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와 마주보기 껄끄러운 사이가 되버렸지만 연습을 하지 않을수도 없어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가까스로 옮겨 연습실에 도착했다.
문고리를 꽉 쥐어잡고 돌리려 힘을 주는데 안쪽에서 열려버리는 문.
잘못하면 얼굴에 직빵으로 맞을 뻔했다. 나오는 사람을 보니 정말 다행히 브래드다.
어제의 나야 왜 그랬니 대체!!브래드를 불렀으면 적어도 이런 상황은 안 됐을거 아냐..
“브래드..”
“범준, 왜 그렇게 울상이야?”
“내가 형태에게 상처를 줬나봐요..”
“형태에게 대체 뭐라고 말했길래?”
브래드의 질문에 차마 답을 말할 수 없었다. 난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걸 어떻게 브래드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결국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수다를 떨 수 밖에 없었다. 브래드와 얘기하는 도중에도 나는 긴장하며 간간히 문을 쳐다봤다.
“범준.”
“응?왜 그래요 브래드”
“...오늘 범준은 이상해.”
“네..?”
“온통 다른 곳으로 신경이 몰려있잖아.”
브래드는 왜인지 씁쓸하게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해보이더니 자리를 뜨는 브래드
왜 그러지...자기 얘기에 집중해주지 않아서 그러는건가...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을 해보지만
분명히 그와 나는 즐겁게 대화를 나눴고 브래드도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었었다.
나에게 화난 줄 알았던 브래드는 알고보니 코코아를 타왔던거였다. 아, 괜히 이상한 생각만 하고있었구만..
“흠, 범준에게 달콤한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고마워요, 브래드 의외로 세심한 남자구나.”
“알아줘서 고마워!”
나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고는 코코아를 홀짝대는 브래드.
그런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자꾸 내 눈치를 보며 흘낏댄다.
내가 자꾸 내 눈치를 보지말고 할 말 있으면 해도 된다고 하자 한숨을 푹 쉬더니
브래드는 마치 큰 결심을 한 듯이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뗀다.
“범준.”
“네?”
“이런 말..어떻게 꺼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데요?”
“음...나는 범준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나도 브래드 좋아하는데요 뭘.”
“....그래..아직은, 아직은 아닌 것 같네”
브래드는 약간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문다. 왜일까 브래드의 모습에 김형태가 겹쳐보이는 것은...
브래드의 좋아한다. 라는 말이 무슨 의미를 띄는지. 알 것 같다, 아니 알아버렸다.
“브래드, 혹시...혹시 내가 이성으로..좋다는 말을..하려는 거에요?”
“...의외구나, 둔한 줄 알았더니. 그래 그 의미맞아.”
“...”
하, 나는 왜 이렇게 남자한테만 인기가 많은걸까. 대체 전생에 나는 뭐였길래!
꽤 충격받은 나머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더니 브래드가 손수 내 입을 닫아준다.
이상하게도 김형태가 나를 만지는 느낌과 브래드가 나를 만지는 느낌은 다르다.
미묘하게도 아니고, 확연히 틀리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브래드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의 눈은 너무 진실되 보여서. 그래서....
“범준은..나를, 어떻게 생각해..?”
“나는...난, 브래드를..”
“...”
“싫지않게, 생각하는데...”
당황한 나머지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브래드.
그래, 솔직히 브래드가 싫지 않다. 오히려 아빠같이 푸근한 그가 좋기도 하다.
그런데 의문점이 든다. 내가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도 괜찮은데도 김형태에게는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싫지않게 생각한다면, 나 조금은 기대해봐도 괜찮은건가?”
“...아..”
“범준, 난 너에게 부담을 주려고 이런 말을 꺼낸 게 아냐. 그건 알고 있지?”
“..네.”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 기다릴께.”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는 씨익 웃더니 내 입술에 쪽, 입맞춤을 해버린다.
순간 하얘지는 머리. 브래드의 입술이 닿았던 내 입술이 뜨거워진다.
“코코아가 묻었어.”
브래드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내 팔을 낚아채오는 무언가.
브래드는 당황한 얼굴로 내 팔을 꽉 쥔 사람을 바라보고 나도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정말정말 지랄맞은 타이밍에 김형태가 그 장면을 봐버린듯 하다. 하, 이게 무슨 소설이야?
“너 뭐야.”
“어..?”
“나 싫다면서?그런데 왜 브래드랑은 이딴 짓하고 있느냐고!!”
“형태, 범준이 원한 게 아니라 그는 그냥..”
“당신이 나설 일 아니야 빠져있어.”
“김형태, 지금 흥분한 거 같은데...아..!”
내 팔을 세게 쥐고서는 연습실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김형태.
당황한 얼굴의 브래드를 뒤로하고 어디서 나온건지 김형태의 괴력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김형태가 쥐고 있는 팔이 점점 더 아려온다. 눈물이 나오려하지만 그의 앞에서 울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아 입술을 꼭 깨물고 눈물을 꾹 참았다.
방의 구석에 나를 패대기치는 김형태. 놓아버린 팔에는 통증이 밀려오고, 벽에 부딪힌 내 등이 아파온다.
“장범준...아무한테나 몸굴리는 새끼였구나 너? 그럼 그런 새끼한테 나도 좀 안겨봐도 되겠네?”
난 나에게 달려드는 김형태를 막을 수 없었고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며 지분거리는 김형태.
나는 눈물을 흘려대며 힘이 다 빠져버린 팔로 그를 밀칠 수 밖에 없었다.
김형태가 내 아랫입술을 자꾸만 핥고 빨아대며 혀를 내 입속으로 억지로 밀어넣는데
차마 이런 강간과도 같은 짓을 용납할 수 없던 나는 그저 이를 꽉 물며 버텼지만
김형태가 뒷 목을 꽉 쥐어대는 탓에 입술이 살짝 벌어졌고 그 틈으로 자신의 혀를 넣어 내 입속을 마구 유린했다.
정말 바보같은 건 그런 그의 움직임에 옅었지만 강한 신음소리를 내는 나였다.
달콤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내게 상처뿐인 김형태와의 첫키스.
내 바지 버클을 풀려고하는 그의 손을 가까스로 막아낸 것은 브래드였다.
“김형태, 이제 그만해.”
인상을 잔뜩 지푸린 얼굴로 김형태를 막는 브래드.그가 이렇게 멋져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김형태도 정신을 차렸는지 내 바지버클에서 손을 떼어냈고 나는 안도감에 펑펑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한 번 시작된 울음은 브래드가 나를 안으며 달래줄 때까지 멈추지않았다.
“형, 미안...”
“꺼져,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김형태.”
“....형..”
“가버리라고 제발, 이렇게 너 보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고문이야”
조금 심한 감이 있었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런 말을 들어도 시원찮았다.
김형태가 깨물어대고 핥아댄 바람에 찢어지고 상처가 나버린 내 입술.
김형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연신해대며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범준...괜찮아..?”
다정한 목소리로 내 등을 토닥여 주는 그 때문에 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생각할수록 김형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그 새끼덕분에 다쳐버린 내 입술이 아려오고..
그래도 너무 심했나...하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지배해온다. 아, 아니야 제발 정신차려 장범준!
내 뺨을 찰싹찰싹 쳐대는 모습이 그에게는 자학으로 보였는지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본다.
“브래드. 나 괜찮아요..”
“..다행이야.”
“아, 그래도 지금은 힘드네. 나 집에 가서 쉬어도 괜찮죠?”
“물론이지, 몸조리 잘하고.”
브래드가 다시 한 번 포옹을 해오고 그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연습실을 나왔다.
집을 향해 하염없이 걷는데 김형태때문에 온 몸 곳곳이 쑤신다.
특히 김형태에게 잡혀 퉁퉁 부어버린 내 팔이 너무너무 아프다.
흑흑, 마음속으로 울며 집에 도착했는데 문고리에 걸린 뿌리는 파스, 붙이는 파스..
여러가지 파스들이 나를 반긴다. 봉투속을 뒤적거리다가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펴보니 김형태가 가져다놨나보다. 쪽지에는 형 미안해요, 내가 진짜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라는 말과 함께 나 용서해줄수 있나요?정말 사죄할게요.라는 말도 쓰여져있었다.
김형태에 대한 생각들이 그 쪽지 한 장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놈. 진짜 이상한 놈이다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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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밤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어느새 이상한 망작이 펼쳐져있네요ㅎ..ㅎㅎㅎ
영어고자인 장범준이랑 브래드가 의사소통이 통한다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해주세요..
썸씸을 만들기위해선 어쩔 수 음슴니다...ㅠㅠㅠ 그리고 전 장범준의 안티가 아님을 밝힙니다..
너무 불쌍하게 그려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