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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Bernet - Moonlight chemistry



[방탄소년단/김석진] 밤소년 02 | 인스티즈







한참 어두워진 교실에 그는 멍하니 밝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장면을 잊으라면 잊을 수 있을까. 그 뒷모습이 뭐가 그리 절망스러워 보였는지. 그 모습에 나는 왜 외면 따위를 못했는지. 네가 서 있는 그 자리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는지. 나는 그 수많은 물음에 명료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고양이가 울음을 지르고 경적이 울렸지만 오늘은 왠지 조금 일찍 잠에 빠져드는 날이었다. 아마도 별 하나 없던 하늘에 행여 인공위성일지도 모를 별 하나가 저 멀리 떠 있던 게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도착했지만 나는 교실 앞에서 머리칼을 매만지고 있었다. 들어가면 그가 앉아있을까 하는 걱정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그가 나를 부담스러워할까였다. 어제 그는 시간을 풀어낸 이후로 내 옆을 지나 도망쳤고 그날은 하루 종일 어떠한 말도 없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들어오던가."




내가 밖에 서 있는 것을 진작에 알아챈 것인지 그는 교실 앞문을 열고선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걸어왔다. 그의 부름에 따라 반 안으로 들어갔고 그 공간에는 우리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반장의 뒷모습 한 번, 내 발 밑 한 번을 번갈아보던 나는 그가 다시 한 번 시간을 멈췄음을 알아챘다. 내가 멈춘 이 자리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있으면 애들이 들어올 것 같아서."
"잘했네."
"호흡은 최대한 천천히, 느리게 쉬어. 그래야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알았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산소호흡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녀."




반장은 책상에 걸려있던 가방을 책상 위로 올려 한참을 뒤적거리곤 나에게 작은 크기의 산소호흡기를 건네주었다. 호흡기를 한참 바라봐서일까 반장은 내 손에서 호흡기를 뺏어들고 나를 반바퀴 돌려 내 가방 문을 열었고 호흡기를 가방 속에 넣어두곤 잘 잠가주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뒤를 돌았을 때 미세하게 떨리는 동공이나 힐끔거리는 눈치를 보아하니 반장이 겉으로는 괜찮은 척해도 속은 꽤나 썩어가는 듯했다.




"걱정 마. 나도 너랑 비슷하니까."




반장은 내 말에 잠시 놀란 듯했다. 하지만 반장은 입을 달싹일 뿐 나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뭐냐고 왜 안 물어봐."
"굳이 대답해주고 싶지 않을까 봐."
"굳이 대답해줄 의향 있는데."




농담조로 받아낸 그 대답에 아주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린 것인지 작게 웃어보이는 반장은 고개를 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냐는 나의 물음에 반장은 잠시 공허하게 허공을 바라보다 아무런 말없이 시간을 풀어내었다.

반장은 조회가 시작하기 전에 칼같이 들어와선 내 옆에 섰고 나는 그제야 의자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반장이 들어갈 자리를 내주었다. 자리에 앉은 반장은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로 내 옆에 앉아 침묵을 유지했고 나는 잠시 동안 반장을 흘기다 담임의 등장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아마 반장은 어제처럼 그 지하에 잠시 다녀온 듯했다. 어제 그 교실에서 맡았던 냄새가 반장의 셔츠에서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장은 자신 손에 묻어있는 희미한 먼지 자국을 알고 있는 걸까. 연신 손을 쓱쓱 닦아내던 반장은 조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교실을 나섰다.




"집에 가면 교복 먼저 세탁해."




아직 손에 물방울이 맺힌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리둥절한 듯 나를 쳐다봤으며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천천히 의자에 앉고 있는 반장에게 또다시 꼬리말을 덧붙였다.




"먼지가 가득한 물건이라도 치웠는지 교복에 먼지가 많이 있네."
"아…. 커튼이 닫혀있길래."




지하 교실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내 예상이 맞는 듯했다. 그는 나를 잠시 쳐다보고선 이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고개를 젓더니 가방 속 필통을 꺼내들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팔을 들어 소매를 몇 번 돌려보던 반장은 또다시 나를 쳐다보고선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리곤 생각하겠지. 뭐가 묻었다는 건가. 그런 생각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첫 수업이 시작하고 나는 필통 속 포스트잇을 꺼내어 선생님의 눈치를 스리슬쩍 보며 글씨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작은 크기로 접어내어 선생님이 칠판을 볼 타이밍을 따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내 쪽지를 발견한 것인지 연신 울리던 펜소리가 멈추었고 옷깃이 스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종이를 펼쳐내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바로 다시 글씨를 써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에게 돌아온 답은 딱 그거 하나였다. 나는 다시 펜을 들어 모퉁이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내가 꽤 예민해.'
'굳이 알려주고 싶어서.'




반장과 나는 남들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말들을 적어나갔다. 노란색의 포스트잇이 까맣게 변할 때쯤, 선생님이 우리 둘의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그 종이는 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




집에 도착해 교복을 갈아입으려 하던 나는 교복 치마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를 꺼내어 오전의 생각을 더듬어 다시 한 번 읽었다. 목에 걸렸던 넥타이를 천천히 풀어내고선 옷걸이에 걸며 아주 느리게 읽어내렸다. '잠 좀 편히 자고 싶다.' 내가 남긴 마지막 말이 끝나고 나는 종이를 다시 말아 쥐며 책상 위로 던져놓고선 교복을 마저 갈아입었다.

저녁밥을 사서 들어오는 길에 거추장스러운 이어폰을 빼내었고 집에 들어온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주 작게 물이 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똑, 똑.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선 소리의 행방을 찾기 위해 손에 들린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선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의 근원은 화장실 세면대 안쪽 수도꼭지였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어 단축키 1번을 눌렀다.




"할머니. 세면대 물이 세네."
'어디 쪽?'
"안에 수도꼭지 있잖아. 그게 세네."
'그럼 김 씨 아저씨 불러서 고쳐야지.'
"김 씨 아저씨 오늘 쉬는 날이잖아요."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그럼 내일 부르면 되지라고 말을 해왔다. 그래도 너무 시끄러우니까. 속에 있던 말들을 삼켜내곤 '그러네.'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나는 가만히 휴대폰의 건너편 소리를 들었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기름진 거 줄이라고 했잖아. 뭐 되게 맛있는 거 먹나 보네."
'아니야. 뭘 맛있는 걸 먹어.'
"뭐 먹는데, 고구마튀김?"
'에이 안 먹어.'




또 내 잔소리 듣기는 싫으신 것인지 고개까지 젓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알았다며 일단락을 맺었고 아주 짧은 안부 인사를 건네받고선 통화를 마쳤다. 이내 들려오는 공허한 소리 사이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는 나를 정신 차리도록 했다.

서랍장에 놓인 스카치테이프를 뜯어내어 물이 떨어지는 부분에 잘 붙여냈고 물방울 소리가 딱 끊긴 채로 그 테이프의 안은 서서히 물로 채워지고 있었다. 급한 불을 껐다는 생각을 끝으로 현관 쪽에 뒀던 저녁밥을 열어 테이블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




밤은 언제나 어지러웠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늘은 저기 저 수도꼭지의 물소리까지 덤으로 얹어놓아 더 요란했다. 테이프로 막아 적어도 내일은 버티겠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물방울은 전보다 더 굵은 탓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덕분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방울은 더욱 크게 자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급기야 귀를 막아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새벽 1시, 이불을 덮어 조금이나마 소리를 차단하고선 잠을 자고자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급격히 조용해진 주변에 감고 있던 두 눈을 떴고 덮고 있던 이불을 치워냈다.




"고쳐졌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 화장실 스위치를 켰지만 여전히 화장실은 어두웠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여러 번 스위치를 켰다 껐다를 반복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제는 네가 고장이냐!"




신경질적으로 스위치를 손바닥으로 내려치고선 뒤돌아 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 알았다. 또 한 번 시간이 멈추었구나. 나는 의문스러움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집을 관찰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어두운 밤이라 주변이 어두워진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저 멀리 동그랗게 모양 잡힌 바닥 위에 물방울들을 보며 깨달았다. 하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고작 2km가 끝인데 반장이 살고 있는 동네는 나와 더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에 더 의문스러웠다.

나는 방에서 보이는 창문으로 빠르게 걸어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시선으로 들쑤시던 나는 한 번에 시선이 꽂혔고 그 곳에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놓은 반장의 모습이 보였다.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반장은 살짝 고개를 들어 아파트 건물을 슬쩍 흘겼다가 꽤 심심한 듯 애꿎은 땅바닥을 괴롭혔다.

나는 작게 웃어 보이며 언제 풀릴지 모를 시간을 생각해 가방에 들은 산소호흡기를 꺼내들고선 침대에 누웠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조용한 밤이었다. 사실 어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가장 조용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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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맘ㅜㅜㅜ 석진아 대박ㅜㅜㅜㅜㅜㅜㅜ 뿌엥ㅜㅜㅜㅜㅜㅜㅜ 머시써ㅜㅜㅜㅜㅜㅜ 간질간질하고 따숩고 죠아여ㅠㅠ 흐엉ㅇ유ㅠㅜ
7년 전
비회원196.9
땅위입니다!! 어떻게 둘이 그렇게 예민하게되었는지 긍금하네요!! 아 그리고 석진이가 탄소 집은 아떻게 알았을가여?(의심)
7년 전
독자4
호빵찐빵입니다! 둘이 아주 찰떡궁합이네요 여주는 소리에 예민한건가요?? 오늘도 글 분위기는...♡ 밤에도 편히 잠들수 없는 여주에게 석진이가 시간을 멈춰서 밤을 선물해줬네요8ㅅ8 그래서 밤소년인가.. 근데 어떻게 찾아왔을까여 다음 화에 작가님이 밝혀주시곘져ㅎㅎㅎ기다리겠습니다 오늘도 잘보고가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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