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먹자, 김밍구 07
w.봉틴
그렇게 그날 후론 예전처럼 다시 매일 아침 민규와 등굣길을 걸었고,
수시 원서는 다 접수했고, 수능준비만을 남겨두고있는 시점이다.
나는 정말 무난한 4년제 대학 멀티미디어 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컴퓨터를 잘 다룬다며 칭찬해 오던 민규말처럼 생각해보니,
나랑 잘 어울리는것같다. 잘하는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무난한 대학이라고 해도, 내성적이 무난하지가 않기 때문에 수시넣고 맘편하게 있을 상황은 못됬다.
그래서 오늘도 내 발걸음은 독서실로 향하고 있다. 물론 민규와 함께.
"이제 나 안피해도 되니깐 독서실 늦게까지 있지마, 위험해"
"우웅 ~~~? 나 너 피하려고 늦게까지 있던거 아닌데에 ?"
"그럼 뭔데"
"독서실 알바오빠 잘생겼거든"
"아씨.. 거기 독서실 한달에 얼만데, "
솔직히 놀리려고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
민규가 세상 진지하게 독서실을 다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그날 바로 나와 같은 독서실을 끊어버렸다.
민규는 집에서도 충분히 잘 하는데 괜히 미안하게 , 내가 분명 장난이라고 그랬는데도 끝까지 고집이다 정말.
"자리는 7번 열람실에 71번 자리 쓰시면 되고, 쩌-기 신발장에서 신발 갈아신고 들어가시면 되요"
"뭐야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네"
"네 ? 뭐라구요 ?"
"아 아니에요 휴게실은 어느쪽이에요 ?"
"쩌-기 저쪽으로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꺽으시면 보여요"
"감사합니다"
[휴게실 ㄱㄱ]
문자를 받고 휴게실로 향했고 휴게실엔 낯선지 민규가 두리번 거리며 앉아있었다.
"칠봉아 진짜 실망이다, 너 눈이 왜이렇게 낮어"
"왜 근데 솔직히 잘생긴건 인정 아니냐.."
"와 김칠봉 솔직히 저 형아보단 내가 더 잘생겼지않냐 ?"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야 그건"
"나야 태생부터 자신감과 외모를 겸비하ㄱ .."
"나 들어간다 ?"
"미안 .."
"킄 근데 너 독서실 다니는거 돈 안아까워 ? 원서도 다 넣었겠다. 넌 붙을게 뻔하고 "
"너 더 오래 볼수있고 좋은데, 왜 뭐가 아까워"
민규는 2년제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성적이 아깝다며 부모님부터 선생님까지
주위에 모든 분들이 반대했지만, 민규는 고정관념 좀 갖지 말라며 이 학교가 실습율이 높아서 어쩌구 ..오목조목 따져가며
설득을 시켰고 민규의 고집에 다들 절레절레 하며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사실상 민규성적이면 붙은건 당연할테고, 최저등급도 없는 학교라 민규는 딱히 수능준비랄것도 불필요했었다.
심지어 안쳐도 무방하지만, 수험표 받아서 할인 받을거라며 수능은 치겠다고 하였다.
"진짜 그성적 내가 다 아깝다 .. 그렇게 쓸꺼면 나좀 주지"
"수능칠때 내가 니 밑에서 깔아줄께 나 한명이라도 더 있어서 너 등급 올라갈지 어떻게 알어"
"뭐 수능 빵점맞겠단 소리냐.. 후 이런사람이 독서실에 다닌데요 세상사람들 ..!!!!"
"칠봉이 보러 다녀요 !!!! 독서실 넘 좋아요 !!!!"
푸흡 - 진짜 민규랑 어릴때부터 같이 놀고 커서 그런지 잘맞을땐 너무 잘맞아서 탈이다. 둘다 깔깔 거리며 한참웃다가
현실을 직시했다. 맞다 수능 D-17 이지 ..? 나 지금 뭐하냐 ..
"민규야 누나는 지금 너랑 상황이 달라, 너랑 놀아줄 여유따위 없어.. 슬프지만 열람실 들어간다 빠이 ! "
"그럼 난 잠시 학원 좀 갔다올께, 나중에 집갈때 데리러 올꺼니깐 저 알바형이랑 말 섞지 말고 얌전히 공부 잘하고 있어."
"네에 네에 저오빠랑 말 하고싶어도 못해요 ~ "
민규는 두달전 부터인가, 원서를 넣고 바로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조리사 자격증을 다 따버리겠다며 눈에서 불이 나올것만 같이 열정적이었다.
어느집 아들래미인지 진짜 야무딱져가지곤 , 아무것도 안하곤 못배기나보다. 진짜 열심히 산다 김민규.
그렇게 열람실에 들어가, 너덜너덜해진 수능완성표지를 보며
이주하고 삼일있으면 진짜 끝이구나 .. 생각하니 실감도 나지않고 머리가 띵해졌다.
17일만 참자, 17일만 있다가 놀자.
그 17일이 16일이 되고, 10일이 되고, 7일, 3일 ..
미쳤다, D-1 ..
오지 않을것만 같던 날이 왔다.
오늘은 수능 전날, 예비소집일이다. 미리 시험장에 가서 자리도 확인하고 뭐 준비물이나 그런거 공지받고..
"와씨 개떨려, 아니 말이되냐 ? 우리가 내일 수능본데, 와 쩔어 진짜"
"입에 모터 달았냐 좀 닥쳐, 수능 보면 보는거지 말이많아 진짜"
"이지훈, 너 그러면서 손떨고 있는거 아냐"
".. 몰라 보지마 쪽팔려"
"아싸 그래도 이지훈이랑은 시험장 같네, 밥 같이먹자 도시락 !!!"
"근데 김칠봉이랑은 왜 시험장 다르지 .."
"병신들아 남녀 시험장이 다른데 왜 같겠어 .."
"아 맞다 너 여자네"
"하 이새키들이 수능전날까지 .."
그렇게 시험장에 들렀다가, 평소처럼 독서실으로 향했다.
내일이면 독서실 오는일도 이제 없겠네..
실감도 안나고 별 생각이 많아져 머릿속에 들어오는게 없었다.
콱 막힌 열람실 안에서 한참을 엎드려있다가, 휴게실로 오라는 민규의 문자를 받고 그제야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시험장 너네학교다 ? 니기운 받아서 수능 망치면 어떡하지 ?"
"닥쳐.. 넌 망해도 되잖아 .. 지금 너랑 장난칠 기분 아니야"
"미안 .. "
수능을 하루 앞두고 너무나도 예민해진 바람에 민규도 슬슬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맞다, 내일 어머니한테 도시락 안싸도 된다고 전해 내가 니것까지 챙겨갈께."
"어 ? 아니 너네 어머님도 바쁘신데 뭘 내것까지 챙겨"
"그니깐 우리엄마도 바쁘고 너네엄마도 바쁘니깐 내가 챙기지"
"와 대단하다 진짜.. , 수능도시락 자기손으로 싸는 수험생도 너밖에 없을거다 "
"요리잘하는 친구 둔거 감사하며 살아, 친구가 싸준 도시락 먹는 수험생도 너밖에 없을거다"
"고맙다 진짜 김민규 짱.."
"오늘은 일찍 가자, 내일 피곤해서 수능보다 졸면 안되니깐, 가방가지고 나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더 있어봤자, 공부도 안될께 뻔하고 민규말에 고개를 끄덕인뒤 얼른 가방을 챙겨 나왔다.
그렇게 평소처럼 민규와 발걸음을 맞춰 집으로 향했고, 아파트 현관에서 마주한 민규는
푹 자고 아침에 보자며, 오늘은 아무런 꿈도 꾸지말고 편안하게만 자라고, 그렇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
민규시점
내일이 수능이다, 사실 내겐 그닥 중요치 않지만 칠봉이한테는 엄청 중요하니깐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됬다.
사실 몇개월 전부터 내게 수능보다 더 중요하게 머릿속을 꽉 채운 생각은 '고백' 이다.
지난 여름, 오랜만에 만난 칠봉이와 진하게 껴안은 그날부터, 내 머릿속은 오직 이 생각 뿐이었다.
전보다는 더 가까워졌지만 그렇다고 연인 보다는 먼사이, 딱 그정도인데
너도 내가 싫은것 같지는 않고, 나는 니가 좋아 죽겠으니 빨리 이 애매한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언제쯤이 좋으려나 .. 수능 끝나고 ? .. 칠봉이가 혹시라도 수능 잘 못봐서 기분이 안좋으면 어떡하지 ..
아니야 왜 그딴 생각을 해, 칠봉이가 왜 못쳐 그럴리 없지
수능 끝나고는 아직 발표도 남았고 좀 그러니깐 , 졸업식 ..? 근데 아직 졸업식까지 너무 많이 남았는데 ..
후 돌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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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ㅠㅠㅠㅠㅠ 쓰차먹어서
최대한 빨리 찾아뵙겠다던 작가가 이제야 왔어요 ..
헝 기다리신 분들 있다면 진짜 죄송해요 ㅠㅠ
쓰차 먹어서 심심했던 동안 끄적여놨던거
오늘 다 올릴게요 :-)
하필 와도 첫콘날 왔네요 ! 저는 막콘만 가기때문에 ..
오늘 다 올려버리고 내일 모레는 쉬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