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어느 정도 지났다.
매일같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빗줄기는 보이지 않고 비록 습한 날씨지만, 간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다.
창문 사이로 드는 햇빛에 느즈막한 오전에 눈을 떴다.
구름이도 맑은 하늘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창틀에 앉아 눈을 감고 낮잠을 주무시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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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한 풀 꺾여, 외출을 하기로 했다. 종강을 하고 난 뒤로 얼굴을 못본지 오래된 청하와 함께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준비를 하고 방에서 나오니, 언제 온 건지 하성운이 우리집에서 밥을 먹고 있다.
엄마는 부부동반 여행을 떠나 집을 비웠을때 아팠던 나를 대신 옆에서 간호해준게 고맙다며 하성운이 좋아하는 갈비찜을 차려주었다.
나도 갈비찜 좋아하는데..우리엄마는 하성운을 끔찍이나 아낀다. 사위 삼고 싶다나 뭐라나.
“ 여주야 안녕~ ”
한쪽 손에는 갈비를 들고 반들반들 한 입술로 양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하성운이다.
하성운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를 하고 엄마에게 저번에 입었던 가디건의 행방을 물었다.
“ 저거는 싸가지가 바가지야. 오빠가 인사를 하는데..그리고 니 옷을 왜 나한테 찾니! 안그러니 성운아? ”
으휴 너 때문에 못살아 내가!
잔소리를 한껏 퍼붓고 내 가디건을 찾으러 엄마는 방에 들어갔고,
엄마의 말에 하성운은 맞장구라도 치듯 방긋 웃어보였다.
“ 너 오늘 어디가냐? ”
“ 어! 어떻게 알았어? ”
“ 그냥 오늘 좀 멋있…. ”
“ 나 오늘 멋있어 여주야? ”
미쳤다 김여주. 또. 이놈의 주둥이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저번엔 오빠라고 하지를 않나, 오늘은 멋있어? 하 차. 멋있긴 개뿔. 하찮은 하성운이다. 당황하지 말자.
“ 아..아니! 왜 맨날 우리집에서 밥 먹고 난리! ”
" 이거 먹고 소개팅 갈거거든~ "
" 가든지 말든......뭐?소개팅 간다고? "
“ 나 오늘 소개팅 가, 여주야 ”
“ 그래 소개팅!...좋겠네.. ”
“ 엄청 예쁘대. 보여줄까? ”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는 하성운을 뒤로 한채 그냥 바로 신발을 신으로 현관으로 가버렸다.
엄마는 가디건 찾았는데 안가져 가냐며 물었다. 오늘 밤에 춥다며 입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젓고 신발을 마저 신었다.
신발을 다 신고 고개를 들자 갑자기 가버린 나를 쫓는 하성운의 얼굴이 보였고, 나는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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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시도때도 없이 보내오는 톡에 귀찮아 읽지도 않고 단답만 보냈었는데, 오늘은 연락 한 통이 없다.
“ 여주 너 누구 기다려? ”
“ 어..? ”
화장을 고치던 청하는 내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 아니 아까부터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 보길래. ”
“ 기다리긴 누굴 기다려 내가, 그럴 사람이 어딨다고.. ”
내가 계속 핸드폰만 보고 있었구나.
청하의 말에 멋쩍게 웃어 보였다.
“ 그러고 보니까 오늘 웬일로 성운오빠가 잠잠하다? 둘이 싸웠어? ”
갑자기 들려온 하성운의 이름에 목이 막히는 기분이다.
싸우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나혼자 계속해서 심술을 부리는 것 뿐이다.
“ 하성운 오늘 소개팅 갔어. 엄청 예쁘대. ”
“ 김여주 그래서 표정이 그런거구나 지금? ”
“ 내 표정이 어떤데? ”
“ 자기꺼 뺏긴 표정. ”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 성운오빠가 언제까지 여주 너 옆에서 이런 사이로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내 주변에 성운오빠 소개시켜 달라는 애들 엄청 많아. ”
“ 걔네는 눈이 없냐 ”
" 그건 김여주 너 아니야? 너 옹성우한테 말 못들었어? 성운오빠 쫓아다니는 여자애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
" 아 몰라 나랑 상관 없는 얘기야.. "
“ 상관이 있으니까 너 표정이 지금 그런거 아니겠어? ”
“ 여주 너 긴장 좀 해야겠다. 성운오빠 이러다가 여자친구 생기겠어~ ”
하성운에게 여자친구라.
고등학교때 봤던 것 같다. 하성운이 고백 받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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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때 하성운은 노래대회에 나가 1등을 해오면 소원을 들어달라는 말에 소원은 물 건너 갔다며 나는 바로 제안을 받아드렸다.
하성운은 마지막 순서 였다. 앞서 했던 참가자들은 본인의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만들러 나온건지 고백을 하고, 고백을 받은 당사자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저 그런 노래들을 듣다가 하성운의 차례가 왔고, 하성운은 노래를 시작했다.
평소에 노래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나를 찾던 하성운의 눈은 어느새 나와 마주쳐 있었다.
하성운은 쉽게 1등을 해버렸고, 나에게 본인 차례가 끝나면 무대 뒷편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덩치가 큰 남자 애들 사이에서 겨우 빠져 나왔고, 무대 뒤로 하성운을 찾아 가보니 하성운은 고백을 받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상황을 알자마자 바로 강당 밖으로 빠져 나왔다.
하성운에게 고백을 했던 그 언니는 얼굴도 얼굴이지만 학생 회장에 성격도 싹싹하고 착해서 인기도 많았고, 학교 내에서 여러모로 유명했다.
한 동안은 하성운을 피해 다닌 것 같다.
여자친구가 생긴 하성운은 나에게 너무 낯설었다. 야자 끝나면 늘 어디냐고 물었던 연락 조차 오지 않았다.
가뜩이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3이었던 하성운을 등교 할 때 말고는 잘 보지도 못했는데 그마저도 피해 다녔으니 한 일주일은 못 본 것 같다.
“ 너 요즘 왜 우리랑 학교 가냐 ”
“ 하성운 여자친구 생겼잖아. ”
“ 엥?성운이형 여자친구 없는데? ”
“ 나도 다 알거든 거짓말 치지마. 저번에 축제 끝나고 회장언니한테 고백 받는거 내가 다 봤는데. ”
“ 너 모르냐? 그 누나 성운이형한테 바로 까였잖아. ”
“ 맞아. 하나도 안 미안한 얼굴로 ‘ 미안.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 이랬는데. 내가 방송부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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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그 동안 나는 바보 같이 하성운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오해 했고, 그로 인해 하성운의 눈을 피해 피해 다녔다.
누가 먼저 서로를 찾지는 않았지만, 나는 당연히 여자친구가 생겨서 이제 나를 챙기지 않는구나 싶었다.
밀려오는 그동안의 서운함에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어버렸다. 사실은 창피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치 내 것이라도 되는 듯 소유하려 들었던 내 이기심에. 운동장에는 급식을 먹고 축구하는 소리, 여자애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멈춘 건 내 옆에 앉았을 때.
나는 고개를 들어 내 옆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 여주 오랜만이네? ”
일주일 만에 보는 하성운이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가던 길인지 한 손에는 오늘 급식으로 나온 딸기우유가 들려 있었다.
“ 오빠 핸드폰 고장나서 야자 끝나고 맨날 너네 반 앞으로 찾아갔는데 애들이 맨날 너 집에 갔다 그러더라. ”
“ 아침에도 같이 가려고 너네 집으로 가면 성우랑 먼저 갔다 그러고. ”
“ 밥 안 먹었지? ”
급식실에서 조차 나를 찾아 다닌 건지 손에 들려 있던 딸기우유를 나에게 건냈다.
하성운은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그 동안 왜 내가 자신을 피해 다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아무말없이 하성운을 쳐다보니 하성운은 간만에 보는 내가 꽤나 반가웠는지 방긋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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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 ”
“ 응 엄청 예전 부터 있었는데? ”
“ 뭐야 진짜야? 왜 나한테는 말 안해줘? 고백은?”
“ 나한테 궁금한게 이렇게나 많았어 여주야? 여주 질투하는거야 지금? ”
“ 미쳤냐! 내가 그런걸 너한테 왜 하냐! ”
웃겨 진짜. 간만에 하는 하성운과의 하교다. 나는 애들에게 얼핏 들은 이야기를 하성운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고백을 거절하는 말로 했던 거짓말인 줄 알았던 하성운의 짝사랑 존재가 실존이였다니.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그 사실을 지금까지 나만 몰랐다는게 더 충격이었다.
사실 하성운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질투 아닌 질투를 느끼려던 찰나 하성운이 내 마음을 읽은듯 말해버려 나는 빽 소리를 지르고 저만치 앞서 걸어갔다.
“ 저 얘기 하는 줄도 모르고 도망가네 멍청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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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홍차화원입니다!
독자님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우리동네는 성운이가 없다.. 이건데 저희동네에도 없어요 허허..ㅎㅎ
제가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놀고 오느라 글을 이제서야 올리네요!
독자님들 보고싶어 주글뻔 ㅜㅜ
암호닉에 대한 공지를 조금 해보자면,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사실 암호닉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요. 암호닉 신청을 하시고 싶으신 분들이 좀 계신 것 같아서 이번화 부터 받도록 할게요!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 이렇게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되고, 나중에 음..혜택 아닌 혜택이 가겠죠..?하핳
저번화에 댓글로 신청 해주신 분들은 이번에 신청 해주신 분들과 함께 다음화에 같이 업로드 해드릴게요!
그럼 다음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