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해?"
"응? 아무 생각도 안해."
"너 거짓말 진짜 못하는 거 알아? 너 다 티가 나."
지훈은 살아오면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지 못하다는 행동을 해온 적이 없었다. 비록 다른 이들이 보기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여길 지 몰라도, 그 건 그들과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형상이라고 생각했다. 지훈은 자신의 행동을 다른 이에게 옳다고 보여주기보단 그저 넘기고 말았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갈 테고, 자신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 테니, 그들은 자신을 언젠가 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가 섞여 끊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관계도 작은 커터칼 하나로 쉽게 갈라낼 수 있다는 것을 지훈은 알고 있었다. 정을 주지 말자, 지훈의 무의식에 박혀 있는 것.
그런 지훈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 것도 두 가지의 행동을. 어떤 이에게 정을 주고 있었고, 어떤 이에겐 상처를 주고 있었다. 지훈에게 두 사람을 감당하기엔 벅차고, 벅차보인다. 지훈 자신도 그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 선택하기까지는 많이 흔들리겠지만,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단단히 굳어져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을 이 또한 지훈은 알고 있었다.
진리와 지호는 닮은 점이 많다. 하얗고, 빛 받으면 밝아지는 갈색머리, 눈을 감은 것처럼 웃는 얼굴, 자그만 충격하나에도 쉽게 부서지고, 무서진다는 것도……. 그리고 너무나 닮은 점이 많은 데, 자신도 그 걸 아는 데도 자꾸만 다르게 본다. 다를 것이라고, 뭐라 표현하긴 뭣하지만 그렇지만, 그러니까, 지호를 대할 때 가끔 자신이 악마로 느껴져 슬프다. 자신을 이렇게 만드는 지호가 미운 데 또 진리를 닮아서 놓을 수도 없다.
어디 아프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리를 향해 지훈은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디까지 말했지,지훈이 묻자 진리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아까 지호한테 너 어디있냐고 물었는 데 그 때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진리 입으로 나온 지호는 자신에게 너무 낯설다. 내가 생각하는 지호와 진리가 생각하는 지호는 다르다. 지훈이 생각하는 지호가 아닌 진리가 생각하는 지호로 받아드리고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쉽게, 그리고 빠르게, 정확하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과하려고 했는 데, 뭘 사과해야될 지도 모르겠고……. 그 때 지호가 김유권보고 가자고 해서……."
"그래서?"
"집에 가는 것 같진 않고, 어디 가는 것 같은 데 어디가냐고 말 붙였다가 화 낼 것만 같아서, 무서워서 그냥 있었어."
"우지호가 김유권이랑 어디 갔다고?"
지금 우지호는 집에 있어야 한다. 우지호는 어디가자고 해서 가는 사람은 아니었고, 충동적으로 간다고 말해놓고선 가지 않겠다며 집으로 가버리는 녀석이었다. 어디 가게 된다면 꼭 문자를 남겼고, 자신이 어디있는 지, 누구랑 있는 지, 언제 집에 가는 지를.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지훈은 불안했다, 왜 불안할 까, 지호는 아무 곳도 가지 않을 것인 데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을 건데 왜 불안할까? 지호는 자신의 말을 들을 텐데, 만나지 말라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고, 하지 말라는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잃을 사람이다. 잃을 사람이라……. 지훈은 한번도 지호를 가진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도 없다. 지훈의 머리 속은 엉망이다. 소유하고자 한 적도 없었고, 가진 적도 없었는 데 왜 잃은 것처럼 허무할 까. 공허할까. 실망할까, 그에게.
"…어디로, 어디로 간 줄 알아?"
*
태일과 만나자 마자 일어섰다. 태일은 자신을 잡지 않았고, 자신도 태일이 잡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 둘은 같이 지내온 시간으로 쌓아올 수 있는 관계를 뛰어 넘었다. 태일의 피어싱을 보며 뚫을 때 아프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고, 더 늘어난 지워지지도 않을 문신을 보며 아프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남겨놓은 상처를 잊었냐고 묻고 싶었다. 정말로 묻고 싶었던 건 자신과의 함께 했던 추억이 태일에게 아프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다. 우린 평범했고, 그리고 지극히도 평범했다. 적어도 태일에게만큼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태일의 목소리를 좋아했었던 나, 음악을 올리는 다음 카페에서 아이디를 공유했었던 우리, 좁은 방 두 사람이 눕기엔 작았던 방에서 우리 둘은 최대한 붙어있었다. 잠 결에 태일이 그렇게나 춥던 방인데 너로 인해 따뜻해진걸 보니 너무 신기하다는 말을 들었었지. 강해보이기만 했던 태일, 내가 닮고자 했던 태일, 이제는 서로 만나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차가운 겨울바람이마냥 태일을 햘퀴었던 나를 보듬어주었던 태일아.
"태일이 형이랑 언제부터 알았던거야?"
"……."
"대박! 그럼 태일이형 노래 들어봤지? 목소리 죽이지?"
" ……."
"태일이 형이랑 같이 작업해봤어? 진짜 노래도 잘하는 데, 노래에 따라 목소리도 다 달라, 진짜 프로야 프로!"
"나 집에 갈께. 내일 보자, 내일 이야기해."
"어? 어, 그래 내일 봐!"
그의 목소리가 다른 이를 울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먼저 알았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것도, 곡의 분위기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는 것도, 변성기 오기 전 소년의 목소리처럼 청아한 고음을 내는 것도, 고음보다 중저음이 더 매력있다는 것도 내가 먼저 알았다. 태일의 모든 것을, 태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자신이라 믿었다.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의 눈, 코, 입, 목소리, 작은 손, 작은 발, 작은 체구, 눈썹의 피어싱을 만지며, 팔에 새겨진 문신을 만지며, 말할 때 떨리는 목젖을 만지며, 모든 것이 그리웠다고, 당신이 너무나 그리워 몇 번이나 소리 내 울었다고, 긴 머리가 어울린단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려 자르지도 못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터벅 터벅 아무도 없는 곳으로 걸어가는 곳은 두렵고, 다시 뛰어서 그의 품에 안겨 울고 싶지만 그러면 안된다. 그렇게 하면 난 너무 욕심이 많으니까, 내가 가져야 할 양 이상의 것을 품으려고 하니까.
"어디 갔다 왔어?"
"……."
어두운 밤, 어두운 너의 표정, 낮은 너의 목소리. 걱정했니 나를, 무엇을 걱정했니. 늦은 귀가 시간을 걱정했니, 세상이 흉흉하다던데 나쁜 일이 생길까봐 걱정했니, 아니면 내가 태일과 만날까 두려운거니 그와 함께 도망갈까봐 너의 눈 앞에서 사라질까봐 두려운거니, 도대체 넌 너무나 나빠. 너무 나빠서 너의 그림자 속에서 발을 뺄 수가 없어.
"어디 갔다 왔냐고!"
"나 기다렸던 거야?"
"누굴 만났어?"
"춥지? 집에 들어가자."
"그 씨발 새끼 봤지, 그런거지? 내가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 사람 말이 말같지가 않냐?"
대답을 강조하는 윽박지르는 목소리, 지호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넌 사람이 아니라고, 넌 나에게 신이라고, 그래서 너의 말에 모든 것을 복종한다고, 모든 것을 바쳐 너를 바라보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까 두려웠다. 지호는. 지훈이 도망갈까, 이런 자신이 부담스러워 도망갈까 무서웠다.
"만났어, 근데…"
"근데? 근데? 뭐? 만났다고, 야 ,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근데 바로 헤어졌어, 나도 몰랐어, 태일이 형이 나올 줄 몰랐다니까!"
"태일이형? 내 앞에서 태일의 '태'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지?"
"……."
"내가 그랬지, 한 번만 더 태일 그 새끼 만나면 너랑 나랑 끝이라고."
"……."
"대답해, 대답해 지호야, 내가 뭐라고 했지?"
"…만나지 말라고."
"씨발, 씨발! 너 진짜 개새끼야, 그거 알냐? 최진리랑 나랑 잘 살고 있는 데 니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
"날 이렇게 흔드냐."
"……."
"너 조온나 싫어."
존나 싫은 새끼 보겠다고 이렇게 뛰어온 나도 병신이고, 너도 병신이고, 그 새끼도 병신이야. 그 말과 동시에 지훈은 지호에게 키스를 했다. 지호는 가만히 그의 셔츠를 잡았다. 도대체 너에겐 난 무엇이니 묻고 싶지만 묻지 못했다. 진리보다 내가 소중하지 않다면, 그걸 알고 날 버린다면 지훈아. 아마 난 죽어버릴지도 몰라. 진리가 널 찾았던 것도, 너와 함께 있었던것도, 너에게 진리가 늘 뿌리는 장미꽃향이 나도 난 상관치 않아. 날 이대로 옆에만 있어준다면, 그렇지 않으면 아마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지훈은 지호앞에서 남자가 되는 기분이다. 널보면 두근두근 심장이 안 뛰어,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너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가기 싫은 학교를 널 보기 위해 걸어가는 것도 아니야. 다른 이와 말을 섞는 것을 봤을 때도 화가 나지 않아. 질투는 더더욱 나지 않아. 근데 나 왜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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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ㅋㅋㅋㅋㅋ징짜 오랜만에 왔네여ㅠㅠㅠ댓글이 넘 짜......서 상처받은 맘을 달래기 위해 딴짓하고 왔다능 구라에여 사실 한편쓰는데 얼마안걸림...댓글만 달린다면 폭주할수도 있어여...ㅋ.....ㅠㅠ....조회수에 10%도 안달려두 전 괜찮아여.....사실...구라임 전 안괜찮음^^!머래 저 약빨았나봐여 폭주여.. 태일이가 나왔네여 제대로 아련아련 태일짱 지호는 태일짱을 그리워한다능 ㅠ.ㅠ근ㄷ디 못감 왜? 악마같은 개새끼 지훈새끼가 지호를 잡구 안놔줌 개새뀌 ㅡㅡ 지훈은 지호를 좋아하지두 않으면서 겁나 지랄이여 근데 전 이게 좋음 무조건적인 사랑 폴링럽폴링럽~ 이 편에서 지훈의 독백이 중요한것같네여 점점끝을 향해 달려가기를 그러나이제 반쯤도 안왔다는 게 함정이겠쪄?^^!
+) 지호는 지훈을 무서워합니다 글 보시면 지호가 지훈을 무섭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이번 편만 아니라 저번편에도 몇번 나와여....ㅎㅎ....왜 무서워할까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