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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쌀쌀한 새벽만큼이나 추운 아침 여섯시 월요일 

 


 

어젯밤

서럽게 운것때문에 축 처진 눈망울과 굳어버린 손으로

 낡아빠진 운동화를 힘겹게 신으며  

아무도 깨지않게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좁은 문틈 사이로

 금방이라도 비집고 들어올것같은 낙엽들이

새벽을 들이마신 바람이

내 코를 시렵게 만들었다. 




빳빳하고 어정쩡한 교복

 다 터버린 손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킹을 신지 않은 맨다리

그리고 한쪽 만 퉁퉁부은 얼굴


 

으로 이 못난 얼굴을 가리고 싶지만,

추한 가리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뜬금없어도 좋으니까, 맥락없이 앞뒤가 안맞아도 좋으니까, 제발 지금 누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줬으면. 

 



매일 아침에 상상을 한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오늘은 어디로 갈까. 

 




 

입술을 꾹 다문다고 이 시려운 공기가 따뜻해지는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부는 차가운 공기를 상대로 꾹 다문 입술은 마치 어젯밤의 나와 비슷하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딸랑" 

 


교복 작은 안쪽 주머니에서

네번 꼬깃꼬깃 접은 천원짜리 지폐 두 장과 교통카드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알바생을 바라봤다. 


 

"저...이거.." 


 

그냥 교통카드 충전해주세요 라고 말하면 돼는데

 어젯밤소리를 너무 지른탓에 목소리가 메마른 입술처럼 갈라졌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교통카드 충전해드려요?" 

 

오랜만에 들은 친절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상대가 알바생이긴 하지만. 

 

 


계산대위에 충전된 교통카드를 집었을때, 내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막대 사탕 하나가 끼워져있었다. 



 

"저.. 이거 안사는데.." 

 

"오늘까지 교통카드 이천 원 이상 충전하신분에게 사탕하나씩 드려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물에 젖은 쥐새끼 마냥 건너편에 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저렇게 이쁘게 웃으면서 사는 사람들의 부모님은 어떨까? 

나는 왜 저사람처럼 살지 못하는거지?

왜 난 항상 우울하지? 




라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생각을 떨치며 

아까받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달달한게 그나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이십분정도 걸리는 학교에서는 

 내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다는게 뭔지 모르는 채로  

각자 목표에 따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있는걸로 하루가 끝나고 


이렇게 쳇바퀴 돌듯이 평일이 지나가면, 주말에는 대체 어디에 있어야할까.

 아니, 대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걸까 라는 생각이 한없이 든다. 

 집에서 편히 있고 싶은 나에게는 쉬는것에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아픔을 참고 견뎌라 뿐. 






다음날 아침. 새벽에 가까운 다섯시

월요일과 다를게 없다. 

 담배꽁초가 쌓인 부엌 창가와 거실바닥에 핏기가 섞인 무언가가 깨진 조각들이 이제 익숙하다.  

다른게 하나라도 있다면, 의자가 하나 더 부서져 있다는것. 

이런것들은 어젯밤에 있었던 모든일들을 말해준다. 

물론, 그 일들의 이유는 빼고. 

 

 


오늘은 한시간 일찍나가 집앞 공원에 좀 앉아있다가 가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현관문을 열었을때 

 



 

"하..." 



호 하고 부니 저멀리 사르륵 녹듯이 날아가는 솜사탕같은 입김. 

어젯밤의 별한사발을 들이마신 은은하게 밝아오는 하늘. 



두 손을 모아 다시 입김을 후 하고 불고 집앞 벽에 우수수 떨어져있는 낙엽에게 한마디 건넸다. 


 

"춥다...읍!" 





둔탁한 소리와 함께 큼지막한게 내 얼굴에 던져졌다.


축축하고 구린냄새도 나는것같은데, 잉크냄새같기도 하고... 


저녁에 맞는걸로 모자라 아침부터 또 맞는구나. 

 


 


눈을 떠보니


내 얼굴에 던져진 것은 다름아닌 신문.


그리고 앞에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저.. 괜찮으세요? 제가 원래 신문배달할땐 던져서 안넣는데 오늘 정말 처음 시도 한거 거든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조심했어야... 어?" 

 


 

그 순간 나는 내 얼굴을 팔 아래로 숨기고는, 팔 옆구리 사이로 그 남자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그리고 십초간의 정적. 

 



어? 라는 저 마지막 물음은 뭐지.  

설마 내 얼굴을 보기라도 한건가, 목도리로 상처좀 가리고 나올껄.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면 난 뭐라고 대답하지? 

사실대로 말해? 

그다음에는? 

부모니까 괜찮다고 하면?  

아님 그냥.. 아...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아...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저기.."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지붕위에 고인 빗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내 어깨에 떨어질때까지,

그 남자는 날 계속 응시했다. 

 


"아, 알았다! 아침마다 거의 맨날 천 원씩 이천 원씩 충전 하러 오는...맞죠?" 


"..네?" 

 

  

이건 대체 뭔상황이야 

 

 

"어제 제가 준 사탕.. 잘 먹었어요?" 


"...사탕이요?" 


"에이, 섭섭하다. 원래 안주는건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그 남자는 먼저 입을 땠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오늘은 편의점 안들려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차 이게 아닌데. 

 



그 남자는 헛기침을 몇번하고 코를 훌쩍 닦고 자신이 쓰던 장갑을 나에게 건넸다. 


"손 빨간거봐, 내 장갑껴. 어차피 신문배달 다 끝나서 괜찮으니까" 


"배달이요?" 


"신문 배달도 하고, 편의점 알바도 하고.. 돈버는거라면 다 해야지...음.." 

 

남자는 말을 늘어뜨린채, 장갑을 손 마디마디에 껴주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다시 한번 나에게 물었다. 


"사탕 먹을래요?" 


"...네?" 

 

 



'사탕? 지금? 사탕? 이 남자 뭐지. 이상한 사람인가. 뭐지 이 상황은. 

받아야 하는거야, 말아야 하는거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해, 그냥 말하면 되지" 


"저.. 아저씨.." 


"아저씨? 나? 내가 아저씨?" 


"말을 쉽게 놓으시길래.." 


"나 너랑 많아봤자 한두살 차이날껄?" 

 



 

나이 얘기를 하며 깔깔웃는 이 남자, 대체 정체가 뭘까. 



저 오똑한 코 

웃을때마다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 

 볼에 살포시 자리잡혀있는 보조개 

그리고 뽀얀 피부까지 

 

부럽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너 아까 방금 내 얼굴 엄청 자세히 봤지" 


"...아닐껄요." 

 

 


그는 내 교복 자켓 가슴쪽에 달려있는 명찰을 보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럼 우리 이제 아는사람인가? 얼굴도 알고 나이도 대충 알고, 이름...도 알고" 


"전 몰라요." 


"뭐가?" 


"이름...이요."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그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장난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기현"


"..."


"유기현" 

 

 

심상치 않은 눈길로 나를 바라보다 목도리에 시선을 두고는 말을 건넨다. 

 

 

"근데, 고3도 아닌데 학교 일찍가네" 


"아..그게" 

 


 

허공에 왔다갔다하던 그의 손가락은 멈추며 심상치 않은 눈으로 날 내려다봤다.


내 바래진 교복속에 칼날에 배인 상처와 피로 퍼렇게 물든 멍을 꾀뚫어 보는듯 했다. 

 

 

"너...지금 학교말고..어디 좀.." 


"괜찮아요" 


"뭐가 괜찮은 건데" 


"원래 이러니까 걱정마요, 어차피 가봤자 돈만 깨지고..." 

 

병원은...아직 아니야. 


"아니, 하늘좀 보러가자" 


"하늘..이요?" 


"지금 학교쨀려고 하는거 아니야? 1교시부터 쨀려고 만만의 준비를 하고 나온것같은데?" 

 



학교를 짼다니... 

그동안 십년 넘게 지켜 왔던 것을 한방에 무너뜨리는것같았다.  




"근데, 하늘 보고싶으면, 지금 보면 되잖아요." 


"뷰가 다르지" 





유기현이라는 이 남자는 엄지와 검지로 사진작가라도 된듯이 포즈를 취하고 

이왕 기분전환 할려면 제대로된 뷰를 봐야한다면서 날 어디론가 이끌었다.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다왔다!" 

 

 

 아찔한 일탈속에 반대되는 행동 

 

 

"말했던 뷰가 이거였어요?" 


"경치 좋지?" 


 

 

4층 높이의 복합 주택, 옥탑방. 


올라오는 계단 왼쪽에는 고추심은게 숭숭 자라나있었고 

 옆에는 잡초처럼 생긴 새싹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정적의 기류 

 


 

괜히 자라던 새싹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옆에 이런건 뽑아야..." 


"어어어어어어어!! 안돼!" 


"...?" 


"그냥 그건 냅둬, 키우는거야" 

 

 

보잘것없는게 커서 뭐가 되길래..  

 


"저거 나중에 커서 뭐가 되는데요?" 


"지켜봐야지, 뭐가 되려고 하는지" 


"잡초...아닌가" 

 

"그래도 잡초면 어때" 


"영양분 다 뺏어가잖아요" 


"영양분 뺏어간다고 다 나쁜건 아니지, 얘가 나중에 장마철에 안날아가도록 지켜준다고." 


"아.. 몰랐어요." 

 

"그리고, 쓸모없는건 없어." 


"..." 

 


또 한번의 정적. 

 

 

[몬스타엑스/유기현] 편의점 히어로 /1화: 알바생 유기현 | 인스티즈



갑자기 어깨를 치켜 세우며, 그는 나에게 동정같은 한마디를 건넸다. 

 


"힘들때 여기 와도 괜찮아, 언제든지" 

 

"제가 지금 힘들어보여요?" 

 

"그냥 편하게 쉬고싶을때 와도 된다는거지" 

 




나의 속사정을 왠지 들킨것같아서 창피함과 죄책감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안도감 


하지만, 불쌍한 내 모습을 감추기에는 그와 상반되게 내 자신의 초라함 

날 묘사하는 세상 모든 안좋은 단어들. 

 

 

날 매일 초라하게 만든 믿었던 누군가의 폭력과 무책임은  

그의 함께 해준다는 말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상처들은 아문다. 

 

 

평소에 본 하늘은,이 세상에 나만 덩그러니 혼자 떨어져 남아 옹기종기 모여있는 구름을 쓸쓸하게 보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의 하늘은, 저 구름이 날 괴롭히는 햇빛으로부터 지켜주는 것 같았다. 

 



 

"내일도 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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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5.58
크으으 느낌 좋아요ㅠㅠ 열심히 챙겨 볼게요 화이또!
7년 전
사과는애플
오오오 감사해여ㅠㅠ 처음 글이라서 긴장했는데ㅠㅠ 화이또!
7년 전
비회원195.114
저 작가님 팬 할게요,,, 좋아요!!!!!!! 사랑해요!!!!!! 응원해요!!!!!!!!!!!!
7년 전
사과는애플
저도 님 팬할게요!!!!!!! 고마워요!!!!ㅎㅎ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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