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양아치가 있는데 걔가 요즘 7
드디어 시험이 끝났어! 축하해 줘 ㅎㅎ
난 완전 내신파라 이제 최저를 맞출 준비만 하면 돼... 일단 좀 놀기로 하고.
시험이 끝났으니, 시험 기간동안 있었던 일을 풀게.
"지훈아, 자지 말고. 문제라도 읽고... 찍을 땐 법정은 삼 번, 예체능은 그냥... 야 너 또 내 얼굴만 보지."
"아닌데, 찍지 말고, 문제 읽고, 법정은 삼 번."
"그래. 아 좀, 그렇게 보지 마..."
"왜, 부끄러워?"
"아 진짜... 나 갈 거야."
한 반이 같이 시험 보는 게 아니라 번호 순으로 다른 반 가서 시험 보거든.
난 박지훈이랑 떨어져서 2학년 교실에서 보게 됐어.
박지훈 얘 내가 주의사항? 말해 주는데 하나도 안 듣는 거 있지 ㅡㅡ
"이거, 이거 보면 되지."
"응. 끝나고 교실로 올게."
'쉬는 시간에 가면 안 돼?"
"겨우 두 과목 보는데 왜?"
"아, 그냥."
"그러든가, 나 간다. 박지훈 빠샤!"
박지훈한테 손 흔들고 2학년 층으로 내려갔어.
교과서 대충 읽는데 괜히 긴장이 되더라고.
첫 과목이 사탐이라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엎드렸거든?
쉬는 시간에 박지훈이 와서 깨우더라 ㅎㅎ
"김여주, 김여주."
"으응, 아 뭐야..."
"나한텐 자지 말라더니, 본인이 주무시고 계시네요."
"다음 시간 예체능이잖아... 괜찮아."
"먹고 봐, 간다."
이학년 애들 수근거리는 소리 다 들리더라 ㅠㅠ
나 박지훈 여친 아니야 얘들아...
지훈이가 준 사탕 까서 입에 넣고 나가려는 박지훈한테 달려가서 준비한 초콜렛 줬어.
열심히 고민하고 챙긴 건데, 좋아하는 것 같아.
"아 뭐야, 또."
"선물. 내가 만든 거야, 주말에."
"공부는?"
"뭐? 됐어. 나가. 사라져."
"고마워. 이따 봐."
좋으면서 괜히 저런다니까, 손으로 내 볼 잡더니 막 흔들었어.
내가 주말에 시간도 남고, 나 원래 닥치면 공부 안 해서 ㅎㅎ
만든 건데, 만들기 잘한 것 같아.
"어땠어, 시험."
"괜찮았어. 너는?"
"나야, 뭐."
"으어, 떨려. 네가 해 주면 안 돼?"
"내가?"
"응, 네 건 내가 해 줄게."
마지막 시험이라 그런가, 더 떨려서 채점을 못 하겠더라구.
전날 건 확통 빼고 괜찮았거든. (흔한 수포자)
박지훈이 막 가리면서 채점하길래 나도 오기 생겨서 안 보고 박지훈 거 채점했어.
놀랍게도 60점이나 맞았더라고? 얘 전엔 20점 맞았던가?
박지훈한테 시험지 보여주니까 부끄러워 하면서 내 점수는 안 알려주는 거야.
"몇 점이게, 맞춰 봐."
"몰라... 빨리 줘 봐. 몇 점이야? 어?"
"손 뻗어도 안 닿으면서."
"아, 아. 나 진짜 삐친다."
"너 울 것 같아서 그래."
"망쳤어...? 안 돼... 제일 열심히 했는데... 죽을 거야 ㅠㅠ"
"말 함부로 한다."
얘가 손가락으로 내 입술 툭 치더니 저러는 거야. 자기가 놀리고선...
나 진짜 법정 망치면 뛰어 내리려고 했어 ㅎㅎ 열심히 했거든.
박지훈이 내가 울상 지으니까, 시험지 건네면서 축하한다더라.
보니까 백 점이야 ㅠㅠㅠㅠㅠㅠ 나중에 들었는데 지도 채점하면서 쫄렸대.
혹시 망치면 나한테 뭐라고 해 줄지 감이 안 잡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험 끝났는데, 뭐 해?"
"나? 나 오늘 우리 집 가."
"안 놀고?"
"나 혼자 우리 집으로 놀러 가."
"아 뭐야, 뭐 할 건데."
"영화 볼 거야."
난 시험 끝나면 원래 당일은 친구들이랑 약속 안 잡아.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남친이랑... 놀거든.
근데 박지훈도 그런 건지, 자기도 오늘 아무것도 안 할 거래.
"나도 영화나 봐야겠다."
"뭐 볼 건데?"
"그냥 아무거나, 정액권 있어서 사서 보려고."
"헐 그럼, 새로 나온 거 보자."
"어? 보자고?"
"헐, 그게..."
우리 집은 그런 거 없어서 돈 주고 보다 걸리면 혼나거든 ㅠ
나도 모르게 들떠서 새로 나온 거 보자고 했는데, 같이 보자는 말이잖아...
박지훈도 당황했는지 같이 보자고? 하다가 웃더라.
"같이 볼래?"
"진짜 우리 같이 봐...?"
"네가 그러자며, 영화 공짜로 보여줄게."
"우리 둘이...? (불순한 상상)"
"아 얘 좀 봐라. 나 그런 놈 아니거든, 아끼는 건 함부로 쓰면 안 되지."
그러니까 아끼는 거=나? ㅋㅋ... 음 솔직히 좀 설렜다.
쟤가 같이 볼래? 하는데 그때 그 손 잡을래? 가 생각나서 멈칫했어.
그때 이후로 무슨 일 있었을까 다들 궁금하지?
놀랍도록 아무 일도 없었어... 나만 조금 어색해 했지 ㅋㅋ
싱거웠다면 미안......
"저거, 저거."
"이거?"
"아 그건 공포 영화잖아, 싫어. 오른쪽!"
"공짜로 보면서 말이 많다."
"나 집에 간다."
"알겠어, 알겠어."
박지훈 집 되게 좋아, 일단 넓고 쾌적해.
우린 박지훈이 혼자 쓴다는 이 층에서 영화를 봤지.
얘 영화 보는 거 좋아해서 스크린도 설치했더라구, 역시 이사장 아드님...
"박지훈, 웃지 마."
"뭘, 나 영화 보는데."
"아 진짜... 너무해... 넌 인정도 없는 놈이야."
"우리 여주 슬퍼?"
같이 영화를 보는데 너무 슬픈 거야, 그래서 막 나 혼자 우는데 얘는 슬프지도 않은지 웃어.
그리고 휴지 뽑아서 얼굴 톡톡 치면서 닦아주더라, 그냥 닦으면 쓰라리다고.
더 울려고 하니까 등 토닥토닥 해 줬어.
이런 것만 보면 참 세심해 ㅎㅎ
"저거, 여자 주인공 거던가?"
"모르겠는데, 아마도."
"뭐야, 박지훈 영화 안 봤어?"
"아니 봤는데 모르겠어."
"뭐야..."
자꾸 나 보고 놀리더니 영화 못 봤나 봐 ㅡㅡ
저럴 거면 왜 같이 보자고 하는지...
영화는 점점 끝이 나고 있었고, 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라고?
쫄았는데 일하는 아주머니일 거라면서 나가더라.
그때 박지훈 폰 알람이 울리는 거야.
안형섭 14:08
[여주랑 집에서 단... 둘이... ㅎㅎ]
[재밌어???]
배진영 14:10
[지훈이 설레서 영화는 눈에 들어오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근데 본 영화 아님?]
[맞네 나랑 본 거잖아]
[너 그때 재미없다고 잔 거]
헐 박지훈 본 영화면서 나랑 왜 본 거지????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붙잡고 있는데 뭔가 아래 낌새가 이상한 거야.
보니까 박지훈이 막 당황해서 올라오는데, 옆에 여자 분이 계시더라고.
그래 맞아, 지훈이 어머니... 셨어... ㅎㅎ
"아 엄마, 그게... 아..."
"어머, 형섭인 줄 알았는데, 여자친구네?"
"안, 안녕하세요! 지훈이 친구 김여주입니다 ㅎㅎ (망했다)"
"둘이 놀고 있었던 거야?"
"그냥 영화 봤어. 가, 얘 집 가야 돼. 늦었어."
"얘는 무슨, 집에 왔는데 뭘 먹여서 보내야지. 뭐 좋아하니?"
"저는 다! 정말 다, 좋아합니다. ㅎㅎ"
박지훈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얘가 한숨만 쉬는 거야.
나도 예상치 못 한 상황이었는데, 어머니 너무 예쁘시더라...
박지훈이 엄마를 닮아서 저렇게 눈이 예쁜 것 같은?
결국 나는 아래 내려와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해 주신 밥을 먹었어.
사실 배고팠는데 ㅎㅎ... 좀 어색하긴 했지만...
"여주는 지훈이랑 언제부터 사귄 거야?"
"네???? 저희 안 사귀어요! 친군데..."
"아 엄마 제발, 그냥 먹자."
"(무시) 그래? 그럼 지훈이가 되게 좋아하는 친군가 보네 ㅎㅎ"
"엄마,"
"아니, 친구로서~ 요즘 애들은 다 이렇게 예뻐?"
"어머니가 더 예쁘신데요, 전 지훈이 누난 줄 알았어요. (진심임) 결혼 일찍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저런 말은 또 잘하지...
어머니는 좋아하시면서 친구 참 잘 뒀다고 하시고, 박지훈은 밥도 못 먹고 어쩔 줄 몰라하고 ㅋㅋㅋㅋㅋ
정말 웃긴 장면이었지, 박지훈 아마 체했을 걸, 어머니 막느라.
"지훈아, 데려다 주고 데이트도 하다 와~"
"(무시) 금방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또 오렴, 다음엔 지훈이 여자..."
"안 와요. 가자. 빨리 나와."
박지훈 수명 십 년은 줄었을 거다. 어머니 너무 귀여우셔 ㅠㅠ
결국 난 그 집에서 한 공기를 다 비우고 네 시에 나왔어.
박지훈은 계속 한숨 쉬면서 우리 집 쪽으로 가고.
나도 다음에 우리 엄마 보여줘야 하나? 아니야 그럼 분명 엄마 난리칠 거야...
"어머니 너무 귀여우셨어. 재밌다 ㅎㅎ"
"뭐가 재밌냐, 난 힘들어서 죽을 뻔 했는데."
"왜?"
"너한테 이상한 소리할 것 같아서."
"사귀라고?"
내가 저렇게 말하니까 박지훈 사레 들려서 기침 막 했어.
그게 그렇게 놀라운 소린가? 안형섭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얘기하는데...
난 거의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라니까.
"별로 아무렇지도 않아?"
"응?"
"그런 소리."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럼 넌 어떤데."
"뭐가?"
"나랑 사귀는 거."
내가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그건 내가 너무 피곤하므로! 다음에 이어서 쓸게.
사랑해, 친구들.
여러분 죄송해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암호닉 정리는 다음편에 할게요 ㅎㅎ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본 영화 또 보는데 여주 얼굴 보느라 못 보는 지훈>>이 아닐까요...
다음편은 아마 형섭이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여주와 달리 시험 안 끝난 자까는 공부를 하러 가요.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