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신고 기다렸는데 꽃신 안 신겨준 구남친 정세운 EX - BOY FRIEND 포뇨, 1/3 꼭 재생하고 들어주세요! EX - BOY FRIEND 내게 누군가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살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 누가 제일 싫었던 사람,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야? 나는 그 질문에 단 1초에 고민도 없이 입을 열었다. - 난 정세운, 정세운은 내 구남친이다. 것도 내가 엄청 좋아했던, EX- BOY FRIEND 1 - 1 먼저 미리 말하자면 내 첫 연애는 정세운이 아니였다. 물론 깊이로 따지자면 정세운과 대적할 상대가 없다고 할지 언정, 하나는 확실했다. 정세운이 처음은 아니였다. 그럼에도 마음이 컸다. 우리가 만난 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정세운에겐 입영통지서 하나가 날라왔고 그 날 정세운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별반 다른 말은 안했다. 우리 성격이 그랬다. 당연한 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난 당연히 기다릴 거였고, 정세운도 내가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 해 여름 우린 생각보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했으니까, 물론 주변에선 극구 반대를 했다. 날 미친년 보듯이 봤고, 친구들은 왜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20대 초반의 시기를 날리냐며 어차피 돌아오면 차일 거라고 악담과 온갖 소개팅을 주선해줬다. 근데 거들떠도 안 봤다, 왜냐면 정세운보다 괜찮은 놈이 있을리가 만무했기에. 그래 그땐 그랬다. 정세운을 과도하게 믿었다, 내 탓도 있었지. 근데 그 때의 정세운은 그런 놈이었다. 무뚝뚝한 놈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게 애정을 갈구하게 만들지는 않던 놈. 표현을 못할 줄 알았던 정세운은 이상하게도 명확히 내가 사랑 받는 느낌을 들게 해줬다. 앞서 말했다시피 둘 다 원체 그런 성격이었다. 당연한 건 말 안하는 거,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도 정세운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많이 좋아한다는 걸, 감정이 컸던 탓일까, 채 그릇에 담기지 못했다. 나는 고무신을 자청했고, 꽃신이 되는 날까지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정세운이 빠진 삶은 그랬다. 한가로웠다. 바쁘고 바쁠 줄 알았는데 굉장히 허했다. 없는 시간 있는 시간 다 쪼개서 정세운을 만나던 시간은 이제 텅텅 비어 너무도 한가로웠고,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정세운이 훈련병이 된 지 고작 나흘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낯선 번호가 뜬 폰은 진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나는 모르는 번호를 받지 않던 습관을 고쳤었다. 그냥 자연스레 예상했다. 이건 세운이구나, - 여보세요? - 어, 나야. - 응, 세운아. - 잘 지내고 있어? - 나야 뭐 잘 지내지, - .... 보고 싶다. - ......, - 진짜 많이. - .........., 직접적으로 표현 않던 너의 그 말이 귓가에 퍼졌을 때, 군대 가기 전 날 내게 반지를 끼워주며 고맙다는 말을 속삭이던 네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난 그 날 5분의 짧은 통화 동안 수 없이 울었던 거 같다. * 훈련소에 위치한 훈련병 정세운에게 통화할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드물었다. 세운이 말로는 가끔 보는 암기 시험에서 낸 문제를 다 맞던가, 아님 상점이 차고 넘치면 통화를 시켜준다고 했지만 어디서나 정세운은 평범한 위치를 달렸었다. 놈은 그랬다, 딱히 튀지 않는 선을 지켜갔다. 물론 정세운 자체가 튀는 놈이었던 걸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던 거 같지만, 그렇게 평범한 삶을 자처한 세운이 덕에 많은 통화를 못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달력에 하루하루 체크를 하고 난 뒤, 드디어 디데이에 다랐다. 정세운을 한 달만에 보는 거였다. 수료식 일주일 전부터 차고 넘치는 화장품들이 부족하게 느껴져 자꾸 무엇인가 구입했고, 집에 넘치는 옷들은 입을 게 없이 느껴져 자꾸 옷을 구입하게 됐다. 잠깐 몇 시간을 보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기다려져 그 주의 일주일은 시간이 더디고 더뎌 느리게만 느껴졌다. 시간이 너무 안 가던 일주일을 버티고 당일이 되었을 때 나는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굉장히 열심히 꾸몄다. 논산 훈련소로 가는 동안 눈도 붙히지 못했다. 설레기도 했지만 혹시 자다가 공들인 메이크업이 지워질까 싶어서, 예뻐보이고 싶어서, 수료식을 들어섰을 땐 굉장히 많은 인파가 넘쳐났다. 사실 다 같은 옷에 다 같은 머리라서 정세운을 찾기 힘들 줄 알았는데 금방 정세운을 찾은 내가 퍽 우스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와, 진짜 정세운을 찾은 내가 신기할 정도였다. 왜냐면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수료식이 끝날 때까지 자기 아들을 못 찾으셨으니까, 생각보다 무료하고 길었던 시간이 흘렀다. 정세운이 극도로 보고 싶었지만 뛰어가진 않았다. 사람들이 빠질 때까지 딱 그렇게 기다리다가 한산해진 사람 속 우리는 자리에 멈춰 서로를 바라봤다. 그렇게 1분 정도를 서있다가 다가가서 안겼다. 정세운은 익숙한 손길로 내 등을 쓸어줬다. 변함 없는 정세운의 익숙한 향이 코 끝을 자극했다, 아 고작 한 달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군대가 힘들긴 한 건지, 한 달 전보다 살이 빠져있는 정세운이 안쓰러워 얼굴을 몇 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친 두 눈에 우린 첫 키스를 나눴다. * 정세운이 훈련병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아 간 뒤에는 좀 덜 힘들었던 거 같다. 운 좋게 좋은 자대에 배치를 받았고, 훈련병 때와는 달리 통화를 맘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만날 수 있다는 그 설렘이 있어서, 정세운이 자대배치에 받고 항상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외박이 가능했고 또 그 후에 휴가도 나왔으니 기다리는 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생에 치이면서 지내다보면 금방 볼 수 있으니까, 정말 시간을 빠르게 갔다. 정세운이 주말에 외박을 나올 수 있었다. 정세운의 군복 입은 모습을 보니 새삼 설렜다. 세운이는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한 번 안았다. 정세운이 결코 스킨쉽이 헤픈 남자는 아니였다. 오히려 내가 더 해달라고 조르는 편이였지, 근데 애가 군대를 가더니 스스로 자꾸 스킨쉽을 하는 게 좀 귀여웠다. 꾹 참았다가 하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웃음을 참고 정세운을 바라봤다. 그렇게 세운이를 쳐다보다가 정세운의 베레모가 탐나 한 번 써보면 안되냐고 묻자, 금새 벗어 내게 씌어줬다. 베레모를 쓰고 셀카를 찍을 때, 자연스레 내 볼에 뽀뽀를 했던 세운이와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사진은 정세운과 헤어지기 전까지 내 배경화면이었고, 아직까지 지우지도 못한 채 갤러리 속에 남겨져있었다. 정세운이 일요일 날 다시 자대로 들어갈 때, 전에 미리 준비했던 과자와 초콜릿을 포장한 선물을 쇼핑백에 담고 보내기 전에 햄버거 12세트를 사서 세운이 손에 쥐어줬다. 돈 20만원이 금방 깨진 가격이었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세운이가 편하게 생활했음 좋겠다는 마음에 투자했었다. 정세운은 그냥 단조롭게 말을 이었다. - 굳이 이런 거 안해도 되는데, - 해도 되는 거니까 한 거야, - .... 고마워. - 들어 가, 가서 또 전화하고. - 알았어, 먼저 가. 너 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 - 그래, 아프지 말고. - ......, 세운이 모습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고 뒤를 돌아 걸어가던 때에 갑자기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았을 때, - 김여주, - ... 어? - 사랑해. - ......, 그 말에 자리에 멈춰서 멍하니 서있었디. 어쩌면 난 2년을 그 말 한 마디에 버텼는 지도 몰라. EX - BOY FRIEND 1 - 2 사람은 변한다. 고로 사랑도 변한다. 왜냐면 내가 너무 제대로 겪었거든, 물론 변한 쪽은 내가 아니였지만. 사람은 변할 수 밖에 없음을 느꼈다. 난 예외는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예외란 건 존재하지 않는 단 걸 알려주듯 하나 둘 다 변했다. 근데 거기에 정세운이 포함될 줄은 몰랐지, 나는 감정의 유효기간이 굉장히 긴 편이였다. 덕분에 사겼던 사람들한테 다 차였지만, 사실 그들에게 던진 사랑의 크기를 유효기간으로 따질만큼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 명, 정세운은 명확했다. 정말 후회 없이 좋아했다, 내 여름은 온통 세운이었고, 내 겨울도 온통 세운이었다. 세운이에게 쓴 편지만 거짓말 없이 70통은 됐을 거라고 자부했다. 세운이에게 들인 감정, 돈, 정성은 어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사람은 변했고 정세운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그 날은 세운이의 제대 전 마지막 휴가였다. * 정세운의 마지막 휴가엔 그저 정세운의 집에서 쉬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 찜찜하고도 묘한 기류는 그저 마지막 휴가라는 이름에 의해 공존된 거겠지 싶었다. 우리는 서로 말이 많은 편이 아니였기에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냥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게 행복했고, 얼굴을 바라보는 일로도 즐거웠다. 2년 동안,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 애틋하고 그리웠지만, 굳이 애틋하고 그리웠다고 내내 표하진 않았다. 그리워할 시간에 얼굴을 보고 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세운이의 휴가 끝은 익숙한 자대 앞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걸로 마무리했다. 이젠 이렇게 널 들어보내는 것도 마지막이란 생각에 조금은 들떴었다. 물론 그런 날 완벽히 망가뜨린 정세운이 문제였지만, - 김여주, - 응? - .... 진짜 미안한데, - ... 뭐가? - 우리 헤어지자. 끝까지 기다리는 나를 멍청하다고 손가락 질 해도, - ... 왜? - 이젠 널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서, - ......... 다 기다려줬잖아, - ... 기다려줬으니까란 핑계로 널 감정 없이 대하고 싶지 않아서, - .... 아, 저렇게 기다리다가 차일 텐데, 라며 수근거리던 소리도, - 제대를 하면, 앞엔 현실 밖에 없는데. 너랑 연애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내가 너한테 너무 뒤처져 있으니까, - ......., - 날 기다린 걸 후회하게 만들어서 미안, 아무 말도 못하고 참고 참으며 기다리던 내가, - 좋은 사람 만나, 나 같은 애 말고. 그 모든 시간을 네가 알아주길 바란 적 없었는데, - 사랑했어, 정말. 새로운 시작일 줄 알았던 끝이었다, EX - BOY FRIEND 1 - 3 6월, 종강이었다. 정세운과 이별을 한 지 3개월 정도가 흘렀다. 정세운과 헤어진 초반 난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울음부터 터졌다. 생각을 하면 온통 정세운이었고, 생각을 멈추면 초점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정세운의 생각을 없애기 위해 여러 모임을 많이 들었다, 자주 빠지던 뒤풀이나 모임에도 자주 출석했다. 주변에서는 소개팅이나 미팅이 물 밀려오듯 밀려왔지만 전부 거절을 했었다. 상대에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난 정세운이 없는 3개월 동안 많이 아팠고, 충분히 슬퍼했으며 3년의 시간을 3개월 동안 홀로 지워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반 이상이 정세운을 기다렸단 사실이 많이 자존심이 상했고 아까웠지만, 후회가 되진 않았다. 다 잊었다고 장담할 순 없었다. 내 유효기간이 그랬다. 너무도 길게 남은 기간을 최대한 단축을 시켰지만, 그래도 끝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젠 정세운의 생각으로 눈물이 나는 단계는 아니였다. 그저 그렇게 시간이 해결하겠거니 했었다. 근데, 결코 넌 내게 쉬운 건덕지를 줄 생각을 안 했다. - 여보세요? - 야 김여주. - 응. 종강을 하고서 한 번 연락 없다가 갑자기 연락한 김재환의 전화번호가 뜰 때, 대충 짐작했다. 아, 정세운의 컴백이구나. - 정세운 복학한대,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림이 없었다. - 언제? - 9월에 개강하고, 근데 개총 때 너희 과랑 우리랑 겹칠 거 같다던데. - ...., 설마 마주칠까? - 마주치지 않을까? - .... 뭐 개총은 그렇다고 쳐도 나 걔랑 교양만 어떻게든 커버치면 되잖아, 야 우리 수강 신청 언제하지? - 8월 초에 하지 않나, 근데 걔도 정교수님 거 들을 거 같은데. - 걔 교양신청 하면 알아보고 연락 주라, - 왜 피해서 신청하게? - 응, 남는 거 해야지 뭐. 아 나 학점 신경 써야 되는데 진짜 짜증난다. - 야 근데 왜 네가 피하냐, 피할 거면 정센이 피해야지. - 몰라, 죽일 놈의 포뇨. 됐다 끊어, 와중에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만 정세운 과랑 내 과는 건물 자체가 아주 극과 극이였다. 굉장히 멀다는 말이다. 김재환이랑 정세운은 같은 과였고, 김재환을 스파이 삼아 어떻게든 정세운을 피해 다닐 심산이었다. 근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었다. 아니 내가 왜?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고, 김재환이 말했다시피 피할 거면 정세운이 피하는 게 맞는 거잖아, 괜한 오기심이 생겼지만 금방 접었다. 왜냐면 괜히 정세운을 봤다가 잊어가고 있는데 결국 다시 돌아갈까 싶어서, 난 이상하게도 정세운에게 쉬운 여자이고 싶진 않았다. * 김재환에게 소식을 듣고 교양도 다 바꿨다. 늘 듣던 정교수님 교양을, 학점을 포기하고 남은 교양 중 맘에 드는 교양을 골라 신청했다. 내가 피한다는 게 존심도 상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냐면, 그깟 자존심 때문에 너랑 마주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것보다 더 고까웠으니까, 넌 날 찼고 날 배신했고 네 인생을 위해 내 인생을 포기했으니까. 너를 보면 울던 내가 생각날 거 같아서, 행복했던 추억을 더불어 마지막 네 뒷 모습이 자꾸 잔상에 남을 거 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너를 보는 건 쎈 자존심을 꺾는 것보다 더 싫었으니까, 근데 이상하게 난 자꾸 널 의식했다. 그저 보여주기 식이라는 핑계를 삼아 개강 여신이 되보자는 심산으로 화장품과 옷에 돈을 좀 질렀다. 가뜩이나 없는 사정에 큰 지출을 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별 후에도 너한테는 예쁘게 남고 싶다는 생각이 변치 않았으니까, 적어도 네가 후회할 만큼은 예쁘고 싶었다. - 김여주, - 아, 짼. 정세운은? - 걔 먼저 갔지, - ... 너 이제 정세운이랑 계속 다니겠지? - 그렇겠지, 복학 했으니까. - 야 그럼 앞으로 우리 만나지 말자. 내가 너를 보려면 그 포뇨의 상판떼기를 봐야하잖아? - 야 그래도 그 새끼 때문에 나를 안 보는 건 너무하다. 그리고 너 나 말고 같이 학식 먹을 친구도 없잖아. - ... 맞다, 그렇긴 한데. - 정세운은 뭐 임영민이랑 먹겠지, 나는 쓰레기랑은 밥 안 먹어. 널 구제하겠노라. - 지랄하네, 어제 정세운이랑 술 마신 김재환 보신 분? - 야야 술이랑 밥이랑은 엄연히 다르다? - 됐어, 너랑 먹으면 정세운도 쳐다볼 거 아니야. 그냥 과 친구들이랑 먹으면 돼, - 야 그냥 먹어, 이거 사실 정세운이 부탁했어. - ... 뭐라고? - 정세운이 너랑 먹으래, - ......, - 너 나랑 안 먹으면 혼자 먹을 거 걔 뻔히 알 거 아니야, 그래서. - 야 그 새끼 어디있냐, - ... 왜? - 말 좀 하게, 그 새끼 어디있어. - ... 아 아마 중앙 광장에 있을 걸? 야 근데 걔가, - 다녀와서 말하자, 개강 날, 처음부터 너는 심기를 건들였다. *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 자존심에 스크래치 갔다. 도저히 내 나쁜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끝난 마당에 넌 왜 날 신경 쓰고 그런 말을 던진 건데, 내가 학식을 혼자 먹던 누구랑 먹던 지가 뭔 상관이냐 이 말이다. 엄연히 우리는 끝난 사이였고, 남이었고, 우리 관계를 이렇게 만든 주동자는 명백히 정세운이였다. 근데 왜? 중앙 광장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정세운 앞에서 다가가 섰다. 두서도 없이 무작정 말을 뱉어냈다. - 야, - ......., - 넌 내가 우습냐, - ......, 얼마만에 눈에 담는 정세운의 얼굴인지 그래 정확히 6개월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여전히 느리게 감았다 뜨는 두 눈은 나른해보였고,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놈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서 왔어, - ...., - 사실 네 앞에 있고 싶지도 않거든? 난 네가 듣는 교양 안 겹치게 시간표 짜고, - ......., - 별 지랄 다하면서 피하려고 했는데. 대단하다, 한 걸음에 오게 만드네. 왜, 넌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렇게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네 눈빛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제기랄, 더럽게도 싫은데 더럽게도 좋았다. - 나한테 신경 쓰지마, 이 관계 정리한 거 너잖아. - ......, - 왜 헤어지고 보니 후회가 돼? - .... 응, 후회가 돼. - ....., - 미련이 생겨, 그래서 미안. 여전히 아무런 목적 없이 말을 뱉는 너를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이럴거면, 왜 나를 찬 건데? 6개월이 흐른 지금 너와 나는 서로를 밀어내지도 당기지도 못한 채 서로를 바라봤다. - 늦었어, - ......, - 네가 모르는 그 시간 동안 난 혼자였고, - ...., - 넌 날 그렇게 만들었잖아. 네가 날 이해할 수 있을까,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아니 네가 날 어떻게 이해해, 후회와 미련이라는 단어로 붙잡기엔 나의 봄과 여름은 온통 암흑이였었다. EX - BOY FRIEND 1 - 4 정세운은 그리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였다. 물론 소극적일 거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또 그리 소극적이지도 않았다. 연애를 할 때도 그랬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타입은 아니라도 빼거나 더하지 않았다. 적당선을 아는 적당한 남자였다. 그래서 사실 더 부담이 되지 않았다. 사람을 편하게 하는 묘한 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놈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 그래서 정세운이랑 한바탕 한 거야? - 한 바탕은 아니고 일방적으로 몰아 붙힌 거지, - 정세운은 뭐래? - 그냥 미안하대, 딱히 동조되는 타입도 아니잖아. - .... 야 근데 내가 사실 이걸 말할까 말까 했는데, 나 어제 정세운이랑 술 마셨잖아. - ..... 말 하지마. - ... 어? - 내가 흔들릴 만한 말이잖아, - ........, - 나는 재환아, 이미 충분히 힘들었어.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아팠고, 충분했어. 이별도 사랑도 다 후회 없었으니까, 더 이상 돌아가고 싶진 않아. - ....., - 원래 한 번 끝나면 진짜 끝난 거잖아. 그렇게 뱉어냈음에도 궁금했다. 과연 술 마시고 나온 정세운의 진심이 무엇일지. - ... 정세운이 네 얘기에 한참을 울었어, 그리고 너는 늘 모순적이었다. * 겹치지 않을 수 있는 동선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연애를 할 때는 잠깐 지나가는 길이라도 얼굴 좀 보고 싶다고 우연을 가장하더라도 얼굴 좀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또 이렇게 필요도 없는 날엔 자주 마주치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 세운아, - ........, 네 옆에서 웃는 여자와 그저 진득히 나를 보는 너, 그리고 그런 널 보는 나는 그저 너와 같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세운아! - .... 아, 어. - 오늘 시간 있어? 둘의 대화를 듣고 모르는 척 뒤를 도는 순간에도, 모든 신경은 너에게 가 있었다. - 아니, 미안 시간 없어. - .... 아 그래? - 그러니까 좀 가줄 수 있을까, 나 할 게 있어서. 신경 쓰여 미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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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운이 단편으로 찾아왔습니다! 1편으로 끝내고 싶었는데 자꾸만 내용이 길어져 3편으로 나눠 올리려고 해요. 사실 제가 클리셰 적인 글을 좋아해서 쓰긴 썼는데 흔한 소재에 넘 부족한 글이라서 좀 재미도 없고 지루하실 수도 있는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영민이 철벽글 매번 초록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예쁘게 봐주세여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또 매번 댓글 남겨주시고 추천 남겨주시고 종종 독방에서 언급해주시는 모든 분들 다 감사드려요 너무 한없이 부족한 글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 |