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화 : 모찌와 디오
w. 킨들
백현의 목표는 대학이었다. 철 없던 중학생 때를 되짚어보자면, 놀고 또 놀고 그저 계속 놀기만 했던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그 때는 그저 미친듯이 노는게 삶의 낙이자 이유였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들어오고, 머리가 어느 정도 좀 자라고 나서야 세상에는 노는 것 말고도 이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냥 미친듯이 공부만 했다. 미친듯이 노는 게 아니라 미친듯이 공부. 코피 쏟아지도록.ㅡ밀려오는 잠을 피하기 위해 캔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고, 끝에는 물파스를 눈에 바르는 짓까지 벌였다.ㅡ 그런 난리부르스를 친 덕분에 백현은 목표했던 대학, 목표했던 과에 들어왔다.
혼자만의 자취생활, 신입생의 파릇파릇한 열기, 각종 동아리 활동, 미래에 대한 알찬 포부!
…이것이 백현이 꿈꿨던 캠퍼스의 장면이었다. 백현의 기대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탓하지는 않지만, 백현은 너무 단적인 면만을 보았다. 큰 기대에 부풀어 올라 더 넓고 세세한 것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지 몇개월도 되지 않아 백현은 인생의 쓴맛을 깨달았다.
혼자만의 자취생활? 누구의 잔소리도 없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그 공간. 그 짜릿한 기쁨도 한달이다. 갈수록 쌓여지는 것은 늘어나는 쓰레기 더미와 처리해야 할 집안일 뿐이었고, 백현은 차라리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외로움이 백현의 집을 더 쓸쓸하게 했다. 불이 꺼진 거실 한복판만이 오직 백현을 반겨주었다. 신입생의 파릇파릇한 열기? 파릇파릇ㅡ이 아니라 파릇파릇한 척을 하는 것일 뿐이다. 여자들은 살랑살랑 꼬리를 내미는 여우들에 불과하고, 남자들은 오직 사람의 외적인 것만을 중시했다. 물론 백현이 그 부분에 대해서 딸린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학에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더니ㅡ 그 말이 딱 알맞았다. 각종 동아리 활동? 늘어나는 건 주량뿐. 미래에 대한 알찬포부? 매일 밤 교수들의 과제에 시달려 끙끙대는게 미래를 준비하는 일일까? 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목표로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를 했을까. 결국 남는 건 미 등록금 납부를 바란다는 통지서 뿐인데.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수강을 마치고 늦은 알바를 뛰러 추운 겨울에 손을 비벼가며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 등록금은 부모님이 대 주시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용돈만은 자기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게 백현의 생각이었고, 며칠 전부터 알바를 구했다. 추워 디지겠네. 백현이 급격히 떨어진 체온에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영하 9도를 기록한다는 뉴스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을 했는데도 추운건 어쩔 수 없었다. 백현이 숨 쉴때마다 하얗게 김이 서렸다. 귀는 이미 빨개진지 오래고 느낌조차 나지 않았다. 백현이 목도리를 더 동여맸다. 빨리 가게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백현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엣취!”
어디선가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 아주 희미한 소리였다. 백현이 뛰다말고 의아한 듯 주위를 돌아보았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잘 못 들었나. 백현이 귀를 파다가, 별안간 동작그만 상태가 되서는 얼어버렸다. 엣취! 거리는 소리가 한번 더 백현의 귓가를 울렸고, 백현의 시야에 꼬물꼬물한 무언가가 포착된 것이 이유였다. 백현은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굳은 표정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한 걸음 발을 뗐다. 몇 걸음 걸었을까, 백현의 눈에 그 괴상한 생물체가 또렷이 보였다. 그리고 백현은 이게 뭔가… 한참 고민에 빠졌다. 분명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크기가…… 마치 백현의 손바닥 만 하달까.
“인형인가?”
그래ㅡ 인형일수도 있겠다.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전에 낡은 인형기계를 골동품에 내다팔았다더니, 거기서 딸려 나온 게 틀림없었다. 근데, 인형이라기엔 너무 자세하잖아? 백현이 신기한 듯 한번 더 그 형상체를 바라보았다. 초점이 전혀 맞질 않았다. 휙휙ㅡ 눈가에 대고 손을 저었는데도 아무 미동도 없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사람같이 생겨먹은게 이런 인형은 백현이 살아생전 처음 봤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눈동자도 사람같았고, 머리카락도 달려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나 사람의 색깔과 비슷한 색상이라니. 미니미 수준이라는 것만 빼면 사람으로 착각할 만 했다. 어디서 만든건진 몰라도 대개 잘 만들었네. 코가 빨간게 현실성도 있고. 그러나 백현은 시간이 없었다. 얼른 파트타임 교대를 해야만 했고, 자신은 인형에 취미가 없다. 백현이 잠시 망설이다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인형의 다리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재채기 소리는 어디서 들린거지……
“수고하셨어요!”
“그래, 오늘 일당 여기있다. 밥은 잘 챙겨먹지? 집에 가면 뭐해?”
“하하, 저 1학년이거든요? 밀린 과제나 해야죠, 뭐. 크ㅡ 내 인생. …히익!”
“왜 그래?”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알바를 마치고 나오던 백현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무언가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런 백현의 상태를 묻는 사장에게 애써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어보였지만, 백현의 속은 지금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너무 작아서 하마터면 못 볼 수도 있었을텐데, 전혀 그러질 못했다. 왜냐고? 저렇게 손을 방방 흔들면서 백현의 주의를 끌어보려 애를 쓰는데 어떻게 백현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는가! 저렇게 백현에게 손을 흔들고,
“나 보여? 이봐! 나 보이냐구우ㅡ”
말도 하는데……
“앙!”
백현은 지금 자신의 앞에서 무언가를 입에 가득 물며 냠냠 거리는 인형에 혼을 뺏긴 듯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아니, 인형이 아니다. 움직이고 말도 하는데 저게 어떻게 인형이야. 그럼뭐지? 내가 지금 티비에서나 보던 움파루파 족을 보는건가? 백현의 정신이 혼미해지려던 그때 팥고물을 끊어내며 그것ㅡ사람도 아니고 인형도 아닌것이ㅡ이 백현에게 말했다.
“내가 보여? 신기하당!”
“……”
“나는 내 주인님한테만 보이는데! 넌 참 이상한 잉간인것 같다!”
뭐라는거야, 백현이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저 멍하게 그것을 쳐다보았다.
“내 이름은 디오당. 나는 원래 주인님을 모시는 집요정인데, 주인님이 사라진고야. 그래서 찾으려고 이 쪽 저 쪽 다니다가 그만 떨어졌는데 여기로 왔찌.”
“……너가 요정이라고?”
“크항! 요정은 아니고, 집요정일 뿐이양. 요정이라는 건 참 좋은 말이지만 히힝.”
디오가 부끄러운 듯이 몸을 베베 꼬았다. 그 여파로 입에 한 가득 묻혀있던 하얀 전분가루가 후두둑ㅡ 디오의 발 밑으로 떨어졌다. 그 가루들을 바라보던 백현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난간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터라 백현과 눈높이가 얼추 맞았다. 디오의 양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근데 왜 날…”
“너는 내가 보이니깡! 이거, 너가 나한테 덮어씌워준거잖아! 고마워, 기다릴동안 따뜻했어.”
디오가 끙끙대며 손수건을 백현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까 백현이 다리에 얹어놨던 손수건이었다. 백현의 손이 떨렸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볼을 꼬집었는데, 1초만에 고통이 찾아오는 게 꿈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백현은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러니깐 얘는 주인찾으러 온 거고, 하필 내가 얘를 발견한거고. 얘는 내 눈에만 보이는거고…… 그래서 결론은?
“여긴 너무 춥당! 내가 사는 곳은 따뜻한데…”
디오가 백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백현이 어이없다는 표정 반, 호기심 반의 눈빛으로 디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여긴 너무 추운데…”
디오가 팔짱을 끼며 온 몸으로 자신의 추위를 표현했다. 백현은 그저 웃길 뿐이었다. 디오가 그런 백현을 곁눈질 하다 풀쩍 뛰어 백현의 어깨로 겨우 안착했다. 백현의 어깨에 잠시 푹ㅡ 힘이 들어갔고, 디오가 백현의 어깨에 희미하게 닿는 머리카락을 안전 바 마냥 꾹 쥐어잡고는 ‘가자 가자!’ 소리쳤다. 백현의 귓속으로 디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단 감사부터! 프롤로그 뿐인데도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사랑해요... 원래 수요일에 연재하려 했는데 빨리 왔어요...ㅠㅠㅠ 지금 시간까지 컴퓨터 붙잡아서 부모님 눈치가 장난 아니네요...ㅠㅠ 암호닉 투투 파닥 우유 모쏠 떡덕후 끼용 됴블리 됴글라스 예오켐 내남성김성규 뚱이 돌핀 콘타 오징경 새달 백뭉이 됴 오리 애플민트 유네 발바닥 너무 감사해여ㅠㅠ 알러뷰 ㅅ소머치^^ 짧아서 죄송해여 다음 분량은 2화 분량만큼 알차게^^~암호닉 및 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