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강다니엘] 연하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법
W. 라시
01 : 첫 만남 -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나는 직장인이 되자마자,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 취업 멘토링을 지원했다. 지원한 이유는 딱 한가지. 대학 졸업반 때부터 짝사랑한 조교님에게 미련이 남아서였다. 우리 과의 조교님은 훈훈한 외모와 다정한 성격 때문에 우리 단대의 인기스타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숲에 황민현 조교님- 하고 글이 올라올 정도였으니. 그렇게 불순한(?) 의도로 멘토링을 시작한 나는,
"쌤!"
마치 대형견 같은 이 남학생과 단단히 얽혀버렸다.
내가 맡은 네명의 학생들 중, 유난히 첫 시간부터 나를 잘 따르던 다니엘은 두 달 간의 멘토링이 끝나는 날 집으로 향하려는 나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나름 따라가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뒤에서 그리고 옆에서 자꾸만 느껴지는 시선에 결국 헛웃음을 지으며 뒤돌아봤다.
"왜?"
"...저 쌤 따라간 거 아니에요."
"응. 알았어. 할말 있으면 얼른 해."
"번호 알려주세요."
따라온 게 아니라며 부인하는 모습을 보니 나보다 어리긴 어리구나 싶었다. 나보다 덩치도 훨씬 큰 남자가 그러니 내심 귀여워 작게 웃으며 할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번호를 알려달라 한다.
"번호? 카톡방 있잖아."
"단톡 말고, 쌤 번호요."
이때는 정말 취업 관련해서 궁금한 게 더 있나 싶어서 번호를 달라는 줄 알았다. 그래서 스스럼 없이 폰을 받아들고 번호를 찍어줬는데, 어째 다니엘의 표정이 확 밝아지는게 단순히 '선생님'의 번호를 저장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때는 왜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렸는지 의문일 정도로.
어쨌든 내 번호를 알아낸 다니엘은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취업 관련해서만 물어보더니 점점 밥은 먹었냐, 뭐 좋아하냐, 영화보는거 좋아하냐 등등 질문이 다양해졌다. 연락을 끊고 싶지 않아하는 게 보였다.
[쌤 내일 점심 약속 있어요?]
[아니 없어]
[그럼 저랑 먹어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너 학교는?]
[저 오후에 수업 없어서 괜찮아요.]
그렇게 연락을 이어간지 일주일이 되자 같이 만나서 밥을 먹자고 했다. 사실 사적인 대화가 늘어갈 때마다 연락을 끊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이상하게도 뚝 끊어버리기가 싫었다. 분명 멘토링이 끝났음에도 다니엘이 사적인 일들로 왜 연락을 이어가는지도 궁금했다.
"많이 먹어."
"네. 쌤ㄷ..아. 저 이제 쌤이라고 안 불러도 돼요?"
"그럼 뭐라고 부르게?"
"음..누나?"
누나, 하고 그 예쁜 눈웃음을 지어보이는데, 솔직히 조금 심쿵했다. 이래서 남자들이 오빠 소리를 좋아하는건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누나라고 부르든 편할대로 하라 하자 문득 생각이 났다.
"아 맞아. 근데 너 계속 이렇게 연락 할거야?"
"..네."
"왜?"
"누나 좋아하니까요."
"어??"
다니엘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의 말이었다. 그것도 그럴만한게, 일주일 동안 나에게 하는 연락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지루해할 선생님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는 제자의 모습이랄까. 설렘 포인트라던지, 심쿵 포인트라던지 그런 게 없었다. 애초에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아서 더 그랬다.
"누나가 단호하게 거절 안하면 저 계속 연락할거에요."
"..."
"지금보다 더 자주, 많이요."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다니엘도 괜히 젓가락으로 밥을 휘적거린다.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몰라서 계속 말없이 있었다. 다니엘과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건지,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건지 구분해야 했다.
"저 나름 괜찮은 놈인데."
"..뭐?"
"여자친구한테 엄청 잘해줘요."
나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뜬금없이 들려오는 어필의 멘트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다니엘은 세상 진지하게 하는 말 같은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한참을 혼자 웃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더니 그런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다니엘이다.
"웃는거 진짜 예쁘네요 누나."
또 또 나왔다. 사람 녹여버리는 저 눈웃음. 저거 여자한테 잘 먹히는 줄 알고서 그러는 거다. 흐흐, 하고 씩 웃는걸 보고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조금 투박한 말투와는 다르게 얼굴에서는 애교가 퐁퐁 터진다.
"싫진 않은 거죠?"
"..어..뭐..."
"벌써 좀 넘어온 것 같은데."
"야. 아니거든?"
"아니에요? 맞는데?"
이게 아주 사람을 갖고 논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와 나름의 새로운 감정을 가지고 점심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에게서 온갖 어필을 하다 간 다니엘은, 연락을 엄청 자주 할거라는 말이 진심이었는지 하루종일 연락을 끊는 법이 없었다. 대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 취업 준비로 절대 한가하지는 않을 시기인데 말이다.
다니엘은 바쁘다 바쁘다 그러면서 꽤 자주 나를 만났다.
"누나 뭐 좋아해요?"
"글쎄, 달달한거?"
"초코 같은거?"
"응. 넌?"
"저는 누나."
"응?"
"저는 누나 좋아한다구요."
어느 날은 이렇게 돌직구를 날리기도 하고,
"야 강다니엘!"
"아이고 예쁘다."
"이게 아주!"
"왜요, 잘 어울리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잘어울리냐. 시력 괜찮은 거 맞아?"
"이쁜데. 콩깍지인가?"
갑자기 촌스러운 무늬의 대왕 핀을 가져와서 머리에 꽂기도 하고,
"아 누나 진짜 미안해요.."
"..너 저리 가."
"진짜 미안해요 진짜. 아, 왜그랬지."
"미워 너. 싫어."
"진짜?"
"응. 너네 대학교 크기만큼 미워."
"에이, 별로 안 되네요."
"..그거의 열배는 더 미워."
"그정도야 뭐."
"야!!"
"ㅋㅋㅋㅋ아 농담이에요 농담. 미안해요 진짜."
작은 실수로 한참을 투닥거리기도 하고.
여름 방학 동안 사귈듯 말듯 밀고 당기기를 한참 하다가 방학이 다 끝날 즈음에서야, 다니엘이 내 손을 꼭 잡고 마음을 전해왔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맞닿은 손에서도 느껴지는데, 애써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담담히 말하려고 하는 모습이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내가 이만큼 사랑받고 있구나.
"누나, 나랑 연애할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