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진짜 잉여인가봐. 할 게 없어"
"그러게, 내가 왜 주말에 너랑 카페에 와 있을까"
"죽을래? 나랑 있는 게 어때서!!"
"아 귀 아파. 얼른 뭐 할지 빨리 생각해봐"
"그러게 진짜 뭐하지..
이럴 땐..! SOS를 치는거야 원래"
"뭔 소리야"
"기다려봐. 내가 해결해주마"
니가 뭔가를 하면 되-게 불안한ㄷ..ㅔ..
(띠링-)
"헐 왔다!!!!"
..뭐가 왔다는 거야
"뭐야.., 뭔데..?"
"석민이 형! 같이 놀자고 연락했지."
"뭐..? 석민 선배를 왜 불러 갑자기?"
'다다익선 몰라? 많으면 좋은거지-
그래도 이렇게 둘이 있는 거 보단 더 재밌을 걸?"
"승관- 형아 왔다"
"혀엉!!! 어! 순영이 형도 왔네요?"
뭐??
문을 등지고 앉아있어서 누가 들어오는지 제대로 보지 못한 터라
뒤이어 들리는 승관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어- 야 치사하게 이석민만 부르냐?
어쩐지 이석민이 놀자고 그렇게 찡찡대더라"
"에이- 형도 여기에 계신 줄 알았으면 바로 연락드렸죠"
"..안녕하세요"
"응, 안녕. 생각보다 더 일찍 보네"
오늘도 잘생겼다.
사람이 저렇게 매일 잘생길 수도 있구나..
"형! 저희 뭐 볼까요??"
결국 목적지는 영화관이다
영화관에 오면서 이렇게 설렌 적이 있었을까
"영화 보는 거 좋아해?"
"네. 근데 최근에는 잘 못왔어요."
"그렇구나."
승관이와 석민 선배가 둘이서 수다를 떠느라 바쁜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 선배와 붙어있게 되었다
승관아 사랑까진 아니고 많이 애정해
영화를 보러와서 스크린만 쳐다보는 게 당연하지만..
오늘은 옆에 앉은 순영 선배 때문에 두 시간 내내 오로지 정면주시만 했다.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도 모르겠고.. 계속 신경쓰여서 온몸이 굳는 줄 알았다
"우리 피자 먹으러 갈까?"
이건 뭐.. 승관&석민 투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석민 선배의 의견대로 우리는 피자집에 왔고
피자 뿐만 아니라 샐러드, 후식까지 아주 싹쓸이했다.
뭐 잘 먹는 게 이쁘다고 했으니까
이미지 관리 따윈 없다. 맛있으면 되지..
응 난 돼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각자 아쉬운 작별을 했다.
어쩌다보니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이 사람 빼고는..
"평소에도 승관이랑 놀면 이렇게 늦게 다녀?"
"아.. 이렇게 늦진 않고 그냥..."
"늦으면 위험하니까 일찍 다녀"
"..네.."
"그리고.."
"..?"
"그..연습 때 많이 힘들었어?"
"네..?"
땅만 보고 걷다가 갑작스런 질문에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다
순식간에 고개를 들자마자 곧이어 앞만 보던 선배도 나를 쳐다보았고
흔들리는 시선을 들킬까 황급히 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얼핏 본 그 얼굴에 웃음기가 섞여있었던 것 같은데..
"..많이 힘들었냐고..
니가 그랬잖아, 내가 막 혼내서 힘들었다고.
혹시 이건 기억 안나?"
아 진짜.. 저 놀리시는 거죠..선배님..
"기억나요! 근데..그게..그냥..그냥 조금 낯설어서 그랬어요.
그렇게 연습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지..처음이었겠네.. 낯설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엄격하게 했나보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많이 늦었지만 무섭게 혼내서 미안해"
..?
"근데 그거 다 일부러 그런거야, 너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너 춤 되게 잘 춰. OB들 사이에서도 그런 얘기 나오고..
그래서 더 잘했으면 해서 일부러 그런거야..뭔 얘긴지 알지?"
어느새 바라본 선배의 얼굴에는 아직도 웃음기가 서려 있었지만
그 웃음 뒤로는 뭔가 모를 진지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착하게 말해주면 되지.."
"아 알겠어- 다음부턴 착하게 말해줄게, 됐지?"
"네.. 그리고 저 이제 괜찮아요. 사과 안하셔도 돼요"
"그래도 내가 너무하긴 했으니까...
..너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술 막 들이부어서 마시고 그러지마.
겁도 없이 진짜 취하면 어떡할려고"
"네네- 알겠어요"
근데 그때 진짜 취한 거 맞는데..
은은한 가로등 불빛 사이를 가로지르고 가는 이 길 위에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가로등 보다 밝은 나의 빛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바래지 않는 그림
우리의 Saturday afternoon
시간이 흐르고
설레임 사라지고
언젠가 두근거림 멈춘대도
서로의 이마음 기억해'
-토요일 오후에 中-
[BEHIND. 석민 & 순영의 통화]
-형! 순영이 형! 오늘 할 거 없지?
"..불안하게 그건 왜 물어봐"
-아아 오늘 원우형이랑 지훈이형도 없어서 혼자잖아, 맞지?
"그건 맞는데..본론부터 말해. 용건이 뭐야"
-오늘 놀자!
"싫어."
-아아 왜애- 승관이랑 여주도 있단말야-
"..니가 걔네랑 왜 있어?"
-승관이가 원래 여주랑 놀기로 했는데 심심하대.
근데 나 혼자 가기는 좀 그렇잖아. 같이 가주라. 엉?
메인애들도 다 본가 가서 나 혼자야.
아무리 친구라지만 부승관이랑 왜 이렇게 붙어있는거야..
주말까지 만나서 놀아?
"너 상대할 애들이 불쌍해서 가주는거다, 알겠지?"
-아 예예, 그러시던가요. 그럼 내가 형 집 앞으로 갈게
오늘은 또 얼마나 예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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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디 승관이 덕분에 하루만에 다시 만나게 됐어요
아, 순영이를 불러준 석민이 덕분인가?
암튼 순영이도 진심을 다해서 여주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답니다.
여주에게 빛 같은 존재인 순영이는 여주의 눈에 가로등 보다 더 밝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