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예뻐
prologue.
w. 갓제로빵민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생각보다 시험을 잘 친 거 같아서 마음이 가벼웠다.
벌써 1학년의 끝이라니 1년이라는 시간은 참 느린 것 같으면서도 빨랐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핸드폰이 울렸다.
재환선배
[시험 잘 쳤어?]
네 라고 답하기도 전에 재환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 싶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주야!!!
"선배 저 귀안 먹었어요"
-아 미안
"무슨 일 있어요?"
-음... 여주야 혹시 오늘 뭐 할 거야?
선배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나 예상이 갔다 .
종강이니 술 한잔하자며 나를 꼬시는 게 분명하다.
내가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선배는 항상 나를 꼭 불렀다.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요"
-끙... 그건 내일 해도 되는 거잖아
"누구 누구 오는 건데요?"
-어?
"술 먹자고 전화한 거 아니에요?"
-하하 역시 우리 여주는 날 너무 잘 안단 말이지
역시는 역시다.
3학년 술고래로 유명한 재환 선배는 어느 술자리든 마다하지 않았고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엄청 잘 마셔서 새내기들의 기피 대상 1호 다웠다.
그리고 선배는 어떻게든 날 설득하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게스트를 초빙해놨다며 군대 간 자기 룸메가 말출휴가를 나왔단다.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냐며 물었더니 당연히 같은 과에다 너한테 따지고 보면 직속 선배니까 상관있단다.
그리고 내년에 복학할 테니까 미리 친해져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여주야 란다.
솔직히 말하면 싫었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인데다 어색한 건 죽어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시험을 잘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나를 잘 아는 선배의 마음도 알기에
몇 시에 어디서 하는지 톡 남기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끊기가 무섭게 학교 근처 간이역 7시라며 톡이 왔다.
얼마나 부어라 마셔라 하려고 7시부터 만나자는 건지 흔쾌히 수락한 걸 조금 후회했다.
이미 약속 장소엔 몇 번 본 적이 있는 선배들이 모두 와 앉아있었다.
재환 선배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제 옆자리를 비워놨다며 여기 앉으라며 자리에 올려둔 가방을 치운다.
죄다 남자 선배뿐이었다. 시선이 온통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어색하다 아 역시 괜히 온다고 했다.
이러니까 학교에서 나랑 선배랑 사귀는 사이 아니냐고 소문이 나는거다.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검은색 캡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보였다.
모자에 가려 얼굴이 잘 안 보였지만 느낌상 아 이분이 오늘 그 스페셜 게스트라는 분이구나 싶었다.
오뎅탕이 올라가있는 가스버너가 잘 안 켜진다며 한참 씨름을 하고 있던 그 남자는
버너의 불이 켜지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틀리지 않다면
그는 분명 임영민이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묻어둔
내 첫사랑
주절주절... 이러쿵 저러쿵 |
글잡은 처음인 초보작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