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가을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워너원/김재환] 달맞이꽃 D
김재환의 말을 들은 나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농담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어떠한 뜻으로 내게 그 말을 하는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한 교실에 몇 년을 같이 지내던 애가 같은 대학교에 왔는데도 잘 안 보이니 궁금했던걸까. 아니면, 아니라면..
제 눈에 보이가 안 보이는 나의 존재에 대한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느낀 것일까.
나는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있잖아, 나 지금 내가 너의 말을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어."
"맞아."
"어?"
"그러니까 우리 자주 만나자. 예전처럼 네가 늘 내 눈에 보였으면 좋겠어."
우리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재환과 관련된 일들이 말이다.
김재환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내가 농담으로 지나치지 못하게 가로 막는 것 같았다.
너에게서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웠고,
그 부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는 것에 다시 한번 더 놀랐다.
"네가 나를 생각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
"......"
"고마워. 재환아."
세차게 내리던 비는 어느덧 그쳐가고
늦여름의 시원한 바람이 나와 재환이의 사이를 맴돌고 갔다.
고요한 밤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는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재환이의 눈빛 또한 그랬다.
비에 젖은 재환이가 감기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안 추워?' 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괜찮다며 웃는 재환이었다.
유치원 다닐 때 이후로 내게 처음 보인 재환이의 웃음이었다.
오랜만에 내게 웃는 재환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웃는 모습이 어릴 때와 똑같았다. 무표정일 땐 냉미남같더니 웃으니까 마냥 순딩이다.
우리는 왜 이제서야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너도 나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이유든 그것 마저도 감사했다.
"너 감기 걸릴 것 같아. 얼른 집에 가."
"괜찮아."
"내가 안 괜찮거든. 너 곧 있으면 공연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안돼! 내가 걱정 되어서 안돼."
"다행이네."
"무슨소리야."
"아니야, 아무것도. 근데, 이름아."
"응?"
"임영민이라는 사람....네 남친이야?"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임영민이 내 남친이라고 물어보는 김재환의 표정은 냉정했다.
내가 이때까지 들어본 질문 중에 가장 헛소리를 들은 것 같다.
"무슨 소리야. 아니야."
"그럼 됐어."
"뭐야, 김재환."
"내일 오전 수업 있어?"
"응. 왜?"
"나도 오전 수업 있어. 같이 가자, 학교에."
"어?"
"내일 아침 9시에 여기서 기다릴게."
오늘 정말 있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김재환과 관련된 일들이.
아침에 눈이 절로 떠졌다.
알람 없이는 눈 안 떠지던 나였는데 오늘은 그냥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 그냥은 아니겠구나. 오늘 김재환이 학교 같이 가자고 했지.
어제 잠을 잘 잤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No.
새벽 4시쯤인가 잠든 것 같은데 3시간 밖에 못잤다.
어제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곱씹어 보는데 잠이 올 수가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생각만 하던 일들이, 혹은 생각도 못한 일들 몇 부분이 어제 하루 동안 일어났다.
그것도 그렇지만, 김재환은 어제 왜 나에게 그런 질문과 이야기를 했을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오늘 김재환한테 물어볼까 싶었지만, 이제 막 친해지려는 사이인데 다시 어색해질까봐 우선 참아보기로 했다.
준비를 다하고 9시가 되기 10분 전에 집 밖을 나왔다.
바깥 공기는 어제 몰아치고 간 비 덕분에 선선했다.
재환이는 아직 안 왔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맙소사, 9시 되기 10분 전인데도 이미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환이네 집과 우리 집은 그렇게 가까운 편은 아니였다. 걸어서 한 15-20분 정도?
그런데 이미 와 있다니.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걸까.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직 9시 되려면 10분 전인데."
"어쩌다보니."
"뭐야. 너 언제 왔어. 여기?"
"나도 몰라."
"그게 뭐람."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
"너 말하는 거 웃겨서."
"뭐가 웃기다고 저런담."
"모르겠담."
"따라하지 마!"
"싫담."
어느 부분이 웃긴 건지 나는 1도 모르겠는데 김재환은 재밌다고 깔깔 웃으면서 내 말투를 따라했다.
아, 내가 몇 년동안 잊고 있었나본데 김재환 원래 성격이 좀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여자애들한테 장난 치는 것은 못 봤었는데.
아니야, 아니야. 나는 김재환의 엄마 친구 딸 성이름이다.
절대 김재환의 어떠한 말과 행동에 의미부여 하지 않도록.
제발.
전 날밤에 사실 김재환과 둘이 학교에 가면서 그래도 좀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김재환은 내게 이런저런 학과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고
나 또한 우리 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색함은 무슨 아침부터 시끄럽다고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께 혼났다.
그래도 재밌었다. 처음으로 피곤에 찌든 상태로 잠자면서 가는 등교가 아닌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찼던 등교였다.
그렇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고 우리는 계속 걷다가
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건물로 가는 두 갈래길 가운데에 서있었다.
재환이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내게 몸을 돌린 후 오전 수업이 언제 끝나냐고 물었다.
"1시. 왜?"
"같이 점심 먹을까 해서."
"아...나 점심 영민이랑 같이 먹는데. 같이 먹을래?"
"영민....?"
"이름아!"
영민이란 이름을 듣고 김재환은 갑자기 무표정으로 변했고.
다른 한 쪽에선 내 이름을 부르는 임영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현재 이 상황이 일어난 타이밍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 안녕하세요. 임영민입니다."
"아....네, 안녕하세요."
"이름이 어딨나 했는데 같이 있었네요. 이름아,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냐."
영민이가 전화했었다길래 폰을 봤더니 부재중 4통이나 와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핸드폰이 무음이여도 내가 이어폰을 끼면서 학교에 오기 때문에 전화오면 잘 받았었는데
(음악 듣다가 전화 오면 음악이 끊기니까.)
오늘은 김재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다 보니 전화가 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물론, 폰을 확인하지 않았었다.
"아... 진짜 미안해. 몰랐어, 영민아."
"그 얘긴 나중에 하고 우리 지각할 수도 있어. 얼른 가자."
"어? 잠시만!"
내 팔을 붙잡고 뛰어가려는 영민을 잠시 말리고
나는 재환이에게 '미안, 먼저 갈게! 톡으로 얘기하자!' 라고 소리친 후, 영민이와 함께 강의실 쪽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느라 내가 잘못 본 것일수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재환이의 표정은
무표정, 아니 무표정보다 더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아닌, 내 팔을 붙잡고 뛰고 있는 임영민을.
*
안녕하세요 여러분!! [풀을뜯고놀아요] 입니다!
와....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제 글을 많이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는 독자님들이 많이 계셔서
너무나 감사해서 절 백번 천번 해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신알신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구요 ㅜㅜ 제 똥손이 금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력은 하지만....흡....ㅠㅠ)
아 그리고 달맞이꽃 B 브금은 <The Piano Guys - A Thousand Years> 라는 곡입니다!
앞으로 브금 제목 올려드릴게요, 질문 감사합니다! >.<
+ 암호닉 신청해주신 [숮어]님 감사합니다! 그 외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다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네버 재환이 온도차 짤....진짜.......사랑해요.......핳.....♥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행복만 가득하세요 여러분!! 사랑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