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자 눈이 내렸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떨어지는 눈송이에 손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손바닥위에 살포시 얹혔다 바로 녹아내리는 눈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주먹을 꼭 그러쥐었다.
너도 마찬가지였다.
잡은 듯 하면 곧 사라지는게 너였다.
멀어진듯, 다시 가까워진듯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기엔 내가 너무 어렸다.
내가 너무 여렸다.
너에게 이별을 고하기란 내게 너무 어려웠다.
네 눈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금새 약해져 사랑한다 말하고있는 나를 원망했다.
아마 그때도 그랬었다.
네 눈을 쳐다보질못해 집앞 골목에 소복소복 쌓인 눈만 괜히 괴롭혔다.
신발코로 콕콕 찍어댄다거나, 혹 계속해서 꾹꾹 밟는다거나.
너는 그런 나를 제지했었다.
나를 이미 너무 많이 알아버린것이다.
그는 내게 너무 강했다.
마치 향수처럼 퍼져가는 살내음에 또 중독되고 있었다.
" ㅂ…보,고… "
입을 닫은지도 어언 일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말을 꺼내려니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옷장을 열었다.
훅 하고 끼쳐오는 한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꼼꼼히 둘러맨 목도리에 얼굴을 묻었다.
그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니, 이미 돌아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마음편하게 갔다가 오면 되는거야, 그럼 모두 다 끝나는거야.
괜스레 두려웠다.
혹여나 그도 나를 그리고 찾아왔을까봐.
그리고 걱정은, 곧 현실로 닥쳐오게 되는것이 이 세상의 순리이자 법칙이었다.
꿈에서나 보던 그가 내 앞에 우두커니 서있다.
그도 나를 생각하고 온 것일까 혹은, 그냥 지나가는데 불운케도 저를 만난것일까.
그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눈에는, 금새 유리구슬같이 투명한 눈물이 맺혔다.
말없이 다가와서는 저를 꼬옥 안는게 서툴고 따뜻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체온인 만큼 따뜻했다.
그가 자신의 턱을 제 머리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의 심장박동소리가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것이 느껴졌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 …왜왔어? "
그저 그 말 그대로의 뜻이 담긴것만은 아니였다.
보고싶었다, 그리웠다… 그의 온갖 투정이 그 말안에 서려있었다.
그도 이별을 맞기에는 너무 어렸다.
우리는 서로의 이별을 납득하기엔 너무도 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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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석영권입니다ㅎㅎ 오늘도 똥글망글이네요..ㅠㅠㅠ 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분들 감사합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