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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백]애매호모
*오타 아닙니다.
written by.챠루그레이

 

 

 

 

찬열은 분노에 차 씩씩거렸다.백현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찬열은 기가 차 실소가 터졌다.무언가 짜증이 났다.소개팅에서 바람맞은 것보다,여자친구에게 뺨을 맞고 헤어진 것보다 백현의 한 마디가 더 찬열에게는 열이 오르는 것이었다.저 딴엔 제일 친한 친구라고,학교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하소연하듯 털어놓던 말이 그렇게 잔뜩 인상을 쓰며 폭언할 정도인지 찬열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그 표정,날 진심으로 쓰레기처럼 보는.그런 표정이었다고.찬열은 이가 갈렸다.

 

 

"야."
"어?"
"너는..."


백현은 그때 유난히도 답답함이 섞인 짜증을 얼굴가득 품고 있었다.

 

"개같이 살면서 왜 니 인생이 개같지 않길 바래?"
"...뭐?"
"나한테 그런 말 좀 하지마.니가 자초한거야"


그러고는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찬열을 두고 휑하니 가버린 백현이었다.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며 한참동안 아무 말도,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니,여자친구 있는데 그게 뭐가 어때서.있으면 소개팅도 하면 안돼?지도 다른 남자들이랑 연락하면서.존나 어이없잖아.아 씨발 아직도 볼 쓰려죽겠어.헤어질거면 곱게 헤어지자고 하든가.소개팅도 팅기고 갑자기 뺨이나 처맞고.씨발 왜 이래 내 인생.나 아파죽겠어 백현아,호해줘.
찬열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제가 아직도 무슨 실수를 저지른 건지 몰랐다.

 

*


"그래서 변백이 나한테 그랬다니까!"


찬열은 말하다가도 열이 차서 소리가 커졌다.그렇게 언성을 높여가며 백현이 제게 했던 말들을 토로하는데 어째 세훈과 종대의 반응이 얼떨떨했다.종대는 팔짱을 끼고 발로 흙을 차기만 하는가 하면 세훈은 어색한 웃음을 띠며 슬그머니 찬열의 눈치를 봤다.뭐야 이 반응.찬열은 더 부아가 끓었다.

 

"그럴수도 있지.."
"뭐?그럴 수도 있지?씨발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야!"
"근데,딱 상황이 그렇잖아"

 

세훈이 딴청피우며 그렇게 말했다.울창한 나무사이 매미가 징그럽게도 울어댔다.찬열은 편 들어줄 줄 알았던 종대와 세훈마저 고개 돌리자 답답함에 속이 다 근질거렸다.짜증이 나서,그만 교복이 더러워지는 것은 생각도 않은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도 내 딴엔 제일 친하다고,너네한테 말하기도 전에 지한테만 말해준건데.진짜..배신당한 기분이야"
"니가 백현이랑 제일 친하다고?"
"제일 편하면 제일 친한거지"
"..쯧"

세훈과 하는 말을 듣던 종대가 쯧,하고 찬열을 살짝 훑고 다시 눈을 돌렸다.


"둔해도 존나 둔하다 박찬열"
"뭐?"
"백현이 너랑 둘이 있는거 불편해하잖아 존나게,너만 편하다고 느끼는거지"
"..뭐?"


찬열은 제가 오늘 몇 번이나 뭐?라고 되물은지도 몰랐다.그게 무슨 소리야,변백현이 나랑 있는 걸 불편해한다고?오늘따라 세훈도,종대도,그리고 백현도 이상했다.죄다 저를 네가 다 잘못한거야.하고 모는 듯한 느낌에 찬열은 속이 터졌다.왜 그래?나 원래 그런 놈이었잖아,너네도 알면서.찬열은 당연하게 생각했다.


"잘은 몰라도 이번엔 니가 잘못한거야."
"아,씨발 도대체 내가 뭘?"
"그냥 백현이한테 사과나 해라"

 

세훈과 종대가 각각 그렇게 말했다.찬열은 더는 말하기도 싫어져 그냥 입술을 꽉 깨물고 진정하려 애썼다.이해도 가지 않았다.

내가 왜 걔한테 사과를 해?어떻게.맨날 듣기 싫은 하소연해서 미안하다고?아님 개같이 살아서 미안하다고?찬열은 이상하다고 느꼈다.

 


*


주말동안 찬열은 백현에게서 단 한 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약 좀 올라봐라 싶은 얄미운 마음에 찬열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일요일의 끝자락까지에도 기어코 연락이 오지 않는 야속한 백현때문에 찬열은 오히려 제가 더 약이 올라 휴대폰만 계속 봤다.단정하게 가방을 매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백현이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찬열은 뒤집어질 뻔한 속을 겨우 진정시켰다.그래,내가 참아야지 어쩌겠어.찬열은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야 변백"


일부러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며 그를 불렀다.왜 주말동안 연락안했어,기다렸잖아 존나.한번도 안하고.찬열은 그냥 자존심을 버리고 그렇게 말했는데 백현은 왠지 언짢은 표정이었다.미안.하고 사과하는데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이다.

 

"하지마 불편해"


그러고는 찬열의 팔까지 제법 도도하게 탁 치워내고는 제 자리에 앉았다.찬열은 그 태도에 별 수 없이 얼굴이 일그러졌다.꼭 저를 더러운 것 대하는 듯한 행동에 찬열은 식었던 열이 다시금 올라왔다.변백현 이상해.존나 이상하다고.뒤이어 세훈과 종대도 뒷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왔지만 찬열은 신경질적으로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


찬열이 백현을 처음 본 건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와서였다.백현은 공부도 잘했고 놀기도 잘했지만 찬열은 놀기'만' 잘했었는데,어찌저찌하다보니 둘은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백현도 분명 백현의 무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찬열과 친한 아이들과 더 섞여지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백현과 찬열은 그럭저럭 그럴듯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찬열은 여자를 좋아했다.아니 여자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연애가 좋고 쉬운 남들보다 조금 잘난 남고딩이었다.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연애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심심풀이용으로 즐겨왔었는데,그와 달리 백현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찬열이 어느 날 백현에게 물었다.넌 왜 그렇게 여자에 관심이 없어?내가 소개시켜줄까?했는데,백현은 웃으며 거절했다.난 너처럼 그렇게 쉽게 사귀고 말고 못해.그랬었다.

 

그랬었다.그래,분명히 그랬었어.그런데 왜?찬열은 왠지 가슴이 답답했다.백현이 얼마전부터 연락하는 여자애가 생겼다.그것도 세훈의 주선으로 만난.어쩌다 세훈이 하는 말을 듣게 된 찬열이 변백현은 그런 식으로 여자 만나는 거 안좋아한다고 비웃었던 것이 무색하게 백현은 그 여자애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왜?찬열은 궁금했다.그래,2년남짓 솔로였으면 그럴수도 있지.그럴 수도 있어.그래도 뭔가 찝찝했다.

 

야,카톡 좀 그만해.심심하고 짜증나서,앞자리의 백현에게 시비걸듯 툭 던진 말에 백현은 그 말을 아주 자연스레 무시하고는 시선 한 번 주지 않고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찬열은 신경질이 났다.


"너,나처럼 쉽게 사귀고 말고 못한다며?근데 왜 그래?"
"뭐,그럴 수도 있는거지"


백현이 돌아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씨발 저 말 존나 싫어.그럴 수도 있지,그럴 수도 있지….찬열은 동그란 백현의 뒷통수를 손으로 확 밀어버리고는 교실을 빠져나왔다.오늘따라 교실공기가 답답해서였다.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
"잘하는거야,잘하는거"
"내가 왜..그 좆같은 새끼를 좋아해서"
"이해해"

 


찬열이 입에 빵을 문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거리며 교실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귀 좋은 찬열은 용케도 백현과 종대로 추정되는 음성들을 캐치해냈다.누굴 좋아해?진짜 변백현이 좋아하는 애가 생겼긴 한가 보네.찬열은 뭔가 맥이 탁 풀렸다.아마 백현은 절대 누군가를 좋아할 일이 없을거라고,이유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굳이 저 분위기를 깨면서까지 반에 들어갈 필요성을 못느낀 찬열은 열린 교실 뒷문 옆에 기대어 귀를 쫑긋했다.

 

"솔직히 나 가끔 옆에서 걔 보면서 울 뻔 했다?"
"걔 원래 그런 애잖아,여자도 여럿 울렸는데"
"맞다,그건 그래"
"뒷담 깔래 우리?"
"지금도 까고 있잖아?"


백현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소리하는거야 둘이.인상을 찡그리고 귀를 후비적대며 그냥 걸음을 옮겼다.별로 안듣고 싶다.찬열은 괜시리 갑갑해서 자리를 피했다.백현과 종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찬열이 떠난 복도가 휑했다.

 

 

 

 


"박찬열 개씨발새끼,좆같은 새끼 아무것도 모르는 존나 눈치없는 새끼~"
"아 미친 그러다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 하하"


찬열은 자꾸만 귀를 후비적거리며 걸었다.

 


*

 

"넌 뭐 소개시켜줘도 그런 애를 소개시켜주냐?"


찬열이 책상에 걸터앉아 세훈을 비웃으며 팔짱을 꼈다.세훈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이다.


"나 오늘 걔 봤어.이름 뭐였더라,지현이?"
"걔가 왜?"
"존나 별로잖아"


그런 애를 백현이한테 소개시켜주냐 넌?찬열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세훈은 수업시간에 졸아 못했던 필기를 하다가 펜을 내려놓고 찬열을 무표정으로 쳐다봤다.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너보단 나을걸?"
"뭐?"
"변백현 생각보다 좋아하던데.저기 아직도 폰 붙들고 있는 거 안보여?"
"..."
"쟤가 좋아하면 됐지,언제부터 니가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래?"


그건….찬열은 틀린 것 하나 없는 세훈의 말에 금세 위축됐다.


"변백현은 다르잖아"
"뭐가 달라?"
"내가 아끼는 친구잖아 쟨"
"아 그러셨어요?"


이번엔 세훈이 찬열을 비웃었다.오세훈 존나 웃는거 하나는 진짜 기분 나쁘게 잘 웃어.찬열은 속이 부글부글했다.솔직히 말해서 찬열은 별로 백현의 새로운 관심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뭔가 빼앗긴 기분이었다.어깨동무만 해도 싫다고 하고,손목 잡아도 거슬린다고 하지 말라고 하고,뭐 그런 것들.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최근 들어 백현이 거부했기 때문이다.별론데 걔,안예쁘잖아.몸매도 별로던데.걔가 왜 좋은데?찬열은 백현의 뒷통수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

 

"아 하지 말라고 했잖아"

 


찬열의 손이 또 차갑게 내쳐졌다.아,이젠 하다하다 머리 쓰다듬는 것도 안돼?찬열은 지긋지긋했다.너 예전엔 안그랬잖아.갑자기 다 싫다고 하면 난 어떡하라고.찬열은 짜증이 났다.백현은 안경을 고쳐쓰고 노트에 반듯하게 필기를 계속했다.오늘은 백현과 찬열이 주번이었다.오랜만에 나란히 야자를 하고 9시가 되었는데도 집념으로 아이들이 모두 갔음에도 필기를 계속하는 백현이었다.

 

 

"왜 그래 너?요즘 들어서 맨날 그래"
"지금 교문 앞에 가서 김종대 머리 쓰다듬어봐 주먹 안날라오나"
"아니.."

 


찬열은 욕이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넌 다르잖아.뭐가 다른 것인지는 찬열말고 아무도 몰랐다.뭐가 다른데?백현이 또 퉁명스레 쏘아말했다.백현은 옆에서 찬열이 치근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짜증이 났다.제발,가만히 좀 있으라고 좀.열 오르니까.백현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넌 이런거 해도 원래 아무 말 안했잖아"
"..휴"
"내가 이렇게 너 공부 끝날 때까지도 기다려주는데 그러기야?"
"누가 기다려달래?먼저 가 제발"


찬열은 게다가 백현이 더 까칠해졌다고 느꼈다.저번에 나한테 개같이 사느니 뭐니 화내면서 간 날 이후인 듯 했다.뭐,생각해보니까 그게 변백현이 화낼 일이었나.찬열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별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백현이 필기를 하다 말고 문득 찬열을 힐끔거렸다.


"그리고 그런건.."
"..."
"네 여친한테나 해라 좀"


백현이 포기한듯 그렇게 말했다.난 너 만지는 게 좋아.당연하다는 듯 당당한 음성에 백현이 움찔했다.엿먹어.백현은 길고 예쁜 손가락 중 중지손가락을 곱게 치켜올렸다.찬열은 어이가 없었다.변백현이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자연스럽게 욕했지?찬열은 순간적으로 백현의 뻗은 손가락을 앙하고 물었다.


"아!"


백현이 급히 손가락을 빼냈다.아프잖아!그러고는 인상을 가득 찡그리며 노려봤다.찬열은 그런 백현의 반응이 재밌어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백현은 짜증이 치밀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지현인가 뭔가 걔랑은 요즘 어때?"
"왜 물어?"
"난 솔직히 걔 좀 별론데"


필기하던 백현의 손이 다시금 멈췄다.왜?그리고 작게 물었다.


"안예뻐."
"..하아,그래"


백현이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을 지었다.기대를 말자 기대를.

 

"그래서 지금 사귀어?"
"난 너처럼 일일히 연애사 보고할 생각 없어"
"우리 겨우 그정도였어?"


찬열이 제법 섭섭한 듯 말했다.난 너한테 다-말해줬었잖아.너무하네.중얼거리는 찬열의 말에 백현은 화가 치밀었다.누가 말해달래?누가 궁금하다 했냐고.차마 내뱉진 못하고 그렇게 생각했다.백현은 차라리 먼저 집에 가버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찬열이 제가 그렇게 말한다고 갈 인물이 아닌 것을 아는지라 그냥 말을 줄였다.찬열은 계속 집중하려는 백현의 정신을 흩뜨려놓았다.백현은 결국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떴다.

 

"뭐 하나 솔직하게 말해줄까"
"뭐"
"나 너랑 단 둘이 있는거 너무 불편하거든?"
"왜?"


찬열은 종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종대도 백현이 저와 있는 것을 불편해한다고 했다.왜,나랑 있는게 불편한데?우리 제일 친한 거 아니었어?찬열은 의아했다.


"니가...싫어서"
"어?"
"너,싫다고"


그러니까 그만 좀 괴롭혀줄래.백현의 마지막 한 마디만은 진심이었다.찬열은 얼떨떨했다.싫다고?내가?왜?


"왜 싫은데?"
"다 싫어 그냥"
"..."
"니가 맨날 여자이야기하는 것도 싫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스킨쉽하는 것도 싫어"


백현은 말하다 보니 왠지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너무 싫어서..얼굴만 봐도 화나서 열이 올라"
"..."
"눈 마주치는 것도 싫어서 피하게 되고 심장도 뛰어"

 

뭐?백현은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자각했다.아,미쳤나봐.찬열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곧 백현을 빤히 쳐다봤다.미쳤다,미쳤어.백현은 너무 당황해서 얼굴이 후끈거렸다.필기고 뭐고 정신이 다 망가져버려서 그냥 펜과 노트를 챙기고 어디를 급하게 가는 사람마냥 빠르게 가방을 챙겼다.찬열은 또 얼떨떨했다.멍하니 백현을 보는데 백현의 얼굴이 꼭 사과마냥 새빨갰다.찬열은 순간 머릿속의 전구에 불이 켜졌다.아.


"어디 가"
"...집에"


찬열은 백현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벌써 가방을 다 챙기고 매더니 저를 두고 가려는 백현에 찬열이 백현의 손목을 확 잡았다.신선했다.찬열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었다.뜻밖의 백현의 말에 찬열은 알 수 없이 들떠버렸다.


"..놔"
"백현아"
".."
"너 지현인가 뭔가 걔 안좋아하지?"


찬열이 한 발자국 백현에게 다가갔다.일부러 물은 말이었다.백현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푹 숙였다.텅 빈 교실은 적막했다.


"그냥,연락하지마"
"..니가 간섭할 필욘 없잖아"


백현이 끝까지 찬열을 튕겨냈다.찬열은 한 발자국 더 다가가 백현과 시선을 맞추려 고개를 숙였다.순간 충동적으로 백현의 입술에 쪽-하고 짧게 입술을 대었다가 떼어냈다.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찬열을 쳐다보았다.찬열은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어때?"
"..."
"너무 싫어서 심장이 뛰나?"


백현이 입술을 꼭 깨물더니 얼굴이 곧 울듯이 일그러졌다.놀려,지금 날 놀려?백현은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넌 진짜..씨발새끼야"
"왜"


백현이 작게 한숨쉬었다.심장이 꼭 태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요동쳤다.그래,뛴다 그것도 아주 많이.백현은 손목을 잡은 찬열의 손을 떼어내고는 뒤로 돌았다.


"어디 가냐고"


찬열이 지겹게도 백현을 붙잡았다.더 세게 잡힌 손목에 백현은 진심으로 아프다고 생각했다.


"니가 그렇게 놀릴만큼 쉽게 좋아한 거 아니었어"
"그래?나 좋아했었구나"
"..."


끝까지.백현은 찬열에게 있던 정마저 떨어지려고 했다.찰나,찬열이 다시금 백현의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너무 세게 부딪쳐오는 바람에 백현은 아예 벽에 등을 맡겨버렸다.떼어질 줄 알았던 찬열의 입술이 백현을 자꾸만 자극하더니 결국엔 톡톡,백현의 입술을 혀로 간드러지게 건드려왔다.자연스럽게 밀려들어오는 혀의 감촉에 백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이거,꿈일까 아님 생시일까.백현은 꼭 제 꿈속의 장면같아서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래,꿈인가봐.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곱게 감아버렸다.

 


"...하"
"몰랐어"
"..그래,그랬겠지"
"알고 나니까,좋아"
"..."


숨이 가득 차오를 때쯤 입술을 떼어낸 찬열이 내뱉은 말이었다.찬열은 진심이었다.몰랐는데,알고 나니까 좋아.찬열은 이제서야 조금 정리가 됐다.백현이 제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또 거부했는지.

 

"너는?"
"..."
"아직도 싫어?"


텅 빈 교실은 전혀 적막하지 않았다.찬열이 미소를 띠고 백현을 보며 그렇게 물어왔다.백현은 입술이 떨렸다.찬열이 그렇게,쳐다보는 시선을 제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입술을 꼭 깨물고,다시 한 번 숨을 내뱉었다.

 

 

 

좋아.

절대,싫을리가 없잖아..


둘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서,꼭 그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fin.

 

지루해서 가볍게 손 풀겸 쓴건데...하 어째 예상보다 너무 길어져버렸어요ㅋㅋㅋㅋ

단편을 쓰고 싶어서 썼어요..단편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인듯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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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작가님 짱ㅣ이신듯.. 정주행하고올께요ㅠㅠㅎ
10년 전
독자2
와ㅠㅠㅠ박찬녈 때문에 답답해 죽을뻐뉴ㅠㅠㅠ근데 해피라서 행복하뮤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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