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선후배 5
W.지호야약먹자
"..."
"..."
아, 아까부터 신경쓰여 죽겠다. 비행기에서 짐을 챙기고 나오면서 시작된 어색한 분위기는 짐을 찾고 나오는 지금까지도 계속됐다.
형은 뭔가 할 말이 있는듯 입을 달싹거리다가도 곧 닫아버리고 다시 달싹거리기를 반복한다.
가만 두고봤더니 이번엔 눈까지 도로록 굴려 날 의식한다. 형이 날 전혀 의식하지 않을 때도 신경쓰여 죽겠었는데 쌍방향으로 신경쓰니까 엄청 웃기네.
이게 무슨 썸타는 고딩 남녀도 아니고...웃기긴해도 어쩔수없는 긴장감에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느낌이다.
혀로 입을 축여도 건조한 건 마찬가지.
립밤을 챙겨왔던가, 생각하는데 내 앞에 손이 내밀어졌다. 하얀 지호형 손 위엔 립밤이 하나 있다.
진짜 나 의식하고 있었나보네. 고마워요. 하고 받아들고 입에 바르니까 약간 발그레하던 지호향의 볼이 홍당무같다.
어, 그러고보니까 이거 지호형이 쓰던 걸텐데. 괜히 혼자 한번 더 입술에 발랐다. 연하게 올라오는 바닐라향이 달았다.
지호형 입도 이런 향이려나. 형 몸은 우유향인데. 맛있는 냄새만 나네, 형한테는
공항으로 나오니까 진짜 외국에 왔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금발의 사람들에 뭔지 모를 위화감이 든다.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따뜻한 날씨에 두툼한 후드를 입은 몸이 갑갑하다고 느껴져 지퍼를 내렸다.
출구로 빠져나가자마자 지호형이 형! 하면서 쪼르르 달려나간다. 그렇게 좋나.
나도 가까이 다가가니까 벌써 서로 부둥켜안고 포옹하는게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 같네.
지호형이 이렇게 귀엽게 굴기도 하네, 그 형이 좀 부럽다.
"아, 형! 내가 저번에 전화로 말했었지? 표지훈. 내가 제일 아끼는 후배"
아까는 눈치만 살피더니 형이랑 만나고 기분이 풀렸는지 헤헤 웃으며 내 소개를 한다.
"응. 들었어. 반가워요."
"네, 안녕하세요. 저도 많이 들었어요. 말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사실, 여기있으면서 존댓말 쓴 적은 별로 없어서 어색했는데. 너도 말 편하게 해."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 그제야 지호형이랑 닮았구나, 했다. 처음 딱 봤을 땐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을 편하게 하라는 말에 알았다고 웃어보이자 살짝 뒤로 물러나있던 남자를 앞으로 끌어당긴다.
"얘는 내 친구! 일 때문에 같이 갈데가 있어서 같이 왔네, 정한해라고 나이는 나랑 같고...지호, 너는 기억 할텐데? 기억 안나?"
내가 모르는 얘기같아 슬며시 몸을 뒤로 뺐다. 지호형이 여기 있을때 아는 사이였나보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막상 닥치니까 좀 쓸쓸하다.
"어...솔직히 기억안나는데...형, 9년 전 기억이 아직도 나면 난 벌써 조기졸업했다?"
"에이- 실망이네, 우지호. 난 너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때는 나보다 훨씬 쪼꼬만게 얼마나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녔는지.."
"아...맞다!...와, 대박 이제 생각났어! 형도 진짜 반갑다."
둘이 짝짝꿍 잘도 맞는다. 소외감 느끼는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다른 남자랑 붙어 먹는 걸 보니까 기분이 더 침울해진다.
허, 이젠 둘이 포옹까지 하신다. 그걸 지켜보면서 가만히 서있는데 누가 내 손목을 잡아끈다.
"왜 혼자 뒤로 빠져있어. 야, 포옹 그만하고 이제 집에 좀 가자. 나랑 한해는 일하러 가야돼."
태운이형이다. 은근 지호형이였으면, 했는데 지호형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해라는 사람이랑 하하호호 즐겁네.
태운이형과 내 손이 떨어져 나가고 그걸 보다 다시 지호형을 쳐다보니 여길 보고있던건지 눈이 마주쳤다.
신경쓰는 건가. 계속 눈을 맞추니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휙 돌린다.
섭섭함을 느끼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귀여워 죽겠다.
"집 열쇠는 이거고, 이층에 방 두개 너희 쓰라고 비워놨으니까 거기에 짐풀고, 어지럽히지 말고, 난 7시 전후로 올 것 같다.
냉장고에 먹을 거 다 있으니까 그거 먹고, 내일을 형이 맛있는 거 쏠게. 이따보자 지호야, 지훈아"
태운이형은 정말 일하다가 급하게 나왔던건지 우리 둘을 집에 달랑 내려주고 곧바로 차에 타고 떠났다.
차에서 대화해본 둘은 친한 친구같았다. 처음 만난 거라는 어색함도 없이 잘 받아주고 챙겨줬다.
오히려 지호형이 나보다 말도 안하는 편이였다.
조수석이라서 그런지 뒤에있는 형이 안보여 백미러로 봤을 땐 뭔가 마음에 안들어하는 것 같았는데...
대충대충 형의 말에 대꾸해주던 지호형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짐풀라는 말은 한 귀로 흘린건지 짐을 거실 한 쪽에 모아두고는 쇼파에 몸을 던지는 게, 많이 피곤했나...
아, 나도 눕고싶은데...나까지 누워버리면 진짜 아예 짐 정리는 꿈도 못꿀것 같아서 내 짐을 들고 이층으로 향했다.
두 방중 아무거나 골라 들어가서 짐을 두고 다시 내려와 지호형의 짐을 들었다.
"형, 형 짐도 올려 놓을게요. 일단 짐부터 정리하고 쉬어요."
쿠션에 묻은 얼굴때문에 뭉개진 말투로 알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좀 만 더있으면 백퍼 잠들겠네.
짐을 내려두고 지호형을 흔들었다.
"일어나, 형. 아까도 아무것도 안먹고 배고플텐데,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자, 이 가방 들고 올라가요."
자고싶은 건지 입을 빼쭉대면서 가방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자기 심통난 걸 알리듯 쿵쾅거리면서 올라가는 게 애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하여튼 이럴때 보면 진짜 애다.
나도 남은 짐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지호형은 가방을 침대에 내팽개치고는 침대에 앉아서 날 쳐다보고있다.
"왜 이렇게 뭐에 삐진사람처럼 있어요. 뭐 먹고싶어요? 재료가 충분히 있을려나..."
해먹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재료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태운이형 어때?"
뭐먹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뜬금없이 태운이형을 묻는다. 자기 형이라서 신경쓰이는 건가.
"뭐...좋죠."
"그게 끝이야?"
그게 끝인데.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만난지 몇년 된 것도 아닌데...뭘 더 듣고싶은 건지 계속 묻는다.
"오늘 만난 사람들끼리 뭘 더 알고 말아요. 얼른 정신차리고 부엌으로 와요. 뭐라도 해주게."
형의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내려왔다.
냄장고를 열어 김치와 달걀을 꺼냈다. 밥도 남아있고...김치볶음밥이 제일 낫겠지.
불을 키고 기름을 둘러 밥을 볶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진행이 되자 형이 어슬렁어슬렁 내려온다.
"김치볶음밥이야?"
"응. 오늘은 이거 먹고 좀 쉬어요, 우리. 비행기에서 몇시간 잤다고해도 불편해서 피곤할테니까."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를 식탁에 세팅한다.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우리 둘이 사는 집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혼집같은 느낌까지 들어 얼굴이 달아오른다.
달아오른 얼굴을 부채질하는 데 형이 짝 소리나게 팔을 때린다. 아! 왜요! 하고 쳐다보자 어따 정신을 파냐며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김치볶음밥을 한번 흔든다.
"니가 해주긴 뭘 니가해줘, 앉아있어. 형이 해줄게"
날 의자쪽으로 밀고는 김치볶음밥에 계란을 풀고 다시 볶기 시작한다. 맛있는 냄새...
의자에 앉아 형의 뒷보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진짜 신혼집같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우리가 잘되게 되면 이렇게 바라만 보지 말고 뒤에서 안고있고싶다.
형의 음식솜씨는 꽤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건 형도 마찬가지였고.
싹싹 긁어먹고 눈이 마주치자 또 웃어보였다.
형은 같이 웃다가 갑지기 얼굴을 굳혔다.
그 후로는 의미없이 틀어놓은 티비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둘 다 쇼파에 앉아서 티비를 응시하고있다.
한참을 형이 왜 그러는건지 비행기에서 있던 일들을 되짚는데 형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진짜 뭐 잘못이라도 했나?
"형"
작게 부르는 내 목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왜,왜...하면서 말을 더듬는다.
"형, 뭐 잘못했어요? 왜 이렇게 눈치를 봐요"
이젠 대답도 안하고 뭐가 그렇게 우울한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곤 시선을 내리까는게,
진짜 뭐가 있긴 있는 것같은데...일단은 형을 달래자는 생각에 가까이 가서 어깨를 토닥이니 그제서야 입을 연다.
"내가 잘못한 건지 잘 모르겠어. 그냥...복잡하다, 지훈아. 내가 이걸 말해도 될 지 모르겠어. 말하고 싶은데, 말 못하겠어..."
오랜만에보는 형의 진지한 모습이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형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어. 그 때 그 때 생각에 충실하게 행동해도 되요. 분명히 형은 잘못한 거 아무것도 없을 걸요.
내가 장담해요. 형이 생각하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기다려 줄테니까 천천히 말해요. 피곤한데 머리아프게 또 깊게 생각하려고 하지말고. 알았죠?"
나도 덩달아 진지해져서 대답을 하는데 마음이 좀 놓이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표정은 풀리지 않는 것 같아 신경쓰인다.
손을 어깨에서 떼어내고 형의 양볼을 잡아당겼다.
말랑말랑한 볼살이 올라가며 웃는 모양이 됬다. 이제 맘에 드네, 웃는 내 얼굴에 자극받았는지 눈썹이 꿈툴거린다.
뭐하는거야! 뭉개진 발음으로 반항하는 게 귀여워 볼을 더 늘렸다.
"야! 아프다고!"
손을 찰싹찰싹 때리는 형때문에 손을 놓자 두손으로 자기 볼을 감싸며 날 째려본다.
안그래도 올라간 눈꼬리까 더 치켜 올라간 것같다. 그래봤자 하나도 안무섭네요.
째려보는데도 웃어보이니 포기했는지 자기도 웃는다.
"아까부터 혼자 걱정해서 말이 그렇게 없었어요? 그런 걱정 좀 하지 마요. 남들은 안하려고 하는 걱정, 형은 사서하고 있어"
풀려진 분위기에 웃으며 형의 머리를 살살 쓸었다.
형은 그걸 지켜보다 손을 올려 슬며시 내 손을 맞잡는다.
내 손을 치우려는 제스쳐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마주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내 손이 잠시 멈췄다.
"표지훈, 이거..하지마. 이러면 진짜..하"
"왜요."
난 올려다 보는 눈이 물기어려 보인다. 왜 그래요.
무슨 말을 할 지 알것 같아서 형을 재촉했다.
얼른, 얼른 말해줘요. 뭐라고 말하려구요.
형이 입을 떼자 기다렸다는 듯이 초인종이 울린다.
벌어지려던 형의 입은 닫히고 난 미동도 않은 채 형을 바라봤다.
"왜요, 계속 말해줘요. 응?"
형도 내 시선을 외면하지 못한 채 계속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형은 계속해서 형을 보는 내 시선을 외면한 채 일어나서 인터폰을 향했다.
방금 정말 가슴이 뛰었다.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을만큼
내 시선은 형의 뒤꽁무니만 쫒았다. 그걸 알면서도 형은 나한테 일말의 시선조차 보내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른 불청객은 태운이형이였는지 곧이어 태운이형이 들어온다.
정적이 흐르는 집이 어색한지 일찍 끝났다고 웃으며 분위기를 바꿔보려한다.
잘못은 없지만 아쉬운 마음에 형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좀만 늦게 오지 그랬어요, 형.
아까부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려는 표지훈을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말을 뚝뚝 끊어먹었다.
뚝뚝 끊기는 대화의 흐름에 곧 표지훈도 말을 멈췄고,
웅성웅성 비행기를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우린 둘만 동떨어져있는 사람들인 듯 정적에 휩싸여 비행기를 나섰다.
표지훈이 자꾸 신경쓰여 힐끔거리는데 입술이 텄는지 혀로 연신 입을 축인다. 혀로 그러면 더 잘트는데...
주머니를 뒤적이니 립밤하나가 나왔다. 쓰던건데...
다시 한번 입술을 혀로 훑는 표지훈에 립밤을 건냈다. 괜히 얼굴이 빨개진다.
출구로 나가니 얼마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이 눈에 띈다.
형이 반가운 마음에 형에게 바로 달려가 안겼다.
안기고보니 표지훈을 두고온 게 생각나 주위를 살피니 걸어오고 있는게 보인다.
"아, 형! 내가 저번에 전화로 말했었지? 표지훈. 내가 제일 아끼는 후배"
형한테 소개해주니 금방 말도 놓고 편하게 지낸다. 나한텐 아직도 존칭 섞어서 쓰는데...
별 것도 아닌데 기분이 괜히 이상하다.
형 옆에 있던 사람은 한해 형이였다.
어렸을 때 진짜 많이 놀았었는데, 그 때는 우리 셋 중에서 한해형이 제일 컸었는데.
어렸을 때 놀던 이야기를 툭툭 던져주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아서 살짝 이상했던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다.
형이 일 가야한다고 서두르란다.
그제야 얘기를 멈추고 바라본 형은 지훈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그 잡힌 두 손에 시선이 고정돼서 떠날 줄을 모른다.
잠깐 잡고있다가 지훈이 형을 따라 걸음을 옮기니 자연스레 떨어진다.
그제야 지훈이를 보는데 지훈이도 날 보고 있던 건지 눈이 마주친다.
괜히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차에서 가는 내내 살짝 불편했다. 우린 다 아는 사이였으니 소외감을 느낄 지훈이를 챙기는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조수석에 앉아 태운이형과 한해형이랑 하하호호 반말도 금방금방 하면서 친해지는 모습을 보니 웃긴 질투라는 걸 알지만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집에 도착해선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알게모르게 긴장했던건지,
힘도 다 풀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 쇼파에 몸을 던졌다.
표지훈은 형의 말대로 해야한다는 건지 뭔지 날 일으키려고 몸을 흔든다.
그게 아닐텐데도 뒤틀린 마음은 표지훈이 태운이형이 하라는 걸 꼭 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그게 느껴졌는지 표지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더 뾰루퉁해진 마음은 내 방에 들어온 표지훈에게 실없는 질문을 하게했다.
태운이형이 어떠냐니.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질문에 입술을 물었다.
진짜 나 왜 이러냐.
그냥 좋다는 표지훈은 태운이형에게 그렇게 큰 감정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당연한 일에 난 또 괜히 마음을 놓는다.
뭘 만든다는건지 부엌으로 내려가는 표지훈의 등을 쫒았다.
열려진 문틈사이로 올라오는 냄새에 몸을 일으켜 일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치볶음밥인가보네. 식탁에 앉으려하니 깨끗하다.
뭐야, 밥먹을 준비도 안하고 음식부터 한거야?
앉으려던 몸을 다시 일으켜 부엌을 뒤져 수저와 그릇을 세팅했다.
다 세팅을 하고 표지훈을 보니 연기가 올라오려는 팬을 놓고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정신 나갔어 진짜! 얼른 팬을 뺐어 타지 않게 흔들었다.
표지훈을 밀쳐두고 요리를 이어갔다. 해준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계란을 푸는데 뒤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왠지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다.
그릇을 비우고 표지훈과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웃다가도 갑자기 생각나는 비행기 안에서의 영화장면이 생각나 얼굴을 굳혔다.
그 후로 정적이 찾아오고, 결국은 설거지를 끝낼 때까지 아무말도 안하고 의미없이 켜 놓은 티비만 응시했다.
그러길 벌써 몇시간째, 바싹바싹 말라가는 듯한 입에 물을 몇컵을 들이킨지도 모르겠다.
눈에 안들어오는 티비대신 표지훈을 힐끔거렸다.
표지훈도 나랑 같은 건지 전혀 집중하지 않는 표정으로 티비만 응시하고있다.
"형"
표지훈을 다시 한번 쳐다보는 데 불리는 말에 깜짝놀라 말을 더듬었다.
말라가는 듯한 입술을 혀로 축였다. 아, 립밤은 위에 있을텐데.
"형, 뭐 잘못했어요? 왜 이렇게 눈치를 봐요"
잘못했냐는 질문에 찔리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게 잘못일까?
입안에서 한 질문은 나가지 못하고 내가 스스로 내린 잘못일거야, 라는 대답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어깨를 토닥여주는 지훈에 울컥했다. 이렇게 따듯하게 위로해주는 표지훈은 내가 고백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문득 저번에 봤던 굳어진 표지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표정을 지을까.
정말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전해주기라도 하고싶은데. 그러질 못하겠다...
고해성사같은 내 고백에 표지훈은 덩달아 진지해져서 날 다독여준다.
아무 잘못 없을 거란 말에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다.
기다려 줄거란 말에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용기를 냈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표지훈이 내 볼을 잡아늘린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당황해 뭐하냐 물었더니 더 잡아늘린다.
이젠 아파오는 볼에 표지훈의 손을 때렸다.
그제야 손을 놓고는 자기 손을 문지른다.
빨개졌을 볼을 문질렀다. 으으, 아퍼.
볼을 한참 문지르는데 이번엔 머리를 살살 쓴다.
쓸리는 머리칼마냥 내 마음도 간질거린다.
괜한 기대감에 부풀게되서 표지훈의 손을 잡았다. 말...할까.
"표지훈, 이거..하지마. 이러면 진짜..하"
말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눈 앞이 흐릿해진다.
"왜요"
왠지 내 다음 말을 알고있을 듯한 얼굴을 보니 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입을 여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그럼에도 우리 시선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서 말하라는 듯 지훈이 재촉하는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울리는 초인종에 입을 꾹 닫고는 인터폰을 향했다.
화면에는 태운이형이 떴다. 불과 몇시간 전까진 반가웠던 얼굴이 지금은 불청객처럼 달갑지가 않다.
문을 열고 물을 마시려 부엌을 향했다. 아까부터 끈질기게 따라붙는 표지훈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인거 아니면, 이러지 마라...진짜 헷갈려 죽겠으니까...
지호야약먹자 |
안녕하세요? 좀 더 빨리 올려야 하는데 이제야 올리네요...ㅠㅠ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몸살 때문에 어젠 컴퓨터도 못 켰어요ㅠㅠㅠ 약먹고 자고 있어나니까 그제야 좀 괜찮아 졌고...ㅎㅎ지호말고 제가 약먹어야 겠음ㅋㅋㅋ 독자님들도 감기 조심하세요ㅠㅠ 암호닉해주신 분들 다들 고마워요ㅠㅠ 노숙자님 떡덕후님 윈윈님 매니큐어님 핫삥꾸님 크롬님 모기장님 이불님 현기증님 촉촉님 울님!! 와..대박 암호닉 짱많네요ㅠㅠㅠ사랑해요♡ 그리고 댓글 써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 다 고마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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