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있는 이 인간들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녀는 그냥 이들의 눈만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에 대한 이들의 판단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모두가 그녀를 판단하는 5가지의 공통요소가 있었다.
평범한 외모, 나쁘지 않은 성적, 괜찮은 인간관계
검은 머리가 놀라울 정도로 안 어울리는 몇 안 되는 한국인,
그리고 신여주.
물론 정확히 따지고 보자면 그 중에 하나는 완전히 틀렸지만.
타나히엘, 정확히는
타나히엘 잔 넬리티아타.
이것이 그녀의 이름이다.
아니,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래, 3년 전까지 내가 저 위에 있었을 때만 해도 말이지."
누가 들을 새라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은
너무 작아 그녀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았다.
"뭐라구?"
움직이는 입술을 본 모양인지, 바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 하나가 왼쪽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며 그녀를 보고 물었다.
"음? 아냐 혼잣말이야."
그녀는 짝궁에게 싱긋 웃어보이며, 마저 하던 낙서를 계속했다.
이건 그녀가 뭔가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거나, 그와 비슷한 감정으로 무언가를 떠올리고 고민할 때 하는 버릇이었다.
확실히 그녀는 3년 전까지는, '천사' 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들이 소위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그 분'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천사'였다.
그녀의 임무는, 한 줄로 정의하자면
'선행을 베풀었으나,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 한 인간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 이었다.
하지만 3년 전, 그녀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인간에게 벌을 준 것'
그것이 그녀의 죄목이었다.
그녀의 죄목은 그녀의 임무와 완전히 상반됨과 동시에,
'천사' 라는 신분에 완전히 먹칠을 하는 행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에게 벌을 주는 건 '악마' 들의 몫이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할 인간이 있다면, 그에게 벌을 주는 건 철저하게 '악마' 들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3년 전 친히 악마들을 대신해 한 인간에게 벌을 주었고.
그 사실에 대해서 분노를 한 건 단언컨대 천사들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죄를 지은 것도 모자라 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그 분' 의 추궁에도 입을 열지 않았고,
그런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은 지극히 자비로웠지만, 지극히 잔인했다.
'악마의 벌을 받을 때까지 인간의 신분으로 살 것.'
몇 년 이란 시간을 인간의 몸에 갇혀 살아 왔다 하더라도,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천사였다.
'닥쳐' 정도 되는, 가벼운 비속어조차 입 밖에 내 본 적 없는 그녀가
설령 죄를 짓는다 해도, 악마의 벌을 받을 만큼 악(惡)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의 형벌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무기징역' 인 셈이었다.
"하...."
인간 세상 위에 발 붙이고 있는 이 현실에서 지금 그녀는 그저,
타나히엘도, 무엇도 아닌
그냥 신여주 일 뿐이었다.
이런 회의감 가득한, 한가롭고 지겨운 일상이 슬슬 따분해 질때 쯤,
소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남학생 한 명이 문을 박차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야, 야, 긴급 뉴스! 너네 그거 들었냐? 우리 반에 전학생 온대!"
"뭐? 지금 이 시기에? 사고쳐서 오나?"
"남자래 여자래?"
"남자라던데?"
'전학생' 이란 단어 하나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대학 진학에 집중해야 할 '고3' 이라는 시기에
갑작스럽게 전학을 간다는 것은 인간들에겐 분명히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야 전학생 남자래"
갑작스러운 전학생, 그것도 남학생이라는 사실에
방금 전까지 음악감상에만 몰두하던 짝꿍이 여주 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그래...?"
'관심없어' 라는 말은 삼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적어도 얘는, 새로 올 전학생, 정확히는 그 전학생의 외모에 대해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여주 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여주 가 막 잠이 들었을 때 쯤, 교실 스피커에서 종소리가 흘러 나왔고,
그와 동시에 교실 앞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오오"
"야 되게 잘생겼는데?"
반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여주 는 잠이 든 지 채 1분도 안 되서 잠이 깨고 말았다.
하지만 결코 고개를 들 생각은 없었다.
"야야, 전학생 왔어. 대박 진짜 잘생겼다."
그러나 짝꿍이 사정없이 여주 를 쿡쿡 찔러대는 통에, 여주 는 결국 항복한 채 고개를 들고 말았다.
"아아...졸려..."
인간의 몸에 갇혀 사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고, 그녀는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자, 자, 조용. 뭐..알만한 애들은 벌써 알고 있었겠지만, 보다시피 전학생이 왔다."
담임의 말에 교실 안이 다시 한 번 술렁였다.
옆자리의 짝꿍은 또 사정없이 여주 를 연신 찔러댔다.
"야 쟤 봐봐,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안쓰러운 짝꿍의 노력에, 여주 는 교탁 옆에 담임과 나란히 붙어있을 전학생을 쳐다보았다.
눈 앞이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몇 번 비빈 채, 다시 앞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숨 쉬는 법도 잊어버린 듯 했다.
그녀의 동공은 초점을 잃은 채 여기저기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분명히,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강의건 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지금 이 공간에, 저기, 강의건이라는 인간의 이름으로 자기를 소개하고 있는 저 사람은,
아니 저 존재는..
악마였다.
----------------
pc로 쓰는 글이라, 모바일로 볼 때는 문장이 다소 어색하게 잘릴 수가 있습니다.ㅠㅠㅠ
양해 부탁드리구요..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학원물이구...
되게 장편으로 연재할 예정이에요.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