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아빠 박지훈
" 엄…마? "
갑자기 너를 엄마라고 부르는 정훈이에 너도 놀란듯했고, 정수정은 물론, 나도 놀랬다. 셋 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으니, 정수정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횡설수설 뭐라고 막 했다. 처음에는 아, 정훈이가 계속 엄마랑만 있어서 헷갈렸나보네. 이러더니, 이모지, 이모! 아니, 누난가? 아니, 고모? 이모 맞지? 라고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자기도 말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정훈이는 다시 한 번 너에게 엄마, 괜찮아? 라고 물었다. 이번에 너는 당황하지않고, 정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도 상황이었고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먼저 자리에서 나왔다. 집을 가는 내내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정훈이가 왜 너에게 엄마라고 불렀을까. 계속 생각했는데, 너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 날 일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설마…
집에 와서 머리를 싸맸다. 만약, 지금 내가 생각하는게 정말 맞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아니, 너는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도 알지만, 정훈이가 정말 내 애가 맞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확신이 서는게 하나도 없으니 이런저런 생각 다 찔러봤다. 만약, 정말 만약 너가 다른 남자를 만나 정훈이가 그 남자의 애라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싶었다. 몇 년 동안 너만 생각하며, 너만 기다린 나는 이렇게 버려지는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너는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았고, 정훈이는 나와 너의 아이라는 것.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믿고싶어서 그냥 이렇게 믿기로 했다. 너에게 대답을 듣기 전까지만이라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불행이 닥쳐온다고해도,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했다. 그냥, 지금은 조금이라도 덜 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
다음 날, 학교를 가서 네 행적만 쫓았다. 네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타이밍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가 어디있는지 찾고 있다가, 정수정과 얘기를 하고 수업이 늦었는지 급하게 뛰어가는 정수정을 보는 너를 보았다. 하루사이에 핼쑥해진것같아 마음이 아팠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궁금했다. 저렇게 말랐는데. 자기 몸도 잘 못 가눌 것 같은 몸으로 아이를 돌본다는게 신기했다. 정수정이 네 눈에서 사라지고, 나를 보지 못한 것인지 내 쪽으로 발을 옮기는 너였다.─내가 여기에 있는 줄 알았다면, 넌 아마 이쪽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 … … "
" 지금 시간 돼? "
" … 아니. "
" 부탁이야. 피하지마. "
네가 또 피할 것 같아 나는 네가 피하기 전에 다섯 발자국 앞으로 가, 네게 물었다. 지금 시간 돼?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뒤를 돌으려고 하자, 나는 그런 너의 손목을 잡았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손목을 잡자마자 든 생각은, 정말 너무 말랐다.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번에는 손을 빼내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손을 빼내려고 한 점. 저번과는 다른 반응에 나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신을 부르는 일의 원인은 너인가보다. 이번에도 신을 불렀다. 제발 이름이가 제 말을 듣게 해주세요. 라고. 그랬더니, 정말 너는 나를 따라와주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신은 내게 감사한 존재이다. 너에게 한 발 짝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존재.
" … 난 할 말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은데, 넌 … "
" 난 없어. "
" 그럼 그냥 들어줘. 중간에 생각 바뀌면 너도 말해줬으면 좋겠다. "
나는 정말 네게 할 말이 많았다. 너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도 너를 많이 찾았다고. 너를 많이 그리워했다고. 너를 많이 좋아했다고. 그리고, 아직도 좋아한다고. 할 말도 많았고,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내 말을 너는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이해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 미안해. "
" … … "
" 진짜. 내가 다 미안해. 솔직히, 처음에는 몰랐어. 너가 왜 연락두절이 된 줄 몰랐어. 난 술마시면 그 날 일은 기억 안 나는게 다반사였거든. 근데 그게 남에게 상처를 준 일이라서 그런지 일 주일 뒤 쯤에 생각나더라. 그때 골때린다는 말이 무슨 느낌인지 알겠더라고. 찾고, 또 찾아보고 너희 집에도 매일 찾아갔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서 이사간 줄 알았어. 정말 이건 못된 말이지만, 난 너가 아이… 지울…줄 알았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직 미성년자니까… 근데 며칠 전부터 학교에서 너랑 닮은 사람이 보이더라? 난 정말 닮은 사람인 줄 알았지. 어떻게 너일거라고 생각하겠어. "
" … … "
" 널 학교에서 몇 번 봤는데, 그때쯤에 과 모임에서 수정이가 너 이름을 알려주더라고. 성이름이라고. 그때 알았지. 아, 맞구나. 그때부터 언제 사과해야하나 기회만 노리고 있었어. 내가 무조건 잘못했으니까. 너가 교양 수업때 내 옆자리에 앉았을때, 솔직히 처음엔 너인줄 몰랐는데, 펜 떨어뜨렸을때 내가 주워줬잖아. 그때 너한테 주면서 손이 닿았는데, 그때 알았지. 아, 이 손은 이름이다. "
" … … "
" 그리고 그때 다 말해주고 싶었는데, 너가 자꾸 나를 피하는게 보였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너한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쁜놈이니까. 물론 너만큼 힘들진 않았겠지만, 나도 나름 힘들었어. 고등학교때 처음 만났을때부터, 널 좋아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누굴 좋아해봤는데, 갑자기 없어지니까.. 카페 들어갈때도 사실, 정수정 보러 간게 아니라 밖에서 너가 보여서 들어간거였어. 그냥 이끌리는대로 갔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있더라. 그러면서 정수정이 정훈이보고 사촌동생이라고 하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정말 사촌동생인줄알았어. 난 지웠다고 생각했으니까. "
일단, 미안한건 정말 미안했다. 그땐 내가 미쳤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정말 진실되게 내 진심을 말했다. 네가 연락이 두절 된 이유를 처음에 알지 못한 것도, 네가 아이를 지웠다고 생각한 것도. 내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네 표정은 굳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을 멈춘다면, 더 애매한 관계가 될까봐, 멈추지않고 다 말했다. 그러자, 내게 돌아오는 대답은, 너의 싸늘한 말이었다. 넌 아무리 생각이라고 하지만, 그 생각이 그렇게 쉬운가봐?
" 쉽냐고. 물었잖아. 난 6년 동안 너가 생각 못 할 정도로 힘들게 살았는데. 넌, 뭐? 여자친구도 있고 아주 행복해 보이더라? 군대도 갔다오셨어, 아주. 그냥 쌩 까. 학교에서 이상한 소문 돌면 안되니까 이미지 메이킹 하려고 나한테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하려나본데, 난 소문낼 마음도 없고,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훈이 혼자 잘 키울수 있으니까 그냥 쌩 까라고. "
" … … "
너의 말을 들어보았더니, 네가 오해하고 있는게 있었다. 여자친구. 나는 정수정이 너한테 내가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 군대를 갔다온 것은 누가 말해주었는지, 내가 군대를 갔다온 것도 알고있었다. 그냥 쌩 까라는 말에서부터 네게서 눈물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훈이 혼자 잘 키울수 있으니까 그냥 쌩 까라고. 이 말에 나는 너를 금방이라도 안아주고 싶었다. 그 말에서 네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눈 앞에 보였다. 그리고, 너는 서러움이 폭발한 것인지, 방금과는 상반되는 말을 내게 했다. … 말, 해.. 아니라고.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해줘… 이 말을 듣고 알았다. 아무리, 아이 앞에서는 강해보이는 엄마라고 할 지라도,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 여자친구… 너야. "
" … … "
" 우리 헤어지자고 한 적 없어. 그냥 잠시 떨어져있었던거 뿐이야. "
" … … "
" 군대도 너때문에 갔다왔어. 혹시 나중에라도 너 볼까봐. 그럼 그거때문에 너한테 다가가는데 걸림돌이 될수도 있으니까. "
" … … "
"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리고, … "
" … … "
" 아직도 많이 … 좋아해. "
──
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너도 내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일이 지나고, 나는 너와 조금 더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스토커처럼 남몰래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옆에 딱 붙어서 의지할 수 있게. 도시락도 싸 들고다니면서 마른 네게 먹였다. 그래서 그런지, 단지 내가 따라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는 여자애들의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간간이, 너를 향한 욕설도 들렸는데, 그럴때마다 처음에는 하지말라고 눈길을 줬는데, 지금은 그런 애들과 상종하는 시간도 아까워 눈길마저 주지 않고있다. 이런 것을 너도 아는지, 내가 붙을 때마다,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왜 항상 이럴때는 여자가 욕을 먹어야하는건데. 내 잘못인데.
" 보고싶어. "
" 안 돼. "
" 왜 안 되는데? "
" … 그냥 안 돼. "
사실, 정훈이가 너무 보고싶어 며칠 전부터 정훈이를 보여달라며 떼 아닌 떼를 썼다. 그럴때마다, 너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도 정훈이가 보고싶다고 칭얼댔는데, 오늘은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대로면 곧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기뻤다.
" 이름아. "
" 어? "
" 많이 힘들었지? "
" … … 그걸 말이라고 해? "
" … 미안. "
오늘도 도시락을 싸와 먹자고 했는데, 너는 강의가 있다며 가봐야 된다고 했다. 여기서 살이 더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의고 뭐고 지금 네가 밥먹는 것이 더 중요했다. 너도 이내 알았다는 듯이 학교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하나씩 펼쳤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내 밥은 내가 먹어야했기때문에, 요리하는 솜씨라거나 이런 것은 남부럽지않게 잘했다. 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좋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이름아. 너는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 라고 대답했다. 많이 힘들었지? 라고 묻고는 너를 천천히 안아 등을 토닥여주었다. 오글거리는 것을 좋아하지않는 너는 그걸 말이라고 해? 라고 장난으로 물어보았다. 미안. 이렇게 우린 어느새 서로에게 장난을 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너를 따라다닐때부터, 너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너는 나를 무시하기도 했고, 내가 하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흘 째 되던 때, 나에 대한 너의 행동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간간이 웃어주기도 했고, 내게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 정훈이 보고싶다 … "
" … 사진 보여줄까? "
" 어! "
정훈이의 사진을 보여준다는 말에 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어리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부터 나를 닮았을까 궁금했다. 너의 핸드폰을 가져가 사진을 넘겨보는데, 내가 딱 멈출 수 밖에 없는 구간이 있었다. 정훈이 사진 사이에 끼여있는 너의 사진. 너무 예뻤다. 예쁘다는 말에 너는 부끄러웠는지 핸드폰을 가져가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 자. "
" 어, 뭐야. "
" 생각해보니까 너 번호도 없어서. "
" … 그럼 없는 채로 살면 되잖아. "
" 넌 애인 번호도 없는 커플 봤어? "
네 핸드폰에 내 번호가 저장되어있지 않아, 나는 네 핸드폰에 내 번호를 저장하고,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럼 당연히 내 핸드폰에도 네 번호가 찍히니 번호를 공유한것이나 다름없었다. 생각해보니까 너 번호도 없어서. 라고 말하자, 너는 그럼 없는 채로 살면 되잖아.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넌 애인 번호도 없는 커플 봤어? 라고 물으니, 그와 동시에 너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
나는 요 며칠 너의 도시락을 싸러 집 앞 마트에 들렀다. 오늘도 어김없이 네 도시락 재료를 사러 왔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가보니, 네가 정훈이에게 혼자 말하고 있는게 들렸고, 나는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너는 계속 혼자 무얼 고민하는가 싶더니, 정훈이에게 물어보려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너는 내가 왜 여기있는지 놀랍기도 하고, 정훈이를 안고 있어 더 놀랍기도 했는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안녕, 여보. 여보라는 말에 너의 얼굴은 또 빨개졌다. 박지훈… 나는 내가 안고있는 정훈이의 볼을 톡톡 건드리며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만났네, 내새끼.
나는 너가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마트에 온 것도, 뒤를 돌아봤는데 정훈이를 안고 있던 것도, 다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런 너는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들고 있던 치즈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마트는 왜 온거냐며 물었다. 장보러. 장을 본다고? 네가? 나는 뭐 장보면 안 되나…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고, 너 도시락 싸줄 반찬 사려고. 라고 말했더니, 너는 짧게 탄식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정훈이를 내려달라고 했다.
" 그건 안 되지. 너가 언제 또 보여줄지 모르는 내새끼인데. "
" … 너 힘들지 않아? 얘 은근히 무거울텐데. "
" 지금 내 걱정 해주는거야? "
" 아니, 정훈이 걱정. 너가 나중에 무겁다고 팽개쳐서 다칠까봐. "
너가 내 걱정이 아니라고 말할 것 같긴 했지만, 막상 들으니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냥 내 걱정이라고하면 기분이 더 좋았을텐데. 나는 한 손으로는 정훈이를 안고, 남은 한 손으로 너의 어깨를 감싸안고, 가자, 라고 말했다. 어딜 가? 장보러 가야지. 아직 다 안 본거 아니야? 내 말에 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걸보고 동공지진이라고 하는 건가. 그런 너를 보고, 내 것을 사고 있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너는 샌드위치를 만들 것인지 딱 봐도 샌드위치 재료같은 것들을 사고 마트를 나왔다. 내 것인 것 같았지만 티는 내지 않았고, 다행히 내가 눈치챈것을 너가 모르는 듯했다. 나를 잡고 있는 꼼지락거리는 손이 너무 귀여워 마트를 나올 때 까지 정훈이의 손을 놓지않았다.
" 집 갈거야? "
" 어. 넌? "
" 나도. "
바로 집을 갈 것이냐고 물었더니,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 대해 물었다. 그 말에 왠지 기분이 좋아져 나도. 라고 대답하고, 양 쪽으로 너와 나는 정훈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되게, 부부같은 행동에 괜히 설레었다. 괜히 너와 더 가까워진 것 같았고, 너와 매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를 집까지 데려다주고싶어, 너의 집 방향도 모르면서 너가 가는 쪽으로 따라갔다. 가다보니, 우리 집을 가는 쪽과 방향이 비슷했다.
" 너 집간다고 하지 않았어? "
" 집 가고 있는데? "
" 근데 왜 여기로 가? "
" 우리집 간다고 안 했어. "
네가 내게 너 집간다고 하지 않았어? 라고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집 가고 있는데? 라고 말했더니, 근데 왜 여기로 가냐고 묻는다. 그 말은 즉슨, 너는 우리집을 알고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냥, 나는 우리집 간다고 안 했어. 라고 대답했다. 그랬는데, 너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걸었다. 조금 당황했다. 이쯤 말했으면, 나 너희 집 가. 라고 알아들었을 법한데, 너무 쉽게 들이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
" … … ? "
" 평소에도 이렇게 남자 막 들이는 건 아니지? "
너는 너희 집에 다 왔는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을 말했다.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평소에도 이렇게 남자 막 들이는 건 아니지? 그 말에 너의 표정이 구겨졌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너의 입장에선, 오해할만한 말이었다. 아니, 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네 집 간다고 했을 때 안 말려서 … 그냥 뭔가 질투나서 … 장난인데.. 그렇게 말했더니, 그제야 내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는듯,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난 그런 너의 표정이 귀여워 양 볼을 내 손으로 잡고는, 웃음을 지었다.
" 이렇게 예쁜 이름이 누가 데리고 갈까봐 무섭다. "
" … … "
" 그치, 정훈아? 아빠 없을 때 정훈이가 엄마 잘 지켜줘야돼. "
" 응! "
──
너와 나 둘다 강의가 빠지는 시간이 있어, 잠깐 만났다.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이 시간밖에 없는데, 너가 계속 멍을 때리고 있어 조금 속상했다. 이름아. 내가 이름을 부르자, 너는 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정말 놀랬다. 무슨 생각을 그리 꼴똘히 해? 내 물음에도 너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너가 지금 나와 있는게 맞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면, 정말 미안했을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원인은 나니까.
" 이름아. "
" 왜? "
" 우리 합칠까? "
" … 뭘? "
" 집. "
전부터, 우리에겐 이미 정훈이가 있고, 나에 대한 너의 마음도 이미 열리고 있고, 나는 뭐, 처음부터 너를 좋아했으니, 합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합치자는 말에 너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얼굴이 빨개졌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조금 어색해져, 나는 너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왜이렇게 얼굴이 빨개져. 너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그럴 줄 몰랐는데, 이름이 변태네.
" 내가 원래 강요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
" … 응. "
" 이건 좀 고집 부릴래. "
" … … "
" 같이 살자. 하루 종일, 너랑 정훈이랑 같이 있고싶어. "
+ 지훈이 시점은 다음 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날씨 진짜 더운데 독자님들 힘내세요!
아, 그리고 암호닉은 꼭 []에 신청해주세요 아니면 보기가 어렵답니다ㅜㅅ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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