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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넘는 부재라 감을 다 잃어서
그냥 새 소설 들고 왔습니다 ^.^!
키워드: 현대, 현대판타지, 후회★☆



 “저는 당신에게 행복한 꿈을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제게 기억을 주세요.”

 그렇다면, 원하는 꿈을.



꿈을 파는 남자




 날씨가 여간 쌀쌀한 게 아니다. 젠장, 너무 추워. 옷깃을 더욱 여미지만 차가운 칼과도 같은 바람에는 소용 없다. 거센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린다. 나직히 입술을 바르작거리며 손으로 사정없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꾹 눌러보지만 소용 없다. 물론 모자를 써도. 왜 이런 곳이야? 황당하다는 시선을 던져보며 주변을 둘러볼 뿐이지만 성규의 생각을 읽고 그 해답을 내려주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래, 속마음을 읽는 게 더 신기한 일이지. 



 파랗게 질린 입술을 깨물어보며 표정을 달리한다. 여기가 어디더라. 제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야하는 상황. 성규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거센 바람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지만 주변 지형물을 인식하기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니까ㅡ, 여기는. 도시구나. 그것도 아파트 옥상인 것 같다. 아파트 옥상이라 바람이 이런 걸까. 두 손으로 목깃을 꽉 잡아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여기에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왜, 어째서. 



 아니, 있구나. 느릿하게 돌린 시선에 향한 곳에는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 그래, 내 거래인. 거래인 때문에 자신을 이 쪽으로 향한 것이다. 그랬었지. 작게 입을 달싹여보던 성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있는 거래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이봐요. 저ㅡ, 잠깐! 이봐요!”



 약간의 짜증이 담겨 있던 성규의 어조는 이내 다급한 음성으로 바뀌었다. 위태롭다. 그래, 위태로울 수 밖에 없지! 멍청하게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하다니! 제 머리를 몇 번이고는 때려주고 싶은 충동감을 느끼며 성규는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위태롭게 서 있는 거래인, 그러니까 자살 희망자라고 말하는 게 더 옳은 것 같은 사람은 펄럭이는 바람에 한 번 몸을 비틀거린다. 그 비틀거림에 성규의 몸이 움찔하고는 멈췄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성규는 다시 뛰었다.



 “뭐 하려는 거예요! 당장 내려오라고!”



 한걸음에 달려와 거래인의 팔을 잡은 성규가 크게 외치며 인상을 팍 찡그렸다. 중심도 제대로 못 잡는 사람이 왜 이리 힘이 강한 거야? 어이가 없는 심정이 가득하지만 그것보다는 눈 앞에서 스스로 꺼지려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두 팔로 잡고는 밑으로 내려오게끔 만들기 위해 힘을 줬다. 아까 그 비틀거리던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간거야? 미동도 안 하고 있잖아! 성규는 허, 하고 입을 벌리며 거래인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제발 좀 내려와요! 죽을 거면 저랑 거래 좀 하던가요!”



 실로 자기 생각만 가득한 발언들을 내뱉으며 급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거래인은 성규의 말에 응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성규의 표정을 경악으로 바뀌게끔 만드는 것에 크게 되었다. “자, 잠깐.” 당황한 성규의 앓는 소리가 들리지만 바람 소리에 그 목소리도 묻혀버린다.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끌어내리기 위해 두 손으로 잡고 있던 팔이 살짝 틀더니 성규의 팔을 잡았다.



 팔이 부러질 듯한 아픔에 인상을 찌푸리던 성규는 곧 놀란 시선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말을 해도 반응 따위 없던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쳤다ㅡ, 근데? 느리게 눈을 깜박여보이던 성규의 얼굴을 처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틀어올라간 입꼬리. 지금 이 상황에 웃어? 그라면 따져볼만한 행동이였지만 성규의 입에서는 불만스런 항의가 나오기 전에 비명이 만들어졌다.



 “미친…….”



 거센 바람과 푸른 하늘. 회색의 건물들. 아주 좋은 조합이다. 옥상 밑으로 몸을 조금만 숙인다면 보이는 수 많은 자동차들.



 “무슨 미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몸에 힘을 주기도 전에 제 몸은 붕 떴으면 발바닥은 지면과 헤어졌다.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던 머리가 제 기능을 다시 했을 때는 자신이 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이였다. 아, 나는 죽는구나. 그 생각이 닿았을 때는 성규는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다.




 「무엇을 하던지 그건 내 마음 아니야?」

 「참견하지 말아줄래. 역겨워, 그거.」

 「내 꿈에서 꺼져버려.」




 검다. 모든 게 검게 다가온다. 아무것도 수용하지도 포용하지도 않는 검은색은 그렇게 자기 자신의 색을 발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점멸하듯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짙은 검은색을 붉은 색으로 만들어버렸다. 너무나 강렬한 붉은색은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기분 나쁜 새빨간 색은 이내 옅은 주홍으로 그렇게 연한 노랑으로. 그 순간 모든 건 백색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크레파스에 있는 색깔들을 한꺼번에 경험한 것 같은 기분으로 성규는 자신이 정신을 차렸음을 느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엄청난 두통이 밀려왔다.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온다. 윽, 낮게 신음하던 성규는 제 머리를 부여잡고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차마 눈은 뜰 수가 없기에 팔을 더듬거리며 주변에 있는 물컵을 찾았다. 손가락 끝에 컵의 차가운 표면이 닿는다. 컵을 들어올린 성규는 냉큼 그 안에 담긴 물을 마셨다. 관리를 하지 않아 말라 튼 입술이 물이 닿자 약간의 따가움과 동시에 만족감을 만들어준다.



 매마른 갈증이 해소되는 것을 느끼며 성규는 이내 천천히 제 눈을 떴다. 흐릿하게 다가오는 배경은 이내 또렷해진다. 자신의 방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성규는 물컵을 내려놓고는 이내 마른 세수를 했다. 후ㅡ,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성규는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보다가 곧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눈을 떴다.



 “……망할 새끼.”



 죽여버릴 녀석이다. 저가 죽는 것에 자신을 끌어들일 수가 있는 거지? 그것도 엄청난 악력으로. 주인의 공간에 힘을 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지만 성규는 무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저항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저항은 커녕 비명도 못 지르고 떨어졌다. 느꼈던 추락감이 온 몸을 훑어내리자 흠칫 몸을 떤 성규는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맞을. 정말 더러워서 못 해 먹을 직업이다.



 답답한 음성과 함께 제 머리를 헝클어뜨린 성규는 이내 침대 밖으로 몸을 뺐다. 아까는 잃을 뻔 했던 서 있는 느낌이 새삼 다가온다. 방금 두 발바닥이 지면과 떨어졌었지. 누워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끔찍 그 자체였다. 성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월급만 세게 받지 않더라면……, 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성규는 옷가지를 챙기고는 방문을 잡고 열었다.



 거실의 찬 공기가 가볍게 다가온다. 바로 몸을 움직여 테이블 위에 있는 제 핸드폰을 들어올린 성규는 익숙하게 터치를 시작하며 전화번호부를 찬찬히 내리기 시작했다. 기역부터 시작해서 히읗까지 나열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찾다가 이내 한 이름에서 멈춘다. ‘여승우’. 저장되어 있는 이름을 확인한 순간 성규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 망할 녀석이 날 죽였다 이거지?”



 낮에 으르렁거린 성규는 이내 옷가지를 챙겨 입기 시작했다. 마치 전투라도 할 기세의 험악한 인상은 누군가 봤더라면 흠칫 놀랄만도 할 기백이였다. 입에 문 식빵이 어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열 받아도 식사는 거를 수 없다는 생각 아래 움직인 성규는 머릿속에서 아까 본 이름을 연신 상기하며 미간을 좁혔다. 망할 놈의 손님을 현실에서 만나 볼 시간이다. 성규는 외투와 목도리를 매고는 이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성규의 귀에서는 컬러링이 들려왔다. 나이가 나인데 이런 노래를 설정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한 느낌이다. 남자 아이돌의 노래가 지겹게 들려오고 있을 때 노래는 끝이나고 아직 잠에 들 깬 먹먹한 목소리가 기계를 통해 들려왔다.



 ‘왜, 이 녀석아.’

 “너 언제 출근해.”

 ‘출근? 아, 아. 으, 귀찮아. 곧 해야 해.’



 정말 귀찮음이 가득한 반응에 성규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곧 갈 녀석이 아직도 퍼 자고 있었다 이거야? 배짱 한 번 대단한 녀석이다. 성규는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전투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전화 한 용건을 대해 말했다.



 “나 오늘 좀 늦는다. 손님 녀석 줘패러 가야 해.”

‘……뭐?’



 그 다음으로 한 말은 듣지 못한 채로 성규는 통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거칠게 주머니에 넣으려다 바닥에 떨어뜨린다. 아, 젠장. 입술을 바르작거리면 나즈막히 욕설을 내비친 성규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푹 내쉰다.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고 이성을 유지하자. 평정심. 참을인ㅡ, 뭐, 아무리 애를 써도 속 안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밖으로 나오자 환하게 빛이나는 태양에 눈살을 찌푸리던 성규는 이내 옷깃을 바로 여미었다. 꿈속에서 있었던 것처럼 현실의 바깥또한 매섭기 그지 없었다.





 「원하는 꿈을 보여준다고요?」 카페에서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성규에게 다가온 남자는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규의 시선이 그로 향해 있을 때ㅡ, 제일 눈에 뛰는 것은 일단 노랗게 염색한 머리였다. 그리고 꽤나 하얀 피부까지. 앉아 있는 사람 허락 없이 맞은편에 앉은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들기며 성규를 응시했다. 이건 또 뭐야? 제 휴식 시간을 뺏기는 것에 극도로 민감함을 보이는 성규로서는 갑작스레 다가온 남자가 여간 거슬릴 뿐이였지만 불만스럽게 입술을 씰룩일 뿐,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 들어주기나 한다는 성규의 태도에 자신감을 얻은 남자가 테이블을 두들기던 손을 둥글게 만다. 「그게 진짜라면 저랑 거래하실래요?」 조심스레 운을 떼는 남자의 말에 퉁명스럽던 성규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거래, 라. 거래라고 했다. 그 말에 혹했던 성규가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찬찬히 원하는 것을 얘기했다.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거지만ㅡ, 그래도 뭐 어쩌나. 자신은 그저 손님의 말을 듣는 것 뿐인데. 그리고 약속대로 꿈에 들어갔고. 들어간 꿈에서는…….



 “앗, 성규 씨.”



 처음에 만났던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여승우,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보이며 자신을 맞이하는 남자의 표정에 성규의 표정이 절로 아니꼽게 변해간다. 



 “아주우 좋은 오전입니다. 승우 씨.”



 좋기는 개뿔이. 짜증이 솟구치는 오전이였다. 저가 한 말이 빈말임은 알고는 있는지 승우의 표정이 미안함에 일그러졌다.



 “죄송해요, 성규 씨. 음……, 그러니까, 어떻게 된거죠?”



 어떻게 된거죠?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 어투에 성규의 눈썹이 사악 꿈틀거린다. 저번에 있던 만남과는 반대로 테이블에 손을 올린 성규가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많은 감정이 담겨져 있는 불만스런 행동. 승우 또한 눈치를 살피며 성규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아아, 화를 내서 뭐하나. 솔직히 카페 내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주먹을 쥐어보이며 한 대 때려줄 생각으로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막상 얼굴을 직접 마주대니 어깨에 가득했던 힘이 푸시시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인데. 다짜고짜 이유 불문하고 때리면 그것도 그것나름 신고감이겠지. 후우ㅡ, 낮게 한숨을 내쉰 성규는 제 머리를 쓸어올리고는 이내 그를 노려보다시피 바라보았다.



 “꿨던 꿈에 대해 기억하시는지, 승우 씨는.”

 “어제 꿈이요? 그으……, 사실 잘 기억 안 나요.”



 제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배경은 어디였으며 누구와 같이 있었는지. 눈을깜빡이며 제 말을 잇는 그를 보며 성규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라는 표정을 지었다. 꿈에 대해 선명히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어렴풋이 무언가는 했다, 라고는 하지만 사소한 것까지 기억할 리도 없으니까 말이다.



 “꿈속에서 저희가 있었던 곳은 옥상 위였고요.”

 “옥상 위요?”



 왜 거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승우에 성규는 끓어오르는 불만을 애써 누르며 찬찬히 말을 이었다.



 “당신이 먼저 옥상 위에 있었고, 당신을 찾고 있던 저는 뒤늦게서야 도착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요? 아주 나란히 옥상 위에서 떨어졌죠.”

 “……네?”



 그리고 게임 끝. 게임은 데드엔딩으로 말이다. 떨어지던 추락감이 새삼스레 다시 온 몸을 지배하자 불쾌감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니, 왜? 왜 옥상에서 떨어졌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자신과는 반대로 새까맣게 잊고 있는 승우를 보며 성규는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머리를 기댔다.



 “하나도 기억 못하시네요. 안 하시는 낫겠지만.”

 “……이거 죄송한데요.”



 죄송하면 그딴 꿈부터 만들어내지말라고 하고 싶다. 성규는 후, 한숨을 내쉬었다.



 “이 문제는 일단 넘겨두고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꿈벅꿈벅거리며 저를 응시하는 승우에 성규는 검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는 승우를 가리켰다.



 “저랑 거래한 거, 계속 하실 거예요?”



 그제서야 아, 하고 반응이 온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새초롬히 떠오르는지 승우는 어색하게 입매를 올렸다. 제 색을 발하던 얼굴색이 하얗게 가시며 입술을 깨문다. 그 모습을 멀거니 응시하며 성규는 턱을 불끈거렸다. 자기 또한 그러면서 왜 그런 거래를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시……, 그럴 수 밖에 없죠. 그 사람에게는 많이 미안해요. 미안한데.”



 두 손을 둥글게 쥐어보인 승우는 주먹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는 찰나의 침묵을 지키던 그는 이내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내보인다. 저럴거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보이면서 그렇게……. 성규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이였다.



 “하지만 잊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가 원하는 꿈을 주세요.”



 ‘꿈’이라는 단어가 참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본래 제가 맡는 역할을 떠올리자면 절대 이런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닐텐데.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그리고, 거부 못하는 나는 대체 뭔데? 재수없게도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말리고마는 저가 한심하게 다가오지만 이상하게도 딱 끊을 수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승우의 말에 짧은 침묵을 지키던 성규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이야말로 이루워지게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또 이상한 짓에 사람 말려들게 하지 말고. 마이너스적 요소 따위도 절대 끌어들이지 말고. 경고의 경고를 내보이던 성규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게요?” 눈을 둥글게 떠 보이며 물어오는 승우에 성규는 대충 손을 까닥거렸다. 등뒤에서 승우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굳이 돌아볼 필요는 없다. 카페 밖으로 나온 성규는 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굳은 제 몸을 풀었다.



 “뭐, 계산은 알아서 하겠지.”

 도망치듯 나온 이유가 있긴 했다.



 드림 컴퍼니. 유치하면서도 흔한 이름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회사는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것을 사고 판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중소기업 정도 되는 회사 건물 안은 어느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오피스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다만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피자면 사무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훨씬 멀었다. 복도에서 뽑아온 싸구려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성규는 옆으로 힐끔 쳐다보며 사무실 책상 위로 다리를 올려 놓은 남자를 흘겨봤다. 다리 길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꽤나 아니꼽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규의 시선이 닿는 남자는 책 페이지를 느긋하게 넘길 뿐이였다. 문학적인 책을 또 읽는 것도 아니다. 만화책. 여기가 정말 회사인지 아니면 제 집인지. 종이컵을 이빨로 문 성규는 성큼성큼 다가가며 다리를 훅 올렸다. 그러자 남자의 종아리에 부딪치고, 순간 의자가 뒤로 기우뚱거렸다.



 “미쳤냐!”



 읽고 있던 책이 밑으로 떨어지고 한껏 놀랐다는 음성을 격하게 내보이는 남자는 울컥한 표정으로 성규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성규는 그저 콧방귀만 뀔 뿐이였다. 그런 성규의 반응에 남자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지금 네 기분이 아니꼬운 건 잘 알고 있는데. 나한테까지 화풀이 하지 말아줄래?”

 “화풀이 한 기억 없는데.”



 그럼 이게 화풀이가 아니고 뭐냐? 황당하다는 듯한 남자의 시선에 성규는 팔짱을 끼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만하자. 질렸다며 양 손을 들어보인 남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



 신발 끝으로 의자를 끌고 온 성규가 풀썩 사무실 의자에 앉는다. 푹신한 감촉이 다가온다.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성규는 이내 푹 늘어진 말투로 입을 달싹였다.



 “오늘 또 꿈 속으로 들어가야 해.”

 “그거 귀찮겠네.”



 성규의 말에 답하면서 남자는 바닥 밑으로 떨어뜨린 만화책을 다시 들어올린다. 후후, 만화책을 한 번 손으로 털어내던 남자는 자신이 방금 전까지 읽던 페이지를 찾으며 눈을 굴렸다.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난 그런 거 전문도 아니고. 오히려 너한테 부탁할 일 아니야?”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사무실 내부에 가득 울려퍼진다. 성규의 말에 남자는 ‘그런가.’하며 상당히 붕 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 이성열. 저주는 네 전문이잖아.”

 “너 자꾸 내 능력을 그딴식으로 말할래? 난 저주 아니거든?”



 그거나 그거나. 남 괴롭히는 능력이 저주가 아니고 뭐야?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평한 성규는 이내 제 머리를 쓸어올렸다.



 “상대가 싫으면 괴롭히던가. 다치게 하던가.”

 “무서운 녀석.”



 남이 들으면 기함을 토할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끔 말하는 성규에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남자, 성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사실이잖아. 안 그래? 속으로 제게 의문을 던져보인 성규는 돌아오지 않는 답변에 긴 한숨을 토했다.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정말 이상하다. 이상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싫으면ㅡ.



 “왜 자신의 기억을 잃고 싶어하는 걸까.”



 원하는 꿈을 주는 대신에 기억을 판다. 이게 바로 성규와 거래를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승우, 그 남자가 자신에게 주는 기억은 어떤 사람과의 추억. 어떤 사람도 아니지. 자신은 이미 승우에게서 자료를 넘겨 받았으니까. 성규는 손가락으로 제 입술을 꾹 눌러보았다.



 “고작 원하는 꿈 하나 꾸게 만들어주는 대신에 가져가는 게 너무 크단 말이지.”



 그 사람과의 모든 추억을 판다. 그렇다면 승우는 그 사람과의 추억을 모두 잊는다. 성규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개인 사정이 있나보지.” 관심 없는 듯한 성열의 말이 귓등을 때리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성규는 살짝 입술을 깨물고는 이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자료를 들었다. 사라락, 한 장이 뒤로 넘어가자 승우의 이름과 번호 등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옆에 있던 성열 또한 성규가 들고 있는 자료를 읽어내린다. 낮게 달싹이던 성열은 이내 한 곳에 시선을 멈추고는 중얼거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잊으려고 하는 것 같네.”



 사랑하는 사람. 성열의 말이 성규의 알 수 없는 곳을 퉁 치고 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지만 한 편으로 이상하게 수긍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수긍, 해버렸다. 제 마음을 인정한 성규의 표정이 찬찬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ㅡ.



 “남자야.”



 승우가 잊기를 원하는 부분에는 「남우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또렷이 박혀 있었다.



[인피니트/현성] 꿈을 파는 남자 01화 | 인스티즈


죄송하지만 몽환적인 분위기의 표지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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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헝헝헝ㅜㅜㅜㅜㅜ 그대 저 노림수에여ㅜㅜㅜㅜ오랜만이에여ㅜㅜㅜㅜㅜ 감이 떨어지다니....몰입도 장난 아니었는데 그게 무슨;;;;; 대박 기억을 주고 꿈을 산다니ㄷㄷㄷㄷ;;;;;
11년 전
앙체
노림수님! 오랜만에 이렇게 뵙니 반갑습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_ㅠ
11년 전
독자2
남우현이라는사람의기억이라니 ㅠㅠ댕열이라구해요!!!!
11년 전
앙체
반갑습니다, 댕열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기대해주세요!
11년 전
독자3
헐... 신알신 하고 갈게요 소재가 너무 좋아요 잘 읽었어요! 혹시 암호닉 신청해도 된다면 귱으로 신청할게요
11년 전
앙체
반가워요, 귱님. 이런 소재는 별로일까 많이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좋아해주신다니!
11년 전
독자4
헐...저 이런소재 굉장히 좋아하는데 허ㅓ러럴ㄹㅜㅜ 잘읽고갈게요!!
11년 전
앙체
앗,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정말~
11년 전
독자5
그대안녕해요혹시암호닉된다면까또로부탁드릴게요!표지는제가똥손이라....흡
11년 전
앙체
안녕하세요, 까또님~ 표지에 대해 살짜쿵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그만큼 신경 써주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더욱 기분이 좋네요!
11년 전
독자6
ㅇ..암호닉 제이로신청해도되나요??제이로부탁드려요ㅠㅠㅠ소재가 와...대박이네요..!!!!!으허헝ㅠㅠㅠ
11년 전
앙체
소재 칭찬 너무 감사드려요, 제이님~ 많이 걱정한 소재였는데..!
11년 전
독자6
우와ㅠㅠ 저 이런소재의내용은처음이예요ㅠㅠ 신알신하고갈께요!!! 헉.. .저기위에 글목록..화사한그대는몽글몽글ㅠㅠ엉엉... 저 암호닉할래요ㅜㅠ 새싹이요! 새싹
11년 전
앙체
좋은 저녁이에요, 새싹님! 엄, 그 소설을 알고 계시다니 뭔가 많이 민망 부끄하네요. *u_u*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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