 정국은 주먹을 꼭 쥔 채 그 공간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정국이 들어서자 강한 후레쉬들이 정국을 비추었다. 갑자기 저를 자극하는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가렸다 제 앞에 있는 사물을 확인하려 들었다. 뭐, 안 봐도 민윤기겠지만. 정국의 휴대폰에서는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태형이었다. 하루 종일 연락이 없는 저가 걱정이 되어 오는 연락일 터였다. 윤기의 주변엔 그 누구도 없었다. 윤기, 혼자 정국을 마주하고 있었다.
" 이야, 진짜 만나러 올 줄은 몰랐는데. 그런 건방진 말을 내뱉은 벌은 받을 각오로 온 거지? "
"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좆 까. "
" …허, 시발 진짜. "
윤기가 신경질적이게 머리카락을 털며 오토바이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정국은 휴대폰 전원을 끄고서 윤기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흰 피부에 대조되게 빨간 입술은 묘하게 소름 돋게 만들었다. 어느새 정국의 앞에 다가온 윤기는 정국의 볼을 잡아챘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그 힘은 상대방을 위협하기 적합했다. 아려오는 볼에 작게 인상을 찌푸린 정국이 윤기의 손을 쳐냈다. 쳐진 손은 허공에서 맴돌다 제 뒷목을 긁적였다.
" 이젠 반항도 하네. "
" 아직도 병신같이 지가 우두머린 줄 알고 깝치고 사냐? 한심한 새끼. "
" 정국아. "
" 내 이름도 그딴 식으로 부르지 좀 말지. 역겨우니까. "
윤기는 제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 했다. 금방 흥분하기도 했고, 금방 풀어지기도 했다. 정국은 그것을 잘 알았다. 금세 열이오른 윤기가 다시 정국의 멱살을 잡아챘다. 윤기의 키는 정국과 함뼘 정도 차이가 났으나, 전혀 꿀리지 않았다. 어쩌면, 더 우월할지도 몰랐다. 정국은 제 멱살을 잡은 채 노려보는 윤기를 보다 헛웃음을 치며 그 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곤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하며 윤기를 쳐다보는 눈은, 방금 전 웃고 있던 눈매와는 달랐다. 그를 알았기에 윤기 또한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정국을 주시했다. 정국은, 더이상 제가 알던 정국이 아니었다.
" 네 초딩같은 질투는 잘 봤어. 네가 입을 그딴 식으로 털어주는 덕에 괜히 아까운 시간만 버렸잖아. "
" ……. "
" 보다시피 네가 만들어준 상처들은 좆같게도 평생을 지고 살아야 돼. 볼때마다 네 얼굴이 생각나서 피부를 뜯어내고 싶다만. "
" 허. "
" 내가 김탄소를 안 믿은 죄 값이라고 여기고 넘길게. 경찰에 신고하고 네 인생 좆 되버리는 것도 괜찮을 텐데, 그래도 김탄소 친구니까. 거기까진 안 한다고, 내가. "
" 야, 시발, "
" 내 말 끝까지 들어, 새끼야. "
" ……. "
" 다시는 내 눈앞이든, 김탄소 눈앞이든. 나타나지 마. 진짜 콩밥 쳐 먹고 싶은 거 아니면. "
" ……. "
" 정신 좀 차려. 계속 이렇게 살다간 언젠간 들어갈 테니까. 이건 내가 너한테 있는 미운 정으로 해주는 마지막 충고라고 해두자. "
윤기는 주먹을 쥐고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를 바라보던 정국은 입꼬리름 말아올려 그런 윤기를 비웃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그에 화가 난 윤기가 제 오토바이를 걷어차며 소리를 질렀다. 악에 받친 비명 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그 공간을 채웠다. 정국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았다.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 쥐고 있던 주먹에 그제야 힘이 풀렸다. 이제, 끝이다. 정말, 끝인 거다.
* * *
정국이 자취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태형의 발에 차여 땅바닥에 뒹굴어야 했다. 바닥 모서리에 찍힌 탓에 한참 동안 발가락을 잡고 콩콩 뛰던 정국이 태형을 노려보니 씩씩 거리던 태형이 정국에게 달려가 헤드락을 걸었다. 어찌나 진심을 담아 걸던지 이대로 즉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양 새였다. 얼굴 달아올라 태형을 팔을 내려치자 그제서야 태형이 팔에 힘을 풀었다. 기침을 해대며 목을 부여잡은 정국이 태형을 노려봤다.
" 시발 새끼야, 돌았냐? "
" 네가 더 돌았지, 미친 놈아. "
" 아, 뒤질 뻔 했네, 진짜. "
" 전화는 왜 안 받아? 시발 내가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알아? "
씩씩 거리는 태형은 진심으로 정국을 걱정했다. 어디가서 또 쳐 맞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하게도 태형은 유독 정국의 일에 대해 예민하게 굴었다. 정작 자신은 이틀 동안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타는 적도 간간히 있으면서, 반나절 연락이 안 됐다고 난리를 부리는 꼴이…. 연락이 없을 때마다 아파하고 있던 정국을 알았기에 태형은 예민하게 굴 수 밖에 없었다. 태형의 흥분한 얼굴을 보던 정국이 한숨을 내쉬며 마이를 벗었다.
" 정리할 거 있다고 했잖아, 새끼야. 눈치없이 자꾸 전화 걸어서 꺼놨다, 왜. "
" 염병, 좆같은 새끼. "
" 나한테 집착 좀 하지 마라. 그러다 너 나한테 코꿰여. "
" 너나 더러운 소리 하지 마라. 나도 여자 좋아하거든? 미친 새끼, 정내미 털리게 하네. "
옷을 갈아입은 정국이 침대 위에 퍼질러 누웠다. 팔을 베고 천장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나 허했다. 멍했고, 공허했다. 태형은 그를 지켜보다 전방 3M 후진 후 달려가 그 위로 풀썩 뛰어들었다. 무방비하게 있던 정국이 억 소리를 내며 명치를 거머쥐었다 신경질적이게 베개를 집어던졌다.
" 왜 자꾸 시비질이야, 시발. "
" 이제 정리 다 된 거면 씨부려 봐, 좀.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 "
" ……하. "
명치를 문지르던 정국이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었다. 그 앞에 마주 앉은 태형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국은 제 머릿속에서 차마 다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답답했다. 부모에 대한 애증스러운 제 마음, 윤기에 대한 증오스러운 분노, 탄소에 대한 사랑?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정리를 하려 후벼판 상처들인데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서랍에 쌓여있는 돈 봉투들과 제 오른쪽 손목과 왼쪽 뺨에 자리한 상처, 그리고 김탄소. 얼굴을 쓸어내린 정국이 태형을 바라보았다.
" 보다시피 우리 집 돈 많아. 틈만 나면 집 구석 찾아와서 돈 봉투나 두고 가는 엄마라는 사람보면 답 나오지. 넌 요즘 존경하는 사람 있냐? 대부분 애들 입에서 그 사람 이름 나오던데. "
" ……나? 없는데. 애들 입에서 나오는 거면 페북에 몇 번 뜨는 거 봤다. 전 뭐시기 였나. 의원이던데. "
" 내 아버지라는 사람이야. "
" 엥? 개 지랄. 진짜로? 아니, 돈 많은 건 대충 알았다만은 의원 아들내미라고 네가? "
" 난 어릴 때부터 사랑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어.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부모님들의 기대감 속에서 자라 이것저것 못해 본 거 없고, 1등 자리 놓쳐본 적도 없고. 나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멋지고, 행복해 보이는 삶이었겠지. 못 하는 거 없는 돈 많은 집안의 자제. 그게 나였어. 사랑 못 받고, 그렇게 미치도록 그 기대감에 목 메여 살았던. 불운한 애. 그래서 난 네가 부러웠다. "
" ……. "
" 난 시기와 질투 사이에서 컸지. 중학교 생활 내내 맞고 살았고, 뺏기고 살았어. 군말없이. 아버지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고 싶어서. 그렇게 지옥같은 삶을 사는데, 내 앞에 작은 손 하나가 보이더라. 나를 이 구렁텅이에서 꺼내줄 것 같은, 그런. "
" ……. "
" 난 걔 덕분에 숨통도 트이지 않던 곳에서 숨을 쉴 수 있었어. 웃어도 봤고, 행복하다는 것도 느껴봤어. 그러다 병신같이, 오해를 해버렸어. 믿었어야 했는데, 믿지 못 했어. "
" 그러게 넌 도망치는 버릇 좀 버리라니까. "
" 그러고 다시 난 원위치였어. 전보다 더 지옥같은 삶을 살았지. 사람 하나 믿지 못 하고,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할 정도로. "
" ……병신 새끼. "
" 그러다 또, 나한테 손 내미는 놈이 있더라. "
" ……. "
" 믿고 싶지 않은데,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놈. "
" 야, 설마 너 오글 거리게……. "
" 오글 거려도 말 하고 싶었다, 너한테. "
" ……. "
" 내 친구여서 고맙다고. "
정국의 시선은 올곧이 태형의 눈을 향했고, 태형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의리 넘치는 척은. 눈이 마주친 둘은, 서로를 보며 그렇게 웃었다. 서로는, 서로에게 영원을 함께 할 하나뿐인 친구였다.
* * *
여러분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세뱃돈도 두둑히 받으셨나요?! 저는 할머니 집에서 열심히 썩히다 불과 12시간 전에 돌아 왔답니다...
12시간 전에 온 녀니 왜 이제 와?! 하시는 분들 계시조? 맞습니다. 제가 침대에 누워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먼 산)
녀러분, 겨울 방학에는 뜻뜻한 장판에 누워 귤 까먹는 게 세상 제일 좋은 거 아니게씁니까.. 그래도 낼부터는 열심히 쓸게요! (아마도)
우리 독자님들,, 제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정말,, 진짜,, 완전 정말로,,, (눈물)
ㅋㅋㅋㅋㅋㅋ아, 그리고 제가 이거 정말 쓰고 싶었거든요. 진짜 얘네 치고 박고 싸우는 거 쓸려고 했는데 내가 맘이 아파서...
우리 애기들 마즈면 제가 맘이 아파서 그래요.. 사이 좋게 지내자,, 내가 미아내,, 작가가 쓰레기라 그래.. (흐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