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저씨의 말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인사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왔다
아저씨가 싫어 도망친 게 아니다
이때까지 좋아한다고 따라다녔으면서
아저씨가 고백하니 피하면 미친년이지
내가 좋아하면 더 좋아했지..
그냥.. 아저씨 입에 나온 말이
너무 부끄러워서
이때까지 나의 말을 들을 때마다
아저씨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저씨가 나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무관심한 말투며
나를 보면 한다는 말이 많아 봐야
빨리 가 기다리지 마
항상 부정적인 단어 밖에 없었으니깐
혹시 내가 아무 말없이 와버려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어쩌지
연락이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에 멈췄다
- 딸 어디 갔다 와?
- 잠시 나갔다 왔어요
- 민규랑?
- 아 뭐.. 갑자기 민규는 왜요?
- 민규랑 싸웠다며
화해하고 싶어도 넌 싸워서 학원도 안 나오지
연락 피한 다고 집에 와도 되냐 연락 왔었어
- 김민규 가요?
- 응 못 만났어?
- 만났어요
- 얼른 화해해 학원도 다시 가고
대학은 가야 되는 거 알지?
엄만 너 믿는다
아... 김민규가 싸웠다고 거짓말해줬구나..
다행이다 나중에 학원 이유 없이 안 간거 들켰으면
아마 때려치우라고 난리 난리 쳤을 테니깐
고맙다고 연락해야겠다
잠시만.. 그럼 당장..월요일부터 나가야 되잖아
학교 마치고 바로 가도 적어야 8신데..
아저씨가 도착하면 7시 30분 조금 넘을거고..
학원이랑 집 거리는 20분
말이 안 되는 일정이네
그러면...
민규 몰래 중간에 빠져 나오는 수밖에
어쩌겠어
아저씨는 무조건 봐야 되는데
.
.
.
.
망했다
제대로 된 지각이다
어젯밤 아저씨에게 카톡을 걸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잠들어 충전을 하지 못해
꺼진 폰을 급히 충전시키고
씻으러 들어갔다
아 어떡하지
아저씨를 만난 뒤 처음 못 보는 아침이다
기분 별로야
얼른 교복을 입고
부모님이 일 나가시기 전 준비해주신 식빵을 물고
달렸다
.
.
.
- 골라 빨리
- 쌤 진짜 한번 만요
저 진짜 오랜만에
- 싫으면 이번 주 내내 당번하던가
- 아 쌤!
- 그러면 운동장 오리걸음으로 다섯바퀴 돌고 와
- 당번 몇 시까지죠? 7시 30분?
10분 일찍 올 수도 있습니다
- 한 번이라도 어기면 바로 손바닥 다섯대야
매번 아슬하게 도착이라도 했는데
오늘은 아예 1교시 중반에 들어와버려
제대로 담임 선생님에게 걸렸다
이번 주 내내 당번이면
아예 이번 주 아침은 아저씨를 못 본다는 거다
말이 되냐 ...
아침부터 이게 뭐야
반으로 올라오니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는
원우가 얄미워 등을 내리치니
욕하고 난리 났다
- 말 걸지 마
- ?시비는 지가 걸어 놓고...
.
.
.
- 성이름 1교시 끝나고 들어 온게 실화?
- 우아~ 고3 맞아?
- 시비걸 거면 저리 가서 먹어
- 많이 먹어 우리이름 ~ 일주일 당번 ~
- 이야~ 전원우 고마워해라
덕분에 상쾌한 모닝 반이네
- 숨 쉬는 걸 고맙게 여겨 볼래
- 세상에
원우랑 밥을 먹고 있을까
시비를 걸며 다가오는 석민과 승관에 머리를 잡고 있으면
좀 있다 보자는 문자를 보내온 김민규다
아저씨 보고싶다..
아니 아침에 내가 없는데 아무렇지 않나?
연락 한 번을 안하네
나 좋아하는 거맞아?
나라도 연락을 해봐야 되나..
휴대폰을 꺼내 아저씨에게 연락을 고민하는데 갑자기 꺼지는 휴대폰이다
아 망했어 진짜 되는 일 없어
- 마치고 ㄸ
- 안돼
- 아 또 왜!
- 김민규랑 학원 가야 돼
교문 앞에 있어
- 웬일 너 그 아저씨는
드디어 포기했냐?
- 재수 없는 소리 즐
마치고 보러 갈 거야
- 아주 지극 정성이네
그런다고 봐주냐?
봐줬어 미친놈아
맨날 마치고 어디가재
자꾸 옆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원우의 말을
무시하고 교문을 나서는데 멀리서 보이는 민규에 진짜 절망을 했다
진짜 왔어 미친놈
- 어 오랜만 김민규
- 그래 안녕
- 너 원래 우리보다 늦게 마치지 않냐?
- 성이름 잡고 학원 가게
- 아 하긴 요즘 얘가 윗..
- 야 전원우 잘가!! 가자 민규야 나 학원가고싶어
갑자기 아저씨 얘기를 꺼내는 원우에 식겁해 얼른 민규를 데리고 왔다
김민규가 알면 무조건 엄마 한테 말할거야
- 너 뭔생각해
- 어..? 아 아무것도 왜
- 가기전에 밥 먹자고
- ? 갑자기 왜 안돼 빨리 가자
- 학원가기 전에 뭐 안먹으면 손발 다떨린다며
- 아니야 시간 없어 빨리
밥은 무슨 빨리 가서 김민규 몰래 나와야 돼
오랜만에 온 학원에 들어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잔소리를 하시는 선생님이다...
생각 없이 오다 보니 재료도 안 가져와서
자습실로 가니
같이 하자며 끌고 가는 민규다
어..? 이러면 꼼짝없이 붙잡혀 있잖아...
- 야 너 제발 실습해
너 색연필 없잖아
- 사몰함에 있어
- .. 나 집중 안돼 혼자 할거야
- 왜 도망치게?
- 뭔 도망이야 안가 쫌
- 알겠어 믿을테니깐 같이해
휴대폰도 꺼져서 아저씨한테 연락도 못하는데..
어쩔 수 없다
얼른 다 하고 검사받고 가는 수밖에
미친 듯이 일러스트를 하고 검사를 받았을까
교무실 시계를 확인했을까 벌서 7시 30분이 넘어
데려다준다는 민규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갔다
제발.... 아저씨가 늦게 마치길 비는 수밖에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건지
아파트 입구며 현관이며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정말 혹시나 해서
9시까지 기다려봤지만 아저씨는 없었다
진짜 나 좋아 하는 거 맞아?
그렇게 집으로 와서 폰 충전을 시켜서 알람을 들어가봤지만
온 연락이라곤 김민규 전원우 부승관 ...
진짜 정작 오라는 사람은 안 오고
진짜 삐둘어지게 하네
내일 아침에도 당번이라 못 보는데
아무 생각하지말자 내일 저녁에는 꼭 보면 되니깐
은 무슨 목요일이 될 때까지 아저씨를 한번도 보지못했다
연락은 오지도 않았고
물론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이 상황을 아는 원우가
재촉하면 바로 질려한다고 한번은 나도 기다려보라는
말에 하지도 못했다
2일 동안은 민규가 집까지 데려다 줬다
계속되는 아저씨 생각에 실수가 반복 돼
오늘은 더 늦게 마쳤다
4일 동안 못 본 게 말이되?
아 짜증 나 죽겠다
오만 걱정이 다 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예민 그 자체였다
하던 일도 잘 안되고
아마 제일 열심히 한 게 폰 쥐고 연락 기다리는 일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몸이 나른해져 잠들려 했다
잠을 들랑말랑 하고 있었을까 울리는 벨 소리에
귀찮아 확인도 안 하고 받았다
전원우나 부승관이면 가만 안 둘 거야
-여보세요..
-...
아무말을 안하는 상대방에 짜증이나 발신을 확인할 무렵
- 아..누구ㅇ..
- ... 왜 피해
- ...?
아저씨..?
- ..왜 피해..
- 술 드셨어요...?
-..왜..피해..
- 어디세요? 저 가도 돼ㅇ..
- 피하지 마...제발...
- ...
- 피하라고 말한 거 아니야..
그냥..난 ..니가 너무 좋아서..
보고 싶어 이름아
당장 전화를 끊고 옷을 입었다
어디 가냐는 엄마의 말에 잠시 나갔다 오겠다하고
바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주변이 조용한 걸 보니깐 집 같은데...
두 계단씩 올라와 숨을 고르지도 못하고 벨을 눌렀다
..없나..?
세 번을 눌러도 나오지 않는 아저씨에 밖인가 싶어 다시 전화를 걸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갑자기 잡아당기는 손길에
순수 무책으로 끌려가니
술 냄새와 특유의 향수 냄새가 섞인 품으로 안겼다
- 술 많이 마셨네요
들어가서 말해요
들어가자는 내 말에 힘을 더 주며 끌어당기는 아저씨다
- 나 숨 막혀..
- 대답해 가지 마
- 안 가요.. 안 갈테니깐..
-너 그렇게 가고 고민 많이 했어
다시 말하려고 어떻게든 니가 부담 안 가지게
그래서
기다렸어
계속 기다렸는데 .. 니가 올 줄 알아서..
츨근이 늦어가면서 퇴근은 더 빨리 마쳐가면서 계속
연락하고 싶었어 하루 종일 폰만 잡고 살았는데
정작 너한테 답장이 안 올까 봐 너무 무서웠어
근데 니가 따른 남자랑 오니깐
머리가 새하애지더라
혹시나 내가 말한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가 해서
후회도 많이 했어
안 보이니깐 아무것도 안 잡히더라
니가 너무 미웠는데 미웠는데도...
너무 보고 싶었어...진짜...
그러니깐...제발..나 피하지 마....
-.. 피한 게 아니에요
부담스러운 건 더더욱 아니고
그날은 그냥 너무 부끄러워서
제가 생각이 짧았었어요
저도 그렇게 온 거 후회했어요
월요일 아침은 아저씨도 못 보고 갈 만큼 늦었었어요
1교시 끝나고 학교 들어가고..
폰 충전은 안 왜있어서 꺼졌지
마치고 학원 갔다 바로 보러 갈려 했는데
한참 늦어버려서 아저씨도 못 봤어요
그렇게 집으로 와서 연락하려는데
아저씨는 연락 한 통도 안 왔지
그래서 일부러 안 보낸 것도 있어요
아저씨 마음이 진짜 진 아닌지 헷갈려서
근데 그런 거 생각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고마워요 말해줘서 먼저 연락해줘서
저도 진짜 보고 싶었어요
술김에 취해서 하는 말 아니야
장난 같은 마음도 아니고
어리다고 너 무시할 생각 절대 없어
이대로 졸업할 때까지
널 놔두기엔 내가 못 참겠다
나이 많은 아저씨랑 사귄다고 비판하는 말
절대 안 듣게 할게
표현은 못해도 니가 다 느낄수 있게 사랑해줄게
나랑 연애하자 이름아
마지막 말로 웃으며 입을 마쳐 오는 아저씨의
허리를 잡으며
긍정의 의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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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대한 빨리... 올릴려고 했는데 ㅜㅠ 어제 원래 쓸려던 내용을 싹 엎는 바람에.. 너무 맘에 안들어서 완전 새로운 스토리로 탄생했습니다... 원래 고백은 한 참 뒤였는데 질질 끄는거 같아서... 혹시 원하시는 장면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꼭 넣어드리겠습니당... 최대한 노력을 다끌어넣어서...
다음 화는 진짜 빨리 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뿌뿌젤라 / 토마스 / 예찬 / 석고상 / 인절미 / 다솜 / 애정 / 필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