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MIND
전화를 받은 민형은 생각 보다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껏 많은 환자를 받아 왔지만 모두 환자가 직접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를 원해 제 발로 찾아 왔었지
5개월동안이나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던 환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쉽게 내치지 못한 까닭은
"귀찮은 건이긴 한데 뭐... 아무리 봐도 액수가 눈길을 사로잡네"
"나여주인지 뭔지 관심도 없긴 한데 돈이 너무 매혹적인 자세로 나를 유혹하네,제길."
"뭐, 가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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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입니다."
"우리 여주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제가 보기엔 아무런 계기도 없었어요."
"하루하루 피가 말라 죽어버릴 것만 같아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일단 한 번 탐사한 후 정확한 치료 여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환자 분은 어디 계십니까."
의뢰인을 따라 들어간 방 안 침대 위
부러질 듯 가녀린 여성이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너무 조용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숨막히게 고요한 분위기에 덩달아 조심스러워진 민형은 무게없는 발걸음으로 여주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
*****
저벅- 저벅-
귀찮은 마음을 억누르고 한시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던 민형은 여주의 내면 속 생각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이질감을 느꼈다.
"보통 트라우마가 있는 환자답지 않은데... 이렇게 평범할리 없는데"
"그럼 그렇지"
무심코 고개를 든 민형은 단서를 찾는 데 집중한 나머지 보지 못했던 하늘을 보고 내심 놀란다.
여주의 마음 속 하늘은 흔한 하늘색도 어두운 검정색도 아닌
마치 물 위에 마블링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듯한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해괴한 색이었다.
"자기 자신도 헤아리지 못할만큼 생각이 어지러운 건가"
"아니면 자신을 옥죄던 세상이 좆같아서 틀없이 뒤죽박죽한 새로운 세상에 몸을 던졌나"
******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가만히 주시하던 민형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역시 이 건은 할 게 못 돼, 한 번 맡으면 성가신 장기전이 될 기미가 보여"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 위해 한발 내딛는 순간
뒤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누구세요?"
"어떻게 오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사람은 오랜만이네요"
"차 한잔 하실래요?"
아, 망했다. 민형은 생각했다.
여주의 눈에 띈 순간 그녀의 심사가 뒤틀리면 자신이 나가지 못하게 될 것을 직감한 민형은 여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잔뜩 찌푸렸던 미간을 천천히 편 뒤,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띄고 뒤를 돌았다.
"세계적인 선수와 차를 마시다니 영광입니다"
*****
"녹차랑 커피 중에 어느 게 나으세요?"
"아 저는 녹차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부산한 몸짓을 뒤로하고 여주를 따라 들어온 집을 둘러보던 민형은 묘하게 신경쓰이는 문을 살짝 열어 보았고
그 안에 한마리의 나비 같은 몸짓으로 우아한 춤선을 만들어 내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민형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 한 것인지 묵묵히 유려한 선을 그려내는 남자를 잠시 지켜보던 민형은 여주가 오는 소리에 문을 닫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직 뜨거울 거예요, 좀만 식히고 드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저 안의 남자분은 누구십니까"
"아, 스청이를 보셨나봐요! 우리 윈윈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아, 네... 뭐... 그런데 저분은 어떻게 여기에 계신겁니까?"
"음... 그 이야기를 하자면 가장 처음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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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엫 그냥 다음편이 머리속에 계속 맴돌아서 또 썼어요!
반응은 그닥 좋은 것 같지 않지만
현실 도피용 힐링센터 같은 목적으로 천천히 이어 갈 생각입니다-
현실에 지친 마음 저와 같이 글로 풀고가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오세요!
+) 독자님들은 김태희...! 부럽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