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친구 A의 시점을 읽고 오시는 게 이해가 더 잘 되실 것 같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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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이 언제부터 변했냐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답하기 귀찮은 게 아니라 진짜 모르겠어서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다.
그냥, 주변에 나같은 애들 한 명씩 있지 않나. 크면서 조용해지는 애들.
솔직히 나도 별다른 이유를 모르겠어서 그냥 그러려니, 살아왔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제일 친했던 친구가 서울로 이사를 가고 중학교 배정을 받기 직전 이사를 가서
모르는 애들 사이에 갑자기 던져진 것 정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구가 없었다거나 우울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건 아니다.
친한 친구가 항상 곁에 있을 땐 몰랐는데 혼자 남겨지고 보니까 내가 낯가림이 참 심한 사람이더라.
하고 깨달았달까.
아, 솔직히 존나 많이 심하다.
친구 B의 시점
*
"박우진. 봤어?"
"뭐."
"무용과 애들 진짜 예쁘다."
"걔넨 니한테 관심 한 개도 없다. 주디 좀 다무라."
성인이 됐다고 해서 낯가림이 없어지진 않았다. 새터 때부터 말을 텄던 친구 형섭이 외엔
아직도 날 말 없는 애로 보는 것 같았다. 아, 정정한다. 안형섭이 일방적으로 나에게 말을 텄었지.
그리고 안형섭은 매일 말한다. 넌 이미지 메이킹의 최대 수혜자라고. 너가 얼마나 지랄 맞고 시끄러운 성격인지
우리 학교 사람들한테 모두 까발려져야 한다고.
"야, 내 입 신경쓰지 말고 너 입이나 다물어라.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아, 너 같으면 입이 안 벌어지겠냐고.
내 첫사랑이 저기 있는데.
*
"안녕하세요, 무용과 17학번 ㅇㅇㅇ입니다."
어렸을 때 그대로다.
뭐라 글더라, 깨발랄? 딱 그런 단어가 어울린다.
애가 소심하긴 한데 그게 딱 놀리고 싶게 귀엽다.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놀리면 돌아오는 반응이 귀여워서 자꾸 놀리게 되는 사람.
ㅇㅇ이는 어렸을 때부터 딱 그랬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자꾸 놀린다.
그래서 항상 어디서든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늘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아, 내가 ㅇㅇ이랑 제일 친했어서 나도 모르게 나또한 사이에 있었던 건가.
뭔가 새삼 깨닫는다.
자꾸 흘긋 흘긋 쳐다보는 게 날 의식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딱 놀려주고 싶다.
분명히 자기가 쳐다보는 거 티 안 날 거라 생각하고 있을 거다. 존나 댕청한 강아지 같아.
자기는 숨는다고 숨었는데 몸통 다 내놓고 머리만 어디 뒤에 들어가 있는 그런 애들.
아, 귀여워.
같은 수업 듣는 걸 알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너는 모를 거다.
아, 같은 조가 된 것도. 올해 운 몰빵인가.
*
"너 변태 아니냐?"
"뭔 변태고. 장난 치는 긴데."
"와, 야 너 방금 웃는 거 진짜 변태 같았어. 소름 돋아. 너랑 다니기 싫다."
"니가 먼저 나한테 들러 붙었다."
"뭔 또 말을 그렇게 해."
안형섭하고 ㅇㅇ이 얘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씩 웃으니 안형섭이 아주 질색팔색을 한다.
너한테 그런 더러운 표정도 나오냐고. 옆에서 으으, 하는 소리를 남발하는 안형섭 뒤, 학생식당 입구로 들어오는
무용과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또 말 없이 한 곳만 멍하니 주시하고 있자 안형섭이 휙, 뒤를 돌아본다.
"야, 네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 근데 너 말고 다른 남자들이 다 좋아하는 이유도 알겠어."
"..."
"그니까 적당히 놀리고 얼른 가서 데려오라고 멍충아."
딱봐도 17이 아닌 남자 선배가 장난 치면서 ㅇㅇ이의 머리를 한 손으로 꾹 누르며 끼고 오는 게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놀리는 건 좋았는데 다른 사람이 놀리는 건 싫었다.
12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어린 애처럼 가서 성질 내고 싶었다.
더 짜증나는 건 또 해사하게 웃으면서 그 장난을 받아주고 있는 네 모습이었다.
나 없는동안 여태까지 그랬을 거 아냐.
*
"야, 우진아. 이리 와봐."
"예, 형."
재환 형이 부르는 소리에 고분고분 그쪽으로 향했다.
또 도로록, 시선이 따라오는 게 느껴진다.
네 눈알 굴러가는 소리 다른 사람이 안 들으면 다행이겠다. 이 바보야.
손에 짐이 많아 철하지 않은 프린트들 까딱하면 다 손에서 놓치기 직전이라며 얼른 좀 받아달라는 말에
자료 프린트물들을 모두 받아서 우리 조 테이블로 향했다. 오늘이 조별과제 발표 날이다.
그러니까, 놀리는 걸 멈춰야 하는 날이란 거다.
"애들 자료 누구 건지 다 기억하지? 앞에 표지도 한 장씩 뽑아왔으니까 내가 정리해서 주면 철하고 이름 써서 애들 나눠줘."
"예."
재환이형은 여자애들한텐 웬만하면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17 남자는 나 혼자 뿐이라 심부름은 대부분 내 몫이었고
난 으레껏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여태 별 불만은 없었다. 뭐, 지금도 그렇고.
근데 형, ㅇㅇ이가 지금 제 글씨 어렸을 때 글씨랑 똑같다고 하면 당장 뺏어들어서 이름 자기가 쓸 걸요.
저 글씨 존나 못쓰거든요.
뒷말은 굳이 하지 않기로 했다.
"어어, 고마워."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 예쁘게 글씨를 써서 (솔직히 그린 수준이다, 이건) ㅇㅇ이에게 내밀었다.
받는 와중에 손가락에 감겨 있는 밴드가 눈에 들어온다.
아, 박우진 존나 멍청하다.
줬다가 다시 훅 뺏어오니 시선이 약간 다이나믹하게 돌아온다.
너 턴 돌 때도 시선치기 그렇게 하냐.
놀리고 싶어서 혀 끝까지 나온 말을 애써 집어 삼키며 옆 테이블에 있던 형섭이 필통에서 스카치 테이프를 꺼냈다.
애가 세심한 면이 있어서 별 걸 다 챙겨서 다닌다.
"내 이거 쫌만 쓴다."
대수롭지 않은듯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조원들과 열심히 말하는 형섭이를 뒤로 하고 다시 돌아와
뺏어든 ㅇㅇ이의 프린트물 뒷편 스테이플러 심에 테이프를 붙였다.
엄마가 과제 낼 때 이렇게 내는 거라고 가르쳐 줬었는데 항상 다 까먹고 대충 내놓곤 왜 이런 순간에는 잘도 기억나는 건지.
심 또 잘못 나오면 네 손에 밴드 하나 더 늘어날 거 아냐.
그냥 갈색 밴드보다 뽀로로 밴드가 더 귀여우니까 이따 하나 사주든지 해야겠다.
들고 다니라고. 어렸을 땐 무슨 분홍색 밴드 자주 붙이고 다녔었는데.
아, 근데 귀여워도 그냥 안 붙이고 다니는 게 낫겠다.
덜렁거리지 좀 마라, 아프잖아.
"니 여기저기 잘 찔리는 거 까뭇다."
뇌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내용이라서 그런가 중간에 있는 입이 지 맘대로 나불거린다.
그니까,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단 소리다.
"어?"
아, 눈치 챘겠지?
"화장실이랑 다 다녀왔으면 이제 모이자. 마지막으로 체크하게."
나도 모르게 놀라는 ㅇㅇ이와 같이 놀라버려서 벙쪄있다가 형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얼른 성큼성큼 형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
"ㅇㅇㅇ, 너 너무 대놓고 우진이한테 관심 있는 거 티내는 거 아니냐?"
"예? 어우, 오빠 저 좀 그만 몰아가세요. 맨날 저만 괴롭히세요, 왜."
재밌으니까.
"네 분량은 제대로 다 하고 우진이 뚫어져라 쳐다보지?"
아,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걸 참다 참다 도저히 안 가려져서 애써 모르는 척 프린트물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또 티나게 (자기는 티나는 줄도 모르고) 쳐다보는 게 귀여워서 알면서도 모르는 척 냅뒀더니
재환형이 ㅇㅇ이를 놀렸다. 말로는 아닌 척 하면서 귀가 새빨게 지는 게 지금 당황하고 있는 거다.
왜 변한 게 없냐, 너는.
*
12살 박우진의 첫사랑 12살 ㅇㅇㅇ
사회체육과 17학번 박우진, 무용과 17학번 ㅇㅇㅇ
나는 서로를 수식하는 말이 또 한 번 바뀌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진아, 우리랑 밥 먹으러 갈래?"
"형섭이 너는?"
"너희 또 거기 가려고? 밥 좀 먹자."
자신은 쌀알이 먹고 싶다며 툴툴거리는 형섭과 다른 여자 동기들의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멀뚱히 쳐다보다 떠오른 건 며칠 전 몇 년만에 봤던 그 얼굴이었다.
아직도 떡볶이 좋아하려나.
학교 앞에서 파는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 거의 매일 같이 먹었었는데.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솔직히 떡볶이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냥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 그 수준. 그러거나 말거나 너는 내 손을 꼭 붙잡아 끌고 가선 300원짜리 두 개요!
하곤 내 손에도 하나 쥐어줬었다. 나 피카츄 내 돈 주고 사먹을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바보가.
ㅇㅇ이랑은 유치원 다닐 때부터 같은 아파트 같은 단지 안에 살았었다.
그래서 아파트 안에 있는 같은 유치원에 다녔고 친하다 보니 부모님들끼리도 친하셨다.
집 위치도 흡사해서 같은 초등학교로 배정 받아 꽤 자주 같은 반이 되었었다.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꼭 등하교를 같이 하고, 같이 놀고. 그랬다.
ㅇㅇ이가 전학 갔던 건 5학년. 12살. 그때도 같은 반이었다
울먹거리며 꼭 전화 자주 해야 한다며 내 손을 붙잡고 말하다 부모님 차에 타는 그 애가 가는 걸 보고 나서도
한참 나는 근처를 서성이며 있었다.
그날은 해가 유독 긴 여름날이었다.
"박우진, 듣고 있어? 그래서 밥 뭐 먹을 건데."
"어?"
"밥."
"떡볶이 먹으러 가자."
"야, 나 밥 먹고 싶다니까!"
"가자."
꼭 누구처럼 안형섭 손을 붙잡아 끌고 일어났다. 꼭 누구처럼.
진짜 맛있는지 없는지 먹어 봐야 나중에 데려가든 말든 할 거 아냐.
*
"밥 먹었나."
"...어?"
이 한마디 내뱉기까지 얼마나 집에서 연습했는지 모른다.
안형섭이 봤으면 몰래 찍어서 두고두고 배를 잡으면서 놀렸을 거다.
괜히 긴장됐다.
"니 또 늦잠자느라 안 먹었을 긴데."
발표 날인데도 자비없이 10시 정시 출석을 말씀하시던 교수님, 30분 일찍 모여서 체크하자는 재환형 때문에
분명 밥은 커녕 시간만 간신히 맞춰서 왔을 게 분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으니까.
"근처에 우리 과 여자애들 맨날 들락거리는 떡볶이집 있다. 갈래?"
표정이 미세하게 점점 변하는데 뭔가, 왜 이렇게 익숙한 상황이 닥쳐올 것 같은 기분일까.
"와, 이제 떡볶이 싫어하나."
"... 너 진짜 미워."
"와, 와 우는데."
그래, 항상 '미워'란 단어가 울음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난 또 지금처럼 당황하면서 우물쭈물 달래고.
우는 애를 달래면서도 계속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아주 오래 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왜 이렇게 글이 노잼인지 설명해주세요 ^ㅁㅠ,,,
A 시점 때는 제 맘대로 막 쓰다가 A에 맞춰서 B 쓰려니까 이렇게 막히는 건지 (주륵)
그래도 더 정신없이 바쁘기 전에 자주 올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9ㅅ9
번외 한 편 더 남아 있습니다. 번외는 재밌게 나오길 제 손에게 바라며... 8ㅅ8ㅅ8ㅅ8ㅅ8 (롬곡)
♥암호닉♥ |
0226 / 편린 / 뿌꾸빵 / 뚜기 감사히도 암호닉 신청을 해주셔서 8ㅅ8 정리했는데 혹시 빠지셨으면 절 매우 치시고 다시 말씀해주세요...! (주루룩) 신청해주시면 받게쓴니다.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