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어지럽혀진 나무책상 위 앳된 소년을 닮은 딱딱한 나무인형이 앉혀져 있다. 이미 오래전 그려넣은 인형의 눈과 코와 입은 이미 다 말라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가 그린 나무 인형의 입은 웃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눈은 눈웃음을 치듯 접혀 있는 듯 보였다.
그래도 뭔가 부족해 이름까지 지어주기로 생각했고, 그렇게 장난스럽게 지어진 나무인형의 이름은 정말 인간의 이름처럼 지어진 남우현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무엇인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이 나무인형에는 인간들처럼 따뜻한 피부와 뛰는 심장이 없었다.
고양이 피가로에게 짧은 입맞춤을 한 뒤 낡은 창문 뒤로 보이는 첫 별, 첫 번째로 뜬 별을 향해 기도와 오늘 하루의 죄를 고하고는 용서를 보낸다.
"제가 깨어났을 때는 저 딱딱한 나무인형이 보드라운 피부를 가진 소년이 되게 해주세요."
소원을 빌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깜빡 잊은 촛불을 후, 하고 꺼뜨리고 다시 편안한 자세를 취하자 피가로가 폴짝하고, 내 침대 위에 올라와 내 옆구리 쪽에 자리를 잡는다. 팔을 펴기 불편한 자세였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반쯤 눈이 감긴 피가로를 깨울 수 없어 피가로에게 잘자라는 인사말을 남기고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풀벌레들이 울부짖는 까만 밤, 한없이 고요한 마을, 그 마을 어귀 모퉁이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위로 영롱한 푸른 빛깔의 원형이 내려와 지붕을 가볍게 스며들어 통과한다. 그 빛은 잠든 성규와 피가로를 향했다가 금방 무언가를 찾는듯하다 성규가 완성해 놓은 나무인형 앞에 멈췄다.
그 순간 푸른 불빛은 확 퍼지더니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요술 지팡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사람의 형태가 되었다. 그 불빛이 바로 소원을 빌었던 첫 별…요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