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마크] 폭풍의 전학생 02. 그 후로 이민형과 나는 빠르게 친해졌다. 보통의 단순한 친구관계는 아닌것같은것이, 우리사이에 간질간질한 뭔가가 있다고들 한다. 둘이 서있으면 핑크빛 기류가 어쩌고하는데 친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온 몸이 오그라들어서 나도모르게 친구의 입을 틀어막아버려 뒷이야기는 못들었다.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약간 난감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언행불일치라는 말이 괜히 있던가. 오랜만의 느낌에 적응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은 겉과는 다르게 속은 뱃 속 가득 꽃잎이 들어찬듯 더부룩한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기대감같은…? 어후 이게 뭐라고 소름이 돋는지. 어쨌든 좋은게 좋은거라고 일단락해서 나쁜 느낌은 아닌것같다, 고 생각하기로 했다. 고3이라도 학기초는 학기초였던지 어수선했던 반 분위기도 어느정도 가라앉고 있었고, 어제는 반장선거까지 마쳐서 반장과 부반장까지 정해졌다. 고3때는 공부할 시간도 없다던데, 나서서 반장을 하겠다는거 보면 왜인지 신기했다. 애초에 귀찮음을 가지고 태어나서 그런가, 나는 태어나서 초등학교때 하루씩 돌아가며 당번처럼 반장을 해본것 빼고는 임원직 자리에 앉아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학급 규칙도 정해졌는데 자리는 한 달에 한번 바꾸기로 했다. 벌써 3월이 되고 2/3가 지나갔으니 자리 바꾸는 날도 머지않았다. 이건 비밀이지만, 사실 이민형과 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는것같기도………아니 무슨소리야 또; 이제는 무슨 생각만 해도 다 이민형으로 넘어가네. 내가 제대로 미쳐가나보다. 세상이 말세다. "무슨 생각해?" "아니!? 왜? 뭐가?" "아니,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거 같길래..아니야?" "응, 아닌데? 나 아무생각 안했어 완전 멍때리고 있었어." 하마터면 짝하고싶다고 쩌렁쩌렁하게 외칠뻔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틀릴게 없는지 바로 이민형 목소리가 들려서 식겁했다. 얘는 왜이렇게 기척도 안내고 다니는거야-사실은 내가 오는소리도 못들은게 맞다- 사람 놀래게... "자." "이게 뭐야?" "그냥…아침에 오면서 사왔어. 막, 너 주려고 일부러 사려고 간게 아니고, 그, 약간, 내거 사려고 갔다가 산거야…알았지?(?)" "응…고마워." 문법이 파괴된 이민형의 말에 뭘 알았느냐고 물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무슨 의도로 사왔는지 알거같아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검은 비닐봉지를 슥 들여다보았다. 어디 볼까. 카카오빵 하나 바나나 우유 한개 그리고… 오 빨대까지! 보통 우유를 사면서 빨대까지 챙겨오는 센스를 겸하는 사람은 드물었기때문에 나는 신이나서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내 앞 자리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나를 보던 이민형은 움찔하고 어깨가 떨릴만큼 크게 놀라더니 입꼬리를 당겨 웃던 모습 그대로 굳어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이 되었다. 평소같았으면 그런 우스꽝스러운 표정에 깔깔대며 웃었을텐데 지금은 빨대에 감동해서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다(?) "빨대 너가 챙겨온거야?" "응? 응…너 우유 마실때 빨대 없으면 안먹잖아." "정확했어. 너 관찰력이 되게 좋구나?" 급격하게 신이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우유를 꺼내 콕 하고 빨대를 꽂았다. 이민형은 주섬주섬 내가 책상위에 버려둔 빨대 비닐포장지를 주워선 자신이 가져온 검은 비닐봉다리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봉지 안에서 빵도 꺼내 껍질도 까줬다. 친절해라! "어오어글애?(너도 먹을래)" "난 아침 먹고왔어. 너 많이 먹어." "으래.(그래)" 아빠미소로 나를 보고있는 이민형의 모습에 약간 부담스러워져 눈을 내리깔고 빵만 씹어보니 어느새 빵도 끝을 보이고 말았다. 내 빵아.... 소중한 내 빵...ㅠㅠ 결국 돼지의 뱃 속으로 들어가버렸구나... 이왕 이렇게 된거 열심히 소화시켜 볼게ㅜㅜ흑흑 빵을 다 먹은 슬픔에 바나나 우유를 마저 쪽쪽 빨며 울상을 지으니 이민형이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혼자 빵 터졌다. 뭐야... 아 그리고 이민형은 예상치못한 때에 혼자서 잘 웃기때문에 마음에 준비를 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황스러움을 오조억개 주워먹은듯한 기분을 느낄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혼자 터진 이민형 때문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바로 며칠 전 일 같은데…(진짜 며칠 전 맞음)시간은 참 빠른것 같다. "너 지인짜 다람쥐같다. 볼 한번만 만져봐도 돼?" "볼?(당황) 안될건 없는데…" "(기대)" "…그래 그럼…" 이민형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못이겨 결국 내 볼을 허락하고 말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후 후 하며 숨을 내쉬던 이민형은 어렵게 볼에 손을 콕 찔러보고는 혼자 아핰핰하는 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뒤집어지며 좋아했다. 가끔 이민형은 참 특이한것같다. "…그렇게 좋아?" "어, 완전 귀여워," 어……………얘는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때가 있는데, 이러면 대체로 내가 먼저 굳는 편이다. 애초에 잘생긴 남자한테서 이런 말을 들어볼 일이 몇이나 되겠냐고. 내가 먼저 굳으면 이민형은 또 대체로 왜 그러지,하는 눈빛을 하다가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는 똑같이 굳어서는 눈만 도록도록 굴린다. 그리고 얼굴은 터질듯이 시뻘게지고, 급기야는 "아 종, 종이 쳤네! I, I need to get back my seat." 이렇게 당황한 티 외국 살다온 티 팍팍 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대부분은 수업시간 종이 이민형의 의도치않은 실수의 99%를 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고, 슬쩍 고개를 돌려서 바라본 이민형은 두 볼 부터 귀 끝까지 새빨갛게 붉히고있었다. ** "근데 왜 고백을 안한대." "그니깐. 걔 좀 생겼으니까 어장..뭐 이런거 아니야?" "에이, 야. 그리고 걔가 좀 생겼냐. 좀 많이 잘생겼지." "앗 실수. 아무튼 잘생긴건 맞잖아." 학교도 끝났고 학원도 없는 한가로운 오후. 나는 오늘도 탈고삼을 자처하며 카페에서 음료수 하나씩 시켜놓은 뒤 친구들과 마주앉아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김시민과 이민형은 분명히 썸인데 그렇다면 언제사귀는가]였다. 듣는 본인이 민망하고 창피하니 제발 그런말 좀 하지말라고 사정사정 했지만 역시 친구는 끼리끼리 사귀는거라고 나를 닮아 무대뽀인 친구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근데 어장이라기엔 너무…그건 아닌것같아." "그래도 사람일은 모르는거야." "아니 너무 멀리나갔잖아, 이민형 하는 행동을 봐. 여자애가 말걸면 그, 그래? 우와, 진짜? 하하…… 이게 단데." "…그건 그렇네. 걔가 숫기없긴 하지." "아 쪼옴…이 얘기를 당사자 앞에서 왜하냐고…" 이 얘기는 너가 있으니까 하는 이야기다, 너도 좀 열정적으로 말해볼수는 없겠냐 하는 이야기가 와장창창 이리저리서 들려왔다. 아니 근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고....(억울) 그저 이민형 잘생겼어 라는 말 만 우루루루 안 쏟아내면 다행이지… 그저 친구들의 말은 한 귀에서 다른 귀로 흘려보내며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빨대만 자근자근 씹고있는데 순간 익숙한 얼굴이 휙 하고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누구지, 왜 익숙한거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나온 결론은, 미친. 쟤 다른반 이민형 친구인것 같은데. "야, 너네 이민형 이름 말했어?" "어? 어. 그런것같은데…왜?" "아니, 우리 목소리가 컸었나?" "내가 알아. 우리 굉장히 시끄러웠어." "아 미친. 나 죽으러 간다. 진짜 잘있어라." 뭔데, 하고 묻는 친구들에게 이민형의 다른반 친구가 카페에 있었다, 방금 문을 열고 나가는걸 내가 봤다. 고 이야기하니 내 말을 전해들은 친구들의 얼굴이 서서히 하얀색으로 질려갔다.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에게 대답조차 못해주며 머리를 쥐어뜯는 기분이란…뭐랄까. 약간 죽고싶은 기분? 하하. 분명 걔는 이민형에게 말할거고 그럼 이민형은 우리가 무슨소리를 했는지 알게될거고 그러면 나는 한강으로… 머구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데 그러면 이민형이 곧 고백하지 않겠냐고 잘된거라고 주둥이를 터는 친구의 멱살을 잡았다. 나대신 이 친구를 한강물에 던져넣어야 할 것만 같다. 거짓말 아니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하하^^ ** 결국 밤을 제대로 설쳤다. 아예 못잔건 아니었지만 걱정에 결국 새벽 4시가 넘어서 잠든탓이다. 이민형은 오후 10시 이후로 답이 없었다. 보통은 12시 전후로 그럼 나 자러갈게, 너도 goodnight(웃는이모티콘)을 날리기 마련인데 어제는 아무말도 없이 먼저 카톡을 끊었다구요...!!! 그것때문에 불안이 증폭돼서 더 안절부절 못한거 맞다. 인정하기 싫었는데 진짜 이쯤되면…난 이민형을 좋아하는게 맞나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축 쳐진채로 등굣길을 걸었다. 누가보면 집에 큰 우환이 일어난줄 알것만 같는 모습이었다. 우울한채로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안그래도 우울한데 고3이 어쩌니 성적이 어쩌니같은 잔소리를 아침 조회시간 꽉 채워서 하시고 나가셨다. 그리고 쉴 틈없이 1교시 담당의 교과목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어제 잠을 못 잔 여파로 수업 내내 꾸벅꾸벅 졸던 나는 선생님의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기억을 잃었다. 눈을 떴더니 시계는 1시를 훌쩍 넘어있었다. 내가 몇시간을 잔거야…오전 시간 내내 잤네. 몸도 힘들고 피곤에 찌든 나머지 밥먹자고 나를 깨우러온 친구들에게 안먹을거라고 너희끼리 가라고 한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쨌든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니 몸은 아까보다 한결 가벼워진것 같아 기지개를 쭉 폈다. 어깨에서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기분에 뭐지 싶어 바닥에 떨어진걸 주워보니, 내 것이 아닌 가디건이 내 어깨위에 올라가있었나 보다. 묘한 두근거림에 설마 하며 이민형의 자리를 봤지만 텅 비어있었다. 지금쯤이면 아마 중식먹고 있으려나. 지금 가도 1, 2학년들과 같이 급식을 받을 수 있을것같아 갈까말까 하던 도중에 책상 위에 놓은 익숙한 검은 비닐봉지가 눈에 띄였다. 막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웃음에 미친사람처럼 실실 웃으며 비닐봉지를 열어보았다. 또 카카오 빵, 또 바나나 우유, 또 빨대. 그리고 또 쪽지. 간지러운 기분에 괜히 조끼 위를 북북 긁으며 쪽지를 살며시 펼쳐보았다. 그리고 또 익숙한 삐뚤빼뚤한 글씨체에 웃음이 터졌다. [오늘 한번도 못봤네...ㅜㅜ 많이 피곤해보여서
그리고 늦었지만 초록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