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은 순간은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뽀뽀 이후, 집에 들어가기 전 네가 했던 말이 아직 나를 부끄럽게 했다. 누나, 사실 아까 떡볶이 집에서 립밤 발라줄 때, 그때 입 맞추고 싶었어요. 얼굴을 물론 귀까지 발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발개진 귀를 만져주는 네 손길에, 터질 듯이 빨개졌을 게 분명했다.
옆 집 동생
- 오늘 그러면 많이 늦어요?
" ... 응. 거래처에서 제의한 회식이라, 다 가야 해서. "
- 일이니까 이해는 하는데, 싫다...
" 미안해, 오늘은 회식 끝나고 바로 전화할게. 약속. "
- 술 많이 마시지 말고, 꼭 전화해요.
" 알았어. 꼭 할게. "
- ... 사랑해요.
" 아, 그런 말 진짜... ... 나도. "
다니엘의 호탕한 웃음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마다 부끄러워 죽겠네. 아침에 회사에 오자마자 부장님께서는 오늘은 거래처와 함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잘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회식이 있으니 전원 참석하라고 공지하셨다. 최근에는 술을 잘 안 마셨을 뿐더러, 다니엘이 본인 없을 때는 술 안 마셨으면 좋겠다며 부탁을 했었기 때문에 자제해왔었는데 이건 빼도 박도 못 하고 가야하는 상황이잖아? ... 걱정이 태산이다.
퇴근 시간이 되고 우리 부서 사람 전원이 근처 선술집으로 향했다. 선술집으로 가자 먼저 와 계시던 거래처 부서 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시고, 서로 인사를 나누셨다.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터라 대리님 뒤에 숨어서 쭈뼛쭈뼛 서있었다. 거래처 분들을 자연스레 보게 되는데 나와 같이 이 자리가 되게 어색해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아,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처지인갑다. 괜히 짠해보였다. 두 부장님께서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다들 자리에 앉으라여 손짓을 하신다. 제일 끝자리에 조심스레 앉는데 그 사람도 내 앞에 앉았다. 우리 둘 다, 여기서 힘내요...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 자, 잔 채우고 오늘은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요. 실수해도 봐 줄게. "
" 아이고, 큰일날 소리 하십니다. 부장님. "
" 하하ㅡ 그러면, 프로젝트를, "
" 위하여!! "
부장님의 선창으로 술자리가 벌어졌다. 조금 어색한 듯 느껴졌던 분위기는 술이 들어가자 금방 왁자지껄해졌다. 오늘은 술 취하면 안 되니까 조금씩 조금씩 마시고 있는데 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안 그래도 어색한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까지 느껴져 더 어색한 기운에 눈동자만 굴리다가 잔이 비어있는 게 보여 바로 잔을 채워주었다.
" 바, 받으세요! "
" ... ... "
" 아, 여주씨랑 재환씨. 인사 안 했죠? 서로 인사해요! 둘이 나이도 비슷할 걸? "
세상 어색하게 술을 따름과 동시에 옆에서 들리는 대리님의 목소리. 아, 전부 이쪽을 보지 말아주세요. 민망하잖아요...
" 김, 여주입니다... "
" ... 김재환입니다. "
그래, 두 사람 말도 좀 하고 친해지고 그래! 부장님의 말씀에 전부 소리내어 웃으시고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웃는 건 나와 재환씨 뿐이었다.
" 한 잔 할까요? "
" 그, 그럴까요...? "
조금 남아있던 술을 입 안으로 털어넣자 빈 잔을 채워오는 재환씨. 짠, 잔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술을 마셨다. 쓴 맛이 올라와 미간을 찌푸리자 대롱 과자를 조금 쥐어 내게 준다. 감사합니다. 아, 쓰다. 아삭아삭,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씹어 삼켰다. 옆을 힐끔 보니, 모두가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드신다. 하, 내가 저기 계신 모든 분들을 다 챙길 수 있을까. 그 때, 다시 술잔을 채워주는 재환씨. 아, 저, 저는...
" 어느 정도 마셔야, 우리가 뒷처리를 안 해도 돼요. "
" 아... "
" 그래도, 부장님이 사시는 건데 뭐라도 많이 먹고 가야죠. "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조금만 자제하면 되겠지? 오늘은 부장님도 대리님도, 술 강요 하시지는 않을테니까. 술잔을 들어 술을 받았다.
*
어느덧 나와 재환씨, 아니 재환이 앞에 놓여있는 술병만 4병이 넘어갔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말도 잘 통하고, 심지어 동갑이었다. 즐거운 분위기에 술이 술술 들어갔다. 분명히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만져보니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이미 나와 재환이를 제외한 모든 분들은 집에 가셨거나 만취상태셨지만, 어찌됐든 회식이라 정신은 챙기고 있지만 주량은 이미 넘어간 상태인지라 몸을 가누는 게 힘들었다. 아, 맞아. 다니엘, 전화 기다리고 있을텐데...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잘 잡히지가 않는다. 아, 왜 안 잡혀... 헛손질을 몇 번 한 후 겨우 휴대폰을 잡고 다니엘의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들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 ... 누나.
" 응! 나, 누나! "
- 술 많이 마셨어요?
" 음ㅡ 하나, 둘, 셋, 네엣! 네 병 마셨어, 둘이서ㅡ "
- 하... 누구랑요. 누나 지금 술 많이 취했네.
" 재환이랑 마셨어, 재환이. "
- ... 재환이? 그 사람은 또 누구야.
" 으음, 나랑 오늘 친구 먹었어. 친구, 친구! "
" 김여주. 뭐해, 술잔 비었잖아. "
" 아, 잠시만ㅡ 전화 중이잖아, 바보야. "
- ... 김여주. 어디야.
" 으응? "
- 어디냐고.
여기, 그 오락실 옆인데에ㅡ 위치를 얘기하자마자 끊어버리는 다니엘. 에이, 뭐야. 먼저 끊었어. 원래 먼저 잘 안 끊는데... 목소리도 많이 가라앉아있던 것 같은데, 화났나봐.
" 누구야? "
" 응? 아, 남자친구. 어떡해, 화났나봐. "
" 왜, 술 많이 마셔서? "
" 아까 술 많이 마시지 말랬는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
" 왜 나 때문이냐, 니가 많이 마신 거지. "
어쭈, 왜 내 탓을 해. 입술을 쭉 내밀며 투덜댔다. 자기가 술 계속 줘 놓고는. 이것 봐, 또 잔 채워져 있잖아. 무의식적으로 술을 또 한 입 마셨다. 아으, 술은 취해도 쓴 게 술이야. 재환이가 건네주는 대롱과자를 받아 씹어 먹고 있는데 어느새 또 채워져 있는 술잔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 이제 그만 마셔, 나 진짜 기어간다. "
" 그럼 이걸로 막잔, 다음에 한 잔 또 하자. 콜? "
" 뭐, 시간 나면. "
" 자, 마지막 잔. 짠ㅡ "
짠ㅡ 하려는데, 누군가가 내 술잔을 확 채간다. 고개를 올리니 언제 왔는지 다니엘이 채워져 있던 술을 순식간에 마셔버린다. 갑작스런 상황에 눈만 깜빡이는데 술잔을 내려놓고 놀라 바라보는 재환이를 잠깐 바라보더니 내 짐을 급하게 챙기고 어깨에 메고 내 손을 잡고 잡아끈다.
" ... 일어나요. "
처음 들어보는 다니엘의 낮은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조심스레 테이블을 잡고 일어서려는데 순간 어지러움이 느껴져 비틀대자 다니엘이 다른 팔로 내 허리를 강하게 받쳐주었다. 나, 꽉 잡아요. 귀 옆에서 나즈막히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다니엘의 팔을 꽉 잡고 다리에 힘을 주어 걸었다. 나를 부축하고 있던 다니엘은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는 회사 사람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실례했습니다. 나를 조금은 강하게, 그렇지만 혹시나 내가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채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
집으로 걸어가면서도 다니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는 게 더 신경 쓰였다. 화가 난 것 같은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다니엘 눈치만 보면서 고개를 숙이며 겨우 힘을 주어 걷는데 발이 꼬이기 시작한다. 넘어질 뻔하자 나를 꼭 끌어안던 다니엘은 걸음을 멈추었다. 다니엘을 따라 걸음을 멈추어 고개를 천천히 올리자 나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작게 한숨을 쉰다.
" ... 화 많이 났어? "
" 당연하죠. "
" 진짜...? "
" 내가 술 많이 마시지 말랬잖아요. "
" 응, 그랬지. "
" 전화는 안 오지, 걱정은 되지. 늦게 전화 왔는데 술 취한 목소리에 남자 이름, 남자 목소리까지 들려. "
" ... ... "
" 어떤 애인이 걱정을 안 해. "
다니엘이 말 할 때마다 죄 지은 것 마냥 고개가 점점 숙여졌다. 고개를 숙이자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다니엘의 어깨에 기대고 웅얼거렸다.
" 미아내... 잘못했어어... "
" ... ... "
" 밖에서 진짜 많이 안 마시께. 응? 그러니까 화 풀어ㅡ "
술 때문이었을까,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을 할 수 있었을 지도. 오로지 다니엘의 화를 풀게 해주고 싶었다. 평소 같았음 절대 하지 못할 애교스러운 말투, 행동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더라. 다니엘의 어깨에 기댄 것도 모자라 조심스레 허리를 끌어안았다. 몸이 굳는 게 느껴졌지만 아랑곳않고 고양이마냥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댔다.
" ... 누나. "
" 화 풀어, 으응? "
" ... 하ㅡ 알았어요. 알았어. "
" 진짜지이? "
부비적대던 고개를 떼어내고 활짝 웃으며 다니엘을 바라봤다. 나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그런데, 한숨을 쉬는 입술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붉어보이는건지. 아, 얘는 정말 누구 남자친구라서 입술까지 예뻐. 다니엘이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발꿈치를 들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쪽, 하는 소리가 조용한 골목에 작게 울려펴졌고 놀라 눈이 커져 나를 바라보는 다니엘을 웃으며 바라보기만 했다.
" 와, 이 누나. 진짜 위험하네. "
" 너니까 이러는 거지. "
배시시 바라보는데 허, 숨을 토해내더니 표정을 굳힌 채로 나를 바라본다. 화난 게 아니라, 그러니까 좀 더...
" 안 그래도, 위험한데. "
" ... ... "
" 이렇게 먼저 뽀뽀까지 해오면, 진짜 위험해요. "
" ... ...? "
" 그러니까, 이렇게 풀린 눈으로 웃으면서 유혹하지 말라고. "
술에 취해서인지 풀려있던 내 눈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더니, 말릴 새도 없이 내 뒷통수를 잡아당겨 입을 맞춰온다. 뽀뽀보다는, 조금 더 급한 느낌. 평소와 다르게 조금 밀어붙이는 입맞춤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고, 곧 벽이 느껴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다니엘은 좀 더 깊게 나를 밀어붙였고 두 눈을 꼭 감고 말았다. 숨이 차는 걸 참지 못하고 입을 열자, 그 사이로 다니엘이 더 뜨겁게 밀려왔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뜨거움에 다니엘의 허릿춤만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니엘은 나를 놓치기 싫다는 듯 나를 꼭 껴안고, 빈틈없이 입을 맞춰왔다. 숨이 차 색색대는 내게 숨을 조금씩 불어넣어주며 조금 더 길고, 깊게 입맞춤을 이어갔다. 입술이 떼어지고 모자랐던 숨을 헉헉대며 급하게 들이마셨다. 우리의 얼굴 사이는 여전히 가까웠고, 너와 내 숨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입술이 움직이면 닿을 만한 거리였다.
" 누나. "
" ... ... "
" 김여주. "
" ... 어, 어? "
말을 할 때마다 스치듯 닿는 입술이 뜨거웠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 방금 나눴던 뜨거운 입맞춤을 입술이 기억을 한다는 듯, 짜릿했다.
" 술도 술인데, 외간 남자랑 둘이서 술 먹지마. "
" ... 어? "
" 아까, 재환? 당연히 그 새끼는 안 돼. 알았지요, 김여주씨? "
" 허, "
" 알겠다는 걸로 알고, "
" 에? "
" 계속 닿아서 미치겠다. 한 번 더 해요. "
말이 끝나고 급하게 다시 입을 맞추는 다니엘. 아까처럼 깊게 맞물린 입술. 네게 매달리듯, 너도 내게 매달리듯 그렇게 입을 맞췄다.
잠깐만요 0x0 |
안녕하세요, 댕뭉이입니다! 벌써 F편이라니 언제 이렇게나 썼는지요ㅠㅠ 이걸 쓰면서 다른 장편 글 작가님들의 대단함을 늘 느낍니다! 오늘 내용은, D편의 댓글 중 이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내용을 썼답니다! D편 독자 14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늘 변함없이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신알신도 해주시고... 정말 늘 감사드려요. 정말, 정말로요. 옆 집 동생은 아직 쪼오금, 더 남아있답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 그 사이에 프로필 사진도 나오고 여러 일, 기사들이 나오더라고요. 우리 워너원 슈스다, 슈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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