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끝이 땅에 부딪혔다. 잦은 생채기를 지닌 다리가 서 보려고 파들거렸지만 칼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서서히 소멸하는 칼을 바라보며 대(大)자로 누운 남자는 눈을 꾹 감았다. 곧, 눈물과 함께 참던 숨을 토해낸다.
주변이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 남자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해 그 자리에 얼어있는 것인지, 남자는 상관 없었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고통이 몸인지, 마음인지도 상관 없었다.
딱 죽고 싶었다.
아니, 함께 하고 싶었다.
영원히,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다.
신이시여, 혹 제 말이 들리십니까.
혹, 이 가엾은 영혼의 소리가 들리시거든, 부디
부디 …
그 사람의 기억을 지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