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경호원
ㄱ 핏치핏치
여섯
어제 정재현이 나를 데려다 준 후로, 꽤 오래 옛날 생각에 빠졌더니 잠이 다 달아났다. 밤만 되면 스르륵 잠에 들었었는데, 이게 다 정재현 때문이다. 누운지 한 시간은 됐는데도 말똥말똥한 눈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잠 안와!"
침대 옆에 있는 창문을 바라봤다. 잘 때는 매일 커튼으로 가려놓는데, 창 밖을 보고있으면 잠이 오려나 싶어 커튼을 걷고 창틀에 기대 턱을 괴었다. 달은 참 밝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요처럼 고요한 밤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띠링-
조용했던 방 안을 울리는 큰 알림소리에 움찔했다가 베게 옆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이 밤에도 광고문자가 오나 싶었다.
[뭐해? 자?]
그렇게 아무생각 없던 내 마음을, 정재현은 쿵- 하고 울려버렸다. 참 능력도 좋다. 지극히 일상적인 말로도 이렇게 사람을 떨리게 한다. 어쩌면 사심 하나 전혀 담겨있지 않을 지도 모르는데도.
[아니 잠이 안와서ㅠ]
[나도. 심심하지.]
[응응. 오늘따라 그러네.]
[전화할까?]
아.
두 번씩의 문자가 오고가는데도 손이 벌벌 떨렸었는데 이건 반칙이다. 어떡해어떡해어떡해! 감출 수 없는 두근거림에 이불을 빵빵 찼다. 아아. 목소리가 잠겼을까 괜히 풀어보기도 했다. 맞다, 아직 답장 안했는데!
[음, 심심한데 그럴까?]
최대한 들뜬 기분을 티내지 않고 보내려고 노력했다. 너무 늦게 보냈나, 한참 답이 없다. 핸드폰만 꼭 쥐고 있는 손에 땀이 가득 맺혔다. 조금만 더 빨리 보낼걸 그랬나. 아, 멍청해 진짜. 한창 자책하는데, 침대로 던져버린 핸드폰에서 진동이 윙윙 울렸다.
"헐!"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 아까 풀었던 목을 다시 큼큼, 풀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쉼호흡을 하고 핸드폰을 귀에 댔다.
"여보세요?"
'잠든 줄 알았어. 답장이 없길래.'
"아..그, 물! 마시고 오느라.."
'잠 더 깼겠다.'
밤중에 듣는 정재현의 목소리는 훨씬 다정했다. 조금 잠긴듯해 평소보다 낮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 입술을 꾹꾹 깨물게 만들었다. 속으로는 소리를 지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난리가 났다.
'뭐하고 있었어?'
"나? 옛날생각."
'언제?'
"고등학교 때. 너랑 놀던 거."
옛날 생각. 이라는 네 글자를 말하자 또 그때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다. 교복을 입은 나와 정재현의 모습을 떠올리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고등학교때 이야기를 하자 정재현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재밌긴 뭐가 재밌냐, 맨날 나 놀려먹기만 했으면서."
'이름아.'
"응?"
'그게 제일 재밌었어.'
"야!"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나보다. 내가 버럭하자 크게 웃는다. 금세 나도 베시시 웃어버렸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 대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다.
"근데 왜 안자고 있었어?"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생각? 어떤거?"
'그냥..이것저것.'
나와 투닥대며 조금 높아졌던 정재현의 목소리가 다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조금 심각한 고민인가.
"심각한거야?"
'음..되게 중요하고..조심스러운 생각?'
"어렵네.."
'나도 너무 어려워서 답을 못 찾고 있어. 한번만 잘못하면 큰 걸 잃을 수 있는 거라서.'
분위기를 탔었나,
달이 너무 밝았나.
"재현아."
'응.'
핸드폰이 너무 뜨거웠나,
"너 나 좋아해?"
'...'
뜨거운 건,
'응.'
내 얼굴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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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통화는 사랑이죠.
초록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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