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지호는 지훈을 쳐다보다 다시 수학 문제집을 쳐다봤다. 그렇지 않아도 풀리지 않은 수학 문제때문에 짜증이 나는 데 지훈의 걸걸한 목소리는 자신의 화를 돋군다. 쉬는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지훈은 너무 시끄러웠다. 뭐가 그리 즐거운 지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지훈의 입에 지우개 가루를 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그 옆에 웃고 있는 계집애의 머리카락에선 역한 담배 냄새를 지우기 위해 향수를 된통 부어 알 수 없는 지독한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지훈은 얼굴이 예쁜 여자를 좋아했다. 그리고 지훈은 몸매가 예쁜 여자를 사랑했다. 그 계집애는 못생겼지만, 어쩌면 지호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가슴만은 겁나 컸다. 박경과 대화 도중에 적어도 C컵이라며 호언장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망할 놈년들. 지호는 지금 거슬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지훈보다 그 소리를 만들게한 장본인인 그 계집년에게 더욱 화가 났다. 허벅지가 다 보이는 짧은 치마에 교복 셔츠를 딱 맞게 입은 그 년의 모습은 수준이었다. 저렇게 웃음 팔고, 나중엔 지훈에게 몸팔겠지…….
책상에 두고 있던 수학문제집을 접고 책상 서랍안으로 넣었다. 서랍 안은 이미 유인물과 다 쓴 공책, 그리고 덜 풀어놓은 문제집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지호는 신경질적으로 쑤셔넣다가 결국 들어가지 않는 수학문제집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짜증나, 아까부터 짜증났다.
"야!"
지호는 지훈을 향해 소리를 꽥! 질렀다. 반 아이들은 다 지호를 쳐다봤다. 그리고 지훈을 다시 쳐다보고는 다시 지호를 쳐다봤다. 씩씩거리는 지호를 보면서 반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자신들이 하던 일을 시작했다. 지호의 병이 또 도졌다. 전교 1등인 지호는 키도 크고 잘생겼다. 옷도 잘 입었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엔 예고를 진학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돌만큼 그림을, 아니면 음악을, 잘한다고 했다. 또 다른 소문으로는 달리기를 굉장히 잘해 체고에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는 말도 있다.그 소문과 아이러니하게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과 달리 피부는 깨끗했고 운동장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것처럼 피부는 밝았다. 무엇보다도 집이 부자다. 맞춤 교복과 값비싼 운동화 그리고 가방을 봐도, 문구사에서 팔 법한 필통이 아닌 독일에서 만든 장인이 한땀한땀 수놓아 만들 법한 필통과 각종 필기구들.
그런 지호에게 큰단점은 성격이 맞다는 것이다. 깐깐하고……. 까칠하고……. 직설적이고……. 이 큰 단점은 장점을 다 삼켜버리고 지호를 표현할 때의 유일한 수식어인 마냥 행동했다.
"왜?"
지훈이 지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씩씩거리는 지호가 웃겼다. 지호의본 모습을 모르는 이들은 지호를 향해 인간 세상을 점령하고 온 눈 찢어진 사자왕같다는 얼토당토 없는 말을 하지만 지훈의 눈의 지호는 그저 철부지 어린애였다.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하지말라고 고함을 지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 순둥이처럼 방글방글 웃는 멍청한 어린애. 지훈은 씩씩거리는 지호의 모습을 좋아했다. 그래서 지훈은 지호를 화내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왜?사람을 불렀으면 대답해야지, 지호야."
꿀먹은 벙어리마냥 지훈을 바라보던 지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필시 자신을 따라오라는 표현이다. 킥킥거리며 웃던 지훈이 큰 소리로 웃고는 자리에 일어서려고 했다. 진리가 어디가냐고 물으며 지훈의 팔을 잡았지만 지훈은 그저 진리를 쳐다보고는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귀여운 우지호. 귀여워 귀여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다 보여 귀엽다.
*
지호는 씩씩거리며, 그리고 쿵쾅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분에 못이겨 소리를 질렀지만 그 다음 할 말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지호는 천천히 발 걸음을 옮겼다. 아 창피해……. 지호는 붉어오는 뺨을 만졌다. 지훈이 자신을 쳐다볼 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당장 뛰어가 안기고 싶었다. 무엇이 그리 그를 웃겼는 지, 자신과 함께 있을 때보다 진리와 함께 있을 때 더 재미있는 지 묻고 싶었다. 묻고 싶었지만 지훈이 진리와 함께 있을 때 더 좋다고 할까봐 겁이 났다. 지호는 항상 자신이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져왔다. 하지만 지호가 가장 원하는 것은 가지지 못했다. 뒤 돌아 지훈이 따라오는 지 확인했다. 아무도 없는 걸 알고는 지호는 고개를 숙였다. 괜히 얼굴 보기가 싫었는 데 또 보고싶은 거다. 이러니까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보는 거라고 하는 구나.
지나가는 아는 이들이 지호에게 인사를 건내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을 하며 이제 다시 교실로 돌아갈 지 말 지 고민했다. 다시 돌아가기는 창피하고, 쪽팔리고. 그런 데 이제 곧 수업시작할 시간이다. 발 걸음을 되돌려 교실로 향하자, 지호는 생각했다.
"우지호!"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 봤더니 역시나 표지훈은 없고 유권만 있었다. 자신을 발견하고 뛰어왔는 지 앞머리는 다 갈라졌고, 헉헉 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원하는 이가 아닌지라 지호의 표정은 뚱하다. 너 오늘 뭐하냐는 유권의 말에 자신이 오늘 뭐할 지 생각해봤다. 방과 후에 집에 가서 씻고, 공부하고, 잠자기. 특별한 건 없다는 자신의 말에 유권은 해맑게 웃으며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단다.
"누군데?"
"싫은 데, 안 가르쳐줄건데."
"아 누구냐고?"
조금 있다가 직접 보시죠. 우지호 왕댜님"
아 왕댜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라며 소리를 지르자 유권은 그 모습이 웃긴지 그럼 왕쨔님으로 부를 거라며 장난을 걸어왔다.자신이 왕자면 너는 비천한 몸종이라며 권이에게 소리 지르자 네, 네 왕댜님이 그러라면 그러지요, 자신을계속 해 놀려왔다. 그런 유권의 어깨에 팔을두르고 목을 감싼 뒤 꽉 눌렀다. 자신보다 작은 유권인지라 헤드락 걸기는 쉬웠고 자신의 품에 들어와 나오지 못하는 권의 모습을 보면서 지호는 깔깔거렸다. 유권은 항상 자신보다 작은 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었다. 키가2cm만 더 컸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주기적으로 내뱉었다. 지금 권은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을 것이다. 헤어나오려 발버둥쳐도 되지 않자 그제서야 항복 항복을 외친다. 항복? 넌 항복따윈 없어, 권의 귀에 속삭이고는 계속해서 꽉 껴안았다.
"우지호."
오늘따라 내 이름이 왜이렇게 불리냐, 지호는 뒤돌아보자 아뿔사! 지훈이다. 재빠르게 권에게서 손을 떼자 권은 켁켁거리며 원망의 눈초리로 지호를 바라봤다. 지호는 권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든 말든 지훈을 쳐다보느라 정신 팔려있었다. 지훈이 이리오라는 손짓을 하자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발등만 내려봤다. 힐끔 지훈을 쳐다보자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있는 표지훈.
지훈을 좋아하는 병맛지호와 그런 지호가 귀여운 지훈이! 지훈이는 지호 안좋아해여
그냥 다른 이들 앞에선 사나운데 자신의 앞에선 순둥순둥하니까 귀여워할 뿐....T_T 아무도 안 볼 것같아...
지호의 지속적인 짞싸랑만 하ㅃ니따 하ㅃ니따 짞싺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